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1화 (21/25)

「모레 있을 일본대표의 축구경기를 우리 집에서 함께 보는게 어떨까.」

쇼우 선생님이 풋살부 연습 후에 이런 제안을 했다.

이미 시험이 다 끝난 후의 휴식기였기에 출석율은 꽤 좋았다.

열 서넛 정도의 부원이 부활동 후의 나른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였다.

부장인 모리가 가장 먼저 찬성을 표했기 때문인지 많은 부원이 찬동했다.

결국 아홉 명이 참가하게 되었다.

일단은 나도 그 중 하나다.

쇼우 선생님의 페로몬으로 가득찬 방에 실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내가 놓칠 이유가 없잖아.

당일은 더블 대표전이라 하여 저녁에는 여성 대표인 나데시코 재팬의 친선 경기가 있고

밤부터는 남성 대표의 시합이 에정되어 있었다.

나데시코의 상대는 아르헨티나, 남자는 파라과이다.

양쪽 모두 남미팀이다 보니 월드컵 본선을 위한 예행 연습이라는 의미가 큰 시합이었다.

나데시코에는 쇼우 선생님의 동기들이 소집되어 있기도 해서

우리들에게는 조금 친밀하게 느껴지는 시합이기도 하다.

당일 스케쥴을 보면 우선 낮에 집합해 조금 늦은 점심식사를 한 후,

나데시코의 경기를 본 후 동아리의 미팅을 가지고,

저녁을 먹으며 남자 시합으로 분위기를 북돋운다는 마치 합숙 같은 시간표다.

이것도 다 쇼우 선생님의 맨션이 상당히 넓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듣기로는 부모님께 증여받은 것으로, 가족용의 맨션이라서 공간에 상당한 여유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당일.

우리들은 꽤나 쾌활하게 떠들어대며 들뜬 분위기에서 흥겨운 시간을 보냈다.

나데시코 재팬의 시합이 끝난 후 몇 사람은 사정이 있어 귀가했지만, 그래도 즐거운 시간은 이어지고 있었다.

다만 그 따스한 분위기도 쇼우 선생님이 현재 자신의 신변에 일어나고 있는

기괴한 사건에 대해 말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조금 바뀌는 일이 된다.

「최근, 내가 부재중일 때 누군가가 방에 드나들고 있다는 기분이 든단 말야…….」

이것이, 나와 모리가 쇼우 선생님의 개인사에 얽히게 되는 사건의 첫 단추가 되는 것이었다…….(2) 어머, 이런 데 거~ 유가~♪

――― 시간은 약간 거슬러 올라간다.

나와 모리는 개점 직후의 대형 슈퍼마켓에서 점심 재료를 사들이고 있었다.

카트를 미는 나와 고기라던가 야채 등을 신중하게 고르는 모리,

우리들의 모습은 젊다 못해 어린 부부를 연상케 하는 광경이었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당사자인 나조차 「신혼부부냐!」라며 딴지 걸고 싶어지는 상황이었으니

주변인들에게 어떻게 비춰지고 있었는지 꽤나 미묘하다.

물론 나와 모리가 결혼한 것도 아니며 동거를 시작한 것도 아니다.

오늘의 경기관람(기말시험의 뒷풀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준비를 위해

풋살부에서는 각자의 역할을 분담하기로 결정했고,

그 중에서 우리들이 맡은 게 카레 담당이었을 뿐이다.

쇼우 선생님의 맨션은 실은 모리의 집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곳이며, 우리 집에서 보면 반대편이다.

그래서 조금 떨어진 위치에 있는 슈퍼마켓을 들르려면 한번 우회해야만 한다는 귀찮음이 있었지만

모리는 별로 신경쓰는 것 같지는 않다.

아까부터 그때그때 떠오르는 시덥잖은 화제로 즐겁게 대화하면서, 10인분의 식재료를 구입하고 있다.

「…… 딱히 특별한 맛내기 같은 건 필요없겠지?

이럴 때 솜씨를 자랑하려고 의욕에 넘쳐 저지르면 보통은 처참하게 실패하는 법이니까.」

「맞아, 그게 조리 실패의 흔한 패턴이지. 독자성을 추구한다던가 운운하면서.」

「평범하게 시판되는 카레가루를 조합하기만 해도 의외로 오리지널리티는 나오는데 말야. 너네 집도 그렇게 하지?」

「우리 집엔 카레 같은 거 나온 적이 없어.」

「정말?」

「응, 뭐. …… 그건 그렇고, 주스 같은 건 필요없으려나?」

「아아, 그건 쿄스케군이랑 카야지마 선배 담당이야. 우리들은 카레만 준비하면 돼.」

모리는 편의점을 경영하는 부모님이 집을 비우는 일이 잦아서 그런지 나름대로 가사는 할 수 있는 모양이다.

특기라고 할 것까지는 없지만, 이라는 게 본인의 이야기.

