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후 집으로 돌아간 나는 교복으로 갈아입고 중역출근마냥 오후에 등교했다.
어제 낌새가 이상했던 모리도 평소처럼 활력이 넘치는 모습인 걸 보고 안심했다.
그 대신 오전에 땡땡이친 건 야단맞았다.
저녁에 재차 집으로 돌아가서 이번엔 사죠에게 전화를 건다.
오늘은 화요일이라 학생회는 늦은 시간까지 일을 하고 있을 테니,
감시라고나 할까 상태를 봐달라고 의뢰해 뒀던 것이다.
「어땠어?」
「네, 선배님 말씀대로 하뉴다 선생님은 차를 두고 귀가하셨습니다.」
「오늘 하루는 학교에 레전드를 계속 주차시켜 둔다고 봐도 되는 거겠지?」
「학교의 규칙상 차가 고장났을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방치해도 된다고 하므로, 선생님도 거기에 따른 것 같습니다.」
「좋아좋아.」
「…… 선생님의 차에 펑크를 낸 범인은 선배님인가요?」
「맞아. 오늘 하루는 레전드에서 떨어뜨려 놓고 싶었으니까. 나중에 내가 학교에 몰래 들어가 트렁크 안의 수신기나 파일을 전부 회수해 두도록 하지.」
「선배님의 행동력은 정말이지 훌륭합니다!」
…… 솔직히, 못으로 하뉴다의 차를 펑크낸 건 좀 지나친 짓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사람들의 눈이 많은 장소에서 트렁크 안의 짐을 회수해야만 한다.
가능한 한 발각될 가능성은 낮추고 싶기 때문에 인적이 드물어지는 심야의 학교에 차를 방치하도록 유도한다는 작전이었다.
그다지 칭찬받을 만한 내용은 아니다보니 사죠가 이렇게 대놓고 찬사를 늘어놓으면 꽤나…… 근지럽다.
「그럼, 내일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
「점심시간에 너는 미쿠리야와 함께 직원탈의실의 카메라를 회수해. 방법은 일임하도록 하지.
나는 오전수업은 또 빼먹고 하뉴다 아저씨와 교섭할 거야. 잘 풀리면, 그걸로 만사 해결이다.」
「…… 알겠습니다. 다만, 선배님께 알려두고 싶은 것이…….」
「뭐지?」
「방금 전 모토하스누마 선생님께서 학생회실에 들렸습니다. 범인이 발견되면 즉시 알리도록, 이라며 못을 박으셨어요.」
「그건 또 어째서?」
「금요일 저녁에 있을 직원회의에서 의제로 올리고 싶은 것 같습니다.
동료들에게 아무 것도 알리지 못한 채 도촬 피해가 이어지고 있는 걸 참을 수 없다고 하시더군요.
서기장님이 대응하셨죠.」
「서기장은 뭐라고 했지?」
「벌써 조사는 80%가 끝났다. 남은 건 만에 하나 억울한 죄를 뒤집어쓰는 사람이 없도록 증거를 모으는 단계이니 조금만 더 기다려줬으면 좋겠다, 고.」
「과연 서기장인걸…….」
「그걸로 선생님은 일단 물러나 주셨습니다만, 제 눈에는 도저히 납득한 걸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모토하스누마 선생님처럼 스트레이트한 타입은 다루기 어렵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알았어. 거기에 대해선 나도 생각해 두도록 하지. 그런데……, 너 지금 어디 있는 거지?」
「…… 학교입니다만, 무슨 일이라도?」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너…… 설마, 오늘도 『산책』할 셈이냐?」
「앗, 선배님, 지금부터 학교에 오시는 거 아니었나요?
저는 틀림없이 선배님께서 와주실 거라 생각해서, 팬티를 벗고 정좌한 채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만.」
「팬티 벗지 마. 정좌도 하지 마. …… 곧바로 갈 테니, 학생회실에서 기다려.
