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화 (13/25)

나는 한숨을 내쉰 다음 아직 내 코트밖에 걸친 게 없는 전라의 사죠에게 옷을 입도록 재촉했다.

사죠는 옷을 입지 않은 상태라는 것에 위화감이 없는 모양인지,

자신이 알몸으로 남자 앞에 있다고 하는 사실을 반쯤 잊고 있었던 듯하다.

당황한 그녀가 팬티에 오른발을 집어넣고, 이어서 왼발을 넣은 후, 양손으로 허리까지 쓰윽 끌어올린다.

물색과 흰색의 줄무늬 팬티였다.

…… 앙큼한 것.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다음에는 일어선 채로 파란 하이삭스를 신기 시작했다.

덕분에 젖가슴이 이리저리 흔들려 눈 둘 곳이 없을 지경이었다.

다음엔 브래지어 어깨끈에 팔을 넣고, 먼저 오른쪽 가슴에 댄 후 왼쪽에도 맞추고, 등에 손을 돌려 후크를 잠근다.

가슴 사이즈는 C 아니면 D컵.

모리보다는 작은 듯 하지만 나는 모리의 가슴을 직접 본 게 아니라서 단정은 할 수 없다.

아, 직접 본 미쿠리야보다는 확실히 작고 옷 위로만 봤지만 토오바루보다 큰 건 확실하다.

덧붙여서 유륜은 사죠 쪽이 크고 색도 살짝 진하다. 가슴형태도 외측으로 퍼지는 느낌.

그러나 피부색은 말할 것도 없이 사죠의 승리다.

한참 후에 들은 이야기에 의하면 망명한 러시아인의 피가 흐르는 쿼터인 모양이니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그리고, 저 가느다란 허리.

너무나 잘록한 나머지 어쩐지 그대로 껴안고 싶다는 충동이 들 정도로 스타일이 좋다.

순수한 일본인을 여기에 비교하면 거의 절구통 수준이다.

사죠는 그 다음으로 블라우스를 입고 리본을 묶은 뒤 재킷을 걸쳤다.

마지막으로 스커트를 입으며 완료한다.

전라로 있는 걸 좋아하는 성벽 탓인지 아무래도 옷을 입는 순서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같은 걸 나의 동급생이 한다면 뭔가 꿍꿍이가 있다고 생각했을 테지만,

지금까지 이야기해본 바에 의하면 이 하급생은 거기까지 기묘한 사고방식은 갖고 있지 않다.

마지막으로 로커에 부착된 거울로 트레이드마크인 사이드테일의 위치를 조정하는 것으로  

사죠의 착의쇼가 막을 내렸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천만에요. 훌륭한 대접이었습니다.」

「하?」

혼혈 미소녀 하급생이 옷을 입는 장면을 생생하게 눈앞에서 지켜본다는

좀처럼 보기 드문 호사를 누린 나는 지극히 만족스러웠다.

「…… 그렇지만, 선배님은 어떻게 저의 산책을 알아차리신 건가요?

선배님은 특별히 늦게까지 남아있거나 하지는 않았을 겁니다만.」

우선 나는 토오바루와의 만남과 그녀의 목적, 그리고 내가 범인색출을 하청받은 경위에 대해 설명했다.

「어떻게 아이즈씨를 가둔 사람이, 저라는 걸 알아내셨나요?」

그건 간단하다.

우선 체육용구실의 구조를 감안하건데 그 문을 잠그기 위해서는 「열쇠」가 반드시 필요하다.

열쇠는 체육교관실에 있지만 그 시간은 교관들도 전원 학교에서 나가야 하고, 교관실은 잠긴다.

따라서 교관이 범인이라거나 누군가가 교관실에서 열쇠를 훔쳐 사용했다는 가설은 아무래도 가능성이 희박하다.

그 밖에는 학교측과 계약한 경비회사의 경비원이 학교 전체의 마스터키를 가지고 있지만,

이 경비원은 아이즈를 구출해줬을 뿐 아니라 아이즈가 갇힌 시간대에는 아직 학교에 도착하지도 않았다.

따라서 경비원도 아니다.

이 부분은 헛점이 존재하는 가설이므로 상기의 가능성이 완전히 부정된 것은 아니지만,

그 이전에 내게는 또 다른 가능성에 대한 지식이 있었기에 그 쪽을 먼저 검토하기로 했다.