일전에 한번 뿐이지만 들른 적이 있는 이 녀석의 방은 상당히 난잡했기 때문에

과연 정말 그럴지 의심쩍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식재료 선택이나 요리 지식 같은 걸 보면 나름대로 조리가 있는 것이 완전히 무경험인 건 아닌 모양이다.

상당한 양을 사들여 계산대를 통과한 다음 고생고생하면서 부대에 담는다.

밸런스 좋게 세 개 정도로 나눠졌다.

「여기는 냉장 가능한 로커도 있으니까, 시간도 남은 김에 거기에 넣어두고 차라도 마시자.」

모리가 이렇게 제안했다.

애초에 약속시간이 너무 일렀던 것 같기도 하다.

한시바삐 쇼우 선생님의 맨션 냄새를 킁킁 하고 싶기는 했지만

내 이성이 그러지 말라고 외치고 있었으니 침착함을 되찾기 위해서도 괜찮은 제안이었다.

둘이서 거의 사람이 없는 푸드 코트에 앉아 주스와 커피를 마신다.

「사복으로 둘이 앉아있으니 데이트같네.」

「음, 그렇군.」

오늘 모리의 차림은 폭신한 베이지색 스웨터에 슬림한 청바지, 빨강 더플코트라는 조금 귀여운 계통이었다.

말을 꺼낼지 말지 망설였지만 말하는 건 공짜라는 생각에

귀 약간 위쪽에 꽂혀 액센트가 되고 있는 헤어핀에 대해 언급해 봤다.

「그 헤어핀 독특한데.」

「어, 그래?」

「…… 운동할 때는 빼는 게 좋겠지만, 그걸 하고 있으니 그곳이 꽤나 강조되서 귀엽게 보이는걸.」

「칭찬도 건방지게 하는구나 너…….」

「떠오른 걸 말한 것 뿐이야.」

「그래.」

모리는 꽤나 기분이 좋은 모양이었다.

상대방이 노력하면 칭찬을 게을리 하지 않는 것이 장기적으로 원만한 인간관계를 만들어 준다고 하니까.

오늘의 이벤트도 부장인 이 녀석의 기분이 좋으면 분명 잘 될 거다.

나는 좋은 일을 한 거야. 음.

커피를 다 마신 후 시간을 확인했지만 아직도 30분은 여유가 있었다.

「있지, 나는 가슴이 꽤 크잖아?」

이 녀석, 갑자기 뭔 소릴 하는 거야?

「예전부터 흥미가 있었는데 말야, 파이즈리란 거 경험해보고 싶지 않아? 물론 내 가슴으로.」

「…… 너 말야, 아직 토요일 아침이라고. 아직 정오조차 안된 이런 시간에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아니 그게 말야. 키사라기 군마(如月群?)의 만화를 읽다보니 해보고 싶어지더라고. 파이즈리.

여자쪽은 별로 기분좋진 않은 것 같지만, 남자는 꽤나 좋다는 것 같던데?」

「키사라기 군마라니…… 에로만화가잖냐?!」

「잘 아는구나? 나는 와니(ワニ)보다는 코어매거진파지만, 역시 군마의 배면입위는 신급이거든.

그렇지만 최근엔 호뭉클루스나 나파타(なぱた) 같은 순애계 작가가 나오기도 했고,

편의점에서도 입수할 수 있으니까 와니 쪽으로 갈아타려는 마음도 있고. 어떻게 생각해?」

「…… 미안. 현역 여고생과 에로만화 토론은 그다지 하고 싶지 않아서.」

「그러니까, 조금 어울려 줘.」

「――― 그러니까, 라고? 이야기가 이어지지 않는데.」

「자자, 됐으니까.」

모리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 이른 시간이라 거의 텅 비어있는 2층의 여자 화장실로 나를 끌고 갔다.

저항하면 되지 않느냐고 하겠지. 거기에 대해선 변명할 말이 없다.

그저 파이즈리라고 하는 동정의 넋을 빼놓는 단어에 홀려버렸다는 말 밖엔.

일반적인 독실은 두 명이 들어가기엔 너무 좁았기 때문에 일단 되돌아 나가서 휠체어용 칸으로 들어갔다.

나는 서양식 변기의 뚜꼉을 내리고 그 위에 앉았으며,

모리는 바닥에 골판지를 깔고 내 앞에 정좌해 앉았다.

(골판지는 계산대 옆에 자유롭게 이용하라며 비치해둔 걸 빌려 왔다.)

그리고 모리가 두꺼운 스웨터를 쓰윽 걷어올리자,

하얗고 모양 좋은 거유가 출렁 하고 흔들리며 뛰쳐 나와 스스로를 드러냈다.

세상에, 노브라였다.

이 추운 날씨에 무슨 짓을.

아니 그 이전에 지금부터 쇼우 선생님 댁에 실례하게 될 텐데 무슨 짓이야 이 녀석?