아, 그리고 배고프진 않아? 먹을 거랑 따뜻한 음료수를 들고 갈게.」
「그렇다면 주먹밥을 두 개만. 음료는 보온병에 지참하고 있으니 괜찮습니다.
제 공복까지 염려해주시다니……, 유키에는 눈물이 날 정도로 기쁩니다.」
「그럼, 너무 이상한 짓은 하지 마. 있다 보자.」
「네, 선배님. 정말 좋아합니다.」
…… 그렇게 알몸이 좋은가 이 녀석.
그렇지 않으면 너무 배가 고픈 나머지 주먹밥을 기다리기 힘든 건지도.
내게 사교멘트를 날려봐야 나오는 것도 없을 테고.
자 그럼, 나가 보도록 할까.
트렁크의 짐을 회수하기 전에 사죠와 알몸으로 학교를 산책해야 하는 게 조금 번거로웠다.
…… 일단, 잠들기 전에 저 녀석의 가슴으로 파이즈리하는 망상 정도는 허용되는 거겠지?
분명 그럴 거야…….
(7) Moonlight Saltate
「어?이, 들어간다?.」
커튼에 가려진 어슷한 달빛이 비추고 있을 뿐인 학생회실에 노크도 하지 않고 들어갔다.
나를 기다리고 있어야 할 사죠가 보이지 않았다.
평소라면 벌써 알몸이 되어 자신의 의자에 앉은 상태로 나를 기다리고 있었을 텐데.
화장실이라도 간 건가 싶어 그녀를 찾으러 복도로 나가려 하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오른손을 쥐었다.
물론 정체는 곧바로 밝혀졌다.
‘그 아이 귀여운 얼굴로 꽤 하는걸?’의 대명사, 사죠 유키에였다.
「선배님…….」
묘하게 얼굴이 상기되어 있다.
흥분으로 달아올라 있는 것이다.
이미 하반신만 홀랑 벗은 반라(정확하게 따지면 좀 다른가) 상태가 되어 있었다.
블라우스와 블레이저, 재킷은 입은 상태인데 정작 중요한 균열과 음모는 드러내고 있는 그 모습은,
뭐랄까 의류 탈착기능이 있는 미소녀 피규어도 아닌 이상 좀처럼 볼 수 없는 광경이라 하겠다.
하지만 사죠에게는 부끄럽다고 하는 감정이 그다지 없다.
그 모습으로 내 팔을 껴안고 있으면서도 전혀 수줍어하지 않는다.
자연스럽고 즐거워보여서 무심코 나까지 흐물거리며 풀어진다.
「자, 잠깐. 적당히 해. 이래뵈도 나도 남자란 말야. 덮쳐버린다?」
위험하다.
풀리는 단계를 넘어서, 아예 인중이 마구 늘어나고 있다.
이대로 내버려두면 나는 분명 이 녀석을 강간해 버린다.
그런데도 사죠는 전혀 개의치 않는 듯 내 팔을 떼어놓으려 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블레이저 너머의 커다란 가슴 사이에 나의 팔뚝을 끼워넣는다.
뭐가 이렇게 부드럽지.
그 존재를 의식한 것만으로 벌써 사타구니에 텐트를 치고 말았다.
「선배님, 이쪽이에요.」
사죠가 나를 내빈용 겸 휴식용의 긴 소파에 앉혔다.
그러더니 자신은 내 옆에 앉는 게 아니라, 내 다리에 바짝 기대어 안기는 듯한 자세로 바닥에 앉는다.
「이, 이봐, 사죠……. 왜 그래?」
「…… 선배님. 저, 선배님을 좋아합니다.」
「…… 뭣?」
뭐라고 해야 할지… 충격적인 고백을 받았다.
17년의 인생을 통털어 사랑을 고백받는 건 이게 첫경험이었다.
게다가 연하의 완벽 미소녀에게 말이다.
…… 그 미소녀가 하반신은 전부 드러내고 있다는 건 애교로 넘겨도 괜찮을지 잘 모르겠지만,
심지어 야밤의 학교에서 달빛을 받으며 고백받는다는 로맨틱하기 그지없는 시츄에이션인 거다!
