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마크하고 있던 그 인물은 주변을 경계하면서 어떤 문을 살그머니 열고 미끄러지듯 안으로 스며들었다.
창밖은 이미 어두워지기 직전의, 석양이 온세상을 물들이는 해질녁.
사전에 확인해둔 바에 의하면 이 문에는 자물쇠가 없기 때문에
아마도 청소용 밀대라도 버팀목으로 삼아 닫아걸었을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실내는 완전히 밀실이 될 테니까.
평범한 사람이라면 그곳에 들어가기 위해 복잡기괴한 트릭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나의 『상시개정』 앞에서는 버팀목 따위 아무 것도 아니다.
『상시개정』을 쓰면 현관 체인을 걸어놔도 무의미해지니까.
신중하게 그림자 뒤를 따라 숨어든다.
그곳은 청결하게 유지되고 있는 세면대와 질서정연하게 늘어선 독실이 네 개 있고,
벽은 타일로 덮여있으며, 소독약 냄새가 감도는 곳.
본래 남자라면 절대 들어와서는 안되는 성역.
그렇다. 여기는 바로 여자 화장실이다.
나보다 먼저 들어온 인영――― 두둥실 부풀어오른 세미롱의 머리카락과 낙낙한 타이트 스커트는 분명 여성의 것이다―――은 독실에 들어가지 않고, 그 앞의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단정치 못하게 바닥에 엉덩이를 대고 앉아서 다리를 M자로 벌리고 있다.
뒤로 짚은 왼손으로 넘어지지 않도록 몸을 지지하고 있지만,
다른 손은 넉넉한 타이트 스커트의 한자락을 잡고 중요한 부위를 노출시키고 있다.
그 여자의 다리 사이, 약간 전방에는 화장실 청소용으로는 보이지 않는 은빛 알루미늄 대야가 얌전히 놓여 있었다.
세숫대야 위에는 편의점에서 가져온 듯한 비닐이 덮여 있다.
스스로 끌어내린 걸로 보이는 브래지어에서 삐져 나온 젓가슴이
단추를 끄른 블라우스 사이로 얼굴을 내밀며 박력만점의 광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즉 가슴도 보○도 스스로 훤히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가만히 눈을 내리깔고 뭔가를 생각하고 있는 걸로 보인다.
사각에 숨어있는 나를 알아차릴 낌새는 없다.
그녀의 전신이 마치 학질이라도 걸린 것처럼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그곳을 드러낸 채로 뭔가를 참고 있는 것 같았다.
뭘 참고 있는가, 하는 건 금새 밝혀졌다.
「아앗, 나와버려!」
주저앉아 있던 여자가 달뜬 목소리로 외쳤다.
그와 동시에 알루미늄 대야에 덮여있던 비닐이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내고,
곧바로 퍄샤퍄샤 하는 단편적이지만 연속된 소리가 울렸다.
그 소리의 근원은, 푸슈? 하고 물보라를 일으키며 방출되어,
졸졸졸졸… 한 줄기 탁류와 같이 대야를 향해 호를 그리는 수류였다.
화장실에서라면 누구든 한번쯤 맡아봤을 듯한 암모니아취가 실내에 가득찼다.
훤히 드러난 여자의 유두가 분주하게 떨리고, 어깨는 탈진해서 축 처져 있다.
온몸이 배설의 쾌감에 몸부림치고 있는 것이다.
누구든지 일상의 일환으로서 치르는 행위를 굳이 비일상적인 방법으로 실시함으로써 성적 쾌락을 얻고 있을 것이다.
즉, 여자가 하고 있는 일은, 방뇨??? 말하자면 오줌누기였다.
더구나 단순히 소변을 보는 것이 아니라 일부러 화장실 바닥에 앉은 자세로
주변에 흘리지 않도록 대야까지 준비해서 행하는 용의주도한 변태 행위.
여자는 엉덩이를 들어올려 세면기가 양다리 사이로 위치하도록 쪼그려 앉았다.
