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3화 (23/25)

그대로 사죠와 헤어진 나는 체육교관실로 향했다.

쇼우 선생님께 사전 상의도 없이 이대로 조사를 계속하는 건 조금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카야지마 선배가 내 행동을 눈치챈 이상 자칫 잘못하면 내게 불측의 사태가 생기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는 것이다.

그렇게 카야지마 선배 대책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던 탓에,

평소처럼 체육교관실에 들어서고 나서야 노크를 깜빡했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어딘가 들어갈 때 『상시개정』 탓에 문고리가 내는 소리나 기척으로

상대에게 미리 경계할 여지를 주지 않기 때문에 민망한 경험을 겪는 일이 종종 있다.

이번에도 그런 경우였다.

그렇다고 해서 체육교관실에서 누군가가 키스를 하고 있었다던가 섹스중이었다던가 그런 건 아니다.

다만 쇼우 선생님이 두 눈에 눈가리개를 하고 의자에 앉아 있었을 뿐이다.

그런데도 나는 정체불명의 무언가를 감지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피곤한 나머지 자고 있는 모습일 뿐이다.

분명 그런 광경일 터인데.

언제나 굳게 닫혀 있던 쇼우 선생님의 입술이 단정치 못하게 반쯤 열려 있었기 때문인지,

그렇지 않으면 흑자색 체육복 바지의 사타구니 언저리에 손이 놓여 있었기 때문인지,

둘 다가 원인인 건지.

나는 보아선 안될 것을 봐 버렸다는 기분이 들었다.

이건 처음으로 미쿠리야의 자위씬을 목격했을 때의 느낌과 아주 흡사하다.

어쨌든 모르는 척 하는 게 좋겠다.

…… 나는, 일단 천천히 문을 닫은 다음, 이번에는 노크를 했다.

그러자 10초 정도 지나서,

「―――아아, 미안해, 문을 잠근 채로 있었군.」

그런 말과 함께 눈가리개를 뗀 쇼우 선생님이 평소와 같은 느낌으로 맞이해 주었다.

아까까지의 넋이 나간 듯한, 기묘한 느낌은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반대로 그게 내 마음속에 커다란 경종을 울렸다.

쇼우 선생님은, 뭔가를 숨기고 있다.

그건 내가 그 『대위님』에게 품고 있는 경계심에 비하면 그나마 나은 편이었지만,

지극히 흡사한 것이라는 건 확실하다.

「어라, 후에후키로군. 무슨 일이야?」

「잘 계셨슴까! 모리가 겨울방학중의 부활동 일정의 예정표를 받아 오라고 해서 왔습니다.」

「―――음? 벌써 건네줬을 텐데.」

「윽, 정말요? 이 자식, 홀랑 까먹었나.」

「어쩔 수 없군. 지금 카피해 올 테니 잠깐만 밖에서 기다려 줘.」

「알겠습니다.」

쇼우 선생님은 나를 교관실에 들이려 하지 않았다.

평소라면 체육용구실의 열쇠를 빌려줄 때처럼 출입은 OK일 텐데.

그런데도…….

아까전의 그 한순간으로는 알 수 없었던 뭔가가 체육교관실 안에 있다는 건가.

내가 파악할 수 있었던 건 선생님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는 것 정도지만,

좀 더 위험한 게 책상 위에 놓여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학생에게 보이면 큰 일 나는 무언가가.

뭐, 지금 단계에서 깊이 고민해봐야 의미가 없긴 하겠지만.

「이게 예정표다. 부장이 분실하기라도 했다면 건네 주도록 해. 정말이지 후에후키는 모리의 멋진 서방님인걸.」

「그런 거 아님다.」

「후후, 그래? 내겐 그렇게 보이는데.」

나는 어깨를 으쓱해 보이고 교관실, 아니 선생님의 앞에서 물러났다.

…… 하지만 이건 또 귀찮게 될 모양이다.

선생님의 문제에 손을 댄 게 잘못이었던 건가.