하지만, 겨우 노브라 노팬티 정도로는 사죠의 알몸에 익숙해진 내게 중펀치 정도의 타격 밖에 줄 수 없다.

모리는 양손으로 유방을 들어올렸다.

푸딩처럼 뭉클뭉클한 느낌이다.

하지만 이 녀석의 얼굴은 붉게 상기되어 있는 게 문제다.

이미 욕정으로 녹아버린 모양이다.

모리는 묘하게 익숙한 손놀림으로 내 허리띠를 풀고 지퍼를 내리더니 바지를 벗긴다.

아직 세 번째 정도일 텐데 이 뛰어난 솜씨는 대체 어디서 온 걸까.

종종 뇌내 시뮬레이션이라도 돌리고 있는 건가.

모리가 드러난 내 자지의 끄트머리에 가슴을 가까이 가져가 쿡 찌른다.

귀두가 너무나 부드러운 지방 덩어리 안으로 가라앉아 간다.

혹시 내 첫 뽀잉터치는 존슨에게 추월당해 버린 건가!?

이럴 수가!

가장 먼저 닿아야 할 곳은 손이어야만 한다고 하는, 손의 긍지를 잃고 말았다.

나는 아래로 손을 뻗어 떠올리듯이 모리의 가슴을 어루만졌다.

좋아, 이제 존슨과 양손의 관계는 50대50이다.

그건 그렇다 치고, 정말 부드러운데… 이거.

지금까지는 닿더라도 옷 너머로 신체 어딘가에 닿은 정도의 감촉밖에 느낀 적이 없지만,

직접 만져보니 마치 손을 통해 달콤한 내음이 스며드는 듯한 착각마저 든다.

이대로 계속 만지고 싶을 정도다.

모리는 파이즈리를 하기 위해 가슴 사이에 끼우기 쉬운 포지션을 잡았다.

양손으로 가슴을 모으는 그녀의 동작에 맞춰 나도 존슨을 움직였다.

그녀의 상반신과 내 허리가 밀착하며 마침내 하나가 되었다.

「뜨겁고… 굉장하네. 후에후키의 자지. 부들부들 떨리는 게 가슴속 심지까지 전해져 와.」

「윽….」

나는 모리의 머리를 안았다.

펠라티오보다 머리의 위치가 더 가깝다.

배꼽 언저리에 모리의 숨결이 닿아 간질간질하다.

우리 둘의 육체가 녹아내려 동화된 건 아닐까 싶을 정도의 열기가 하반신을 달군다.

「움직일게.」

모리의 상반신이 움직였다.

처음에는 가슴을 양쪽에서 휘젓듯 움직이고 있었을 뿐이지만 잠시 후에는 어깨를 앞뒤로 흔들더니,

그런데도 부족했던 건지 허리까지 쓰기 시작한다.

파이즈리라는 건 느긋하게 하는 거라는 고정관념이 있었는데, 과연 육식동물인 모리는 다르다.

벌써 나의 사정을 강제하기 위한 섬멸전의 양상을 띄기 시작했다.

「흐흐?응.」

흥이 오른 듯 미소지은 모리는 지금까지 입안에 모으고 있었던 듯한 진득한 타액을 흘려내 계곡 사이로 쏟아넣는다.

민감한 자지의 첨단 부분에 미끈덩한 액체의 감촉을 느꼈다.

그때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쾌감이 달리기 시작했다.

모리가 자랑하는 타액 작전이 시작된 것이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배꼽 주변에 키스까지 시작하는 모리.

가슴을 모으는 손의 위치도 다시 조정해 유압(乳?)이 한층 더 늘어나도록 움직인다.

「끝내준다!」

나는 견디지 못하고 신음을 흘렸다.

세상에 이렇게 기분 좋은 게 있을 줄이야.

나란 놈은 파이즈리를 너무 얕보고 있었던 게 틀림없다.

「더 단단해지고 있어, 내 자지.」

「…… 네…… 것이 아냐.」

「아니, 이건 내 거야. 내 자지는 이것 하나 뿐.」

달뜬 목소리로 모리가 속삭였다.

「나올 거 같아? 나와?」

「지, 지금이라도 쌀 것 같아.」

「그래? 한계인 거구나. 내 자지.」

그렇게 말한 모리는 고개를 움츠려 내 귀두를 삼켰다.

움찔움찔 하며 떨고 있던 점막 끝이 새로운 점막에 닿아, 쾌락이라는 이름의 화학반응을 일으켰다.

「――― 잠깐, 그런 짓까지 하면…….」

「읍」

「하아, 하아, …… 싼다, 쌀 거야. 얼굴을 치워!」

모리는 고개를 흔들며 거절했다.

그 탓에 존슨이 좌우로 흔들려 뿌리가 아프다.

