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화 (11/25)

「어이 토오바루, 들어간다.」

나는 그렇게 선언하자마자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체육용구실 안으로 침입했다.

매트리스 위에서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던 토오바루가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거기는 어제 모리가 내 자지를 희롱한 곳이라는 걸 이 녀석은 모르겠지.

그 일이 떠올라 발기할 것 같았지만 어떻게든 참아낸다.

「후에후키 선배님……!」

「여어, 3일 연속이군.」

「어, 어떻게……?」

전에 했던 문짝치기도 하지 않고 소리도 없이 문을 연 것을 미심쩍게 여기고 있는 거겠지?

『상시개정』에 대해 알려줄 수는 없지만, 이 질문에 대한 거짓 대답은 사전에 준비해 뒀다.

「우리 반 수업은 3교시라 말이지. 그때 여기 문을 잠그지 않았거든. 참고로 나는 당번이고.

너는 문이 잠겨있는지 확인도 하지 않고 여기 들어왔기 때문에 깨닫지 못한 것 뿐이야.」

토오바루는 아연한 표정을 짓고 있다.

내 말뜻은 알아들은 모양이지만, 아무래도 완전히 납득할 수는 없나보다.

「너 말야……, 자기가 어떻게 잠겨있는 체육용구실에 침입하고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고 생각했나 보지?」

「아, …… 그치만」

「그런 건 조금만 조사하면 금방 알 수 있다고.」

나는 창을 가리켰다.

「너는 저 창으로부터 잠겨있는 이곳에 들어와, 조용히 점심시간을 기다리고 있었을 거야. 

그리고 누군가가 지나가면 말을 걸어 교관실에서 열쇠를 가져오도록 해서

구출되는 척 한다는 자작 연출을 꾀하고 있었던 거겠지.」

「…… 어떻게……?」

「어떻게 그걸 알았냐고?」

답은 알려주지 않고 창에 다가선다.

확실히 이 창은 가로세로 50cm의 스텐레스제 창틀에 비스듬히 전후로 개폐하는 유리창이 끼워져 있기 때문에,

언뜻 보면 사람이 드나들기엔 너무 좁다.

특히 토오바루처럼 엉덩이가 크다면 중간에 걸려서 벽에 엉덩이만 쑥 내밀고 있는 꼴이 되어버릴 것이다.

게다가 무엇보다도 유리창이 거기까지 널찍하게 열리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체육용구실로 통하는 출입구는 문 밖에 없다는 착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건 잘못된 생각이다.

『상시개정』이 없다 해도 이곳에 출입하는 것은 가능하고,

그것을 토오바루 시즈나라는 일학년생이 해낸 것 뿐이다.

「이 창은 언뜻 봐서는 아무도 지나갈 수 없어 보이긴 해.」

나는 유리창을 비스듬하게 개폐시켰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유리창을 창틀째 떼어낼 수 있다는 말씀.」

신중하게 힘을 주자 창틀이 쑥 하고 통째로 빠져 나왔다.

잘 살펴보면 알 수 있지만 창틀을 고정하기 위한 나사가 전부 빠져 있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서 너무 간단히 창틀이 빠지지 않도록 해두기만 하면

사정을 알고 있는 사람, 즉 나사를 풀어낸 범인만이 마음껏 출입할 수 있게 된다… 는 상황이다.

창틀은 범인이 침입한 후 다시 끼워두면 된다.

그리고 범인이라 하면 실제로 체육용구실에 침입하고 있는 토오바루밖에 없을 것이다.

「여기에 드나들고 있는 방법에 대해서는, 뭐 아무래도 좋고.」

                                                   

「……」

「문제는 네가 뭘 위해서 이런 일을 하고 있는지 하는 건데.

별로 나쁜 짓을 꾸미고 있는 것도 아닌 것 같지만, 어때, 나한테 이야기해 보는 건?」

토오바루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평소의 시건방진 언동이 발휘되지 않는 걸 보면 정곡을 찔렀다는 건 확실하지만,

이 녀석이 입을 열지 않으면 상황에 진전도 없다.