하지만 아까 선생님의 그 모습은 심상치 않았단 말이지.

자택에서 그녀를 훔쳐볼 때도 보이지 않았던 그 녹아내린 얼굴에 감춰진 의미를 알 수가 없어서, 나는 머리를 감싸쥐었다.

이번 사건에 직접 관련이 있는 거라고는 여겨지지 않는다.

하지만 뭔가 깊은 의미가 있을 것이며, 경향을 파악하고 대비책 정도는 가다듬어 둬야 할 거라는 예감이 강하게 든다.

나는 원래는 돌아갈 필요도 없는 장소, 교실로 향했다.

어떤 인물을 만나기 위해서.

뭔가 힌트를 얻을 가능성을 생각하면, 여기에 대해 상담할 만한 적임자는 그 녀석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 가장 풍부한 에로 지식으로 흘러넘치고 있는 여자.

모리 아스미가 있는 곳으로.-8- 당신만 아는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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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우 선생님의 방에 잠입하는 것은 이것이 세번째였다.

그 중『상시개정』을 썼던 것이 두번, 모리를 동반한 입실도 두번이다.

그렇다, 이번에 나는 『상시개정』의 비밀이 노출될 위험을 무릅쓴다고 하더라도 여기에 모리를 데리고 왔던 것이었다.

이유는 나중에 설명하는걸로 하고, 모리 본인에게는 보고 들은 것을 아무에게도 발설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받아뒀다.

다만 침입시에는 준비해 둔 아이 마스크(쇼우 선생님의 것과 같은 것을 일부러 찾아왔다.)을 쓰게 하고 뭐가 일어나고 있는지 보이지 않도록 좀 교활한 흉내를 내고 버렸지만.

……집안의 상태를 봐도 아직 선생님은 돌아와 있지 않다.

왜냐하면 우리는 귀가하려던 선생님보다 먼저 이 방을 왔으니.

나와 달리 불법 침입에 익숙하지 않은 모리는 초조하고 침착성이 없었지만 테이블 옆 의자에 걸터앉은 나의 태연자약한 모습을 본받아서 어떻게든 내색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거면 돼.

이번에 한하지 않고 승부의 막판에 필요한 것은 강한 담력과 포커 페이스인 것이다.

찰카닥 현관 자물쇠가 열리면서 아무 말 없이 선생님이 귀가했다.

그리고 부엌 테이블에 걸터앉은 우리 두 사람을 발견하고 눈을 동그랗게 뜬다.

그건 그렇겠지.

엄중히 잠근 자신의 방에 자신의 제자들이 멋대로 들어와서 이쪽을 영접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너, 너희들 여기서 뭐하고 있어

쇼우 선생님의 목소리는 경악한 나머지 떨리고 있었다.

당연한 물음이었지만 나는 솔직히 대답할 마음은 없다.

 어떻게 여기에 들어왔냐,입니까 그것은 별로 대단한 건 아니에요. 왜냐면, 이 방에는 항상 누군가가 들어와 행패를 부렸잖아요 그럼 자물쇠를 걸어도 도움따윈 되지않는 것은 선생님이 가장 잘 알고 있을 테니까요 

이것은 그냥 억지다.

쇼우 선생님의 방에 침입자가 있었다고는 해도, 그것이 우리들이었다! 라는게 아니라면 밀실에 자유롭게 출입해도 좋다는 것은 말도 안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사정으로 쇼우 선생님은 동요해 버리고 그런 간단한 이치도 알아차리지 못한다.

아니, 내가 눈치 채지 못하도록 유도했던 것이다.

일부러 먼저와 기다린 것도 요는 선제공격으로 판단 능력을 없애기 위한 것이고, 선생님과 동성인 모리를 데려온 이유중 하나도 남자인 나에 대한 경계심을 감소시키기 위해서다.

 그렇다고 해도, 멋대로 남의 집에 들어와도 좋은 것은……

 안돼죠. 남에 집안에 주인 모르게 들어오면 지금 선생님처럼 당황하거나, 화를 내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게 당연하죠.