그 최후의 한 방울이 흘러 떨어질 때까지 확인한 다음,
「후우?」
하는 소리를 내며, 완벽하게 충족된 듯한 황홀한 미소를 띄운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환희라고 말하는 듯한 분위기였다.
자유로워진 왼손으로 마루에 놓여져 있던 휴대용 티슈를 한장 뽑아서
오줌으로 젖은 비소를 정성껏 닦아낸다.
발목에 걸려 있는 팬티를 다시 입을 때 더럽히지 않도록 하려는 것일 것이다.
그걸로 완전히 만족했는지, 문득 이쪽을 돌아본 미모의 얼굴이 굳어진다.
나의 존재를 눈치챈 것이다.
드디어.
좀 다른 종류의 행위를 상상하던 나에게,
그 상상을 아득히 초월하는 치녀적 행위를 모두 목격된 그 낯익은 미모의 얼굴은
뭉크의 절규 저리가라 할 정도의 경악스러운 괴안을 선보여 주었다.
웃어서는 안되지만, 무심코 웃어버릴 것 같다.
하지만 웃음을 터뜨리면 상대의 분노와 원한을 사게 될 테고,
높은 확률로 내 목숨이 위협받게 될 것이다.
뭐니뭐니 해도 상대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한 격투기의 달인이니까.
「산의 아즈사」
그것이 이 소변녀의 이명이었다.(9) 여자에겐 거스를 수 없는 직업
「힉!」
이라는 「산의 아즈사」답지 않은 쇳소리와 같은 비명을 지르며 모토하스누마 선생님은 화장실 바닥에 털썩 엉덩방아를 찧었다.
다리가 얽혀서 하마터면 그녀의 소변이 모인 대야가 뒤집힐 뻔했다.
그렇게 되면 청소가 귀찮았을 테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도.
나는 양손을 내밀며 「아직 당황할 때가 아냐」라는 느낌으로 선생님을 진정시킨다.
섣불리 자극했다가 날뛰거나 광분해버리면 귀찮기 때문이다.
「침착하라고 선생님. 별로 이 일을 퍼뜨리거나 할 마음은 없으니까……. 그러니 마음을 가라앉히고, 내 이야기 좀 들어주지 않겠어?」
「…… 아, 아, 아아.」
「아아, 어째서, 라고 말하고 싶은 거겠지? 그 마음 알아. 요즘 그 소리 자주 듣거든.
내가 여기 있는 이유도 제대로 설명할 테니 조금 진정해 줘. 아?, 자리를 옮길까.
나는 음악실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 있다가 그 대야 정리하고 좀 마음이 가라앉으면 와 줘. 그럼.」
나는 도저히 학생이 교사에게 쓸 말투라고는 할 수 없는 반말로 떠들어댔다.
어쩐지 평소처럼 경어를 쓰면 역효과가 날 거라는 직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방금까지 방뇨씬을 적나라하게 선보인 교사에게 윗사람을 대하듯이 존댓말 따위를 쓰면
그건 그저 비아냥이나 조롱으로밖에 들리지 않을 것이다.
수치가 분노로 바뀌어 그녀가 날뛰기라도 하면 곤란하므로 나는 쏜살같이 그곳에서 도망쳤다.
그럴 수밖에. 그 여자, 성인남성 두 사람도 한꺼번에 주먹으로 처리할 수 있단 말이야.
좁은 밀실에서 가까이 있을 경우 어떤 꼴을 당할지 알 수 없다 이거지.
…… 음악실에서 기다린지 15분 정도가 지나자 모토하스누마 선생님이 왔다.
차림새는 평상시로 돌아간 상태.
아까처럼 가슴 훌렁, 보○ 활짝 이라는 치녀의 모습은 아니다.
다만 그 눈에 감도는 험악한 분위기는 아무리 봐도 교원이 학생을 보는 눈은 아니다.
불구대천의 원수를 쏘아보는 복수자의 눈빛이다.