하지만 그 아픔이 방아쇠가 되어, 마침내 나는 정액을 방출했다.

모리의 입 안에.

펠라티오는 이걸로 세 번째.

그리고, 그녀가 마셔주는 건 두 번째.

전과 같이 펠라티오를 마친 뒤 몽롱한 상태에 빠진 모리의 입가를 닦아 준다.

그리고 미네랄 워터를 입으로 옮겨 마시게 해 주면서, 내 정액을 물로 삼킬 수 있게 도왔다.

사죠에게도 같은 일을 했기 때문에 취한 행동이지만 실은 이게 모리와의 첫 츄?가 된다.

입 주변에 묻은 타액은 아직 완전히 닦아내지 못했기 때문에 혀로 핥아내 주었다.

모리가 놀란 눈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키스까지 한 건 지나쳤나 싶기도 하지만, 내게 봉사해준 여자아이에 대한 답례이므로 하지 않을 수도 없다.

레즈비언인 모리에게는 남자와의 입맞춤 따위 기분나쁘기만 할지도 모르지만.

뭐, 넋을 잃고 몽롱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 녀석이 사랑스럽게 느껴져

무심코 키스해버린 면도 있으므로 나중에 사과하고 용서를 빌도록 하자.

그 뒤로 둘이서 잠깐동안 멍하니 시간을 보내다가, 정신을 차리고 쇼우 선생님 댁으로 향하기로 했다.

가는 도중, 아까 전의 커밍아웃으로 완전히 브레이크가 망가져버린 모리는 끝도 없이 에로만화론을 늘어놓았고,

나는 그것들을 전부 들어줘야만 하는 처지가 되었다.

그 탓에 화장실에서 느꼈던 촉촉한 정감이 썰물 빠지듯이 사라져버린 건 정말로 유감스러운 일이다.(3) 누군가님이 보고 계셔

「…… 내가 부재중일 때 누군가 방에 드나드는 것 같아.」

남자 국가대표의 시합이 끝나고 나서 집이 먼 멤버가 돌아간 다음

아직도 더 먹고 가려는 녀석들과 함께 남은 주스 따위를 정리하고 있는데

쇼우 선생님이 이런 말을 툭 하고 던졌다.

대화 상대는 모리 아스미와 카야지마 아케노(茅島朱乃) 선배, 그리고 일학년인 후지타 쿄스케(藤田恭輔).

나는 농구부인 주제에 어찌된 영문인지 이 모임에 참석하고 있던

토오바루 시즈나와 마주앉아 저녁 식사 때 남은 불고기를 먹고 있었다.

「…… 선배님, 거기 있는 피망을 먹어 주세요.」

「나는 이 양파를 처리하느라 바빠. 너야말로 머리가 텅텅 빈 것이 피망과 닮았으니 네가 먹어.」

「…… 흥. 이건 선배 다리 사이의 피망처럼 시들어 있으니 선배님께 더 어울립니다.」

「네 악담은 저질인데.」

「품성이 저질인 건 당신이에요, 허풍선이 선배님.」

이렇게 서로 매도하며 배를 채우고 있는 와중에 가까운 소파에서 그런 회화가 들려온 것이다.

악담을 해대던 나와 토오바루도 일순간 눈을 마주친 후 입을 다물고 옆에서 들려오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길 수는 없는 내용이었으니까.

「혹시……, 도둑이라는 말씀인가요? 아니면 스토커?」

「거기까지는 모르겠는데.

학교에 출근했다 돌아오면 이따금 방 안의 물건이 옮겨져 있거나, 다른 걸로 바뀌어 있더란 말이야.

게다가 한 두번에 그치는 게 아니라 몇 번이나.

눈치채기 전까지 같은 일이 있었다고 보면 셀 수도 없겠군.」

「외출할 때 문단속을 잊거나 한 건 아니세요?」

의논상대는 주로 3학년의 카야지마 선배.

두 명 뿐인 풋살부 삼학년 가운데 하나로 초등학교 때까지는

남자들 사이에 섞여 현지의 사커 클럽에 다녔다고 하는 우리들 가운데 제일가는 실력자다.

여자는 중학생이 되면 체격문제로 남자와 섞이기 힘들고,

또 연습할 수 있는 환경이 점차 줄어들기 때문에 사커를 그만두는 일이 많다.

선배도 마찬가지 상황이라 단념하지 않을 수 없었던 케이스다.

그러나 작년에 풋살부가 생기자 옛 추억이 떠올라 입부한 것 같다.

초대 부장이기도 하므로 모리가 꼼짝도 못하는 유일한 선배이기도 하다.

(또 다른 3학년 선배는 남자인 것 같지만, 너무 경박해서 아무도 존경하지 않는다……)

날개뼈 언저리까지 내려오는 귀 앞에서 샤기컷이 들어간 헤어 스타일에 엄격한 눈매의 미인으로

어딘지 모르게 고위 군인 일족의 아가씨라는 이미지를 주는 사람이다.