그 지식이 뭐냐 하면 이전에 미쿠리야가 언급했던

「서기장의 권한으로 대부분의 장소는 마스터키를 빌릴 수 있으니까……」라는 말이었다.

즉, 학생회 임원이라면 마스터키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쿠리야의 말에 따르면 학생 자치 촉진을 위해 학교내 시설의 마스터키 꾸러미는 학생회실 금고 안에 있고,

그 열쇠꾸러미를 꺼낼 수 있는 건 학생회 서기장과 부회장 뿐이다.

그리고 나는 미쿠리야의 성격과 성벽을 알고 있다.

그 녀석이라면 자물쇠 걸린 방에서 자위에 빠지는 일은 있어도

체육관을 열어둔 채로 일을 저지르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학생회실의 마스터키를 사용해 아이즈를 가둘 수 있는 건 또 다른 용의자인 부회장 뿐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게다가 내가 저번에 학생회실에서 서기장에게 이것저것 묻고 있을 때, 너는 묘하게 이쪽을 신경쓰고 있었지.

그 때 나는 학생이 갇혔다는 이야기에 반응하는 거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유령 쪽이었던 거다.

알몸으로 학교를 돌아다닌 걸 목격한 누군가에게서 유령 이야기가 나온 게 아닌지 신경쓰였던 거겠지.」

「네…….」

「그 뒤는, 네가 학교에 남는 시기를 가늠해 잠복해 보면 된다고 생각했다.

서기장에게 물어보니 최근 학생회 업무가 늦어지는 건 화요일과 금요일이고, 그날은 언제나 따로따로 귀가한다고 하더군.

잠복할 날을 정하는 건 간단한 일이었지. 게다가 아이즈가 갇혔던 것도 금요일이었으니까.

그래서 금요일인 오늘까지 기다려 숨어있어 봤다는 거다.」

정면에서 바라보니 이 녀석은 하얀 피부색과 어른스러운 태도 덕분에 상당한 미소녀로 느껴진다.

층이 진 눈꺼풀, 따로 손질하지 않았는데도 길다란 속눈썹, 곧게 뻗은 콧날,

이 모두가 조그마한 얼굴에 모여있어 학교 굴지의 미소녀인 미쿠리야나 모리가 살짝 아래로 느껴질 레벨이다.

뭐, 토오바루는 너무 풋내나서 상대조차 안될 것 같지만…….

쿨뷰티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으려나.

평소에도 공손한 어조로, 존댓말로 타인을 대하고, 말을 아끼며,

그러면서도 카리스마를 잃지 않는 리더 체질.

이런, 미쿠리야보다 서기장 자리에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는데.

「그래서, 아이즈를 가둔 이유는?」

「…… 그 때는, 체육관을 산책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이즈가 들어와버려, 도망가려 해도 그럴 수도 없고 어쩔 수 없이 체육용구실에 가둬버렸다는 건가?」

「네. 캄캄했으니까… 그 어둠을 틈타 아이즈씨에게 들리도록 용구실의 문을 열어놓고

그녀가 안쪽을 확인하는 틈에 감금했습니다. 그 때 알몸이었던 저는 다른 사람에게 들킬 수는 없었으니까요.」

「아이즈가 그 후, 폐렴에 걸렸다고 거짓말하면서 등교거부 상태가 된 건?」

「…… 알고 있습니다. 옆반이거든요.」

「어떻게든 해보려는 생각은 안해봤어?」

「생각했습니다만, 어떻게 해야 좋을지 알 수가 없었어요. 지금도 어떡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지금까지도 토오바루씨에게 털어놓지 못했습니다.

그 뿐 아니라, 저는 자신의 성벽도 어쩌지 못하고 있어요.

가끔씩, 알몸이 되고 참을 수가 없어져 버립니다…….

미쿠리야 선배님은 이런 저를 차기 서기장으로 추천해주고 계시지만,

저는 스스로의 욕망도 억누르지 못하고, 아이즈씨에게 했던 것처럼 주변에 폐를 끼치고,

그 속죄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구제불능입니다.

이런 저를 선배님이 알게 되는 게 너무나 수치스럽고…… 부끄러워서…….」

사죠의 눈가에 눈물방울이 맺혔다.