…… 뭐 그녀가 가진 최대의 비밀을 목격당했으니 이 정도는 당연한가.
입막음을 위해 살해당해도 어쩔 수 없겠지.
눈빛을 보면 살의로 희번뜩거리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지 않는 것도 아니고.
정말로 음악교사 맞아?
요즘의 음대는 양산박이라도 되는 거냐.
「…… 도망치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구나. 칭찬해 줄게.」
선생님, 악역같아요…….
「…… 앞니가 전부 부러지는 것과, 갈비뼈가 몇 대 나가는 것, 어느 쪽이 좋아? 경우에 따라서는 다른 신청도 들어줄 수 있어.」
무서워!
내 마음속 깊은 곳까지 두려움에 떨고 있어!
「좀 기다려 줘, 선생님. 아까도 했던 말이지만 나는 당신의 치녀 행위에 대해 소문을 낼 생각도 없고, 그걸 빌미로 뭔가를 하고 싶다는 마음도 털끝만큼도 없어.」
「믿지 못하겠는걸. 철저하게 때려눕힌 후라면 믿어줘도 좋겠지만.」
「…… 당신, 자신의 직업을 잊지 마. 나도 일단은 제자라고. …… 들어 봐, 나는 당신과 거래를 하고 싶은 것 뿐이야.」
「…….」
「거래. 바터(barter). 조건끼리의 등가교환. 오케이?」
「좀 더 알기 쉬운 말로 떠들어 봐.」
으음, 들어주긴 하려나 보다.
다행이다. 이대로 병원에 실려가진 않을 모양이니.
나는 신중하게 말을 고르면서 설명을 개시한다.
이미 격노하고 있는 대마신을 앞에 두고 시골처녀도 아닌 이 몸의 읍소――― 아니, 설명이 통할지는 불명이지만.
「…… 내 요구는 딱 하나. 내일 직원회의에서 이번 도촬 사건을 의제로 올리지 않을 것, 그리고 가능하다면 아예 없었던 일로 하는 거다.
그것 뿐이야. 물론 데이터는 완전히 처분할 테고, 신뢰할 수 없다면 선생님에게 양도해도 좋아. 범인의 정체에 대해서도 설명하도록 하지.」
「…… 이대로 잊으라는 뜻이려나?」
「맞아.」
「그게 가능할 거라고 생각해? 그 도촬범이 같은 짓을 저지르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는데?
그때는 정말로 동영상 투고 사이트에 유출되어 버릴 지도 모르는데, 교원으로서 그런 위험을 방치할 순 없어.
그리고 내 분노를 풀 곳도 없어져 버리고.」
마지막 한 마디는 개인적인 원한인데.
솔직해서 좋긴 하지만.
「…… 일단 재범의 가능성은 없어. 애초에 상대는 그렇게까지 심각한 수준의 도촬범이 아니거든.
분명히 못을 박기도 했고. 그렇게까지 했는데 또다시 같은 짓을 저지를 타입은 아니라는 건 내가 보증할 수 있어.
거래만 성립되면 선생님에게도 정체를 알려줄 테니, 내 말뜻을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잘 아는 상대니까.」
「…… 역시 교사 중의 누군가였구나.」
「대답은 YES. 그 이상의 설명은 거래 성립후에 하겠어.」
「일요일에 처음으로 도촬 사건을 알았는데 목요일인 오늘은 이미 완벽하게 진상을 밝혀냈을 뿐 아니라
나의 취미에까지 도달하다니… 확실히 미쿠리야씨 말대로 의지할 만한 상대인가 보네.
하지만 그런 네가 도촬범을 감싸는 이유를 모르겠어. 우선 거기부터 설명해 봐.」
「…… 범인은 정신적으로 궁지에 몰려 있어서 말이지. 살짝 망가지기 직전이었단 거야. 그게 이 도촬의 원인이다.
