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2화 (22/25)

「우와…….」

핸드폰의 착신 이력을 보니 장난이 아니었다.

발신인은 「토오바루 시즈나」.

착신 회수는 135회.

…… 이 녀석, 스토커였던 건가.

벌벌 떨면서 전화를 해 본다.

「…… 여어, 난데. 무슨 일이야?」

『무, 무슨 일이야 같은 소리나……』

당분간 들어주기 힘든 온갖 욕설을 퍼부어오길래 귀에서 전화를 떼어놓고 방치했다.

겨우 진정되어 갈 무렵에 한번 더 용건을 물었다.

「무슨 일이야?」

「무슨 일이고 말고도 없어요. 선배님, 제가 아무리 연락을 넣어도 무시하고. 어디 있었던 건가요?」

「미안, 진동도 벨소리도 꺼놔서 몰랐다.」

『…… 뭐, 그건 됐습니다. 메일이라도 보내 둘 걸.』

「내 목소리가 그렇게 듣고 싶었던 거야?」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말아 주세요. 그보다, 혼마 선생님쪽 조사는 어떻게 되었나요? 뭔가 알아낸 거라도?』

조금 놀랐다.

내가 쇼우 선생님 사건에 착수한 건 아무에게도 말한 적이 없을 텐데, 잘도 눈치챘군.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물어보았다.

『어제의 선배님은 야스코 때와 같은 분위기였잖아요?

무관심한 듯이 멍때리면서 야무지지 못하게 엉뚱한 방향이나 쳐다보고.

그게 선배님이 변변치 못한 걸 생각하고 있을 때의 버릇일 텐데요.』

「그런 이미지인가, 평소의 나는.」

『선배님은 자각이 없는 것 같으니 알려드리지만, 우리쪽에서 봐도 언제나 잠에 푹 쩔어 있는 걸로 보이거든요.』

헤에?, 그렇군.

『선배님이 혼마 선생님을 위해 움직여 주신다면 분명 어떻게든 되기는 하겠지만,

되도록 민폐는 끼치지 말아 주세요. 선생님은 정말 좋은 분이니까.』

선생님이 학생에게 존경받는 거야 좋은 일이지만,

어째서 이 녀석은 이렇게 내려다보는 듯한 태도인 걸까.

그렇게 내가 신용이 없는 건가.

『그리고, 아마도 눈치채지 못했을 테니 충고해 두겠습니다만.

후지타군은 선배님을 싫어하니 주의해 주세요.』

「후지타? 어느 쪽 후지타 말이지?」

『아, 오빠가 아니라 동생 이야기입니다.』

「동생쪽 후지타가 왜 나를 싫어해? 요전에 게임하다가 일부러 찼단 게 들켰나?」

『…… 어째서 토다 카즈유키(?田和幸) 같은 플레이를 하려고 하나요. 초심자 주제에…….

그게 아니라 동생군은 모리 선배님께 홀딱 반했기 때문이에요.

선배님은 모리 선배님께 찰싹 달라붙어 있는 해충으로 인식되고 있는 거죠.』

「어라, 잠깐. 나는 딱히 모리랑 사귀고 있는 게 아닌데.」

『어제만 해도 단 둘이서 장을 봤잖아요. 의심받는 것도 당연한 일입니다. 둔탱이 같으니.

참고로 본인에게 물어본 바로는 미쿠리야 선배님 일도 있는 것 같아요.』

「…… 뭔가 묵과하기 힘든 매도를 당한 것 같지만, 뭐 좋아. 미쿠리야가 어쨌다는 거야?」

『작년에 미쿠리야 선배님과 후지타의 오빠는 한달 정도 교제했던 모양이에요. 미남미녀니까.

그렇지만 뭔가 잘 안풀려서 금방 헤어졌다고 하더군요.

근데 형의 전 여친인 미쿠리야 선배님께 후에후키 선배님이 급접근한다는 어이없는 소리를 형에게서 듣고는,

그때부터 선배님이 양다리라도 걸치고 있는 게 아닌가 의심하고 있는 듯하네요.』

「아, 사실무근인데.」

『본인에게 직접 말해 주세요. 진지하게. 성실하게. 깨어 있는 상태로.』

과연.

형제가 나란히 반했던 / 반해 있는 여자들에게 한 남자가 들러붙어 있는 걸로 보이니

그렇게 미움을 받은 건가.

