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음악시간에는 CM 등에서 흘러나오는 클래식 명곡의 이름이나 유래를 배우거나,
최근 화제가 된 음악 정보에 대한 간단한 지식을 익히는 것이 주된 수업 내용이다.
이건 음악교사인 모토하스누마 선생님의 방침이며, 합창 같은건 시간이 남을 때나 하고 있다.
원래 음악이라는 건 지식교양의 부류에 속하는 것이기에
모르면 모를수록 흥미를 가지기 어렵다 보니
수업에서 조금이라도 접해 두면 장래에 도움이 될 거라는 이유라고 한다.
학생측에서는 지금까지 「뭔가 CM에서 들은 곡」이라던가 「그 장면에서 흘러나온 거」라는 식으로
애매했던 기억이 「호오…, 베토벤의 곡이구나」로 바뀌면서
선생님의 논리를 납득하게 되어 은근히 호평을 받고 있는 모양이다.
「선배님, 이건가요?」
「그런 것 같은데.」
우리들은 가능한 한 목소리를 낮추며 서로의 귓가에 대고 대화하고 있다.
아직 도청되고 있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사죠의 하얀 손가락이 가리킨 곳은 「고장중」이라는 종이가 붙어있는 스피커였다.
나는 구멍의 위치를 확인하고, 구멍이 향하는 곳을 바라본다.
학생, 그것도 여학생이 앉는 위치는 거의 다 포함하고 있는 각도인 듯하다.
역시 타겟은 여학생인 것일까.
하지만 단정할 수는 없다.
그 중간지점에는 주변보다 더 높게 만든 지휘대가 있으며,
수업중에는 그곳에 선생님이 서서 지휘하는 일도 있기 때문이다.
요컨데 모토하스누마 선생님의 살이 오른 풍만한 둔부의 근접촬영 사진도 찍을 수 있다는 거다.
그 엉덩이라면 찍어도 아깝지는 않겠다만…….
그런 생각을 하면서 바로 옆에 있는 창문을 통해 바깥 경치를 바라본다.
눈앞에는 직원실 앞의 복도와 직원탈의실이 있고, 1층에는 사무실 옆의 출입구가 보인다.
우리들이 아까 들어온 장소다.
1, 2학년 교실은 전부 이쪽 건물에 있지만
3층에는 3학년 교실이 6클래스 있는 조금 번거로운 구조가 되어 있다.
그리고 눈 아래에는 직원용과 내빈용으로 만들어진 제2주차장이 있다.
스무 대 정도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나 지금은 여섯 대 뿐이다.
「여기에는 더 이상 숨겨져 있지 않은 걸까요?」
사죠가 걱정스러운 듯 물어왔다.
「교본에 의하면 벽 안이라던가 천정과 지붕 사이의 공간에 설치하는 건 상당히 어렵다는데.
게다가 그런 기술이 있으면 스피커 안에 엉성하게 설치하지는 않겠지.
아예 껌테이프로 붙여놨을 정도니까. 아마 테이프나 본체를 조사하면 지문도 나올 걸.
… 그다지 신중한 타입은 아니야.」
「저는…… 지금까지 학교 안을 알몸으로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만, 촬영되거나 하진 않았을까요?」
그녀의 걱정은 지당한 것이다.
야무져보여도 아직 고등학교 1학년.
작년까지는 중학생이었다는 소리다.
그러니 그녀를 안심시키기 위해 방금 알아낸 정보를 말해 준다.
「이 카메라 말인데. 암시보정 기능도 적외선 기능도 없으니 야간촬영은 불가능해.
암시보정이라는 건 어두운 장소에서 적은 광량으로도 촬영할 수 있는 기능이고,
적외선 기능은 적외선을 점등조사点?照射해서 깜깜한 곳에서도 촬영이 가능한 기능인데…
이걸 설치한 범인은 고해상도 영상을 갖고 싶은 모양이다.
그러니 어두운 복도만 걸어다녔던 너의 경우엔 아마 세이프일 거야.」
그렇게 되면 사실 미쿠리야가 위험할 수도 있지만,
조금 전 메일로 그 녀석이 자위하던 장소를 물어본 결과에 따르면
아마도 괜찮을 거라고 나는 판단하고 있다.
지금 딱잘라 말할 수는 없지만 근거도 있다.
게다가 대충 조사해봤지만 아마 여기엔 더 이상 설치된 카메라는 없을 것이다.
실은 아직 신중해야 할 단계지만 안색이 좋지 않은 사죠의 기운을 북돋아주기 위해
일부러 귓가에서 속삭이던 짓을 그만두고,
내겐 어울리지 않는 짓이긴 하지만 그녀의 두 어깨를 팡팡 두드렸다.
「…… 괜찮을 테니 나를 믿어. 지금부터 범인을 색출해서, 다시 네가 안심하고 알몸이 될 수 있도록 해줄 테니.
그리고 나서도 네가 노출벽을 극복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해서 보살펴줄 테니까.」
「네……, 선배님. …… 정말로 감사드려요.」
눈물짓는, 귀여운 후배.