이 녀석 진심인가 본데.
하지만, 상대는 나라고?
「…… 잠깐만. 나랑 너는 대화를 나누는 사이가 된 지도 겨우 몇 주밖에 안된대다 서로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는데…….」
헤타레인 나는 우선 바깥 해자를 열심히 파냈다.
파묻히기 전에.
그다지 효과는 없어 보였지만.
「…… 그런 건 관계 없습니다. 저는 스스로를 잘 알고 있어요. 선배님께 버려지면 저는 그대로 끝입니다.
저의 성벽을 잘 알고 계시지요?
선배님이 선배님이기에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만, 평범한 남성분이라면 반드시 버려질 겁니다.」
「…… 아니, 기다려 봐. 꼭 그런 건…….」
「아뇨. 저의 성벽을 이해해주는 사람은 저와 동류인 변태 뿐입니다.
만약 선배님께 버려지면 저는 그러한 변태에게 시집가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리고, 동류이기 때문에 저는 알고 있어요…….
변태 가운데 바른 길을 제시해 주는 사람은 없습니다. 저는 그대로 변태의 지옥에 떨어지게 되겠죠.」
「지옥이라고……?」
「변태는 불륜이나 바람기와는 달리 동료만 있으면 커밍아웃 할 수 있는 겁니다.
어긋나 있기는 해도 그릇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죠. 그렇지만, 누구든지 받아들여 주는 건 아니예요.
하반신은 기분 좋아도 마음은 언제나 위화감, 차별감, 고독감, 열등감 따위에 얽매여 괴로워하게 됩니다.
마이너리티의 지옥, 그 밑바닥에 있는 겁니다.」
그게 나와 어떤 관계가 있다는 거지?
사죠는 내게서 뭘 보고 있는 거야?
「그렇지만, 선배님은 저의 성벽을 받아들여 주었습니다.
선배님이 카운셀러 선생님이라면 그건 당연한 일이지만, 선배님은 그저 평범한 남자입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저의 닫힌 마음을 열고, 저의 진심에 손을 뻗어 주신 겁니다.
저는…, 선배님께라면, 모든 것을 열어보일 수 있습니다.
선배님을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것도…….」
사죠의 하얀 손가락이 내 지퍼를 내린다.
그리고 양다리 사이에 몸을 밀어넣는다.
딱히 폼을 잡고 있었던 건 아니지만, 너무 간단하게 다리를 벌린 건 살짝 굴욕이었다.
다리를 포개고 앉은 채로 내 허벅지에 양손을 짚고
요령좋게 허리띠와 단추를 풀어낸 사죠가 팬티를 노출시킨다.
내가 놀라서 굳어있는 사이에 팬티가 내려지고
이미 발기해 있던 자지가 간단히 바깥 공기에 그 용맹한 자태를 선보인다.
「어머」
처음 보았음이 분명한 남자의 상징에 부끄러운 듯이 고개를 숙이는 미소녀.
그러나 그 직후 각오를 다졌는지, 내 우뚝 솟은 자지의 아랫줄기에 쪼는 듯한 키스를 해 왔다.
그것만으로도 쿠퍼액이 스며나오기 시작했다.
모리 때는 꽤나 우격다짐이었다 보니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당하고 있었다는 느낌이었던지라 실감이 적었다.
반면에 이런 식으로 조심조심 키스를 받게 되면 솟아오르는 배덕감이 장난이 아니다.
더구나 그런 일을 해주는 상대가 요정과 같은 쿼터 미소녀 사죠이기 때문에
마치 아름다운 회화나 예술품을 더럽혀버린 듯한 죄의식이 먼저 드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기분이 좋다.
…… 좋긴 한데, 차근차근 생각해보면 바보 모리랑 하는 짓과 다른 건 없군.
이 차이는 대체 어디서 오는 걸까.
