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책상에 앉아 밥을 먹으며 누가 괜찮을지에 대해 노트에 적어내리며 검토하고 있는데
핸드폰에서 빌리 죠엘의 「Honesty」가 울리기 시작했다.
드문 일인데.
「네, 후에후키입니다.」
『아, 후에후키군. 나야, 미쿠리야.』
「서기장? 이런 시간에 무슨 일이야?」
『지금 시간 괜찮아? 아홉 시 지나면 전화해도 된다고 했었잖아.』
「상관없어. 지금 밥 먹고 있지만.」
『식사중이구나. 그럼 다른 가족들에게 폐가 되니까 다시 걸까.』
「신경쓰지 마. 그래서, 용건은?」
『…… 그래? 그럼 상관없지만. 있잖아, 내일 시간 있을까나?』
「일요일에는 예정을 넣지 않는 주의야.」
『아무런 예정도 없구나.』
「관점의 차이군. 그래서, 내가 한가하다면 어쩌려고?」
『내일 말야, 잠깐 시간을 내줬으면 하는데. 점심쯤에 만날 수 없을까?』
「별로 난 상관없어.」
『와아, 고마워. 이쪽에서 부탁하는 거니까 답례는 제대로 할 테니 기대하고 있어.』
「기대는 하지 않고 기다려 보지.」
…… 그 후 약속시간과 장소를 결정하고 전화를 끊었다.
대체 무슨 이야기일까.
미쿠리야가 일부러 학교 밖에서 나와 만나자고 한다면…….
이건 어쩌면!
나는 책상서랍 안에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준비해둔 콘돔씨를 꺼냈다.
사용기한은 아직 지나지 않았다.
오?케이, 오?케이. 문제없다!
설마 미쿠리야가 먼저 유혹해올 줄이야…….
나는 미쿠리야에 대해 재차 떠올렸다.
확실이 조금 기묘한 곳은 있지만 예쁘고, 몸짓이나 행동은 귀엽고,
무엇보다 그 녀석의 자위는 나를 한없이 끌어당기는 성적 매력으로 흘러넘치고 있다!
내 주변의 이성 중에서도 제일 괜찮은 여자가 아닌가.
좋아, 미쿠리야로 결정이다!
다른 여자들 따위, 퉤퉤퉤다!
그 다음날, 하늘로 날아오를 듯한 하이텐션으로 약속장소인 「르노아르」에 도착한 나는
곧바로 사복 차림의 미쿠리야를 발견했다.
오오, 흰 스웨터를 입은 미쿠리야. 귀여워!
그러나, 그 직후, 한 소년의 기대는 산산조각으로 부서져 버렸다.
미쿠리야의 반대편엔 왠일인지 사죠가 앉아있고,
사죠의 옆자리에는 내 기억 속에 있는 서른 언저리의 여자가 커피를 들이키고 있었으니까.
둥실둥실 느슨한 컬이 들어간 사랑스러운 옅은 갈색 머리카락에
온화해보이는 달콤한 마스크의 규중 영애 같은 분위기,
결코 뚱뚱하다고 할 수 없는, 안으면 기분좋을 것 같은 부드럽게 부푼 체형은
치유받고 싶을 때에 최적의 상대라는 소문이 나 있다.
하지만 겉보기와는 정반대로 그녀가 극도로 까다로운 성질의 소유자라는 걸 나는 알고 있다.
그 서른 전후의 여자의 이름은 모토하스누마 아즈사(本蓮沼梓).
우리 학교의 음악교사이자, 「산(山)의 아즈사」라는 이명을 가진 학생지도 주임이었다….(2) 카메라 대미녀 공중결전
여기야 여기 하면서 손을 흔드는 미쿠리야의 모습에 조금 주저하면서도 그 옆에 앉는다.
고급지향 찻집인 르노아르에는 평범한 의자는 거의 없고 대부분은 소파였기 때문에 앉는 느낌은 편안했다.
하지만 소파의 부드러움과는 정반대로, 솔직히 말해서 분위기는 좋지 않았기 때문에 마음은 불편했다.
내 등장을 본 「산의 아즈사」가 무척 수상쩍은 듯이 얼굴을 찡그렸다.
이 사람 보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자기 학생한테 지을 표정은 아닌데.
「어째서……, 후에후키씨가, 여기에 온 걸까?」
그녀는 겉모습에 어울리게 정중한 말투를 쓴다.
학생이라 해도 남녀 가리지 않고 씨(さん)를 붙인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상대를 대등하게 보고 있다고는 할 수 없다.
