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2화 (12/25)

「…… 야스코가 어두워진 후에 체육관에 간 건 스마트폰을 두고 와 버렸기 때문이에요.

잃어버린 장소는 체육관일 거라고 했습니다. 농구부 연습 도중에도 마친 후에도

스마트폰으로 메일을 보내거나 했기 때문에 잃어버렸다면 거기 뿐일 거라고 생각했던 거 같아요…….」

토오바루의 말에 의하면―――

―――아이즈는 이미 닫혀있던 교문을 기어올라가 어두워진 학교부지에 들어선 후

교정을 지나 체육관에 가긴 했으나, 1층의 문은 자물쇠가 걸려 있어 들어갈 수가 없었다.

보통은 그쯤에서 단념할 테지만 아이즈라는 여자는 앞뒤 생각없이 저지르는 면이 있는 타입이었다.

일단 현관으로 되돌아가 열려있는 곳이 없는가 살펴보다가 화장실 창문이 한군데 열려있음을 발견.

그대로 안으로 넘어들어가 2층으로 올라간 후 체육관으로 이어지는 통로를 향한다.

오늘처럼 달빛이 환한 날이었기 때문에 손전등 없이도 간단히 갈 수 있었다.

2층과 체육관을 잇는 연결통로 끝에 있는 문은 어째선지 열려 있었지만,

거기엔 별로 신경쓰지 않고 아래층으로 가서 코트 안을 뒤져본다.

하지만 어디서도 그녀의 스마트폰은 눈에 띄지 않았다.

체육관 내부는 꽤 어둡고, 복도와 달리 창을 통해 들어오는 달빛도 적었으니 구석까지는 파악할 수 없었다.

아무데도 없어, 라며 초조해하던 참에 짤깍 하는 소리를 들었다.

아이즈가 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가봤더니 그곳은 체육용구실이었다.

체육용구실은 부활동할 때도 거의 들어가본 적이 없었으므로 안에 들어가는 건 망설였지만, 일단 확인은 해보기로 했다.

하지만 용기를 쥐어짜 수색했음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의 ㅅ도 보이지 않는다.

되돌아 나가려고 했을 때 문이 텅 하고 닫히고 곧바로 철컥 하고 자물쇠가 잠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갑자기 어두워진 것도 한몫 해서 제때 반응하지 못한 아이즈는 꼼짝없이 안에 갇혀버리게 되었다.

아무리 벽을 두드려도 돌아오는 대답은 없고, 문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는 몰랐지만, 유일하게 밖을 살필 수 있는 환기창에 얼굴을 갖다대자…….

…… 아이즈의 시야 한구석에 하얀 것이 비치고, 곧바로 사라져 갔다.

멍한 뇌리 속에 떠오른 생각은, 그게 마치 하얗게 빛나는 인간처럼 보인다는 것이었다.

사람 크기였기 때문에 그렇게 보인 것 뿐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거기에 존재하고 있던 건 대체 뭐란 말인가.

혹시, 유령?

아이즈의 등줄기에 전율이 흘렀다.

하지만 납득할 수 없는 점도 있었다.

유령이 그녀를 체육용구실로 꾀어내고, 자물쇠를 잠갔단 말인가?

그런 바보 같은 이야기가 어디 있을까.

하지만 실제로 지금 그녀는 어둠 안에 감금된 채, 나갈 방법도 없다…….

순찰 나온 경비에게 구출되기까지,

아이즈 야스코는 어둑둑하고 땀내나는 체육용구실의 한구석에서 오랫동안 떨고 있었던 것이다…….

 ☆ ☆ ☆

그때 이후로 아이즈는 하얀 유령에 겁을 집어먹은 나머지 학교에 오는 것조차 싫어하고 있는 듯하다.

폐렴이라는 건 거짓말이고, 실제로는 등교 거부인 것이다.

그 때문에 토오바루는 유령―― 아니, 그녀를 밤의 체육용구실에 가둔 상대를 찾아내어 친구를 돕고 싶은 거라고 한다.

뭐 시건방지기 짝이 없는 꼬맹이지만 친구를 생각하는 마음만은 인정해 주마.

나로서도 이 건으로 토오바루가 공연히 소란을 일으키면 겨우 확보한 낮잠 장소를 잃을지 모른다는 사정도 있다보니,

범인 색출을 도와줘도 괜찮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대략적인 진상은 이미 파악하고 있다는 점도 그런 결심에 한몫 했지만.

…… 이러쿵저러쿵 하는 동안에 망을 보고 있던 방의 문이 열렸다.

안쪽에서 이상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뭐냐, 저건?