「츕, 츕, 선배님의 남자의 심볼……. 선배님을 닮아서 멋져요…….」
으악, 그만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듯한 그런 찬사는
쓸데없이 연신 비행기 태우는 과대평가보다도 더 쪽팔리고 들어주기 힘들다고.
(하지만, 그 사죠가 펠라티오를 해 주다니……)
사죠의 혀에서 느껴지는 미끈덩한 감촉이 존슨에 떠오른 혈관을 따라 움직이자,
손가락과는 다른 그 감촉에 신음성이 흘러나왔다.
사랑스러운 듯이 내 자지를 빨고, 요도구를 혀끝으로 후벼 판다.
작렬하는 듯한 감각이 치솟아 나는 몸을 비틀었다.
그 몸짓을 올려다보고 있었던 건지, 사죠가 행복한 듯 눈을 가늘게 뜨며 미소짓는다.
한편 그녀의 혀끝은 갓 부분의 근원에 있는 경계선,
보통 치구가 모이게 되는 그 장소를 꼼꼼하게 돌아다니며 부드럽게 애무한다.
무심코 신음이 흘렀다. 호흡도 빨라졌다.
모리 때처럼 허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듯한 감각이 아니라,
허리가 그대로 녹아내리는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같은 펠라티오인데도 이렇게나 다른 건가……)
나는 감탄했다.
두 사람 모두 테크닉은 변변치 않을 테지만, 남근에 대한 애정에는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둘 다 그게 좋은 거겠지.
그럼 미쿠리야는 어떨까.
신경은 쓰였지만, 당장은 그런 일보다 이 순간 눈앞에서 애정을 퍼부어주고 있는 후배에게 집중하기로 했다.
이럴 때 다른 여자를 생각하거나 해서는 안된다.
사죠는 눈을 치켜 뜨고 나를 올려다본 뒤, 고개를 단숨에 가라앉혀 그 목 깊은 곳으로 자지를 맞아 들였다.
입안은 끈적한 느낌이었다.
숨이 막힐 듯한 상태가 되면서도 사죠의 혀는 종횡무진으로 돌아다니며 내 상징을 훑어 댄다.
따스한 점막과 혀의 콜라보레이션.
「아이으이아(맛있습니다).」
맛에 대한 감상이 나왔다.
진담이냐. 그럼 다음엔 너의 보○를 빨게 해 줘.
그걸로 진위를 판단해 볼 테니.
한숨 돌린 후 재차 사죠가 내 것을 듬뿍 머금기 시작했다.
위아래의 귀여운 입술 사이에 내 것을 문 채로 움직인다.
내 기대에 응하고 싶은 건지, 사죠는 필사적으로 애무를 이어갔다.
내려다보이는 그 가슴을 만져 주고 싶었지만 봉사하는 후배가 너무나 사랑스러운 나머지 넋을 잃고 바라볼 뿐이다.
율동이 점점 더 격렬해 졌다.
정액의 방출이 가까워지고 다는 것을, 아마 사죠도 깨달았을 것이다.
마비되는 듯한 사정 직전의 쾌감이 페니스의 첨단에 집중되어 간다.
「슬슬 위험해……!」
「에, 어에이 (네, 선배님).」
자지는 한층 더 딱딱해지고, 흥분은 멈출 줄 모르고 높아져만 간다.
사죠의 펠라티오를 받으면서 여기까지 버틴 것도 실은 기적에 가깝다.
정액이 단숨에 요도를 내달린다.
욕망이 파열한다.
퓻, 파슛.
움찔 하고 떨릴 때마다 정액이 방출되어 사죠의 입안을 더럽혔다.
하지만 사죠는 그 전부를 입으로 받아내며 한 방울도 흘리려고 하지 않는다.
마치 내 모든 것을 사랑하는 것처럼.
사죠가 목을 울리며 하얗고 탁한 그것을 삼킨다.
사정의 도취감보다도 사죠를 정복했다는 성취감 쪽이 더 강렬했다.
이 녀석은 이제 내 것이다, 라는 기분이다.