「제가 불렀기 때문입니다.」
「나는 그런 이야기 듣지 못했어. 사죠씨와 다른 한 사람을 여기 불러도 괜찮냐는 질문은 받았지만,
그게 남자인데다 심지어 후에후키씨라는 말은 하지 않았던 거 같은데.」
「모토하스누마 선생님께 사실을 모두 말하지 않은 건 사죄드리겠어요.
다만, 이번 사건을 검토하는 데 있어 후에후키군 정도의 적임자는 없을 거라는 생각에,
저의 판단으로 그를 불러냈습니다.」
모토하스누마 선생님은 가만히 나를 쏘아본다.
내 속을 들여다보려는 듯한 시선이었다.
불려나온 이유조차 모르는 상황에서 이런 눈길을 받게 된 나로서는 화가 날 수밖에 없는 태도였다.
설사 교사라고 해도 무례(無?)는 실례(失?)로 돌려받게 된다는 도리를 가르쳐줄까, 하는 위험한 충동이 일어났다.
물론 절대로 실행하지는 않겠지만.
「어째서…… 후지타씨가 아니라 후에후키씨지?
당신은 후지타씨를 남자 중에서 가장 신뢰하고 있을 텐데. 함께 한 시간도 가장 길고.
당신이 제일 먼저 의지하는 남자가 후에후키씨라는 사실이 내게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걸.」
후지타란 학생회 회계인 우리들의 동급생을 말하는 것이다.
그 녀석은 학생회 서기장인 미쿠리야의 오른팔로 인식되고 있고, 능력을 봐도 그건 과대평가가 아니다.
사람들은 미쿠리야에게 뭔가 일이 생긴다면 후지타에게 도움을 청할 거라고 여기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무언가 중대한 일을 의논하는 자리에 실제로 불려나온 건 나라는 전개가
교사 입장에서는 납득하기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분명 평범한 문제라면 저는 토모야스――― 후지타군에게 상담하겠죠. 학생회의 일이나 학업, 진로상담 같은….
하지만 큰 문제가 있을 때 의지해야 한다면 제가 가장 먼저 선택할 상대는 그――― 후에후키군입니다.」
「그를 굉장히 신용하고 있군.」
「아뇨, 신뢰입니다. 그는 제가 가장 신뢰하고 있는 남자에요.」
…… 저어기, 돌아가도 될까?
이렇게 남들 다 있는 데서 신뢰 운운하는 소리를 들으면 부끄러워서 견딜 수가 없다고.
게다가 내가 언제 이렇게 미쿠리야의 신뢰를 얻어버렸단 말인가!
조금 맹신인 듯한 느낌이 들지 않아?
「…… 저도, 서기장에게 동의합니다.」
지금까지 조용히 있던 사죠가 조심조심, 무표정하게 긍정의 의사를 표했다.
그걸 보고 한층 더 놀라는 모토하스누마 선생님.
나와 사죠의 관계를 모르는데다 어떤 연결고리가 있는지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을 테니 당연한 반응일 것이다.
「사죠씨, 당신까지……」
「저는 이번 사건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까지는 듣지 못했습니다만,
비밀리에 신속하게 해결하고 싶다면 후에후키 선배님이 적임이라고 생각합니다.」
갑작스러운 사죠의 의견개진에 미쿠리야도 약간 놀란 듯, 일순간 내 쪽을 슬쩍 바라봤다.
뭔가 말하고 싶은 게 있는 모양이지만 항상 그렇듯이 텔레파시 능력자도 아닌 내게 전해질 리가 없다.
거기 있는 설탕 좀 줘, 라는 내용일지도 모르지만 공교롭게도 내 앞에는 메뉴판 정도밖에 없다.
「있잖아, 후에후키씨. 당신 언제부터 학생회 임원 두 명에게 이 정도로 신뢰받게 되었어?
당신은 위원회에도 동호회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았을 텐데.」
「아, 풋살부에 들어갔습니다.」
「…… 그건 알고 있어. 혼마 선생님께 들었으니까. 그래서, 언제부터인 거야?」
취조실의 형사처럼 날카로운 눈으로 노려본다.
바로 이거다.
겉모습은 말랑말랑 부드러운데 실은 의심이 많고 완고하며 신랄하고 사납다.
서른 초반의 여교사가 학생지도 따위를 하고 있는 것만 봐도 알겠지만,
이 선생님은 종목명까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격투기의 달인인 것이다.