그런 소리를 해도 말이지.

둘 다 여친이 아니다 이거야.

게다가 ‘깨어 있는 상태’란 건 뭐냐.

잘 봐, 눈은 분명히 뜨고 있다고.

「아아, 알아들었어. 충고 고마워. 땡큐.」

『…… 알았으면 됐습니다. 혼마 선생님 사건, 잘 부탁드리니까요.』

「맡겨 봐. 어떻게든 잘 해결할 테니.」

그런 대화를 나눈 후 토오바루는 전화를 끊었다.

뭐, 기대받고 있다면 거기에 응하지 않을 수 없다.

…… 하지만, 토오바루까지 나를 걱정하는 것도 굴욕적이긴 하군.(5) 후에후키 절규 심포기어

다음날, 월요일.

1교시의 홈룸 시간에 기말시험 전 답안지의 반환이 행해졌다.

우리 학교는 학생 개인의 전용 봉투에 넣어 모든 답안지를 모아서 돌려주고,

하는 김에 득점 분포 같은 데이터도 함께 건네준다고 하는 특수한 시스템을 취하고 있다.

답안 맞춰보기라고 할지, 시험의 총괄정리는 과목별로 희망자를 모아서 행해지며

반에서 제각기 실시하는 것은 과목의 담임이 독자적으로 판단하게 되어 있다.

그러니 시험풀이 같은 건 의욕이 있는 학생밖에 출석하지 않는다.

하지만 성적 상위진은 빠짐없이 출석하고 있다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듯이

조금이라도 성적을 올리고 싶으면 참석하는 게 좋다는 게 학생들의 공통 인식이며,

게으름 피우며 빠뜨리는 학생은 그리 많지 않다.

이것은 모 예비학교를 흉내낸 우리 조청룡을 닮은 여교장님이 생각한 시스템이었다.

참고로 나는 빼먹었다.

되도록 오늘 안에 만나두고 싶은 인물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미쿠리야나 모리에게 또 잔소리 들을 생각을 하면 우울해지지만.

☆ ☆ ☆

「…… 그래서, 내게 뭘 묻고 싶은 걸까?」

「쇼우 선생님에게 최근 이상한 일이 없었나… 같은 거? 아즈사씨라면 쇼우 선생님과 친하니 뭔가 들은 게 없을까 해서.」

음악준비실에서 과제를 정리하고 있던 모토하스누마 아즈사 선생님은 샤프를 관자놀이에 대고 곰곰히 생각에 빠졌다.

그러면서 「으?응」 하는 귀여운 소리를 내고 있다.

겉만 보면 둥실둥실 느슨한 분위기의 사랑받는 캐릭터 타입이므로 왠지 지켜주고 싶어지는 그림이 연출된다.

하지만 이 사람, 손바닥치기로 성인 남자를 기절시킬 수도 있는 맹자(猛者)란 말이지…….

「심사숙고할 때의 그 귀여움은, 연기인가요?」

그래서 정말이지 나도 모르게 물어보고 말았다.

맹호의 꼬리일지도 모르는데.

아니나 다를까, 아즈사씨는 갑자기 초승달처럼 입을 열고 히죽 웃더니,

「뭐야, 흥미 있는걸까나. 나한테.」

「그렇게 무시무시하게 웃지 말아 주세요. 경기 들릴 것 같으니까.」

「…… 이상하네? 내가 진심으로 웃으면 ‘굉장하다’고 도장의 사범님께 칭찬받은 적도 있는데.」

「‘굉장하다’의 의미가 전혀 달라요.」

어딜 어떻게 봐도 호랑이의 미소잖아, 그건.

육식동물 정도에 그치지 않고 ‘최강’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 알고 싶어하는 이유를 듣고 싶지만, 뭐 평소처럼 괜히 참견해보는 거겠지.」

「말씀 대로입니다만.」

「네 주변에는 트러블이 많아 보이네……. 아니, 그게 아닌가. 아마도 네가 개입하면 분쟁이 표면화되는 걸지도.