……무슨 일이야. 후에후키, 너는 무엇을 말하고 싶은거야

정체 불명의 누군가가 집에 들어오고, 두번이나 자물쇠를 바꾸더라도 그 침입이 그치지 않는 사태에 대해서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침착할 수 있는 인간은 거의 없다는 거죠. 선생님은 예외일지도 모르겠지만, 우리들이 들어와있는 모습을 발견하고 그 반응을 보면 역시 당신은 그런 타입은 아니다. 오히려 화려하게 무서워하는 타입이라고 봤다.라면 저번 토요일 당신의 우리의 상담에서 보인 태도는 이상하다. 냉정하다고 할까, 지나치게 객관적이다. 당신의 본래의 태도가 아니다

쇼우 선생님과 모리가 숨을 삼킨다.

전자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완전히 짐작하고, 후자도 희미하지만 짐작한 것이겠지.

얼굴은 둘다 밝지 않다.

그것에 두번 자물쇠를 바꿨다고 말하셨는데 이 삼층 만을 보더라도 원래의 키를 바꾼 방이 하나만 있고 그 문 손잡이는 완전히 별개였다. 즉, 키를 바꾸면 문고리도 바뀔 수 있는데, 이 방 문고리는 옆의 것과 전혀 달라지지 않은 채였다. 즉, 바꾸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

여기서 도출되는 추측은 하나밖에 없다

……후에후키, 그거

아아. 쇼우 선생님이 토요일에 우리들에게 말한 푸념스런 상담은 새빨간 거짓말이고, 이 방에 대한 수수께끼의 침입자 등 어디에도 없었던 것 아니냐는 것이야

모리는 눈을 둥그렇게 뜨고 선생님을 바라보면서 선생님은 안면을 창백하게 하고 입을 뻐끔거리고 있었다.

완전히 핵심이었을 것이다.

즉, 침입자같은건 없었다.

나 이외의 『상시 개정』의 주인도 없었다.

그래서 선생님은 친한 친구인 아즈사 씨에게 상담을 안 했고, 평소의 태도도 다르지 않은 것이다.

전혀 이치이므로 그것은 당연한 것이다.

나는 선생님이 곤란하다고 해서 발 벗고 도와야 한다고 생각하고 이 문제를 알아봤다. 하지만 정말 선생님을 위해서 조사해야하는 것은 이 침입자에 대해 라는게 아니라는 거지

너, 뭘 멋대로 말하는거야....

후에후키 도대체 뭘 조사했어

……처음에 말했잖아. 중요한 것은 목적이야. 왜 선생님이 거짓말을 하고, 그것을 우리에게 말했는가. 왜 우리에게 거짓말을 했는가.

혹시 너에게 사건에 대해서 알아봐…

 그건 아냐. 그때는 선생님도 카야지마 선배도 나에 대해서 잘 몰랐어. 그런 나에게 뭔가 기대하다니 있을 수 없지. 같은 이유는 불청객이었던 토모토에 해당해. 그러면 선생님이 들려주고 싶었던 것은 너, 카야지마 선배, 후지타 동생 세명이다. 이 세 사람에게 거짓말을 하기 위해서 무엇을 기대하고 어떤 반응을 상정했는지가 문제다

자신에게 위기가 다가오는 것을 알려주고, 도움을 받으려 했다던가……

 좋은 의견이야. 하지만 사실은 연극인 이상, 선생님에게 위험은 없다. 그런데도 위험한 척 했어. 그것은 뭘 위해서인가 간단해. 선생님 이외의 주위의 불안을 부추기고 걱정을 하게하는 거야. 그리고 실제로 걱정하고 움직인 것이 나 외에도 있지.