매년 봄마다 들어오는 신입생들 중에는 아무래도 말썽꾸러기들이 일정 비율 섞이는 법인데,
그 중 몇사람을 골라서 많은 학생들 앞에서 무력으로 제압함으로써
교사에게 반항하는 일이 얼마나 위험한 행위인지 체감하도록 하는 것이 그녀의 특기였다.
요컨데 희생양을 선별해 본보기로 만드는 것으로 공포에 의한 통제를 꾀하는 것이다.
물론 나는 그 수단 자체는 좋다고 생각하고 있다.
고교생은 아직 어린 아이에 불과하고,
아이는 진심이 된 어른의 무서움이라는 걸 실감해두지 않으면
언젠가는 땅을 치고 후회할 일이 생기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어른을 얕보는 아이의 말로는,
흔히 원조교제 따위를 하고 있는 갸루(ギャル) 등을 보면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진심이 된 어른에게 걸리면 아무리 위세를 부려봐야 아이는 금새 밑바닥으로 전락해 버리게 된다.
아직 어린 우리들은 좀 더 어른의 무서움을 깨달아야 하는 것이다.
「…… 글쎄요,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그건 그렇고 언제 본론이 나오나요?
저도 한가하기만 한 건 아니라, 용건이 없다면 돌아가 보고 싶습니다만.」
조금 망설인 선생님은 「어쩔 수 없네」 라고 중얼거린 후, 간신히 우리들 셋을 평등한 시선으로 둘러보았다.
수업이라도 시작될 것만 같은 분위기였다.
지금의 그녀는 교사인 것이겠지.
「이걸 봐.」
그녀가 가방에서 꺼낸 건 긴 코드가 붙은 검은 기계였다.
담배보다 작은 사이즈의 상자로부터 짤막한 원통 모양의 부품이 튀어나와있고, 스위치 같은 게 두 개 붙어있다.
볼록한 안테나 같은 것도 달려있고, 코드의 끝에는 Y자 형태의 플러그가 있다.
뭔가의 부품인 건가.
적어도 나는 본 적이 없는 물건이었다.
「…… 도촬 카메라인가요?」
입을 연 것은 사죠였다.
듣고 보니 원통 모양의 부품은 카메라의 렌즈인 것 같다.
사이즈가 작은 것도 도촬이라는 용도로 쓰이는 거라면 납득이 간다.
미쿠리야는 미리 알고 있었던 건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선생님도 곧바로는 대답하지 않는다.
다만 낌새를 보니 사죠의 직감이 옳다는 게 느껴진다.
그렇다면, 이런 것이 여기 있는 이유는 뭐지?
「…… 이건 어제 음악실에서 선생님이 찾아낸 거야.」
들어보니 청소하던 남학생이 야구놀이를 하다가 음악실에 비치된 대형 스피커의 전면 필터를 찢어버렸다고 한다.
그래서 스피커 상태를 체크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이상한 구멍이 뚫려있는 걸 발견한 선생님이
후면판을 분리해 안을 조사해본 결과 이 카메라가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TV에서 때때로 방영되는 도청기 발견 프로그램을 애청하던 그녀는 곧바로 그것이 도촬용 카메라임을 깨달았다.
그러나 이걸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는 곧바로 답이 나오지 않았다.
학교내에서 도촬 피해가 발생하고 있을 우려가 있지만, 그게 어떤 소란을 일으킬지 판단하기 어려운 것이다.
동료에게 상담하는 것도 주저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봐도 자신이 발견한 카메라는 고가였으므로, 고교생이 설치하기엔 너무 과한 물건이다.
그렇다면 범인은 어른, 즉 학교의 교원일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홀로 이 문제를 대처하기는 어렵다는 걸 잘 아는 그녀는
학생측의 대표이기도 한 학생회 서기장 미쿠리야에게 이야기를 털어놓았다고 한다.
교내에서의 도촬이다 보니 피해자라고 할지, 주 타겟은 여학생으로 추측되므로
여학생측의 의견도 듣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고.
그 때문에 남자인 나를 끼어들게 하는 건 여성의 프라이버시 문제도 있어 꺼림찍했다는 것이다.
뭐 사정이 사정이니만큼 나도 납득하기로 했다.
내게 뭔가 유감이 있었던 것도 아닌 모양이고.
문제는 이 도촬 사건이다.
「선생님은 범인을 찾아낸 다음, 어떻게 할 생각이시죠?」
미쿠리야가 말했다.
그녀의 질문은, 말하자면 「어디까지 깊게 개입해서 해결할 생각인가」라는 뜻이다.
범인을 형사처벌하는 것까지 고려하는가, 아니면 색출해서 경고하는 것으로 끝내는가.
그러한 타협점의 문제다.