지금으로서는 학교만이 이 녀석이 성벽을 드러낼 수 있는 유일한 장소니까.
어떻게든 도촬을 멈추게 만들어 이 녀석의 천국을 되찾지 않으면 안된다.
좋아, 기합 들어갔어!
「그런데……, 선배님, 여기엔 더 이상 카메라가 없겠죠?」
당돌하게, 사죠가 내 귓가에 속삭여 왔다.
이봐. 평범하게 말해도 된다고 내가 방금 행동으로 알려줬잖아.
이젠 떨어져서 대화해도 된다고.
「어, 어이.」
「…… 선배님, 실은 저, 이 코트 아래에 입은 건, 블라우스 뿐이고… 브래지어도 팬티도 입지 않았답니다.」
코트의 네번째 단추를 풀고 살짝 안쪽을 내게 드러내 보인다.
그곳에는 이미 내게 익숙한 하얀 피부와 자그마한 배꼽이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스커트가 없으니 아래쪽이 허전해서 견디기 어려웠지만,
선배님께서 곁에 있어준다는 생각만으로도 몸이 따스해져 와요…….」
「감기라도 걸리면 어쩌려고!」
「그때는 병문안을 와주세요. 그리고, 제 잠옷 차림을 봐 주세요.」
「…… 잠옷?」
「샤넬의 5번 같은 느낌입니다.」
「알몸이잖아?!」
나는 사죠에게서 떨어지려고 했지만, 사죠가 내 오른손을 붙잡고 밀착하고 있어 움직일 수가 없다.
이봐, 아직 해가 중천인데 무슨 짓이야!
하지만, 잘 보면 몸이 떨리고 있다.
추운 걸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으면, 도촬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쇼크에 두려워 하고 있는 걸까.
나는 말만으로는 부족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어쩔 수 없이 사죠의 어깨를 끌어당겨 힘껏 안아주었다.
그리고 가슴에 사죠의 머리를 감싸안고 가능한 한 상냥하게 몇 번이고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주었다.
밖에서는 보이지 않도록 커튼 뒤에 숨는다.
여자아이라는 존재는 여전히 좋은 냄새가 난다.
미쿠리야나 모리도 그랬다.
오른손으로 사죠의 턱을 쓱 밀어올린다.
눈꼬리에 커다란 눈물방울이 매달려 있다.
역시, 여자아이에게 자신의 알몸이 도촬당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건 이토록 불안하고 두려운 일인 걸까.
코트 아래에 옷을 입지 않는 정도의 장난 만으로는 정신이 버티기 힘들었을지도.
나는 품안의 후배에 대한 보호욕이라고 할지, 부성적인 애정이 끓어오르는 걸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약간이지만, 이 소녀를 내 것으로 만들고 싶다는 독점욕도.
손끝으로 넘쳐흐르기 시작한 사죠의 눈물을 닦는다.
아무런 생각도 없이, 다음 순간, 나는 그 조그맣고 모양 좋은 입술에 내 입술을 겹쳤다.
얼굴끼리 부딪히는 일도 없이, 처음 치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이상적인 키스.
어색하고, 어쩔 수 없을 정도로 서툴렀지만, 그래도 했다.
부끄러움 때문인지 사죠의 얼굴은 빨갛고, 긴장으로 몸이 굳어있는 게 느껴진다.
나도 껴안았을 때 흉판에 전해져온 사죠의 거유가 주는 감촉에 이미 중요한 부위가 발기상태다.
들키면 엄청 쪽팔리겠지.
하지만 그런 것도 무의미해질 정도로 강렬한 황홀감이 엄습해왔다.
서로의 입술이 떨어진다.
열정적으로 서로를 바라봤다.
아직, 부족하다.
한번 더, 이 아름다운 소녀의 입술을 빼앗으려고 결의했을 때,
――― 내 핸드폰에서 「Honesty」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서기장이군.」
우리들은 서운한 듯 몸을 떼어낸 후, 통화버튼을 눌렀다. 역시 미쿠리야였다.
「…… 그쪽은 어때? 뭔가 진전은 있었어?」
「음악실에는 더 이상 몰카가 없다고 하는 것 뿐이다.
뭐 상황은 파악했으니, 내일 수업중에 내가 빠져나가는 걸 네가 묵인해주기만 한다면 도촬범도 특정할 수 있을 것 같아.」
「뭐? 정말?」
「단언할 수는 없지만, 뭐, 꼬리 정도는 붙잡았다고 할까.」
「…… 알았어. 나중에 한번 더 회의하자. 또 연락할게.」
「오우.」
전화를 끊자 유리창을 거울삼아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있던 사죠가 말했다.
「내일도 제가 도와드릴게요.」
「아니, 그건 됐어.」
「어째선가요? 제가 쓸모 없었나요?」
「…… 내일은 필요없다, 는 것 뿐이야. 일손이 필요할 때도 있을 테니 그때는 먼저 연락할게.