결코 야한 도촬사진을 보며 하악하악 거리고싶은 변태가 아니라, 현단계에서 누군가가 멈춰주기만 한다면 완치가능한 초기 수준의 변태일 뿐이지.
그런데도 요란하게 사건을 터뜨려 인생을 끝장내는 건 아무래도 너무 불쌍하거든……. 범인의 자식도 좋지 않은 일을 겪게 될 테고.」
여기까지 듣고서야 겨우 모토하스누마 선생님의 치켜뜬 눈에 어려 있던 경계색이 옅어졌다.
빨간 신호였던 게 어렵사리 파란 색으로 바뀔랑 말랑 하는 정도에 불과하지만.
「아이가 어른이 한 일을 책임지겠다는 거야?」
「…… 중요한 일이고, 그럴 필요성이 있다면야. 그런 사정인데… 어때, 거래를 받아들여 주겠어?」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방금전 실금쇼의 상세한 보고서가 온 학교에 퍼져나가게 되겠지.」
「동영상이라도 찍었어?」
「아니. 녹화도 녹음도 하지 않았어. 그것까지 하면 완전히 협박이니까.」
「지금도 충분히 협박인데. 나의 약점을 쥐고 흔들고 있는 셈이니.」
「맨몸으로 『산의 아즈사』 앞에 서있다는 사실을 감안해 줬으면 하는데. 이래뵈도 꽤나 큰 각오를 하고 있는 거니까.」
모토하스누마 선생님은 잠시 사이를 둔 후, 「그렇군」 하며 몸에서 힘을 뺐다.
받아들여 준 건가 싶어 안도하려던 찰나, 그녀의 모습이 일순간 흐릿해졌다.
팟, 하고 눈 앞이 캄캄해졌다.
불이 꺼졌나 싶었지만 그게 아니었다.
어두워진 게 아니라 내 눈 앞 2cm 정도의 장소에 출현한 검은 것이 시야를 가린 것이었다.
몇번인가 눈을 깜빡인 후에 겨우 알아낸 그 검은 것의 정체는 꽉 쥐여진 모토하스누마 선생님의 주먹이었다.
눈 깜빡할 사이에 5m는 떨어져 있던 거리를 좁히고 들어와 정권찌르기를 날려 내 얼굴에 닿기 직전에 멈춘 것이다.
……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 속도. 이 정확함.
괴물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권풍 때문에 눈꺼풀에 불꽃이 튀는 것 같았다.
까딱했으면 오줌을 지릴 뻔 했을 정도로 쫄았다.
「…… 알겠습니다. 내 앞에 맨몸을 드러내고 서 있다는 걸 감안해 당신을 믿어주도록 하지요.
그리고 나는 이 건에 대해서 잊겠습니다. 공언도 하지 않습니다.
당신은 나에게 모든 것을 설명하고, 손에 넣은 증거를 건네준 후, 방금 본 광경을 잊습니다.――― 이걸로 좋겠지?」
「…… 좋, 습, 니다…….」
「그럼, 자세하게 설명해 봐. 아, 말투는 지금 그대로 반말이라도 괜찮아. 너에게 존댓말을 들으면 왠지 기분이 좀 나쁘니까.」
「그럴게…… 요.」
나는 무시무시한 주먹세례를 받은 후 내심, 아니 전신으로 쫄아있었기 때문에
선생님이 뭔가 말할 때마다 군데군데 존댓말을 섞기는 했으나, 어떻게든 무사히 설명을 마쳤다.
『상시개정』과 하뉴다 저택 불법침입, 타이어 펑크 부분만은 얼버무렸지만
마지막 것은 어렴풋하게 눈치채버린 것 같기도 하다.
「딸은 초등학교 4학년으로 미키라는 이름인 모양이다」라는 내 말에
이쪽을 보며 뭔가 미지근한 시선을 보냈던 건 기분나빴다.
혹시 내가 로리콘이고 미키쨩에게 딴 마음이 있다는 억측이라도 한 건가.
