소설리스트

7화 (7/75)

7.

그렇게 1년여 동안 그녀의 학원에서, 또 그녀가 학원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그녀의 뒤를 따라 무작정 걷기도 하며 그녀의 주위를 맴돌았지만 말 한마디 붙여볼 수 가 없었다.

아예 인연이 없는 관계라면 미친척 하고 말이라도 붙여 볼 수 도 있지만 그녀는 언제곤 나의 장모가 될 여자였다.

나중에 이상한 상황을 만들 이유가 없었다. 시간이 문제지 머지 않은 시간 내에 가족으로의 인연을 맺게 될 처지였다.

그렇게 그녀의 뒷모습만을 바라보며 언제 그녀와 만나게 될 기회가 오려는지, 또 만나게 되면 그녀가 나를 알아 볼 지, 또 어떤 말을 해야할지, 고민되고 궁금한게 너무 많았다.

지윤과의 섹스는 일주일에 한번정도 퇴근 후 가벼운 술한잔 후에 모텔에서 가졌다.

결혼을 앞둔 사이였지만 이상하게도 지윤은 그녀가 사는 오피스텔에 나를 초대한 적이 없다.

언젠가 한번 가보고싶다고하자 너무 지저분하고 아직은 좀 그렇다는 핑계를 대며 나를 만류했고, 그 후론 나도 그런 요구를 하지 않았고 그녀 역시 나를 데려가 주지 않았다.

그녀의 사생활은 좀 지나치게 중요시 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그녀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나의 배려였다.

일주일에 한번 정도 갖는 지윤의 섹스로 수컷의 욕정은 채울 수 있기에 다른 여자나 유흥업소에도 들락거리진 않았다.

군대에 입대하기 전 친구들에게 이끌려 창녀촌에서 얼떨결에 동정을 버렸고, 첫 직장에서 동기들과 술자리 후 몇 번의 경험외에는 여자와의 섹스 경험이 없던 나는 지윤과의 관계에서 그녀에게 전적으로 주도권을 넘긴 상황이며 가끔 혼자만의 시간에 내 첫사랑 그녀를 생각하면서 하는 자위가 전부였다.

그녀, 장모가 될 그 여인, 내 첫사랑을 그렇게 훔쳐보고 돌아온 날이면 어김없이 자위를 했다.

십 여년 동안 자위를 하며 떠올리는 장면은 그녀의 오물거리는 도톰한 입술이었지만, 최근에는 여러 가지를 다양하게 떠올릴 수 있었다.

그녀가 강의 하면서 가볍게 걷어 올린 블라우스아래의 희고 매끄러워 보이는 팔뚝이며, 스커트 아래로 보이는 그녀의 종아리, 나를 지나친 후 뒷모습을 보이며 걸어갈 때면 살짝 보이는 무릅 윗쪽의 허벅지, 그렇게 그녀를 다시 본 후로 그녀를 상상하면서 자위하는 횟수가 늘어만 갔다.

그녀와의 만남이 있던 전날은 너무 설레고 긴장되어서 두 번의 자위를 끝낸 새벽에야 잠이 들었다.

내 첫사랑이며 내 기억 속에 천사로 남아있는 그녀와 그렇게 만났을 때 무슨 말을 했고 그녀가 내게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내 아내가 될 여자의 어머니, 지윤 앞에서 너무도 초라하게 행동하는, 그래서 내 아내가 미워지게 만들 정도의 그녀를 보고 가슴이 먹먹해졌었다는 느낌..

그녀를 내 자위의 상대로 상상했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 같은 걸 느낀 것 같다.

그녀와 12년만의 재회 아닌 재회를 한 후 이젠 그녀를 만날 명분을 얻었다.

나의 상상속에서 나와 수없이 섹스를 하고 내 물건을 빨아대던 상대가 아닌 새롭게 나의 가족이 되는, 그런 상대로 만나보고 싶었다.

동철에게서 들었던 그녀의 힘들었던 지난 삶에 대해 내가 조금이라도 위안이 되어 줄 수가 있을 거 같아서 한편으론 기뻤고 한편으론 슬펐다.

어떻게 이야기를 해서 어디서 어떻게 만나야 좋을지 며칠을 고민한 나는 나름대로 그녀에게 전화해서 어떻게 말을 할지. 희곡 작가가 희곡을 쓰듯이 다이어리에 메모까지 하며 계획을 세웠다.

그렇게 계획이 마무리 되어갈 즈음..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퇴근 후 텅 빈 신혼집에서 혼자 티브이를 보고 있을 때였다.

발신번호를 보고 난 심장이 멎는 느낌에 몇 초를 망설인 끝에 전화를 받았다.

??예...여...여보세요..??

??안녕하세요...저....지윤이랑 동철이 엄마예요..김경수씨 맞으시죠???

??아...예...맞습니다..자..자..장..모..님..??

??전에는 너무 경황없이 만나서 그런지 제대로 이야기도 못했구..많이 불편했죠???

??아...아닙니다...만나뵙게 돼서 여..영..영광이었습니다..

이런...무슨 대통령을 만났던 것도 아닌데 저런 말이 튀어 나오고 말았다..

잠시 뜸을 들인 그녀가 다시 말한다.

??영광은 무슨 영광이예요..호호.. 그냥 김서방에게 너무 미안하더라구요..물어보고싶었던것도 많고 했는데, 제대로 식사도 못하고...그래서....??

그녀의 말을 듣는 동안 난 내가 머라고 해야할지 또 말을 더듬으면 어쩌나하는 생각에 손만 부들 부들 떨고있었다.

??그래서 그런데...언제 우리 한 번 봤으면 해요..김서방이 좋은 사람이라는거 잘 알거든요..동철이가 얼마나 김서방 칭찬을 많이 하던지..정말 고맙고 그래서 제가 식사라도 대접하고싶어서요..??

??아..예....그렇게 하시죠...자..장모님..??

그녀가 약속장소와 시간을 제의했고 나는 동의했다.

그렇게 그녀와 나의 통화가 끝이 났다.

그녀의 직장근처에 있는 조그마한 레스토랑에서 며칠 후에 만날 약속을 했다...

가슴은 또 다시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날 밤.. 후회할 줄 알면서도 미친듯하게 두 번의 자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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