스무살을 넘으면 단번에 실전부대 상관 같은 관록을 뿜어내기 시작할 거라고 나는 예측하고 있다.

그래서 가끔 나는 마음 속으로 「대위님(카피탄)」이라고 불러 보거나 한다.

「베란다쪽 창문은 언제나 잠근 상태고 현관문은 한번도 잠그는 걸 잊은 적이 없어.

그런데도 때때로 실내의 물건이 있을 수 없는 곳으로 옮겨져 있는 거야. 정말 기분 나쁘지?」

「어떤 것들이 옮겨져 있었죠?」

「탈의실의 옷바구니 안에 있던 게 식기장 위에 가있거나, 노트북이 세탁기 안에 들어 있거나… 그 정도?」

「선생님은 독신 생활이셨죠 분명. 혹시 누군가 동거인이 계시다던가 남자친구가 드나든다던가, 그런 가능성은 없나요?」

「동거상대도 없고 남자친구도 없으니 그쪽 가능성은 없는데.

여벌의 열쇠도 내가 소지한 것 뿐이고, 남에게 맡긴 적은 없으니까.」

「…… 예전에 누군가 그 여벌 열쇠를 주워서 건네준 적이 있다던가 하는 일은요?」

모리가 자신의 경험담을 근거로 질문했다.

선생님은 고개를 저어 부정한다.

「그런 일도 없었어. 자물쇠를 바꾼 이래 여벌 열쇠를 보관해두는 곳에서 옮긴 적도 없으니까.」

「…… 자물쇠를 바꾸셨어요?」

「응, 벌써 두 번이나. 나도 기분이 나쁘니까 자물쇠를 바꾸는 일 정도는 하거든.

그런데도 이 기묘한 일은 멈추지 않는 거야. 자물쇠를 바꾼 게 전혀 의미가 없었던 것처럼.

나름대로 돈도 들었는데 말이지. 그건 그렇고 대체 범인은 어떤 식으로 드나드는 걸까.」

「선생님, 너무 무방비하시군요. 정체불명의 침입자가 드나들고 있을지도 모르는 방에 여성이 홀로 지내다니 위험합니다.

원인을 밝혀내기 전까지는, 이곳에서 퇴거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 즉시.」

역시나 엄격한 카야지마 선배.

윗사람 상대라도 할 말은 한다.

「그런 소릴 해도 말이지, 갈 곳도 자금도 없고…….

게다가 지금까지 한 번도 값진 물건이 없어진 일은 없거든. 아마도 괜찮지 않을까.」

「아뇨. 그 정도로는 위험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단호하게 의견을 말하는 모습은 결코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검찰관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 완고함은 선생님에 대한 걱정에서 나온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 선생님이 잠에 취해서 잘못 봤다던가, 착각했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방금까지 공기였던 또 하나의 남자가 아주 스트레이트한 의견을 내놓았다.

후지타 쿄스케.

1학년이다.

들은 적이 있는 이름이라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학생회 회계인 후지타의 남동생인 모양이다.

꼭 그 우수한 녀석의 가족이라서 그런 건 아니지만,

공부도 스포츠도 뛰어난데다 대인관계도 좋다고 하는 ‘리얼충 죽어라’ 기분을 맛보게 해주는 녀석이다.

나쁜 녀석은 아닌데 아무래도 모리에게 마음이 있는 모양이라

그 녀석의 권유로 촐랑촐랑 입부해 온 내게 뭔가 쌓인 게 있는 듯하다.

이건 모리 선배 러브러브 모드인 토오바루와 비슷한 거라서 나는 내츄럴하게 무시하고 있다.

뭐 지금의 의견만 봐도 알겠지만 고지식하고 꽉 막힌 게 난점인 남자이긴 하다.

「폴터가이스트는 아닐까 싶네요. 아시나요? 폴터가이스트의 원인은 사춘기 아이의 텔레키네시스라고 하더군요.

그러니 분명 이 맨션에 무의식중에 텔레키네시스를 사용하는 아이가 있고, 그 영향을 받고 있는 거 아닐까요?」

갑자기 바보 같은 소리를 하기 시작한 건 토오바루 시즈나다.

풋살부도 아닌데 여기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공기를 읽을 마음이 없는 녀석이지만,

이야기하면 할수록 더욱 더 바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번뜩이는 발상은 나쁘지 않더라도, 뭔가를 생각한 후에 말하는 타입은 아닌 것이다.

그러고 보면 아이즈 사건 때도 세세한 부분에서는 무계획이었지.

텔레키네시스 같은 초능력이 이 세상에 있을 리가 없는데 말이지…….

참고로 1학년 두 명의 발언은 거의 의제에 오르지도 못하고 묵살당했다.

「그치만 자물쇠를 두 번이나 바꿨는데 아직도 침입지가 드나들지도 모른다는 건 이상한 일이군요.