마치 숨겨져 있던 무언가를, 문을 억지로 열어젖히고 강제로 개방하는 것처럼…….」

「설마요. 요즘 운세가 사나운 것 뿐입니다.」

「글쎄, 과연 그럴까? 가능하다면 나도 네가 가는 길을 마지막까지 지켜보고 싶어졌어. 분명 즐겁겠지?」

「…… 그런 이야기는 됐으니, 쇼우 선생님 이야기나 해 줘. 뭔가 생각난 게 있는 모양이니, 부탁해. 아즈사씨.」

아즈사씨는 미국 드라마처럼 어깨를 으쓱 하더니,

「요즘은 상담 같은 걸 받은 적은 없어.

학생의 지도방침이나 개인적인 트러블의 해결책 같은 직무상의 이야기라면 몰라도, 사적인 건 말야.

굳이 골라보자면 대학시절의 첫 연인과 헤어질 때, 그 이별방법이 아직도 납득되지 않는다며 불평을 하긴 했던가?

그 외에는 지금 살고 있는 맨션의 자산적 가치가 어떻게 되나 정도 같은데.

첫 남친과 헤어진 이후 아직 다른 남자가 생긴 적은 없었던 모양이고,

트러블 같은 게 정말로 있긴 한가 싶을 정도로 평소 그대로야.」

「그럴 리가 없을 텐데……. 분명히 트러블을 겪고 있을 거야. 그것도 꽤나 심각한 걸로.」

「…… 뭐, 내 관찰력이래봐야 알다시피 옹이구멍이니까.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 생각해.」

「트러블이 있는데 트러블이 없다, 인가. 으?음.」

쇼우 선생님의 집에 드나들고 있는 범인은 분명 존재할 것이다.

그저께의 설명이 정확하다면.

하지만 아즈사씨의 이야기에 의하면 선생님 주변에 스토커 따위는 없는 듯하고,

일반적으로는 교제 상대를 의심할 상황이지만 그런 사람도 없다고 한다.

걸리는 건 처음 사귄 남친 정도인가.

「첫 연인은 어떤 사람인지 알고 계세요?」

「대학 선배라고 들었어. 2년 정도 교제했다던가?

그렇게 오래 사귀었데도 한 번도 몸에 손을 대지 않으니까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화를 내며 추궁했더니 헤어지자는 말을 들어서, 그대로 끝났다던데.

그 뒤로 여자로서의 자신감을 잃어서 상녀(喪女)가 되어 버렸다는 소리를 하고 있었지.」

상녀라니…….

뭐 당신도 그렇겠지만.

「…… 그렇다 쳐도, 2년인가. 내가 연인이라면 쇼우 선생님을 앞에 두고 손을 대지 않는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데. 이유가 뭘까?」

「뭐,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불능이거나 호모겠지. 함께 온천에 가서 쇼우 선생님의 알몸을 봤을 때 난 그쪽 취미가 없는데도 끌어안고 싶어질 정도였으니.」

「100% 아까운 짓인 건 확실한데. 혹시…… 그 때 일을 후회하고 있던 남친이 다시 시작해보자며 대시하고 있을 가능성은?」

「오히려 혼마 선생 쪽이 미련이 남은 거 같아. 첫 연인이기도 하고 동경하던 선배이기도 했으니…

여동생에게도 은근슬쩍 근황을 묻거나 하는 것 같으니까.」

「혹시 쇼우 선생님이 스토커인 건가?」

「그건 아냐. 여동생이 우리 학교에 다니고 있는 것 뿐. 쓸데없이 인연이 이어져 있다보니 확실하게 끊어내지 못하고 있는 건지도.」

「참고삼아 묻는 건데, 누굽니까?」

「3학년의 카야지마씨야.」

「카야지마 선배?」

대위님인가.

그렇게 되면…… 뭐지?

이야기의 흐름이 조금 이상해지지 않아?

나는 새로운 의문점에 골치를 썩이면서 음악준비실을 나섰다.

 ☆ ☆ ☆

『대위님(카피탄)』 카야지마 아케노(茅島朱乃).

그저께까지는 그저 쇼우 선생님의 이야기를 함께 들었을 뿐인 포지션이라고 여기고 있었지만

의외의 부분에서 선생님과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사죠에게 부탁해 넷에서 검색해 본 바로는

쇼우 선생님은 대학 여자 축구에서 나름대로 유명한 선수였으며

카야지마 선배의 오빠인 타케히사(武久)는 같은 대학의 유력 축구선수였다.