「묵묵부답인가. 그럼……, 네 친구에게 들으러 갈 수밖에 없군.」

「잠깐만요……, 야스코는 상관없을 텐데요…….」

「아이즈라고는 아무도 말한 적 없는데.」

「……」

「뭐 네가 말하지 않아도 대체로 짐작은 간다만. 아이즈는…… 여기에 갇혀서 폐렴에 걸렸다.

친구를 좋아하는 너는 그 범인을 찾아내 사죄를 시키고 싶고. 하지만 자신은 범인을 찾아낼 수 없는 상황.

그 때문에 빈번하게 감금 사건이 발생하는 것처럼 연출해 교사나 학교측에 조사시키려고 했다…… 대충 이런 거겠지.」

「어떻게 알았나요!」

「그다지 어렵지도 않은데, 이 정도는.」

「……」

「그리고 내가 이렇게 조사하고 있는 건, 학생회 『조사부』에 소속되어 있기 때문이다.」

「『조사부』?」

「요컨데 회계나 서무나 마찬가지야. 대놓고 활동하지 않기 때문에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예산도 나오고 있지.

덧붙이자면 조사를 지시한 건 미쿠리야 서기장 각하다.」

모리에게 써먹었던 엉터리 변명을 다시 한번 되풀이한다.

「그런 것도 있었군요……?」

아니, 없는데.

거짓말도 하나의 방편이다.

「서기장은 너의 행동을 개인 차원에서 파악하고 있어.

그녀 입장에서는 네 마음을 모르는 것도 아니기에 내게 지시해서 간접적으로 주의를 주고 싶어한 거지.

어때, 납득할 수 있겠어……?」

「…… 네.」

이 녀석은 내가 하는 말은 들어줄 것 같지 않지만

미쿠리야의 의견이라고 하면 귀를 기울일 듯한 인상이 있었다.

그래서 미쿠리야의 이름을 팔아넘긴 거지만 아무래도 잘 풀린 모양이다.

그럼 좀 더 깊은 이야기를 해볼까.

「그런 상황이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세히 말해 보도록. 웬만한 문제는 나나 미쿠리야가 도와줄 테니까.」(5) 문의 길은 하루에 이뤄지지 않느니

「……이렇게 된 일입니다.」

토오바루의 대략적인 상황설명이 끝났다.

내 상상과 세세한 부분에서 차이는 있었지만 대체적으로는 다르지 않음이 판명되었다.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한정된 범위가 된다.

거기에 대해 토오바루에게 몇 가지 지시를 내리고

(방금전 허세나 뻥이 제대로 먹힌 탓에, 마침내 이 시건방지기 짝이 없는 계집애가 순종적으로 대답하게 된 것이다!)

하는 김에 연락처도 교환했다.

이걸로 어떻게든 될거 같다고 생각하고 있는 참에,

「후에후키군!!」

갑자기 내 이름을 외치며 용구실 안으로 뛰어드는 녀석이 있었다.

「오, 오우, 서기장…….」

너무나도 험악한 그 얼굴에 완전히 쫄아버렸다.

미쿠리야가 나와 토오바루를 가늘게 뜬 눈으로 째려본다.

이유는 불명이지만 화가 머리 끝까지 난 듯한 모습이었다.

이녀석 도대체 뭐 때문에 이렇게까지 광분하고 있는 거지?

「당신, 1학년 B반의 토오바루씨군. 그와 단 둘이서 이렇게 인적없는 곳에 틀어박혀 있는 이유는 뭐지?」

「저는 딱히…….」

「혹시 후에후키군의 여친?」

「아, 아닙니다. 그럴 리가 없잖아요!」

부정하는 건 좋다만 너무 힘이 들어가 있는거 아니냐.

「그럼……, 이젠 교실로 돌아가도 좋아. 이 사람은 4교시부터 땡땡이를 치면서 이런 곳에서 시간을 죽이고 있는

구제할 방도가 없는 학생이므로, 지금부터 학생회실로 연행할 테니까.」

「네, 알겠습니다. 저는 그렇게 되지 않도록 할게요!」

「…… 너희들, 정말 밥맛인데.」

뭐 미쿠리야가 여기까지 나를 찾으러 온 이유는 알았다.

그러고 보면 4교시는 완전히 내팽개쳐 버렸으니.

서기장의 급우가 이래서야 주변에 체면도 서지 않을 테고.