혹시, 카야지마 선배

응, 맞이. 그녀의 남자다운 성격이라면 별로 위기감을 느끼고 있지 않은 듯한 선생님을 걱정해서, 뭔가 대책을 세우게 할걸 충분히 생각할 수 있어. 그러나, 윗사람에게는 순종적인 그녀가 교사인 쇼우 선생님에 무리하게 의견을 강요하는 짓은 생각하기 어려워. 그렇다면, 카야지마 선배는 선생님에 강하게 나올 수 있는 누군가에게 상담하는해서 대책을 세우게 하는게 아닐까……선생님은 거기까지 생각한 거겠지

카야지마 선배가 상담하는 상대는 

아마 선생님이 염두에 준 것은 오직 한 사람이겠지. 그것은 선생님의 선배이자 전 애인인 선배의 형인 카야지마 타케히사. 그라면, 쇼우 선생님의 궁지를 들으면 뭔가리액션을 취해줄거라고 기대했다. ― ― ― 즉 이 거짓말의 목적은 전 남자 친구로부터 접촉해 오도록 우연을 만들어낸 거지.

쇼우 선생님의 부릅뜬 두 눈은 나의 날조에 가까운 망상이 한없이 진실에 가까운 것임을 추인해 주는 것이었다.

속내를 나 따위에게 완전히 간파되면서 충격도 있었는지, 선생님은 무릎부터 무너져 주저앉아버렸다.

상당히 충격적이었나.

혼마 선생님은 왜 그런 짓을 했지전의 남친에게 미련이 있었어

……그, 그만해

전 남자 친구와 그 관계를 되돌리고 싶었다…라는 것뿐만이 아니야. 쇼우 선생님은 그저 자신을 별 이유 없이 버린 남자 친구에게 물어보고 싶었다고 생각해. 어째서, 자신은 버려졌나, 그리고, 그 이유를. 그걸 모르니까 이 여자는 자신을 ‘경멸하는’ 행위에 몰두하고 버린 거야

……어, 어째서, 그걸 

……설마, 일전의 이야기

나는 크게 숨을 뱉고, 그리고 말했다.

쇼우 선생님은 자신이 여자로서 재미 없으니까 아주 좋아하는 남자 친구에게 버림받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어디에서 얻어 온 지식인지는 모르지만 SM틱한 변태 행위를 하는 걸로 보통의 자신의 껍질을 깨려고 했던 거 아닐까나. 아니면 보통의 성벽을 가진 여성이 일부러 그런 짓을 하거나 하진않아

뇌리에 그때의 아이 마스크를 쓴 선생님의 모습이 떠오른다.

남자 친구에게 버림받은 충격으로 성벽도 없는데 억지로 변태적 행위에 몰두한 성실한 체육 교사의 슬픔.

왜 그녀가 지금에서야 그런 행동을 하기 시작했는지는 모르지만, 길을 잃어 버리고 변태의 지옥으로 떨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것은 이 거짓말의 도박에 패했고 전 남자 친구가 만나러 오지 않으면 확실하게 닥쳐오는 잔혹한 미래예상이었다.

그래서 나는 급히 이 여자를 구하는 길을 모색한 것이다.

그리고 드러난 사실을, 모리에도 들려주려는 거였기에 위험을 무릅쓰고 이 녀석을 데리고 온 것이다.

나는 선생님의 진흙에 뒤덮인 듯한 눈을 응시하며 그리고 말했다.

……쇼우 선생님. 당신이 카야지마 타케히사에 버려진 것은 당신이 하찮은 여자였기 때문이 아니야

그럼, 뭐라고 말할래……선배는 2년간 나와 사귀고, 섹스는 물론 키스를 해도 주지 않았어. 어깨를 안아주는 것 만이 고작. 틀림없이 나에게 매력이 없으니까, 선배는 아무것도 해주지 않았어.“

그러나 나는 고개를 젓는다.

그 일은 모토하스누마 선생님에게 들었어. 우리는 그 때, 쇼우 선생님에 손대지 않다니 임포텐츠인지 호모 뿐이라고 결론을 내렸지. 왜냐하면, 그 정도로 당신은 극상의 여자이기 때문이야

……아즈사 선생님이

그래서 나는 조사했어. 왜, 카야지마 타케히사는 선생님을 버린 것일까. 한번도 손대지 않았는가. 거기 뭔가가 있다고 생각해서. 그리고 알아냈어

뭘 알아냈다는거야

모리가 나에게 묻는다.