이 녀석은 자신이 한심해서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선천적인지 후천적인지는 모르겠지만 중증의 노출벽을 제어하지 못하고 고통받고 있다는 건 이해했다.

이번 일도 반드시 이 녀석만이 나쁜 건 아니다.

나는 위로의 말을 건넸다.

「…… 아까, 옷 입을 때 내가 뚫어져라 쳐다봤는데, 그때 흥분했어?」

「네? …… 아뇨. 부끄럽긴 했지만, 그다지…….」

「보통은 그늘에 숨어서 입을 텐데 말이지……. 뭐 좋아. 너 아까 복도에서 알몸으로 있을 때는 흥분하고 있었지?」

「네.」

「즉답하지 마. 뭐 그래서 생각난 건데, 너는 어쩌면 ‘알몸을 보이는 것’에 흥분하는 게 아니라

‘알몸을 보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흥분하는 거 아닐까?」

잠깐 생각한 후 사죠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성벽인 만큼, 스스로도 검토한 일 정도는 있겠지.

「그렇다면, 조건부인데다 대증요법 수준이긴 하지만 해결책을 제시해주지 못할 것도 없는데.」

「정말인가요?」

「응, 뭐 나는 거짓말밖에 하지 않지만 이번만은 정말이다.」

「…… 믿을게요. 믿도록 하겠습니다.」

말이 참 묵직하기도 하다.

부탁이니 좀 더 가볍게 답해줘.

「…… 그럼, 조건이라는 것을 가르쳐 주세요. 어떤 일이라도 할 테니까.」

‘어떤 일이라도’ 같은 소리는 하지 마.

야한 부탁을 하고 싶어지잖아.

아니 뭐, 실제로 하지는 않지만서도.

「그럼……, 우선―――」

나의 제안을 들은 사죠는,

아까 복도에서 내게 들켰을 때만큼이나 어안이 벙벙해져서 입을 멍하니 벌리고 있었다.(8) 옷이여, 잘 있거라

「…… 감 사 합 니 다 , 후 에 후 키  선 배 님 .」

그다지 감사의 마음이 전해져 오지 않는 평탄한 어조로

토오바루 시즈나가 내게 감사를 표했다.

그래도 허리는 직각으로 굽히며 인사하는 걸 보니 성의를 다하려 하는 것만은 이해할 수 있다.

나는 너른 마음으로 받아들여 주기로 했다.

「흐음, 기특하구나. 고개를 들거라, 어리석은 후배여.」

「끄으으으응.」

이 녀석이 제아무리 시건방지다 해도 당분간은 내게 거역할 수 없을 것이다.

뭐니뭐니해도 내 덕분에 친구인 아이즈가 학교로 복귀하게 되었으니까.

「…… 그래서, 아이즈는 수업 진도를 잘 따라가고 있어? 3주간이나 결석했잖아.」

「그 부분은, 제가……」

토오바루 뒤에 조용히 서 있던 사죠가 머뭇머뭇거리며 살그머니 손을 들었다.

그 일 이후로 일주일이 지난 오늘, 점심시간에 일부러 학생회실까지 출동해

모모하라와 회담하고 있는 것은 사죠의 세팅이다.

평상시라면 도시락을 먹고 있을 다른 임원도 보이지 않는 걸 보면

사죠가 미리 신경써서 사람들을 물려 주었을 것이다.

「…… 아아, 사죠가 도와줬나 보군.」

「사죠씨가 말이죠, 야스코의 곁을 한시도 떠나지 않고 열심히 공부를 가르쳐 줬거든요. 저한테도 가르쳐주고…

정말로 고마워. 사죠씨는 정말 잘 가르친다면서 야스코도 좋아하고 있었어.

게다가 이렇게 사죠씨와 사이좋게 될 수 있었던 것도 기쁜 일이고.」

「아뇨, 애초에 야스코씨를 체육용구실에 가둬버린 저의 과실이 원인이었으니까요.

후에후키 선배님께서 알려줄 때까지 깨닫지도 못했던 죄도 무겁고…….」

「괜찮대도. 사죠씨가 일부러 한 것도 아니니까.

사죠씨를 보고 유령으로 착각해서 겁에 질린 야스코가 얼빠진 짓을 한 거고.」

아이즈 쪽은 그런 식으로 결론이 났다는 거다.