만약 범인이 교원이라면, 그녀는 동료를 고발하게 된다.
그 각오를 묻고 있는 것이다.
「…… 아직 결정하지 않았어.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고,
내용에 따라서 달라질 수도 있고, 나와의 관계에 따라서도 대응이 달라질 지도 몰라.
비겁한 방식이지만 어른에게는 한마디로 결론을 내릴 수 없는 것도 있는 거야.」
솔직한 회답이었다.
아이의 물음에 어른이 제대로 대답해준다는 일은 그리 흔치 않다.
번지르르한 주장만 하지 않고 비겁하고 치사한 부분도 숨기지 않고 이야기해준다면 꽤 신뢰할 수 있다는 거다.
그것은 미쿠리야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얼굴에 미소가 흐른다.
「알겠습니다. 학생회는 선생님의 조사에 협력하겠어요.」
「고마워.」
「아뇨아뇨. 그럼 우선, 이 기계에 대해 검토해볼까요. …… 후에후키군, 뭔가 떠오르는 거 없어?」
「갑자기 나부터냐. 으음……, 사죠, 스마트폰으로 이 카메라의 제원을 조사해 봐. 상세한 데이터를 알고 싶어.」
「네, 선배님.」
사죠는 카메라의 모델명을 적은 후 스마트폰으로 정보를 검색해 곧바로 필요한 내용을 이끌어 냈다.
「원래는 무선식 감시 카메라인 모양입니다. 그걸 어떤 업자가 개조해서 팔고 있는 듯하군요.
이것은 전파로 데이터를 송신해 별도로 판매하는 수신기로 회수하는 타입입니다.
전파의 반경은 디지탈 신호로 최대 200미터, 차폐물이 있으면 40에서 60미터 정도.
전력원은 판매하고 있는 물건의 경우 AC어댑터를 사용하고 있지만 이쪽도 개조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설치한 용기에 흐르는 전력을 전선에서 훔쳐내는 형식인데 이번 경우엔 스피커에서 뽑아쓴 듯합니다.
전력만 공급되면 수명이 다할 때까지 동영상을 발신하며,
사이즈에 비해서 정밀한 화상을 찍을 수 있다며 입소문을 타고 호평받고 있네요.」
「…… 가격은?」
「개조비 포함으로 전부 8만 엔입니다.」
「과연……. 모토하스누마 선생님께는 안된 일이지만, 범인은 아무래도 교원인 것 같군요.」
「어째서 그렇다고 단언할 수 있지?」
「…… 미쿠리야도 알겠지?」
「아무래도 고교생이 사기엔 너무 가격이 비싸기 때문이겠지.」
「그래. 카메라도 이것 뿐 아니라 좀 더 대량으로 설치되어 있을 가능성도 있으니 말이야.
만약 공무원의 급료를 아낌없이 쏟아부었다면 학교 전체가 도촬 카메라 투성이일지도 모르겠는데.
귀찮지만 학교안을 전부 수색해야만 할 지도.」
나는 미쿠리야와 사죠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는 걸 눈치챘다.
그야 그럴 수밖에.
이 두 사람은 학교 안에서 자위를 하거나 알몸으로 산책하는 성벽의 소유자다.
학교가 도촬당하고 있다고 하면 가장 위험한 입장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당장이라도 죽을 듯한 표정을 짓는 두 사람을 보며
이 녀석들을 위해서라도 최대한 빨리 해결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어쩔 수 없다. 이 사건은 내가 책임지고 종결시키도록 할까.
하지만 약간 신경이 쓰이는 게 있다면 모토하스누마 선생님의 기색이었다.
이 강철의 여자조차 왠지 안색이 나쁜 것이다.
「…… 선생님? 왜 그러세요?」
「이런 건, 화장실에도 설치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는 걸까?」
「뭐 보통은 그렇게 하겠죠. 화장실의 독실에 있는… 사죠, 뭐라고 하지? 그 냅킨 같은 거 넣는 데 말야.」
「오물함 말인가요?」
「그래, 그거. …… 거기에 설치하는 일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화장실의 경우엔 독실이 위험한 거로군?」
「저는 그런 성벽이 없으니 단언할 수는 없습니다만, 아무래도 그렇겠죠.
변태들 중에는 여성의 방뇨씬을 좋아하는 놈이 있는 것 같으니….」
「…….」
화장실이 도촬당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에 선생님은 꽤나 불쾌한 듯 고개를 저었다.
확실히 배설씬이 기록에 남기라도 하면 죽을 만큼 부끄러울 것이다.