앞으로 얘기하는 건 이녀석에게도 관계가 있다.

그리고 어느샌가 눈물맺힌 선생님의 눈동자를 보고

 간단한 이야기이다. ― ― ― 카야지마 타케히사는 역시 예상대로의 동성애자, 이른바 게이였어(7) 눈싸움을 합시다, 앗, 앗, 앙

「그래서 나를 찾아 온 거구나.」

옥상으로 이어지는 계단에 앉은 내 얼굴을 약간 더 높은 데서 모리가 내려다 본다.

얼굴과 얼굴의 거리는 약 20cm.

직전까지 나와 모리의 왼쪽 뺨이 착 달라 붙어 있었을 정도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모리는 내 허벅지와 그 밑동을 의자로 삼아 앉아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대면좌위의 자세라 할 수 있다.

단, 섹스를 하고 있는 건 아니다.

둘 다 성기의 위치는 겹치고 있으나 바지도 벗지 않았고, 스커트 안의 팬티도 내리지 않았으니까.

단지 서로 끌어안고 있는 것 뿐이다.

「그래. 아까 말한 것처럼.」

「흐음?, 지혜를 빌려줘도 상관은 없긴 한데.」

「그것 때문에 일부러 이렇게 인적드문 곳까지 와서 네 희망대로 대면좌위 놀이를 하고 있는 거다만.」

지금의 이 자세는 모리의 희망사항이었다.

내 부탁을 들어주는 대신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놀이에 함께 어울려 줬으면 한다는.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기로 한 나는 모리의 말 대로 아무도 없는 옥상쪽 계단까지 와서

이렇게 실전 같은 흉내를 내고 있다는 사정이다.

「즐겁게 해줘야 해? 후에후키.」

「너 말야, 언젠가 나한테 강간당해 버릴걸.」

「…… 그것도 나름대로 괜찮지만 말이지.」

「응?」

「자 그럼, 시작한다. 제대로 노력해 줘.」

모리가 내 이마에 키스를 했다. 그것을 신호로 놀이가 시작되었다.

나는 모리가 떨어지지 않도록 그 잘록한 허리춤을 양팔로 고정하고,

가끔 엉덩이의 위치를 수정하기도 하면서 그녀를 지지하고 있다.

스커트 너머로도 엉덩이의 탄력은 만끽할 수 있다.

한편 모리는 내 목덜미를 힘껏 껴안고 그 풍만한 젖가슴을 입과 턱, 쇄골 근처에 밀착시켜 온다.

늘씬한 팔이 내게 얽혀들고, 요골 주변을 꽉 물고 있는 다리는 별개의 생물인 양 나를 놓아주지 않는다.

내 몸 이외에는 어디에도 닿아있지 않은 모리의 몸인데도

필사적으로 몸을 비틀어 상하좌우로 분주히 움직인다.

몇 매의 옷감 너머로 밀착한 우리 둘의 성기가 아플 정도로 서로를 자극한다.

「후에후키의 자지, 딱딱해진 게 느껴져. 내 보○가 가르쳐 주니까!」

「아아, 맞아.」

차라리 섹스해버리는 게 나을 정도로, 의사적 교접인데도 불구하고

우리들의 흥분은 멈출 줄 모르고 높아져만 간다.

「내 자지, 마음에 들었나 본데?」

「응. 네 자지에 중독될 것 같아. 정말이야.」

그렇게 말하며 모리는 나를 홀드하고 있던 손을 잠깐 풀고 내 옆얼굴에 손을 대면서 뺨에 키스해 온다.

츕, 츕 하는 쪼는 듯한 키스의 연타.

왠지 수줍어져서 얼굴이 달아오른다.

「너의 자지, 좋아해.」

그렇게 몇 번이고 키스를 해버리면 뺨에 닿는 한숨만으로도 어질어질해지잖아.