조금은 예상하고 있었다곤 하지만, 너무나도 환상적인 광경에 나는 할 말을 잃었다.

모습을 드러낸 건, 하얗게 빛나는 여자였다.

검은 부분은 사이드테일로 묶어올린 머리카락 뿐.

나머지 부분은 복도의 유리창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달빛에 비춰져 빛나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게 아니었다.

그 녀석은 완벽하게 알몸이었던 것이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온몸의 피부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에

달빛이 반사되어 마치 빛나는 것처럼 보이는 것 뿐이었다.

이 장소에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는다고나 할까,

본래 있을 수 없는 광경이었기 때문에 사고회로가 멈출 뻔 했지만

요컨데 이 녀석은 학교 안을 알몸으로 배회하고 있는 변질자다.

어째서 그런 짓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불가사의하게도

나는 이 비일상적인 광경에 현혹되어 아름다움조차 느끼고 있었다.

누구 하나 없는 밤의 학교를 두려워하는 기색조차 없이

고요하게, 그리고 당당하게 알몸을 드러내고 걸음을 옮기는 여자.

아마도 이 녀석이 아이즈를 가둔 범인일 것이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잘 관찰해 보니 여자는 의외로 몸집이 작은 편이고,

가슴도 나름대로 있었으며 허리의 잘록함은 일본인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게다가 멀리서도 한눈에 알 수 있는 투명할 정도로 하얀 피부.

「아름다워……」

나처럼 조금 더럽혀진 인간조차도 마음을 빼앗기기에 충분한 아름다움이었다.

하는 행동은 변질자지만, 이만큼 아름다우면 누군가에게 과시하고 싶어지는 마음도 이해하지 못할 건 아니다.

하지만 이건 위험한 아름다움이다.

본인은 누군가에게 목격당한다는 일을 상정하고 있지 않을지도 모르나,

실제로 이미 아이즈에게 목격당하고 있다.

가까운 시일 내에 또 다른 누군가에게 발견될 것이다.

그 결과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명백하다.

게다가 집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는다고 하는 아이즈 야스코를

다시 학교로 불러들이기 위해서는 이 여자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그러니 언제까지고 이런 짓을 하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다.

나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상대를 자극하지 않도록 조용한 어조로 말을 건다.

「…… 슬슬, 그 정도로 해 둬.」

전라의 여자가 돌아본다.

그 얼굴은 경악으로 일그러져 있었지만, 원판이 단정한 생김새이므로 그리 추해 보이지는 않았다.

전에 보았을 때는 쿨한 인상을 받았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건 가면이었음에 틀림없다.

이쪽을 바라보는 여자의 뺨은 붉게 달아올라 있었고,

교내를 알몸으로 걸어다닌다는 변태적 행동에 크게 흥분하고 있다는 걸 한눈에 알 수 있었으니까.

여자는 성적으로 고양되어 있는게 분명하다.

그 순간 이 행위가 얼마나 변태적 욕구의 결정체였는지, 나는 분명히 이해했다.

「…… 알몸으로 밤의 교내를 돌아다니다니, 너, 에로만화의 등장인물이냐?」

여자는 아무 말도 없었다.

내가 누군지는 알 것이다.

면식이 있는 사이니까.

그런데도 내게 현장을 잡혔다는 걸 좀처럼 이해할 수 없는지,

입을 멍하니 벌린 채로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는다.

긴 사이드테일이 바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슬슬 자신이 놓인 상황을 인식하기 시작한 모양이다.

「꺄아!」

비명을 지르며 젖가슴을 양손으로 가렸다.

어디 보자… 알몸을 보였을 때 처녀는 저도 모르게 가슴을 가리고, 비처녀는 거기를 가린다던가?

나는 그런 쓸데없는 걸 생각해 내버렸다.

나는 부끄러운 나머지 복도에 주저앉아 엎드린 여자에게 내 코트를 걸쳐 주었다.

이미 여자의 머리속은 ‘노출산책으로 두근두근 쿵쿵’ 의 기이한 흥분에서 깨어나기 시작한 듯하고,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도 조금 문화적인 차림새를 하지 않으면 내가 곤란하다.

「…… 이제 괜찮아? 네게 할 말이 있어서.」

「어째서, 선배님이…… 여기에?」

요즘 자주 듣는 질문이지.

확실히 들을 만 하긴 하지만.

「우선은 옷을 둔 데까지 가서 생각하자구. 복도는 쌀쌀하니까.」

「전부…… 알고 계신 건가요?」

「뭐… 응. 네가 알몸으로 나올 때부터 보고 있기도 했고.」

「보여버리고 있었구나……」

「어차피 너는 보여주고 싶어하는 거 같으니, 별로 상관없겠지?」

「…… 그렇네요.」

「자자 얼른 학생회실로 가자고, 사죠.」

주저앉아있던 그녀를 일으켜 세운 후, 우리들은 처음 그녀가 나온 곳――― 학생회실로 돌아갔다.