물론 그런 건 착각에 불과하지만.
어쨌든 필사적으로 정액을 모두 삼켜준 사죠의 머리를 아이를 칭찬하듯 부드럽게 쓰다듬어 준다.
기쁜 듯이 미소짓는 사죠.
나는 가방 안에서 미네랄 워터를 꺼내 머금은 후 사죠에게 입으로 옮겨 주었다.
내 정액으로 목이 막히지 않도록.
콜록, 하고 한번 기침을 하긴 했지만 싫어하는 느낌은 아니었기에 한번 더 입으로 옮겨 준다.
키스도 이제 두번째고 하니, 내 정액을 맛본 듯한 기분이 들기는 해도, 신경은 쓰이지 않는다.
사죠를 칭찬해주는 일이 더 중요했으니까.
「고마워. 기분 좋았어.」
「…… 네, 선배님.」
머뭇머뭇 몸을 떠는 후배.
뭔가를 결의한 것인지 가만히 나를 응시하며,
「이대로, 저를 안아 주시지 않겠습니까?」
라는 중대한 제안을 해 왔다.
그럴 거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나는 그 제안을 단칼에 거절했다.
「아니, 그건 안돼.」
「…… 어, 어째서인가요?」
「나를 좋아한다고 말해주고 펠라티오로 봉사까지 해준 너에겐 미안하지만
지금의 나는 아직 한 여성과 그런 관계가 될 마음은 없어.」
「그럼 섹스 프렌드라도 상관없습니다. 편한 여자로 취급해 주세요!」
「그것도 안되겠는걸. 너는 우선…… 자신의 성벽을 고치기 위해 노력해야 해.
나면서부터 갖고 있던 것과는 다르니, 고칠 수 있는 건 고쳐야 하는 거다.
아무리 힘들어도, 노력해서 고칠 수 있는 거라면 그렇게 해야만 해.」
바로 어제까지 동정을 버리기 위해 이 녀석들과 교제해야지 따위의
망발을 지껄이던 인간이 할 말은 아니지만, 이게 나의 본심이었다.
방금전 변태에 대한 사죠의 고백이 계기였다.
성벽이란 게 어떤 건지 나는 잘 모른다.
예를 들어 선천적인 로리콘이 있는지, 아니면 성장하는 과정에서 아이가 좋아진 것 뿐인지.
M기질도 그렇다. 그 기질이 선천적인가 후천적인가, 그런 걸 내가 알 리가 없다.
그리고 치녀도, 마찬가지다.
어떤 원인이 있어 그녀들이 그런 성벽을 갖게 되어버린 건가.
본인들도 완벽하게 알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숨겨야만 하는 성벽을 가지고 있는 게 행복한 인생이라고 느껴지진 않는다.
그러니, 고칠 수 있다면 반드시 고쳐야만 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왜냐 하면―――
――― 나의, 어떤 문이라도 열 수 있다고 하는 선천적인 체질이,
반드시 나를 행복하게 해 주었던 건 아니니까.
그때부터 나는 시간을 들여 천천히 사죠를 설득했다.
때때로 무릎 위에 싣고, 어깨를 감싸안아 주면서, 더듬더듬 털어놓는 불평을 들어주면서,
내 생각을 잘게 씹어서 아이에게 먹이듯이 성의를 담아 전했다.
사죠가 스스로를 억누르고, 표면뿐이라 해도 내 생각을 받아들여 주었다는 느낌이 든 후
나는 그녀를 동반해 잠시동안 알몸 산책을 했다.
둘이서 손을 잡고 걸을 때 사죠가 보여준 기쁜 듯한 미소는 정말 귀여웠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당분간 나는 사죠의 곁에 있어 주기로 마음 속에서 맹세했다…….(8) 섹스와 거짓말과 비非에로 테이프
타인의 집에 놓인 전화라는 건 꽤나 취급하기 어려운 물건이다.
전화번호부가 있긴 했으나 영 알아보기 어려웠으므로
어쩔 수 없이 수신이력을 살펴보니 「파파」라는 번호에서 빈번하게 전화가 걸려오고 있었다.