프로가 되진 않았고 지금은 J리그 모 팀의 서브 피지컬 코치로 일하고 있다.

사진으로 보니 꽤나 멋진 남자다.

단정한 이목구비의 미남으로 쇼우 선생님의 남자 취향을 잘 알 수 있었다.

아즈사씨에게 얻은 정보의 진위는 이걸로 확인되었지만

지금부터 어떻게 할 건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카야지마 선배를 대하는 게 조금 어렵다.

최근 깊이 알게 된 여성 멤버들과 공통된 뭔가 묘한 기색을 선배가 풍기고 있기 때문이다.

모리들과 같은 변태적 성질이 있다고까지 여기진 않지만

타인에게는 말할 수 없는 뭔가를 숨기고 있을 거라는 느낌이다.

그걸 파악하지 못하는 상태로는 별로 접촉하고 싶지 않다는 게 나의 본심이다.

「…… 그 밖에도 뭔가 조사할 게 있으신가요?」

사죠가 물어 온다. 그녀와는 점심시간에 도서실에서 합류했다.

최근 이 녀석은 내 의뢰라면 뭐든지 들어주므로 오히려 부탁하기 힘들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활용한 검색 스킬은 모리 등과는 차원이 다르니 어쩔 수 없다.

「아니, 그 정도면 됐어. 이것만 알아도 어떻게든 될 거야.」

「후에후키 선배님은 또 뭔가 조사하고 계신 거군요.」

「아아… 뭐, 음. 이것저것.」

「저도 돕게 해주세요. 저는……, 선배님의 조수니까요.」

뺨을 붉히고 손가락을 머뭇머뭇 얽으면서 나를 올려다본다.

꽤나 사랑스러운 모습이지만 여기는 도서실. 공공장소이므로 껴안거나 하지는 않는다.

「제안은 고맙지만 이번엔 다른 사람의 프라이버시가 조금 관련되어서 말이지.

이번엔 거절하도록 할게. 대신 다음에 뭔가 있으면 반드시 너에게 조수역을 부탁할 테니까.」

「그런가요…….」

지극히 유감스럽다는 표정을 짓는 사죠.

곤란하게도 지난번의 고백 이후 아무래도 이 녀석을 의식해버리게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대로 손을 대버리는 것도 올바른 방향은 아니니까.

좀 더 신중하게 대응해야만 한다.

그 때――― 등 뒤에서 비아냥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엔 학생회 부회장과 찰싹입니까, 후에후키 선배.」

돌아보니 팔짱을 낀 채 나를 경멸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후지타 동생이 있었다.

풋살부에서 만났을 때보다 10배 정도 더 업신여기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런 시선을 받을 만한 행동을 한 적은 없지만, 짐작가는 곳은 한가득 있다.

토오바루의 정보를 바탕으로 추측하면 이 녀석이 나와 사죠의 밀회를 목격하는 건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여어, 후지타 동생.」

「후지타로 불러 주세요.」

「같은 반에 후지타군이 있으니 말이지. 겹치면 귀찮거든.」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지만 더 이상 불평하지도 않았으니 받아들인 거라고 판단했다.

「이번엔 사죠씨를 꼬드기고 있습니까? 바쁘시네요. 모리 선배나 미쿠리야 선배가 화내지 않습니까?」

「…… 잠깐, 내 이야기를 들으면 알 거야. 나와 모리, 미쿠리야는 단순한 친구다. 네가 생각하는 그런 일은 전혀 없어.

만약 네가 뭔가 장대한 착각을 하고 있는 거라면 그건 분명 공명의 함정이다. 속으면 안돼.」

「착각이란 건 무슨 뜻이죠?」

「으음?, 마치 나를 플레이보이나 지골로라도 되는 양 평가하는 거 말이지. 스스로도 유감이지만, 난 인기가 없어.」

「…… 헤에, 그래서.」

후지타 동생의 시선을 따라가 보니 사죠가 내 곁에 다가붙어 내 교복 소매를 꼭 쥐고 있었다.

…… 게다가 그 눈에는 후지타 동생에 대한 적개심이 이글거리고 있다.

음. 마치 「내 남자에게 손을 대면 용서하지 않아!」라고 자기주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 것도 아니다.

아니, 틀림없이 그렇게 주장하고 있군요!

불난 데 가솔린을 뿌리고 있구나!