학생회 부회장이 된 책임감으로 자발적인 야간 순찰을 행하던 사죠가

어째선지 열려 있던 체육용구실을 발견하고, 내부 확인도 없이 문을 잠가 버렸다.

그 안에 아이즈가 있다는 걸 눈치채지 못하고.

아이즈도 소리는 냈으나 바깥까지 제대로 전해지지 않았고, 사죠는 떠나버렸다.

그러한 과실로 아이즈를 가둬버렸음이 내 조사결과에 의해 드러나자

그때서야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사죠가 사죄하러 가는 것으로 진상이 밝혀지고

유령 따위는 애초에 없었다는 걸 알게 된 아이즈는 다시 등교할 수 있게 되었다, 는 스토리다.

사죠와 상의해 결정한 내용이다.

물론 대부분이 날조된 스토리지만 토오바루, 아이즈,

그리고 사죠 각각의 입장을 지킬 수 있는 차선책 정도는 된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두 사람은 이걸로 납득하고 있다.

아이즈의 학업진도가 뒤쳐졌다는 문제도

탑클래스의 성적을 자랑하는 사죠가 전담해서 가르치는 걸로 어떻게든 해결되었다.

내가 저 녀석에게 내건 조건은 사실은 그것이었다.

이번 사건에서 유일하게 피해를 입은 아이즈를 위해 힘쓰는 것으로 속죄하도록 만든 것이다.

덧붙여서 내가 아무렇게나 지껄였던 학생회 『조사부』라는 존재에 대해서도 사죠에게는 알려 두었다.

문제가 되는 건 미쿠리야의 이름을 빌린 점이지만,

이건 발각되면 그 때 처리하기로 하고 당분간 방치하는 쪽으로 결정했다.

부회장인 사죠를 끌어들였으니까 뭐 어떻게든 될 테고.

그러나 이걸로 한건 낙착! 이라고 할 수는 없다.

내게는 사죠의 알몸 산책이라는 성벽을 어떻게든 해줘야 한다는 귀찮은 임무가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일단 그 문제에 대해서는 시간을 들여 해결법을 찾기로 하고

당분간은 대증요법으로 대처하기로 했다.

내가 토오바루와 마주보고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사죠가 소리도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각에 위치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토오바루에게는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사죠는 자신의 스커트 자락을 양손가락으로 쥐고 천천히 걷어올린다…….

그곳에 있어야 할 16세 소녀의 소중한 부분을 감싸서 가리는 천조각은, 눈에 띄지 않았다.

새하얀 피부와 대조적으로 새까만 음모는 생각 외로 진했지만 사타구니의 균열을 숨길 정도는 아니고,

며칠전 「여기가 클리토리스입니다」라며 그녀가 가르쳐준 부분이 또렷하게 보이고 있다.

마치 내가 꿈에서 본 토오바루의 치태와 같은 모습이었다.

이것이 내가 사죠에게 제안한 대증요법이었다.

즉, 항상 그러지는 못하더라도 가능한한 팬티를 입지 않는 것으로 부분적으로 알몸이라는 상태를 연출해

평소부터 「누군가에게 보여버릴지도」라는 욕구를 충족시켜 가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전라가 되고 싶다는 돌발적인 충동을 완화시켜 보자는 속셈이다.

시험삼아 해봤더니 의외로 사죠도 괜찮다고 느꼈던 모양이라, 당분간은 이 요법을 시행해보기로 했다.

다만 지나치게 참기만 해도 스트레스가 될 수 있으므로

어느 정도의 주기로 알몸의 학교 산책도 실시하기로 했다.

그 때는 불측의 사태에 대비해 내가 함께 한다는 조건을 달았지만 사죠는 그 조건도 받아들였다.

연인도 아닌 남자에게 알몸을 보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나의 동반을 참고 받아들인 것은

그만큼 자신의 성벽을 고치고 싶다는 의지의 반증이라는 생각에 꽤나 감동해버리기도 했다.

솔직히 말하면 사죠도 상당한 치녀이지만,

미쿠리야나 모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자신의 이상에 대해 자각하고 있고

그 때문에 치료에도 무척 성실하게 임한다.

다만, 때때로 이런 장난을 치고 싶어하는게 문제다.

토오바루가 눈치채지 못할 거라고는 해도 조금 과한 거 같은데.