이번 사건에서 너는 내 소중한 조수니까.」
「소중… 한가요?」
「물론. 실은 내 첫 츄? 상대도 너라구. 고마워.」
「…… 아, 네.」
뭐랄까. 그런 식으로 너무나 기쁘다는 듯이 미소지으면 나로서는 부풀어오르는 죄책감에 곤란해지는데.
어떻게 포장하더라도 두려움에 마음이 약해진 후배의 빈틈을 이용해 키스해 버린 건 사실이니.
게다가 이 녀석의 기색을 보건데 나처럼 첫 키스인 모양이고.
뭐 『상시개정』을 사용한 것도 아니니, 이번 일은 마이룰의 범위에 저촉되지 않았다는 걸로 납득하도록 할까.
어쨌든, 오늘은 여기까지다.(4) 텔레폰 쇼킹
집으로 돌아온 나는 아무 것도 입에 대지 않고 우선 방으로 들어가
사죠가 준비해 준 타마가와조이 고교의 지도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컴퍼스로 도촬전파의 유효범위를 확정하기 위해서다.
수신기가 설치되어 있을 위치는 대략적으로 예측하고 있다.
다음 단계는 그 수신기의 존재를 확인하고, 설치되어 있는 카메라를 회수하러 다니는 것이 된다.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수업중에 빠져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학생들이나 교원들에게 그 모습을 보일 수는 없으니까.
내일을 위해 이것저것 머릿속으로 준비하고 있는데,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네, 후에후키입니다.」
『요~ 미쿠리야입니다!』
「뭐야 그 묘한 텐션은…….」
『신경 안써도 돼. 나도 안쓸 테니. 그래서……, 뭔가 진전은 있었어?』
「그 이상은 아무 것도. 사죠에게 학교내 지도를 받은 것 뿐이야.」
『…… 그런데, 후에후키군. 언제부터 그렇게 사죠와 사이가 좋아진 걸까나?』
「그건 뭐, 조금 일이 있어서 말야.」
『아아, 네가 1학년 여학생의 등교 거부를 해결했다는 건 알고 있어. 사죠의 실수가 그 원인이었다는 것도.
그치만 그것만으로 그렇게나 낯을 가리던 아이가 남자에게 친근하게 굴다니, 나는 믿을 수가 없는 걸.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그건 음… 그렇지. 네 사건 때처럼 귀찮은 일이 있길래 조금 도와준 것 뿐이다. 정말로 그것 뿐이야.」
『…… 그렇구나, 내 사건 때처럼.』
「…… 응, 그 때처럼.」
『…… 그러니까, 그 아이, 나처럼 되어 버린 거구나.』
무슨 의미지?
서기장이기도 하고 존경하는 선배이기도 한 미쿠리야를 따라하고 있다는 뜻인가?
내가 보기엔 그런 거 같진 않은데…….
「미쿠리야, 무슨 뜻이지 그건?」
『…… 됐어, 그 이야기는. 너는 조금 규격외니까. 그런 일도 있는 거겠지.
…… 이건 다른 이야긴데, 지금, 통화하는 건 괜찮아?』
「응, 별로 상관없어.」
『가족분들이 근처에 있다거나?』
「가족들은, 지금은, 없어.」
『……? 어쨌든 없다는 거지?』
「끈질기네. 하고싶은 말이 뭐야?」
『좋아, 그럼 OK네. 약속했던 대로, 텔레폰 섹스를 합시다!』
「―――하아」
『그러니까! 텔레폰 섹스야. 텔레폰 섹스. 내 전화 처녀를 준다고 했었잖아!』
바보냐!
뭐가 아쉬워서 그런 짓까지 하지 않으면 안되냐고!
『아, 지금 바로 사진을 보내줄 테니까. 셀카로 찍은 가슴이랑 암표범 포즈 사진이야.
이쁘게 찍으려고 고생했다니까. 그러니까 굉장한 자신작이란 말씀!』
「…… 에―, 서기장씨, 저기 말이죠….」
『마치코라고 불러도 괜찮아.』
「안 불러!」
하지만 내 저항에도 불구하고 미쿠리야에게서 두 장의 사진이 전송되어 왔다.
한 장은 오늘 아침 입고 있던 하얀 스웨터를 가슴팍까지 걷어올려 커다란 미유(美乳)를 드러낸 것.
…… 요새 스팸메일로 자주 왔더랬지, 이런거.
나머지 한 장은 아마도 셀프타이머 기능 같은 걸로 찍었다고 여겨지는,
속옷 차림에 네발로 엎드린 미쿠리야가 윙크하고 있는 것.
상당히 요염한 게, 자신작이라 할 만 하다.
거유인 주제에 모양이 좋은 젖가슴을 검은 브래지어가 감싸고 있고,
사랑스러운 엉덩이를 마찬가지로 검은 팬티가 덮고 있다.
억지로 보내온 거라고는 해도 거기서 느껴지는 에로스에 내 자지는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버리고 말았다.
『준비됐어? 그럼, 시작한다.』
이렇게, 미쿠리야는 내 형편을 무시하고 대뜸 선언해버리는 것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