좋아한다는 고백이 내 몸의 특정부위에 대한 거라는 것을 알고는 있다.

하지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뿅 가버릴 것 같은 기분(high)이다.

「내 가슴, 마셔도 돼.」

한껏 들뜬 손길로 모리가 블라우스의 단추를 풀고 브래지어를 밀어올리면서

내게는 가장 친밀하다고 할 수 있는 왕가슴을 드러내 보인다.

파이즈리 때보다도 훨씬 더 가까운 초근거리에서 뽀얀 거유가 흔들린다고 하는 범죄를 목격해버린 나는

시민의 의무인 신고도 잊어버리고 단번에 덥썩 하고 달려들어 물었다.

대체 뭐지, 이 부드럽고 탄력 넘치는 고기는?

열 일곱살 소녀의 젊음이 뒷받침된, 내 쪽을 향해 쑥 내밀어진 유방.

그 강렬한 자기주장에 나는 버틸 수가 없었다.

강하게 밀착된 입의 움직임에 맞춰 고기의 구체는 뭉클거리며 자유자재로 형태를 바꾸어 간다.

탄력이 있기 때문인지 내가 입을 떼기만 하면 곧바로 원래 모양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몇 번이라도 입술로 쿡쿡 찔러보고 싶어진다.

「응, 아아…….」

모리는 입술을 깨물면서 참으려 했지만, 목소리가 살짝 흘러나오면서 달콤한 음색이 되었다.

「…… 후에후키, 내 가슴 맛있어?」

「응, 맛있어.」

「빨아도 괜찮은데.」

「괜찮은 거냐.」

「응. 남자라도 너는 특별하니까.」

허락이 떨어졌기 때문인지, 나는 지금까지 이상으로 욕망에 충실하게 움직였다.

허리에 문질러지고 있는 보○의 음란한 움직임과 무게가

모리에게 있어서도 대단히 기분좋다는 걸 알았으니 더 이상의 사양은 불필요하다.

확실히, 이건 성기를 삽입하지 않는 의사 섹스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역시 기분이 좋은 건 사실이고,

나로서는 기왕 할 거라면 이 녀석을 만족시켜 주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한쪽 유두를 빨아들인다.

이빨과 입술로 발기한 유두를 괴롭힌다.

「하윽!」

유두가 민감한 건지, 깜짝 놀라 낸 모리의 목소리 속에 환희가 섞여 있음이 느껴졌다.

좀 더 해줬으면 하는 거다. 이 녀석은.

나는 기세를 잃지 않고 다른 쪽 유두도 달콤하게 깨물었다.

거유의 고기가 비강을 막아 숨을 쉴 수 없어도 전혀 상관없었다.

이 복숭아의 과육을 맛보면서 질식하게 된다면 그건 바라는 바다.

처음으로 하는 가슴 애무에 여자가 흘리는 할딱임은 내 귀를 만족시켰다.

독자모델로 스카우트된 적도 있는 화려한 미모의 소녀가

육체의 환희에 몸부림치고, 붉어지고, 뭔가를 부정하듯 고개를 좌우로 흔드는 광경은 너무나 에로틱하다.

나는 상냥하게 그녀의 육체를 껴안았다.

지나친 쾌감에 튀어오르기 시작한 그녀의 몸이 아래로 굴러떨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

이 여자는 내 것이며 누구에게도 건네주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과시하기 위해서.

그것이 착각이라고 하더라도, 지금 이 순간 이 녀석은 내 것이다.

내 손 안의 보석이다.

…… 그리고, 역시 먼저 한계에 달한 것은 모리였다.

기둥을 직접 자극할 수 없는 이상 나는 그리 간단히 사정하지 않는다.

쿠퍼액으로 팬티 일부가 흠뻑 젖어있다고는 해도, 진짜 사정과 비교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오히려 사정하지 않는 만큼, 체력이 받쳐주는 한 계속해서 모리의 가슴과 엉덩이를 애무할 수 있다.

손가락과 손바닥 전체가 이미 스커트를 지나쳐 모리의 얇은 팬티 속으로 파고든 상태였다.