이 방 어딘가에 비밀통로가 있던가, 그렇지 않으면 우리들의 추리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방법이 있는 건지…….」

후지타 남동생이 이런 말을 했다.

그건 혹시 나의 『상시개정』을 말하는 걸까나.

그렇다면 범인은 나?

하지만 내가 기껏 동경하는 쇼우 선생님 방에 들어가서 킁킁 냄새를 맡는 정도로 끝낼 리가 없겠지…….

아니, 잠깐! 나는 범인이 아냐!

난 그런 적 없다고!

「…… 문제는 목적이 아닐까? 침입방법 같은 거야 얼마든지 있으니까.

예를 들어 선생님이 자물쇠 교환을 의뢰한 업자가 딴 마음을 먹고 여벌의 열쇠를 하나 더 준비한다던가,

맨션의 관리회사측도 마음만 먹으면 가능하니 용의선상에서 배제할 수 없지.

금품에 손을 대지 않은 걸 보면 선생님의 몸을 노리는 걸지도 몰라.

하지만 지금까지 습격당하지 않은 걸 보면 몸이 아니라 다른 뭔가의 가능성도 있군.」

「…… 그럼, 후에후키는 범인의 목적이 뭐라고 생각해?」

「…… 이런 식으로 선생님이나 주변의 불안을 부추기는 게 아닐까? 괴롭힘의 일종인 거지.

언제나 너를 보고 있다, 너를 감시하고 있다, 언제든 곁으로 갈 수 있다, 이런 걸 말하고 싶은 거 아닐까.

세탁기 안에 노트북을 넣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장소 선택이 지나치게 작위적인 느낌이 드니까 말야.」

「그렇게 판단하는 근거는?」

「생각해 봐. 마음대로 타인의 방에 드나들 수 있다는 건 상당히 강력한 어드밴티지란 말야.

가능한 한 숨기는 게 자신에게 유리하다는 건 당연한 거지.

그런데도 일부러 자신의 존재를 암시한다는 건 자기현시욕이 지나칠 뿐 아니라 필요도 없는 행동이야.

그렇다면 그런 행동을 취하는 이유가 뭔가? 나는 불안을 부추겨 괴롭힌다는 것 정도밖엔 떠오르지 않는단 말이지.」

다섯 쌍의 눈동자가 내게 집중된다.

모리와 토오바루 외에는 꽤나 놀란 표정을 짓고 있다.

그 중에서 카야지마 선배가 제일 먼저 말문을 열었다.

「날카로워, 유우타로군. 놀랐는걸.」

평상시엔 잠만 자는데다 아까의 미팅 때도 꾸벅꾸벅 졸고 있던 나에 대한 평가는 꽤나 낮을 것이다.

그런 녀석이 갑자기 수다쟁이가 되어 이것저것 주절거리면 의외라고 느끼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내 발언 도중에 말을 건네온 건 이미 내게 익숙해져 있는 모리 뿐이었고.

「그냥 떠오르는 걸 늘어놓은 것 뿐입니다.」

『상시개정』의 능력을 지닌 나로서는 언제나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보니 평소보다 자연스럽게 설명할 수 있었다.

…… 어라, 뭔가 걸리는데.

나이기에 곧장 도달할 수 있었던 결론이라 할 수도 있지만, 그게 꼭 내가 아니라도 상관은 없을 것이다.

범인이 나와 마찬가지로 『상시개정』 소유자라면.

…… 혹시 나 이외에도 동류가 있는 걸까.

내가 유일한 예외라고 하는 확증이 있는 것도 아닌 이상,

한사람 정도 더 있어도 이상한 일은 아닐 거라는 도식은 얼마든지 성립한다.

조금 위험할 지도 모르겠는데…….

만약 또 하나의 능력자가 있다고 치면, 그 녀석의 미스로

『상시개정』이 세상에 알려져 버릴 경우 내게는 너무 큰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

그 가능성을 깨달은 시점에서, 이 사건은 내가 나서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또 한 사람의 내가 있다면 이 눈으로 확인해야만 하니까.

그 후로도 잠시동안 이 사건에 대해 다섯 명이 갑론을박을 벌였지만,

결국 해답은 커녕 유효한 의견조차도 내놓지 못한 채로 끝나 버렸다.

도중에 모리와 토오바루가 뭔가를 묻는 듯한 눈길을 보냈지만, 그 이상 참여하거나 하진 않았다.

이제부터 내 멋대로 관여할 거라 결정한 이상 쓸데없이 눈에 띌 필요는 없으니까.

그렇게 해서 우리들은 맨션을 나와 귀가하게 되었다.

뭐, 나는 조만간 재방문하게 되겠지만.(4) War In Closet

다음 날, 일요일.

나는 하뉴다 아저씨 집에 침입했을 때처럼 변장을 한 다음 재차 쇼우 선생님의 맨션을 방문했다.