「자, 잠깐.」

「뭐가 잠깐입니까. 저는 별로 선배를 어떻게 하려고 생각하는 게 아닙니다.

선배의 소행에 대해 조금 탄핵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을 뿐이니까요.」

「타, 탄핵, …… 오?」

「? 사죠씨, 너도 선배를 비호할 생각이야?」

아무런 말도 없이 강하게 끄덕여 긍정을 표하는 학생회 부회장.

그걸 보고 한층 더 차갑기 그지 없는 눈길로 나를 바라보는 남자 후배.

뭐지 이건. 그런 상황은 아닌데도 왠지 나를 트로피로 삼아 쟁탈전이라도 벌어지고 있는 듯한 분위기다.

일촉즉발의 위험한 공기였다.

뭐가 어떻게 위험한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수라장이 시작될 것만 같은 예감이 확신으로 변했다.

「잠깐, 기다려 봐, 사죠――」

내가 멈출 틈도 없이 사죠가 벌떡 일어나 임전태세를 갖췄을 때――――

「도서실에서 시끄럽게 굴면 주변에 민폐다. 너희 둘 다.」

라는, 예리하게 날이 선 허스키 보이스가 중재에 나섰다.

세 사람 다 갑작스럽게 등장한 중재자 쪽을 보았다.

그곳에 있던 건 『대위님(카피탄)』 카야지마 아케노.

행인지 불행인지, 어떻게든 생각이 정리될 때까지는 만나고 싶지 않았던 인물이 그곳에 있었다.(6) Boys Next Door

「쿄스케도 부회장씨도 의자에 앉아. 유우타로군은 그대로 있어도 좋아.」

날카로운 시선에 사로잡힌 우리들은 한 마디 불평도 없이 명령에 따랐다.

두 사람 모두 내심 불만이 가득하겠지만 『대위님』의 박력에는 거역할 수 없다.

그녀 자신은 자리에 앉을 생각도 없는 듯 선 자세 그대로다.

축구용의 검은 긴소매 하이넥 이너셔츠에, 한겨울임에도 불구하고 반소매 블라우스, 검은 니삭스.

얼굴과 손목, 절대영역 외에는 일체 노출이 없는 어떻게 보면 사죠와는 정반대인 센스의 소유자다.

하지만 그게 교칙위반이 아닌데다 멋지기까지 하니 반칙스럽다.

「그래서, 일의 원인이 뭐지? 유우타로군, 설명해 봐.」

「어째서 제가?」

「이곳에서 네가 최상급생이니까. 대답할 의무가 있다.」

과연… 확실히 듣고 보니 그렇다.

게다가 굳이 따지자면 다툼의 원인이 나이기도 하고.

내게 책임이 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 조사하고 싶은 게 있었지만 공교롭게도 제 핸드폰은 낡아빠진 기종이라,

스마트폰을 가진 사죠에게 조사를 부탁했습니다.

그걸 보고 후지타 동생이 여자버릇이 나쁜 선배를 꾸짖어 주겠다며 시비를 건 게 원인입니다.」

「―――뭣.」

「입다물어, 쿄스케. …… 어째서 부회장씨에게 부탁했지? 스마트폰이라면 아스미도 갖고 있을 텐데?」

이 사람은 기본적으로 동급생, 후배는 경칭생략이지만

아직 알게 된지 얼마 안된 우리들에게는 경칭을 붙이려는 모양이다.

「사죠의 검색 테크닉은 모리보다 뛰어나니까요. 시간도 없으니 신속하게 조사하려면 사죠가 적임이라 생각한 겁니다.」

「너희들은 교제하고 있는 건가?」

「그렇진 않습니다만.」

「교제하고 있지도 않은 여자아이를 불러내 조사를 시킨다는 건 아무리 그래도 너무 뻔뻔한 거 아닐까?

비록 그녀가 그 의뢰를 거절하지 않는다 해도 말이지. 너는 그녀의 호의를 이용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렇다면 쿄스케의 참견도 반드시 틀린 말이라고는 할 수 없지 않을까.」

「…… 저, 저는!」

반론하려는 사죠를 제지한 나는 카야지마 선배에게 말했다.

「선배님이 말한 대로군요. 분명히 저는 사죠의 호의에 기대고 있습니다. 그건 인정하지요.