평소에는 쿨하고 과묵한 존댓말 소녀가 스스로 드러내보이는 보○를 보면서,

나는 「지금부터 우짜냐」 같은 꽤나 성급한 걱정을 하기도 했다.

뭐, 어찌되었든 간에, 상황종료다.(1) 지금…… 또 한 남자가 문을 빠져 나갔다…… 그 문의 이름은 탈?동정의 문

슬슬 동정을 졸업하고 싶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도 다 최근 이성과의 접촉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다른 뜻이 아니라 평범하게 「성적」인 의미로 말이다.

미쿠리야 마치코, 모리 아스미, 사죠 유키에.

그 밖에 사이는 좋지 않으나 토오바루 시즈나와도 얼굴은 익혔고,

동경하는 여교사 혼마 쇼우 선생님도 있다.

하나같이 상당한 미인이므로 그 중 누구든 연인으로 삼을 수 있다면 기쁘기 한량없는 멤버 뿐이다.

하지만 나는 내츄럴하게 쓰레기이므로 딱히 누구와 교제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다.

섹스만 하고 싶다는 아주 염치없는 생각을 하고 있다.

어젯밤 사죠의 ‘야밤의 학교 알몸산책’에 동행했을 때 떠오른 생각은,

내가 눈앞에 먹음직스러운 과실이 있어도 이런 저런 구실을 대며 맛보려 하지 않는 건

동정이라는 사실에서 오는 자기기만인 건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이 녀석에게 상처주고 싶지 않으니까, 저 녀석에게 껄떡대는 놈으로 보이고 싶지 않으니까,

섹스가 서투르니까, 등등 이유가 뭐든 갖다붙이면서 회피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실제로 처음 모리의 방에 갔을 때를 제외해도 몇 번이나 찬스는 있었는데

나는 이유야 어찌되었든 실전까지 돌입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이런 소심함은 동정이기 때문일 것이다.

분명 그럴 것이다.

나란 놈은 미쿠리야나 모리, 사죠, 이 셋 정도와는 하고 싶어서 참을 수 없을 정도일 테니까.

그렇다고 해서 전원과 관계를 가진다는 문란한 짓은 하고 싶지 않으므로

그 중 누군가에게 대달라고 부탁해 동정을 떼고, 가능하면 남친여친 관계가 되는 게 베스트다.

아니아니, 그게 아니다. 거꾸로다.

남친여친 관계가 되고 나서 대달라고 하는 거다.

위험, 위험하다. 자칫 몸만 노리는 시원찮은 남자가 될 뻔했던 위기였다.

일단은 착실히 수순을 밟지 않으면 안되니까.

그럼, 누가 좋은가.

☆ 미쿠리야 마치코 ☆

서기장은 가슴이 큰 게 매력이다.

그런데다 화장실에서 목격한 두번째 자위 탓에

뒤에서부터 팡팡 찔러보고 싶다는 욕망에 휩쓸리곤 한다.

최근, 그녀가 원래 유도를 하고 있었으며 상당한 강자라는 걸 알고 나서는

개처럼 네발로 바닥을 기게 만들어 굴복시킨 다음 정복하고 싶어서 참을 수가 없을 지경이다.

그 때는 교복이나 OL삘 나는 정장을 말끔하게 차려입게 한 후

옷을 입은 채로 엣찌하는 게 최고일 거라 생각한다.

머리는 좋지만 그런 것 치고는 묘하게 바보 같은 면이 있어서 잘 구슬리면 대줄지도 모른다.

우선은 참지 못하고 자위하기 시작하는 걸 기다려 『상시개정』으로 침입,

어어 하는 사이 섹스로 돌입하는 방식이 좋으려나.

하지만, 그렇게 되면 『상시개정』을 악용하는 것이니 내 주의에 반하게 되고…

검토가 필요하군.

☆ 모리 아스미 ☆

풋살부 부장은 정면승부로 부탁하면 대줄 것 같기도 하다.

몇 번이나 펠라티오는 해주고 있으니 윤리적인 일선을 넘기도 쉬울 것이다.

하지만 모리는 레즈비언이므로 남자와의 섹스 자체를 망설일지도 모른다는 불안요소가 있다.

육체 그 자체는 키가 크고 보이쉬한 면이 매력 포인트이며,

분명 스포츠처럼 격렬한 섹스가 전개될 것이다. 그건 그것대로 나도 바라는 바다.