그길로 어제 방문했던 3층의 방으로 향한다.

문패가 없으니 쇼우 선생님 집이 어딘지 당장은 모르겠다.

어제는 한심하게도 양손에 식재료가 들어간 부대를 안은 채

모리의 뒤를 쫄래쫄래 따라갔을 뿐이라 호수를 확인하지 않았으니까.

3층에는 똑같은 색과 형태를 한 현관과 문이 일곱이나 있었다.

하나를 제외하면 문고리도 똑같다.

「아?, 분명 3호실이었지 아마.」

인터폰을 눌러봤으나 대답이 없다.

선생님의 재택 여부에 따라 작전을 바꿀 예정이었는데, 아무래도 플랜A로 가도 될 모양이다.

3호실의 문을 여니 현관엔 대량의 구두가 어지럽게 흩어져 있고

귤이 들어간 상자도 보이는데다 포켓몬의 포스터도 붙어 있었다.

홋카이도의 곰 조각상도 있다.

어디를 어떻게 봐도 선생님의 집은 아니다. 일가족이 사는 집이라는 느낌이다.

딴 집이군요.

다 똑같이 생겼으니 이런 실수를 할 때도 있는 법이외다.

나는 옆집으로 가서 한번 더 인터폰을 눌러본다.

역시 없다. 플랜A의 속행이다.

참고로 플랜B는 선생님이 집에 있을 경우를 상정한 계획이다.

쇼우 선생님이 집에 있다면 아무런 말도 없이 시치미 뚝 떼고 사라진다는 작전이다.

이곳도 대답이 없었으니 언제나처럼 『상시개정』을 활용해 간단히 침입했다.

집안은 어제 받은 인상처럼 양갓집 출신의 홀로 사는 아가씨의 방이라는 느낌이었다.

3LDK에 드레스룸(Walk in Closet)이 포함된 가족용 맨션이다.

20대 여성이 일요일 낮에 집에 틀어박혀 있지는 않을 거라는 예측대로 집안은 비어 있었다.

크게 숨을 들이마쉬며 선생님의 향기를 마음껏 만끽한 후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서 가방 안에 구두를 쑤셔넣고 묘령 여성의 보금자리 안으로 돌입했다.

나는 우선 다이닝 키친의 상태를 살폈다.

다음은 화장실과 목욕탕.

거실과 베란다를 잇는 유리창, 거의 물건이 없는 일본식 방과 그 창문,

공부방으로 보이는 서재, 그리고 잠을 자기 위한 침실.

이것이 이 맨션에 있는 전부였다.

이것저것 하고 싶은 건 많았지만 꾹 참고 드나들기 위한 통로가 될 수 있을 만한 부분을 조사한 다음,

천정을 통해 오갈 수 있는지 확인해 침입 루트의 유무를 확인해 나갔다.

결론은 ‘없다’였다.

평범한 방법으로는 무슨 수를 써도 이곳에 침입할 수 없다. 여벌의 열쇠가 없는 한.

그 외에는 『상시개정』을 보유하고 있는가 정도가 문제가 될 뿐인가…….

모든 일을 마치고 퇴실하려는 순간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런, 선생님이 돌아왔다.

설마 이렇게 빨리 귀가할 줄이야.

젊은 여성이 밤놀이도 하지 않고 뭘 하는 거냐고!

나는 그렇게 투덜대면서도 어쩔 수 없이 드레스룸으로 숨어들었다.

이곳은 침실과 거실의 중간에 위치해 어느 쪽으로든 통한다.

본래는 가족 전원의 옷을 보관하기 위한 장소이기 때문에 비교적 넓은 수납공간이 있지만,

쇼우 선생님은 옷이 많은 편은 아닌 듯 꽤나 널널한 상태다.

옷상자가 일고여덟 개 정도.

게다가 마침 운좋게도 공기창이 붙어 있어 주방과 거실을 둘러볼 수 있으니 숨기엔 안성맞춤이다.

돌아온 집주인의 모습을 살그머니 훔쳐 본다.

거실로 직행한 선생님은 손에 들고 있던 핸드백을 소파에 내던지고

슈퍼마켓에서 사온 짐을 냉장고에 옮겨 넣었다.

그 사이에 TV의 전원을 켜고 에어컨도 가동시킨다.

화장실에 들러 일 보고 양치질하는 시간에 내빼려고 했으나 거리와 위치의 문제로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젊은 여성이니까 목욕탕에서 오랜 시간을 보낼 게 틀림없다. 그 때까지 기다리도록 할까.

방이 따듯해져 오자 선생님은 운동복과 청바지를 벗어던지고 속옷차림이 되었다.

오렌지색 스포츠 브라, 그것과 한쌍인 팬티가 활동적인 그녀다웠다.