하지만 그것은 저와 이 녀석 사이의 문제이며, 제3자에게 간섭받을 문제는 아닐 겁니다.

그건 후지타 동생도―――, 그리고 당신도 예외는 아니야.」

카야지마 선배는 뭐가 흥겨운지 쿡쿡 웃는다.

내 발언의 어디가 좋았던 거지?

웃을 만한 포인트가 있었던가.

「…… 그렇다는데, 쿄스케. 네가 질투에 못이겨 비꼬아 봐도, 제3자의 간섭 따위 들어줄 마음이 없는 모양이야.

그건 토모야스도 마찬가지. 헤어진 그녀를 잊지 못하고 언제까지고 질질 끄는 건 이제 슬슬 그만두라고 해.」

「그치만, 아케노 누나.」

음, 카야지마 선배와 후지타 동생은 묘하게 친하다.

서로를 부르는 호칭을 보건데 단순한 아는 사이 정도의 수준이 아니다.

아니, 정확하게는 후지타 형제와 친하다고 해야 할까.

토모야스라는 건 학생회 서기인 내 동급생의 이름일 테니까.

「…… 아아, 이건 실례. 이 녀석과 나는 소꿉친구라서 말이지. 당연히 형쪽과도 그렇고. 몰랐겠지?」

「네, 뭐. 저는 풋살부에 든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았고 카야지마 선배와도 그다지 친하지 않으니까요.

아아, 그래서 장보기도 두 명이 같은 그룹이었던 겁니까. 납득했습니다.」

「잘도 기억하고 있군. 과연 유우타로군인데.」

이틀 전과 비교해도 나에 대한 평가가 크게 올라간 느낌인데, 무슨 일이지 이건?

이쪽을 보는 『대위님』의 눈길에도 이상한 낌새는 없다.

오히려 친밀감이 넘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네가 조사하고 있다는 건 뭐지? 이른바 『조사부』의 업무인가?」

나는 그렇다 쳐도, 갑작스러운 기습에 사죠가 강하게 반응해 버렸다.

내가 엉터리로 적당히 주워섬긴 내용을 이 사람이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카야지마 선배가 재밌다는 듯 웃는다.

「역시, 소문대로인가 본데. 네가 학생회의 『환상의 식스맨』인 거로군.」

「보이지 않는 패스 같은 건 못합니다만…….」

…… 그 비유로 감 잡았다.

토오바루다.

그 녀석이 점프의 연재만화에 비유하며 말실수를 했음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어떤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지도 대충 감이 오는군. 그럼 나를 대신해 노력해 주겠어?

그 사람은 내게도 친언니 같은 사람이라서 말이야. 이래뵈도 걱정하고 있거든.」

「알겠습니다. 다만 그 건에 대해 선배님께 개인적으로 질문할 게 두세 개 있으니 다음에 시간을 좀 내줄 수 있습니까?」

「응? 좋아. 너의 권유라면 기꺼이 시간을 내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대화를 마친 『대위님』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후지타 동생을 동반해 도서실에서 사라졌다.

후지타 동생만이 이쪽을 슬쩍 바라봤지만, 오히려 당혹스러워하는 표정이었다.

방금 오간 대화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는 거겠지.

그들의 모습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진 후 사죠 쪽을 돌아보니

만면에 반짝거리는 별님이 눈동자 안에서 댄스를 추는 듯한 미소를 띄우고 있었다.

「역시 선배님이세요! 3학년 여학생 가운데서도 나란히 설 자가 거의 없다는 그 카야지마 선배님과 호각으로 겨루다니.」

미안하지만 태클걸 곳이 너무 많은데, 사죠.

그녀의 이야기로는 카야지마 선배라는 존재는 우리 학교 현역 여자들 안에서는 탑클래스의 유명인이며,

남자라 해도 상대가 되지 않는 강렬한 개성의 소유자라는 모양이다.

그 뒤로 그녀에 대한 다양한 일화를 들었다.

풋살부에서의 그녀밖에 모르는 나로서는 처음 듣는 이야기 뿐인지라 꽤 놀랐다.

…… 하지만, 이 만남 탓에 이미 상한가를 치고 있던 나에 대한 사죠의 호감도가 한층 더 올라가 버린 나머지,

우리들의 관계가 더욱 더 깊은 수렁에 빠지게 된 건 곤혹스러운 오산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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