그렇다면 정정해야만 한다.
하지만 그런 질문은 나오지 않았고, 그 대신……
「흐응?, 너, 그런 타입이구나. 선생님은 전혀 몰랐는걸.」
이라며 묘하게 납득해버렸다.
그렇게 해서 모든 설명을 끝마치자,
「알았어. 확실히 너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어. 빈대를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것도 납득했고. …… 그러니 네 말대로 해도 좋아.」
「…… 다행이군. 그럼 거래는 성립되었다고 봐도 되겠지?」
「하나 더, 조건을 붙이겠어. 그 조건을 받아들여 준다면 전면적으로 네 제안에 동의하지.」
설마 여기까지 와서 새로운 조건이라니.
정말이지 시장 같구만.
「…… 뭐지, 그 조건이란 건?」
빙그레 미소짓는 선생님의 입꼬리가 사악하게 말려 올라갔다.
뻔히 보고도 믿기 힘든, 요괴변화처럼.
「…… 너, 재미있는걸.」
「하아, 영광임다.」
「지금까지의 연인들은 모두 내 취미를 보면 대체로 완전히 질려버린 표정을 지었는데, 너는 꽤나 태연해 보인단 말야.」
그야, 기상천외한 성벽의 소유자는 벌써 세 명이나 주변에 있으니까.
하뉴다 아저씨까지 치면 네 명이고.
당신이 처음도 아니라 이거야.
「게다가, 코앞에서 멈춘 내 타권을 보고도 제 정신을 차리고 있었고.」
그 이전의 문제라고 보지만!
「…… 지금부터 드라이브하러 갈 건데, 잠깐 어울려 줘. 그게 내 최후의 조건이야.」
악마가 나를 향해 내뱉은 말이 이거였다.
드라이브라고 했지 방금?
그건 Dead or Alive의 약어가 아니라, 차로 장거리를 운전하는 행위라는 뜻의 Drive를 말하는 거겠지?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르는지라 거절하려 했으나,
「…… 네, 그렇게 하죠.」
보다시피, 나는 간단히 무릎꿇고 말았다.
남자의 의지를 보여줄 생각 따위 조금도 들지 않았다.
그치만, 그치만, 내 이야기 좀 들어보라구.
내 대답을 기다리는 모토하스누마 선생님의 손가락뼈가
마치 악당을 단죄할 때의 켄시로처럼 뚜둑뚜둑 하고 큰 소리를 냈단 말야!
그때 나의 뇌리에는, 틀림없이 도나도나의 멜로디가 풀코러스로 흐르기 시작하고 있었다…….(10) 드라이브 유어 (복숭아빛) 드림
「…… 어째서 내 약점을 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 나, 내 취미에 대한 이야기는 누구에게도 한 적이 없는데.」
옆자리의 핸들을 쥔 모토하스누마 선생님이 이쪽으로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말했다.
하치오 시내의 일반도로를 제한속도 플러스 50km/h 정도의 속도로 씽씽 달리고 있으므로
오히려 이쪽을 보지 말아달라고 빌어야 할 판이지만.
운전이 너무나 난폭한데다 미친 듯이 엑셀을 밟아대고 있으니.
조수석에 앉은 나는 살아도 살아있는 것 같지 않은 기분이었다.
그녀의 애차 골프VII는 독일의 폭스바겐사가 발매한 모델로,
수입차로서는 처음으로 올해의 일본차 상을 수상한 명품이다.
일본시장용으로 낸 거라 핸들은 오른쪽에 달려 있는데
깜빡이와 와이퍼의 위치는 반대라고 하는 철저하지 못한 부분도 있기는 하지만,
주행중 차체의 안정성도 그렇고 가속의 질도 그렇고, 과연 상을 탈 만 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 명차의 성능을 일반도로에서 발휘하려 하는 모토하스누마 선생님의 운전은 솔직히 좀 아니라고 본다.