아마 이거겠지 하고 대충 찍어서 커서를 맞추고 발신버튼을 누른다.
삐리리리리 삐리리리리……
다섯 번째 호출음에 상대방이 전화를 받았다.
『…… 미키? 무슨 일이냐, 이런 시간에 전화를 다 하다니. 학교는 어쩌고?』
뭐 평일 낮 10시에 아무도 없을 자택에서 전화가 걸려오면
하뉴다 아저씨 입장에서는 딸일 거라고 생각하는 게 타당하겠지.
그게 당연한 거다.
「…… 하뉴다씨겠지? …… 아아, 전화는 끊지 말도록.
가족도 없을 자택에서 전화가 걸려온다는 건 심상치 않은 일이라는 걸 가슴에 단단히 새기고 나서 내 이야기를 들어.」
『누구지, 당신은……?』
나는 가능한 한 악당삘 나게 말해 보았다.
그다지 의미는 없지만 송화구에는 손수건도 감아두었다.
조금은 무시무시한 느낌이 연출되려나.
「나 말인가? 무투파의 도둑님이라 할 수 있지. 형씨에게 용건이 있어서 일부러 자택에서 전화를 걸고 있다고.
아아……, 아직 따님은 귀가하지 않았으니 걱정하지 마.」
『내 딸에게, 무슨 짓을 할 셈이냐!』
「딱히 뭔가를 하진 않을 건데? 형씨가 우리들의 부탁을 들어주기만 하면 말이지.」
‘우리들’이라는 부분을 강조해서 관계자가 복수 있다는 인상을 남긴다.
약간의 허세다.
『뭐냐, 그 부탁이란 게!?』
「당신, 타마가와조이 고교에서 도촬 비슷한 짓을 하고 있겠지? 그 짓을 멈추라는 거다.
그리고 지금까지 찍은 것 중 수중에 남는 게 있다면 즉시 우리들에게 넘겨라. 그것 뿐이다.」
『그 일은, 너희들의 짓이었던 건가?』
「…… 무슨 이야기지? 아아, 아침에 레전드를 살펴보니 트렁크가 텅 비어있던 거 말이군?
짐작대로 그건 내 동료가 한 짓이야. 그리고 선물도 제대로 받았겠지?」
『선물?』
「너희 가족끼리 찍은 사진 말이야. 미키쨩의 책상 위에 놓여있던 거지. 트렁크 안에 떨어져 있었을 거 아냐.」
『설마, 네놈들……!?』
「그래, 그 설마가 맞다. 어제 너희 집에서 챙겨둔 거지. 우리들은 뭐든 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
너무 오래 통화하기는 힘들다.
아저씨가 냉정해지기 전에 모든 교섭을 끝낼 필요가 있다.
일부러 위험을 감수하고 이틀 연속으로 하뉴다가에 침입한 것은
교섭할 때 강한 충격을 줘서 아저씨를 신속하게 굴복시키기 위해서였으니까.
「이쪽의 요구는 말했다. …… 그쪽의 답은?」
『…… 어떻게, 도촬에 대해서 알아냈지?』
「그건 비밀이다. 오히려 이쪽에서는 부인의 불륜으로 뼈아픈 경험을 한 형씨가 도촬 따위나 하고 있는 이유가 궁금한데.
당신……, 원래 그런 성벽을 가진 변태였던 건가?」
『그, 그렇지 않다. 그런 게 아냐…….』
「그럼 뭐냐고. 제대로 털어놓지 않으면, 지금부터 미키쨩의 방에서 위험한 짓을 해버릴 지도?」
『자, 잠깐……! 말한다, 말할 테니……. 나는… 나는, 중독되어 버린 거다.』
「중독?」
『노부코…… 아내의 불륜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나는 집안에 카메라를 설치했다.