「사죠(左條)도 돌아가도 좋아. 지금부터는 내가 야단칠 테니까.」

미쿠리야 뒤에 숨여있던 부회장은 인사를 남긴 후 토오바루를 데리고 일학년 교실 쪽으로 돌아갔다.

고지식한 모습이 그야말로 학생회입니다 하고 주장하는 듯한, 무사를 연상케 하는 학생이었다.

미쿠리야를 따르는 모습은 마치 호위병 같다.

「여, 후에후키군.」

「왜.」

「어제 오후도 땡땡이쳤었지.」

「…… 죄송합니다.」

「정말이지… 너무 귀찮게 하지 마. 일부러 찾으러 다니는 것도 큰 일이란 말야.」

「미안하다고는 생각하고 있어.」

「낮잠을 좋아하는 건 알지만, 요즘엔 수업까지 땡땡이치고… 조금 풀어진 거 아냐?」

「그건 네가 자료실이라는 내 사랑스런 보금자리를 뺏아갔기 때문일 텐데.

나는 지금 낮잠 난민의 처지로 고난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 교실에서 자면 되잖아?」

「나는 눕지 않으면 피로가 가시지 않는 타입이거든.」

「그런 거야? 그럼, 어쩔 수 없네……」

조그만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린 미쿠리야가 내 가까이로 스윽 다가오자

E컵은 있을 법한 그녀의 가슴이 「갖다대고 있어요」 상태가 되었다.

일찍이 만진 적도 없는 젖가슴에 의한 영거리 사격!

덕분에 얼굴과 얼굴이 급접근.

진짜로 키스할 것만 같은 15cm 간격.

너무 갑작스러운 전개에 내가 갈팡질팡하고 있으니 어찌된 영문인지

갑자기 뻗어나온 미쿠리야의 오른손이 내 목덜미를 덥썩 하고 움켜쥐었다.

「응?」

잘 보니 미쿠리야의 왼손은 내 오른쪽 소매를 쥐고 있다.

어디선가 본 적 있는 상황이다. 그렇게 인식한 순간,

내 몸은 한바퀴 돌아서 허공을 춤춘 후 등부터 매트리스 위에 내다꽂혔다.

기술명은 모르지만 이건 유도의 던지기다!

다만 떨어지는 방식이 좋았던 건지 강한 충격은 있었어도 아픔은 느껴지지 않는다.

다음 순간 오른손과 목덜미를 강하게 얽어맨 미쿠리야로 인해

나는 상반신을 조금도 움직일 수 없는 상태로 고정당했다.

게다가 왼팔도 미묘하게 움직이기 힘들다.

뭐야 이건?

「…… 후에후키군은 처음 겪어보는 거야? 이게 곁누르기(押さえ?み)라는 기술인데.」

곁누르기?

유도의 기술이냐.

혹시 미쿠리야는…….

「몰랐나 보지? 뭐 내가 유도를 했던 건 중학교때까지니까 다른 중학교 출신인 너는 모르는 게 당연하지만 말야.」

「그렇다 치더라도……」

내가 아마츄어라는 건 감안해야겠지만, 이런 좁은 장소에서 남자를 집어던지고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그라운드 기술로 들어가는 솜씨는 심상치 않다.

이 녀석…… 미쿠리야는 상당한 실력자다.

「중학교 시절엔 전국대회 베스트4까지 갔던 적도 있어. 체급별이긴 하지만.

고등학교에 들어온 다음부터는 이따금 자유대련만 하는 정도고, 성실하게 연습하고 있지는 않긴 해도.」

「…… 어쩐지.」

「움직일 수 있겠어?」

「어렵겠는걸…….」

자세 탓에 미쿠리야의 속삭임이 귓가에서 들려온다.

고개를 돌릴 수 없어 보이진 않지만, 미쿠리야의 얼굴이 내 바로 옆에 있는 듯하다.

뜨거운 숨결이 귓불을 매끄럽게 녹여낸다.

등줄기가 움찔움찔하는 쾌감이 달렸다.

미쿠리야가 내 귓불을 살짝 깨물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귓불에 성감대가 없지만 갑작스러운 충격에 온몸이 학질이라도 걸린 양 떨린다.

그 뿐이 아니다.

따뜻한 혀가 귓바퀴 뒤편을 희롱해 온다.