균열을 직접 만지지는 않았지만, 오른손 약지나 왼손 중지는 여자의 또 다른 구멍, 항문에 몇 번이나 도달하고 있다.

그때마다 「흑」 하는 소리를 내며 몸을 뒤로 젖히는 게 귀여웠다.

내 등에 단단히 두르고 있는 손이 손톱을 세우는 게 느껴진다.

아무래도 애널은 약한 타입인 모양이다.

만약…… 만에 하나, 언젠가 이 녀석과 섹스할 때가 온다면

시간을 듬뿍 들여서 그 부분을 애무해주기로 나는 결심했다.

엉덩이만.

「…… 응으으으으웃, 후에후키도 짖궂기는. 거기는 엉덩이야……. 더러우니까 그만 해.」

「시끄러. 이렇게 말해줬으면 하겠지? 다 알고 있다고.」

「응? 어떤 거?」

「『너의 몸에 더러운 곳 따위는 없어』」

「아아앙, 후에후키 최고?! 멋져!」

「너도 그래!」

삽입도 하지 않았는데 우리들의 텐션은 완전히 도를 넘어서고 있었다.

그리고 더 이상 견디지 못한 내가 한껏 허리를 앞으로 찔러넣어버린 순간―――

「앗, 아흑――――――!」

짐승과 같은 외침과 함께 모리의 몸에서 힘이 빠지며 전 체중이 나를 덮쳤다.

나는 그녀에게 안긴 채였던 데다 장시간 소녀 하나를 끌어안고 있었던 반동 때문인지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뒤로 넘어가 버렸다.

꽤나 세게 등을 부딪혔지만, 그런데도 모리는 내게서 떨어지지 않는다.

그녀의 숨결이 귓전에서 바람이 되어 간질간질하다.

「…… 있잖아, 후에후키.」

「왜?」

「다음에, 부탁할 게 있으니까 들어 줘.」

「…… 별로 상관없지만. 그래도 너무 이상한 건 금지야. 오늘처럼 대면좌위 놀이를 하고 싶다던가, 그런 건 자중하라고.」

「응. 네가 그렇게 하라고 한다면, 자중할게…….」

드물게도 모리가 유아처럼 응석부리는 느낌의 소리를 흘렸다.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다.

평소에는 에로 토크 뿐인 조숙녀인데.

「…… 아마도, 혼마 선생님이 하고 있던 건, 가벼운 셀프SM이라고 생각해.」

귓전에서 모리가 속삭였다.

내가 원했던 정보를 가르쳐 줄 마음이 들었나 보다.

그 대가로 요구했던 게 이 의사섹스, 대면좌위 놀이였으니까.

「그게 뭐지?」

「네가 선생님을 봤을 때 눈가리개를 하고 있었다고 했잖아?

SM 중에는 시각을 차단함으로써 전신을 과민하게 만들어 조교받는다는 플레이가 있거든.

동시에 앞이 보이지 않으니 자신이 신뢰하고 있는 S역 이외의 사람이

덮쳐올지도 모른다고 하는 공포도 주어지니까 정신적으로 괴롭히는 효과도 있고.

표준적인 SM보다 간단하고 고통도 수반하지 않으니까

살짝 흥미가 있는 커플이라도 부담없이 시도할 수 있는 플레이라고 하더라.」

「그걸…… 쇼우 선생님이?」

「응, 내 짐작이지만. 후에후키에게 숨기려던 건 에로책이나 휴대의 DVD 같은 땔감이 아닐까.

갑작스러운 방문이라 전부 숨기지 못했던 거라고 생각해.」

과연 모리다.

내가 괜히 교내 제일의 스포츠 소녀의 가면을 쓴 하이퍼 조숙녀라고 부르는 게 아니라니까!

…… 뭐, 그 정보가 있다고 해서 이번 사건이 전면적으로 해결된 건 아니라는 게 또 곤란한 점이지만.-9- 그녀도 델리커트Delic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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