야밤의 학교에서 스트리킹을 하며 성적흥분을 느끼고, 체육용구실에 아이즈를 가둔 하얀 유령의 정체는…….

학생회 부회장이자 차기 서기장이 될 예정인 사죠 유키에(左條雪?)였던 것이다…….(7) 나인裸人의 고백

〔사죠 유키에의 독백〕

저는 어릴 때부터 집안을 알몸으로 걸어다니는 게 좋았습니다.

그렇지만 초등학교에 들어간 후로 부모님께서 「여자답지 않다. 집안에서도 알몸으로 다녀선 안돼」라고 하시며

탈의실 외엔 알몸으로 지낼 수 없도록 금지하셨죠.

그래도 저는 부모님이 부재중이거나, 취침전에 홀로 방에 있는 시간 등을 이용해

남몰래 알몸이 되며 해방감을 맛보고 있었습니다.

중학생이 되어 이차성징이 시작되자 심야에 발가벗은 채로 부엌에서 자위를 하거나

잠깐동안 현관 밖으로 나가거나 하는 행위에 크나큰 흥분을 느꼈고, 어느샌가 중독되어 버렸습니다.

그것이 변태적인 행위라는 건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멈출 수가 없었던 겁니다.

알몸으로 뭔가를 할 때마다 언제나 저의 보○에는 참을 수 없는 자극이 내달리고,

머리속 깊숙한 곳까지 관통하는 쾌감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고교생이 된 후로는 아무도 없는 교사 한구석에서 가슴을 드러내고 거울 앞에서 포즈를 취하거나,

스커트 끝자락을 입에 물고 팬티를 허벅지까지 끌어내린 모습으로 몇 미터나 걸어보기도 했습니다.

스스로가 AV여배우라도 된 것처럼 느껴져 무척 기분이 좋았으니까요.

저는 조금 낯을 가리는 성격입니다만, 사람들은 그걸 보고 쿨하다고 여깁니다.

게다가 성적도 좋았기 때문에 전학기부터 반장에 임명되어 학생회에 출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현재의 서기장, 당시엔 부회장이었던 미쿠리야 선배의 눈에 띄어 문화제가 끝난 후

차기 서기장이 되는 것이 확실시되는 부회장으로 지명받으며 학생회 집행부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그 때 학생회실에 비치된 금고의 열쇠를 건네받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서기장과 부회장만이 관리하고 있는 매우 중요한 물건이며,

미쿠리야 선배님께서 몸소 하사해주신 것이기에 저에겐 보물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금고 안에 학교 시설에 들어갈 수 있는 마스터키의 꾸러미가 있었던 것이

알몸이 되고 싶어하는 저의 성벽을 몹쓸 방향으로 등떠밀고 말았습니다.

요컨데 저는 그 마스터키를 학교안을 알몸으로 돌아다니는 용도로 쓸 수 있다는 걸 떠올린 겁니다.

마스터키만 있으면 아무도 없는 학교에서 마음껏 알몸으로 걸어다닐 수 있다고 생각한 겁니다.

그것은 제게 있어서 천국에 다다른 것과 다름없는 발상이었습니다.

저는 학생회 업무가 늦어지기 십상인 화요일과 금요일에 결행하기로 마음먹고

자연스럽게 다른 집행부 멤버와 따로 귀가할 수 있도록 시간을 늦췄습니다.

언제나 함께 역이나 그 주변까지 함께 돌아가는 동료들이므로 빈번하게 늦으면 의심받을 거라는 생각에

여러가지로 변명을 준비하느라 고생했습니다만, 미쿠리야 선배님은 차치하고

분위기를 읽을 생각이 없는 부서기가 얼른얼른 돌아가주었기 때문에 어떤 의미로는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 이후 저는 매주 아무도 없는 교내에서 전라로 산책을 해왔습니다.

딱 한번, 체육관을 산책하던 도중 누군가에게 들킬 뻔 한 적이 있지만  

그 때는 잘 속여넘겼다고 여겼기에, 아무런 문제도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지요.

보통은 그런 일이 있으면 들킬까 무서워져 중단하겠다는 발상이 떠오를 테지만,

저에게는 오히려 흥분제의 하나로 작용하여 더더욱 빠져들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다음주부터는 다른 방법을 시험해보려고 마음먹고 있는 참에,

후에후키 선배님께 발견되어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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