제대로 청소하지 않으면 더러운 부분인데다 보통 다른 사람에게 보일 리도 없는 곳이기 때문에 상당히 부끄러웠다.

그녀의 혀끝이 쪼아먹듯이 연골이 들어있는 귀를 갖고 논다.

「…… 뭐, 뭐하는 짓이야.」

「아니 뭐, 그라운드 기술.」

「상대의 귀를 공격하는 그라운드 기술이 있을거 같냐!」

「응.」

살짝 몸을 튼 미쿠리야가 내 목덜미에 키스를 해 왔다.

게다가 입술을 강하게 밀착시키고, 빨아들여, 그 사이에 끼우는 방법으로.

분명히 이건 붉게 부어오르며 키스마크라는 게 남는 수법이었다.

츄, 츕, 하는 소리가 요염하다.

난리났군.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키스마크 단 채로 교내를 돌아다녀야 하는 처지가 된다.

「그, 만, 해, 서기장…….」

「싫어?. 계속 할래.」

아무리 힘을 줘도 양다리가 버둥거리는 것에 그칠 뿐, 조금도 움직일 수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올림픽 출전 선수라도 이 정도로 완벽하게 굳히기 당하면 아웃인 거다.

탈출방법도 모르고 힘도 없는 내가 전국 4강급의 기술에서 빠져나갈 방법 따위 있을 리가 없다.

그 사이에도 미쿠리야의 애무와 유린은 계속되고 있었다.

내 귓가, 솜털이 나 있는 장소에 정성스레 조그마한 입술을 갖다대고 만지작거리다가,

몇 번이고 입을 크게 열고 덥썩 물고는 아프지 않을 정도로 깨문다.

마치 흡혈귀에게 농락당하고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어라, 서고 있어. 후에후키군.」

슬리퍼를 벗어 양말만이 남은 미쿠리야의 발끝이 내 사타구니를 교묘하게 어루만졌다.

아플 정도로 발기한 자지가 바지 너머로 희롱당한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학교에서도 손꼽히는 미소녀가 (곁누르기라는 형태이긴 해도) 끌어안은 상태로,

귀나 목덜미에 입술과 혓바닥을 마구 밀착시키고 있는 것이다.

서지 않을 리가 없다.

게다가 아까전부터 비강을 간질이는 여자아이의 달콤한 내음.

샴푸나 비누 뿐만이 아니라, 발정하기 시작한 암컷이 발하는 고농도의 페로몬이 가차없이 후각을 자극한다.

더구나 움직이려고 몸부림칠 때마다 어딘가가 풍성하게 여문 거유에 닿아버리니 윽, 하고 움츠러들게 된다.

모리에게 펠라티오 봉사를 받거나 하면서 여성와의 성적인 접촉이 많아지고는 있었지만,

여성 그 자체라 할 수 있는 젖가슴을 만진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미쿠리야가 의식적으로 자신이 자랑하는 그것을 밀어붙여오고 있는게 분명하기도 하고.

게다가 거기서 끝이 아니다.

미쿠리야는 아예 내 옆구리에서 허리에 이르는 라인에 비소가 위치한 그 부분을 꽉 눌러오기 시작한 것이다.

허리를 슬쩍슬쩍 흔들며 아마도 클리토리스가 있을 법한 곳 근처를 내 요골에 대고 문질러 온다.

이건 나를 사용한 모서리 자위(角オナニ?) 같은 거다.

역레이프라고 할지, 역자위라고 할지, 뭐가뭔지 알 수 없는 상황에 돌입해버렸다.

더욱 무시무시한 건, 이렇게 여러가지 행동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구속하고 있는 곁누르기는 조금도 느슨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예 반쯤 단념한 나는 미쿠리야의 다키마쿠라 상태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어차피 이런 상태라면 남은 왼손으로 존슨이라도 만지작거리고 싶지만,

손을 뻗을 때마다 미쿠리야가 발로 차내버리고 있다.

정체가 뭐야, 이 녀석.

입과 손과 허리와 다리, 각각의 부위가 별개의 생물인 양 자유의지를 갖고 활동하고 있는 것 같다.

전신으로 내 몸을 이용해 쾌락을 탐닉하려 하고 있다.