그걸로 몇 번이고 아내와 외간남자가 섹스하는 모습을 촬영했지.』
「그래서?」
『나는 그런 걸 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증거로서 찍은 이상, 확인을 해야만 했던 거다.
그래서 보았다. 몇 번이고. 그러다가, 나는 이상해져 버렸다…….』
「…… 네토라레 속성에라도 눈떠버린 건가?」
『나는 나를 배반한 여자의 치태를 보며 흥분하는 변태는 아니야. 그건 아냐…….
나는 아내가 평소에 어떤 상활을 하고 있는지 관찰하는 것에 형언할 수 없는 흥분을 느껴버린 거다…….』
「음?, 무슨 뜻이지?」
『아내가 평소에 뭘 하고, 어떤 혼잣말을 흘리며, 자위를 어떻게 하고, 뭘 먹고, 어떤 섹스를 하는가.
그런 걸 훔쳐보는 행위가 너무나도 즐거워져 버린 거다…….』
오?호, 과연?.
아내라고는 해도 별개의 인격을 지닌 타인이다.
타인의 사생활을 들여다보는 행위로 상상력을 부풀리거나 배덕감에 가슴뛰는 감정을 맛보고 있었다는 것인가.
그래서 학교에서도 굳이 에로틱한 씬을 찍을 필요성이 없었던 거로군.
담담하게 평소의 모습만을 관찰할 수 있으면 되는 거다.
「…… 그래서, 여자탈의실이나 여자부의 부실이 아니라 이상한 장소의 화상 뿐이었던 거로군.
잠깐, 그렇다면 음악교사처럼 한창때가 지난 아줌마들만 찍고 있었던 이유는 뭐지?」
『…… 아내와 비슷한 나이였기 때문이다. 그 정도 나이의 여성이 아니면 감시하는 기분을 느낄 수가 없으니까…….』
요컨데 하뉴다 아저씨는 이혼해버린 아내 대신 동료를 감시하면서 자신의 욕구를 채우려 했던 것이다.
게다가 아무나 좋은 것도 아니고, 아내를 연상시키는 연령대일 것이라는 조건부로.
그렇다면 쇼우 선생님은 너무 젊다고 할 수 있다.
…… 그렇다고는 해도 업이 깊은 이야기다.
이 사람은 사랑해서 삶을 함께 하고자 했던 부인에게 배반당하며 망가져 버렸을 것이다.
불륜은 마음의 살인이라더니.
「좋아. 형씨에게 동정할 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도 이해했다.
그저 이쪽으로서는 네가 도촬을 그만두고, 소지하고 있는 데이터를 모두 넘겨주길 원할 뿐이다.
카메라는 이미 다 회수해 뒀지만.」
『…… 데이터는 전부 트렁크 안에 있다. 미키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으니까.
스마트폰에 넣거나 한 일도 없다. 그러니 너희들 수중에 있는 게 전부야.』
「거짓말이라면 당장이라도 공표할 준비는 되어 있는데 말이지.」
「…… 정말이다. 그러니 미키에게는 비밀로 해 줘. 부탁이다…….」
「오케이. 형씨가 우리들의 요구에 따르는 한, 이 건이 밝혀질 일은 없어. 미키쨩에게 위해를 가할 일도.
그러니 당신은 이제부터라도 이상한 성벽을 버리고 제대로 된 인생을 걷는 거야. 알겠어?
나는 쭉 형씨를 지켜볼 거라구.」
『알았다. 너희들 말대로 하지.』
힘없이 돌려주는 그 대답을 듣자마자, 나는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아마도 더 이상 하뉴다 아저씨가 도촬 따위로 다른 사람을 감시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오히려 누군가가 제지하지 않았다면 더욱 더 에스컬레이트했을지도 모를 이상성벽이었으니
아슬아슬한 순간에 멈춰주었다며 감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뭐, 협박해놓고 이런 망상을 품는 것도 넌센스지만.
자 그럼, 내게는 아직 하지 않으면 안되는 최후의 일이 남아있으니 신고당하기 전에 얼른 이 방에서 도망치도록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