목욕하러 가려나 하고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큰 유리잔에 주전자의 뜨거운 물을 붓더니 뭔가 하얀 분말을 녹여서 단숨에 마셨다.

「푸하아~~」

중년 아저씨 같은 탄성이 터져 나왔다.

만족스러운 모양이다.

아마 저건 단백질 보충제일 거다.

으음, 귀가하자마자 단백질 보충제를 마시는 여성이라니…….

훌륭하다!

희미하게 갈라진 복근과 잘록한 허리의 예술적인 라인은 그런 노력의 결정인가.

하지만 선생님은 그걸 마신 뒤에도 옷을 입으려 하지 않고 그대로 느긋하게 쉬기 시작했다.

선생님의 평소 생태를 엿볼 수 있다는 건 기쁜 일이다.

게다가 소파에 앉아 녹화해둔 해외 축구경기를 보기 시작한 시점에서

「아 정말, 더운데」 비슷한 말을 하면서 거칠게 브래지어를 벗어 탁자 위에 내던지기까지 했다.

혹시 집에서는 나체족 같은 생활을 하는 건가.

좋아! 다음은 팬티! 팬티도 고고!

요즘 알고 지내는 여성들은 전부 치녀 같은 녀석들 뿐이다보니 쇼우 선생님에게도 기대해 버리고 말았다.

저는 알몸으로 돌아다니는 누님이 정말 좋습니다!

선생님의 가슴은 이상적인 형태였다.

지금까지 내가 본 건 미쿠리야, 모리와 사죠 뿐이지만 그 중에서도 탑클래스였다.

미쿠리야는 가장 큰 데다 밸런스도 좋은, 이른바 멜론형이다.

모리도 크기는 조금 뒤쳐지지만 움켜쥐기 좋은 사이즈인데다

파이즈리까지 받았으니 가장 친숙한 가슴이라 할 수 있다.

욕정을 느끼면 심이 단단해지면서 유두가 꼿꼿이 일어선다는 느낌이니 로켓형 가슴이라고 하겠다.

사죠는 사이즈로는 선배 두 명을 당하지 못하지만(1/4이 백인인데 그게 뭐냐 싶기는 하다)

위에서 내려다본 가슴의 형태가 일본인처럼 타원이 아니라 원에 가깝기 때문에

부왁 하고 앞으로 퍼져나오는 듯한 박력 넘치는 완형(お椀型) 가슴이다.

거기에 그녀의 하얀 피부가 더해지면 그 임팩트는 결코 다른 둘에게 뒤쳐지지 않는다.

그럼 중요한 쇼우 선생님은 어떤고 하니, 컵은 아마 사죠와 같거나 조금 작다.

하지만 완전히 꽉 조여든 다른 근육들의 동포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기능미라고 불러야 할 아름다움을 간직한 그야말로 여전사의 유방!

정면에서 껴안으면 남자의 흉판을 되밀어낼 것만 같은 단단함이 마치 조각처럼 아름답다.

그런데도 주물러 보면 부드럽고 뭉클뭉클할 거라 이거지…….

오믈렛에 실린 달걀처럼 따듯하고 보드랍고 촉촉할 거야…….

나는 너무 흥분한 나머지 현기증까지 느꼈지만 어떻게든 제 정신을 유지했다.

존슨을 꺼내들고 훑어내고 싶은 욕망이 엄습해 오지만 이 자리에서 그럴 수도 없으니 꾹 참았다.

한시라도 빨리 여기서 도망쳐야 하는 것이다.

한발 뽑아서 체력을 소모할 수는 없다.

그건 그렇고 아무리 기다려도 팬티를 벗는 기미가 전혀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거기는 포기하기로 했다.

여교사의 매혹적인 반나체를 볼 수 있는 지금 상황만으로도 나의 훔쳐보기 근성은 충족되고 있으니.

…… 하지만, 나는 자그마한 위화감을 느꼈다.

쇼우 선생님에게 이 집은 그녀가 없는 사이 침입자가 종종 드나드는 위험지대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쇼우 선생님은 반라의 상태로 늘어져 있는 것이다.

아무리 대담하다고 해도 이건 좀 지나치다는 느낌이 든다.

만약 내가 범인이라면 지금쯤 틀림없이 쇼우 선생님을 강간하고 있을 거다.

그 외에도 걸리는 점이 있다. 쇼우 선생님의 행동을 보건데 아마도 평상시와 다를 바 없을 것이다.

귀가 직후 자신의 부재중에 범인의 악의적인 행동이 있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마치 오늘은 아무 일도 없었을 거라는 사실을 확신하고 있는 것처럼.

나는 풀회전하기 시작한 뇌수에 지나치게 마음을 빼앗긴 나머지

선생님이 침대에서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는데도 그 절호의 찬스를 놓치고 말았다.

그 탓에 쇼우 선생님이 목욕하러 들어간 저녁 9시까지 기다려서야 겨우 탈출할 수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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