그 기분은 나도 안다.
어떤 일에도 동요하지 않는 「산의 아즈사」라고 해도 여자라는 거겠지.
「그럼……, 지금부터 가볍게 조사하러 가볼까.」
나는 나온지 꽤 되었지만 입도 대지 않아 식어버린 커피를 꿀꺽 삼키고 일어섰다.
「아, 서기장. 조사할 때 조수가 필요하니까 부회장은 내가 빌려갈게.」
「뭐? 어째서?」
「여자 화장실도 조사하게 될지 모르니까 여자의 손이 필요하잖아?
아니면 설마 나한테 여자 화장실에 들어가라는 거야?」
「…… 알았어. 나중에 꼭 돌려줘야 해.」
내 말뜻은 알아들은 모양이다.
나는 미쿠리야와 달리 자위하려고 이성의 화장실에 들어가거나 하지 않는다고.
그런 이유로 나와 사죠는 일단 집에 돌아가 옷을 갈아입고 다시 학교로 가기로 했다.
이것이 내가 빼도박도 못할 위법행위인 도촬사건에 관여하게 되는 첫걸음이었다…….(3) 츄토리얼
문 앞에 도착하니 투박한 학교지정 롱코트를 입은 사죠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트마크가 들어간 민트 장갑이 무척 귀엽다.
「여어, 늦어 버렸네.」
「괜찮습니다. 선배님을 기다리는 시간도 즐거웠으니까…….」
「응?」
「그런데, 그 봉투는 뭔가요?」
내 손에 들린 건 도중에 책방에서 산 물건이었다.
오가는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도록 주의해서 표지만 보여준다.
「……『도청·도촬의 첫걸음』. 참고서인가요.」
「뭐 그렇지. 살 때 쬐끔 용기가 필요했지만.」
「과연 후에후키 선배님이시네요. 저는 절대로 못삽니다. 멋지세요.」
여성에게 멋지다고 칭찬받는 건 기쁜 일이지만…… 그 내용이 말이지.
신경 끄기로 하고, 나는 사죠와 함께 휴일의 부활동을 위해 개방되고 있는 곁문을 지나 입구에서 제각기 이름을 기입한다.
용건란에는 학생회의 잔여 업무 처리라고 적었다.
덧붙여서 나는 현재 공석인 제2서무의 직함을 빌렸다.
「우선은 학생회실에 가겠습니다. 마스터키부터 준비해야 하니까요.」
「그럴까. 카메라가 설치된 곳이 더 있을 테니 체크할 일이 있을 수도 있고.」
「음악실의 카메라가 발견되었다는 걸 눈치챘다면 회수해버릴 지도 모르지만요.」
사죠가 지당한 가능성을 입에 올렸다.
「겨우 어제 있었던 일이니 아마 무리일 것 같은데.
특히 우리 학교는 체육용구실과 마찬가지로 특별교실의 열쇠를 전부 각 교과담당이 관리하고 있을 테니.
그걸 감안하면 도촬이 발각되었을지도 모를 시기에 눈에 띄는 행동을 하는 리스크는 피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최초에 설치했을 때는 어떤 식으로 했을까요?」
「면밀하게 사전준비를 해서 시간을 들였을 거라고 봐. 쉬는 시간에 우연히 아무도 없는 때를 노린다던가.
교원이라면 불가능한 일은 아닐걸.」
「우리 학교에는 교원 외에도 사무원이나 용무원도 있습니다.
심야에는 경비원도 오고요. 용의자의 범위가 너무 넓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네 일을 조사할 때 알게 된 건데, 경비원은 순찰시간이 엄격하게 정해져 있어서 이런저런 공작을 할 시간은 거의 없어.
사무원이나 용무원이라면 열쇠에 대한 접근성은 교원과 거의 같을 테니
지금 단계에서는 용의선상에서 배제할 수는 없을지도…….」
금고에서 열쇠 꾸러미를 꺼낸 다음 곧바로 2층 음악실로 향한다.
이제 곧 4시다.
이 시기에는 해가 빨리 떨어지므로 움직일 거라면 서둘러야 한다.
우리 음악실은 비교적 전통적인 스타일이다.
단차를 둔 계단식 교실에 피아노가 있고, 좌우에는 바닥에 설치하게 되어 있는 대형 스피커가 있으며,
CD플레이어 등이 들어간 이동식 선반과 칠판이 있다.
오른쪽 깊숙한 곳에는 음악준비실로 통하는 문이 있고,
벽에는 유명 음악가의 초상화와 근대에 이름을 떨친 음악가들의 사진이 걸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