예비종이 울린 건 그로부터 잠시 후였다.

시간으로 치면 약 20분 정도, 미쿠리야에게 깔려 있었던 듯하다.

나는 땀투성이가 되었는데 미쿠리야는 호흡조차 거칠어지지 않았다.

이쪽은 복장도 엉망인데 이 녀석은 블라우스가 살짝 흐트러졌을 뿐.

이런 부조리한 일이 있나.

「아?아, 여기까지인가. 가고 싶었는데, 어쩔 수 없네.」

「…… 너 학교에서 자위하는 건 그만둔 거 아니었던가?」

「응, 확실히 그만뒀어. 그치만 말야, 방금 건 그라운드 기술의 연습이니까. 노카운트 노카운트~」

「변명조차 안되는데 그건?」

「그치만 후에후키군이 나쁜 걸.」

「무슨 소리야?」

「내 욕구불만을 알아 주지 않으니까.」

「의미불명 그 자체잖냐!」

미쿠리야는 내 오른손에 매달리더니,

「있잖아, 다음에 전화해도 될까?」

「…… 밤 아홉시 이후라면 아무때나 상관없긴 한데.」

「좋아, 그럼 약속한 거야?」

「뭘?」

「나랑 텔레폰 섹스 하자. 내 전화 처녀를 줄게!」

「필요 없어!」

처음에 뛰쳐들어왔을 때 지었던 험악한 표정은 어디로 갔는지, 미쿠리야는 즐거운 듯 미소지어 보였다.

불시에 깔아뭉개진 채로 더치와이프 같은 취급을 받은 일도

이 웃음짓는 얼굴을 위해서라면 용서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학교에서 몰래 자위하는 걸 좋아하는 이 치녀의 영역에 아슬아슬 발을 걸치고 있는 여자가

어떻게든 평범한 생활을 하도록 만들기 위해서, 약간의 투정은 받아주도록 할까.(6) 여성의 밤에 문을 열고

밤시간의 학교는 무척 춥고 무섭다.

방금 전까지 잠복하고 있던 자료실에서 빠져 나온 나는 우선 학교 안의 상태를 보기 전에 화장실에 들러서 세수부터 했다.

잠기운에 푹 찌든 머리를 상쾌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꽤나 깊게 잠들어 있었던 탓에 아무래도 곧바로는 머리가 제대로 돌지 않는다.

시계를 보니 오후 7시.

부활동이 있던 학생들도 귀가하고 마지막까지 남아 일을 보던 교원들도 내쫓기는 시간대다.

지금부터 학교측과 계약하고 있는 경비회사에 의한 순찰이 오는 밤 11시까지 학내는 완전한 무인지대가 된다.

나처럼 자물쇠가 걸린 방에 침입해있지 않으면 마지막으로 귀가하는 사무원에게 발견되어 강제로 퇴거당하기 때문이다.

뒤집어보면 잠긴 방에 있기만 하면 밤까지 머무를 수 있다는 이야기도 되지만,

그 경우에도 마스터키를 가진 경비원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즉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숨어 있을 수 있는 건 11시까지라는 것이다.

자, 일에 착수하기 전에 일단 요기부터 할까.

가방에 넣어둔 주먹밥과 녹차를 캄캄한 복도 한구석에서 우물우물 삼킨다.

주먹밥을 감싼 알루미늄 호일이 조금 귀찮게 했다.

전등을 켤 수는 없지만 달빛만으로 충분하다.

그건 그렇고, 오늘의 달빛은 훌륭하다.

만월은 아니지만 이건 이것대로 운치가 있다.

「…… 부디, 행복해질 수 있기를??.」

그 달빛을 받으며, 손을 모아 달님께 빌어 보았다.

응. 좀 거시기하군, 나란 놈은.

그 후 소리를 죽인 채로 이동해 어떤 방을 멀리서 관찰해 본다.

유리창에는 커튼이 쳐져 있고, 불도 꺼져 있는 것 같다.

다만 전등이 꺼진 그 방에는 분명히 누군가가 있을 것이다.

나는 오늘 이 시간에 그 인물이 확실히 저 방에 있을 거라는 확증을 얻기 위해서 3일의 시간을 소비했으니까.

지금부터는 그 녀석이 움직이기를 기다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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