하지만 체력적으로는 내가 질 것 같으니 절반 정도는 승마위로 모리가 움직이게 만들자.

그리고 이 녀석은 스타일도 좋으므로 코스프레하고 엣찌하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하고 있다.

특히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캐릭터 같은 매니악한 코스프레가 아니라

축구 유니폼을 입은 채로 한다던가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일본 대표팀의 유니폼은 흔해 빠진 거니 패스.

브라질 대표팀의 카나리아색 유니폼 같은 게 모리에겐 어울릴 것 같다.

밤의 국제 A매치로군.

햣호?, 잘 풀리면 한번 의사를 타진해 보자.

☆ 사죠 유키에 ☆

사죠는 러시아인의 피가 1/4 섞인 쿼터로 그 요정을 연상케 하는 신체의 아름다움이 포인트란 말이지.

꽉 안으면 부러져버릴 것만 같은 가느다란 허리라던가.

지극히 소중하게, 하지만 집요하게 애무해서 그 녀석이 「넣어 주세요」 라고 애원하게 한 후

푸욱, 하고 찔러넣는 게 제일이라고 생각한다.

그 말없는 아이가 스스로 삽입해달라며 조르는 모습이라니, 최고잖아.

조그맣고 모양 좋은 그 입술에서 에로틱한 단어가 흘러나오기라도 하면

그것만으로도 밥 세 그릇은 가뿐하지.

가슴의 형태를 감안하면 정상위로 몸을 겹칠 때

젖가슴이 출렁출렁 세로로 흔들릴 거라는 건 상상하기 어렵지 않으므로,

사죠의 흐트러지는 모습을 볼 수 있도록 정면에서 마주보는 자세가 기본일 것이다.

다만 그 녀석, 왠지 모르겠지만 나를 인생의 스승이라도 되는 것처럼 따르고 있단 말이지…….

그런 아이에게 경멸받고 싶지는 않으니, 만약 꼬신다면 상당히 신중해야 할 것 같다.

그녀의 존경까지 몽땅 잃어버리지 않으려면.

노출벽도 교정해줘야만 하고….

뭐 사죠는 최후의 선택지라고 하는 걸로.

☆ 토오바루 시즈나 ☆

패스.

…… 라고 할지, 저 녀석에게는 성적인 매력을 느끼지 못하겠다는 말씀.

토오바루가 나오는 음몽을 꾼 적은 있지만 그 때의 망상은 따로 사죠가 실현해준 덕분에,

솔직히 토오바루에게 가치가 있느냐 하면 꽤 미묘한 문제다.

기운이 넘치는 건 좋지만 지나치게 아이같아서 풋내난다.

좀 더 어른이 되면 고려하지 못할 것도 없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토오바루를 무턱대고 건드렸다가는 반드시 번거로운 일이 생기리라는 예감이 든다.

나를 대하는 태도도 좋지 않고.

게다가 가슴도 작고.

결론을 내려보자면, 적어도 가슴이 커질 때까지는 보류하는 걸로.

☆ 혼마 쇼우 ☆

쇼우 선생님은 최고다.

뒤에서 그 체육복에 감싸인 엉덩이를 안고 단번에 벗긴 다음, 철썩 들러붙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그 새하얀 목덜미에 코를 박고 킁킁 하고 싶은 거다.

분명, 모리 이상으로 중노동 같은 섹스를 하게 되겠지…….

10대 정도에 처녀를 버리고 나서 지금까지 얼마나 경험을 쌓아왔을런지.

체육대학의 동기 같은 놈에게 이런저런 것들을 배우지 않았으려나.

어쩌면 바이브레이터처럼 엄청난 기세로 허리를 휘돌릴지도 모른다.

그 테크닉에 나 같은 건 「앗, 그만, 선생님. 유우(遊)쨩, 가버려요!」 같은 소리나 외치면서 단숨에 승천인 거다.

하지만 선생님은 그 정도로는 용서해주지 않고

「아직 젊으니까 좀 더 분발해 봐. 나를 만족시켜 줘, 후에후키. 사랑해.」라고 속삭이며 2회전에 돌입하는 거지.

우와?, 그대로 죽어도 좋아 나는.

선생님을 위해서라면 세번이든 네번이든 노력해버릴지도.

테헷.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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