「일요일에, 선생님이 한 말 기억하고 있어? 『화장실의 경우엔 독실이 위험한 거로군?』이라고 했던 거.」
「…… 그런 말을 했었지.」
「처음에 나는 그걸 다른 의미로 파악했어. 화장실에서의 배설씬을 보여주고 싶지 않다는 여성심리의 문제라고.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독실이 위험한’ 것은 당연한 일이란 말이지.
당신은 굳이 말로 하면서까지 그걸 재확인해야 할 정도로 바보가 아니고.
그럼 어떤 의미였던 걸까? 이 점이 쭉 마음에 걸렸던 거야.」
「그래서…… 어떻게 했지?」
일반도로를 벗어난 차는 왠일인지 하치오지 분기점으로 접어들어 권앙도(수도권 중앙 연락 자동차도)로 진입했다.
행선지가 어딘지는 모른다.
아직 운전해본 적이 없는 나는 그저 고속도로에 진입했다는 것밖에 파악할 수 없다.
「독실이 위험하다는 이야기는, 독실 이외의 장소는 위험하지 않다는 사실로 연결되잖아.
즉, 당신은 화장실의 독실 이외의 장소가 도촬당하는 걸 신경쓰고 있었던 게 아닐까 생각했던 거다.」
「…….」
「구체적으로 뭘 했는지는 몰랐어. 다만 화요일에 당신이 확생회실에 나타났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거 묘한데 싶었지.
전혀 산의 아즈사 답지 않다는 느낌? 궁지에 몰려 당황한 생쥐 같은 반응이었으니까.
게다가 설사 자신이 도촬대상에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하더라도
쇼우 선생님이나 그 외의 사이 좋은 선생님들이 아니라
직접 학생회실로 찾아와 이야기를 했다는 것도, 다시 잘 생각해보면 기묘했고.
우리들에게 감추고 있는 사실이 있는 건 아닌가?
일련의 상황을 볼 때, 당신은 이번 도촬사건에서 발각되어선 안될 위험한 뭔가가 있는 게 아닐까?
그렇게 추측한 거야.」
실은 그것 뿐만은 아니다.
요즘 연달아 치녀나 변태 같은 녀석들과 접촉한 탓에
어딘지 모르게 그 녀석들의 냄새를 분별하는 요령 비슷한 걸 습득했다고 해야 할까…….
굳이 따지자면 직감이지만.
「…… 대단한걸. 그럼 어떻게 내가 직원용 화장실에 들어가는 걸 알았지?
나도 꽤나 경계하고 있었지만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을 텐데. 네 모습은 커녕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어.」
「여교사는 그 외의 화장실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룰을 미쿠리야에게 들었기 때문이지.
남자 선생님들은 의외로 적당적당히 들어가는 모양이지만, 여교사들은 고지식할 정도로 그 룰을 따르는 것 같다고.
그렇다면 그 다음엔 몰수했던 하뉴다 아저씨의 카메라를 써서 원격으로 감시하기만 하면 되는 거지.」
그 카메라를 사용했다는 이야기에, 처음으로 선생님이 내 얼굴을 보았다.
눈이 크게 뜨여 있다.
그렇게 놀랄 일인가?
수중의 카드를 사용한 것 뿐인데…….
「하아~, 손 들었어. 너 정말로 유능하구나. 일요일엔 내가 사람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는 걸 인정할게.
그 두 사람이 그토록 신뢰하고 있는 것도 이해할만 해.
직원실에서 다른 선생님들이 이야기하던 것처럼
축 늘어져 잠만 자는 칠칠치 못한 남학생이라고 믿고 있었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깜짝 놀랐어.」
나, 그런 평가를 받고 있던 거냐…….
「좋아, 역시 결정했어.」
「뭘?」
선생님은 아까부터 꿀꺽꿀꺽 마시고 있던 커피를 쭉 들이킨 후 골프의 액셀을 힘껏 밟았다.
「…… 그런 게 있으니, 일단 따라와 봐!」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