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앞에 그 후배가 서 있다.
장소는 체육용구실의 중앙. 나는 뜀틀에 기대 그 녀석의 모습을 관찰하고 있다.
일학년이 말한다.
「선배, 뭐든 해줄게. 펠라티오가 좋아? 아니면 파이즈리?」
H의 전문용어는 알고 있는 모양이지만, 펠라티오는 몰라도 파이즈리는 무리일 텐데.
그녀의 가슴은 매우 소담하다.
솔직히 말하면 아무리 크게 봐줘도 B컵이 될까 말까 하는 수준이다.
미쿠리야의 E, 모리의 D와는 비교가 안된다.
나는 두말 할 여지를 주지 않는 강한 말투로,
「그런 것보다, 스커트를 걷어올려.」
라고 명령했다.
선배냄새 풀풀 나는 말투에 후배가 당황한 표정을 짓는다.
「스커트를 걷어올리고 그곳을 보이라고 하잖아.」
「싫어 그런 건. 부끄럽잖아?」
「됐으니까, 얼른 해.」
나는 이 녀석이 거절하지 않으리라는 걸 알고 있으므로, 강한 태도로 밀어붙였다.
어째서 그런 기분이 들었는지는 금새 눈치챈다.
아니나 다를까, 이건 내 꿈 속인 것이다.
미쿠리야에게 펠라티오 시키는 꿈을 꾸었을 때처럼,
나는 이 녀석의 팬티를 목격한 충격으로 욕구불만 상태가 되어 버렸을 것이다.
그러니 이런 꿈을 꾸는 처지가 된 거다.
그리고 꿈 속에서 나는 그 건방지기 짝이 없는 배배 꼬인 계집애를 능욕하려고 하고 있다.
그렇다면 항상 그랬듯이 마음 내키는 대로 행동하자.
「얼른 걷어올리라니까.」
「네……」
고개를 끄덕여 수긍하더니 스스로 스커트를 걷어 올렸다.
예의 그 순백색 팬티에 가려진 고간이 드러났다.
얇은 천 아래로 그 안에 숨겨진 여성 그 자체인 부분이 희미하게 비춰 보이고 있었다.
「팬티를 내려.」
나는 재차 명령을 내린다.
사랑스러운 얼굴이 부끄러움에 빨갛게 물든다.
그리고 내게 등을 돌리고 스커트 안에 손을 넣는다.
「그만. 스커트 끝자락을 입에 물어서 걷어올린 채로 벗는 거다. 말할 것도 없지만, 그곳은 내게 보이는 자세로 하도록.」
그녀가 지시대로 팬티를 내리자, 희미한 음모가 드러난다.
그 그늘 아래, 드러난 비부로부터 진득한 꿀이 떨어져 내린다.
몇 방울이나, 몇 방울이나.
강제로 부끄러운 일을 하게 되어 흥분한 나머지 젖어버렸을 것이다.
힙에서 배꼽에 이르는 살집 없는 허리 부위가 그야말로 여고생이라는 느낌을 준다.
게다가 순산형의 큼직한 엉덩이가 더해지니 오싹오싹 흥분된다.
여고생의 허벅지가 만들어내는 가지런히 모인 다리 사이의 틈새도 훌륭하다.
스커트를 물고 있는 자세는 내 사타구니를 뜨겁게 달군다.
「그대로, 오른손으로 보X를 벌려.」
「에(네).」
순종적이라 좋군.
꿈이니까 가능한 일이다.
현실에서는 절대로 하지 않을 테니까, 그 녀석.
쫙
정석 그대로의 효과음이 들려오는 듯했다..
검지와 중지로 연주하는 하모니다.
읍, 하는 소리를 흘린다.
이대로 사라지고 싶을 정도로 부끄러운데도, 내게 보이면서 느껴버리는 자신을 자각했기 때문일지도.
입에 물고 있던 치마자락을 왼손으로 누르며,
「싫어요, 부끄러워요…」
후배가 허리를 이리저리 꼰다.
거부하는 몸짓이지만 나는 용납하지 않는다.
「좋은걸. 그대로, 15초간 정지.」
내가 시간을 헤아리기 시작하자 귀여운 눈썹이 애처롭게 내려깔린다.
건방진 모습은 자취를 감추고, 고통과는 다른 색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정해준 시간이 흐른 후, 또다시 나는 녀석에게 명령을 내린다.
「…… 『제 보X를 봐주세요, 선배님』이라고 말해 봐.」
「제 보X를 봐주세요, 선배님.」
그녀의 목에서 흑 하는 소리가 울린다.
눈꼬리에 눈물이 맺힌다.
내게 보이고 있다는 현실에 감정이 흐트러지고 있는 것일까.
「만져 주실 수 없나요, 선배님. …… 네…? 제발 만져 주세요…」
마침내 애원하기 시작한 소녀.
애타는 상황에 인내의 한계에 달한 것인지도.
이제는 단순히 보이는 것만으로는 견딜 수 없나 보다.
직접적인 애무가 필요해진 것이다.
「앉아.」
후배의 머리를 눌렀다.
내 사타구니 앞에 무릎꿇게 만들었다.
그대로 지퍼를 내리고 일물을 꺼내니, 그건 이미 한껏 발기하고 있었다.
「빨아.」
그렇게 말하며 귀두를 후배의 앞에 갖다바치자, 조그마한 입술이 그것을 감싸왔다.
아무리 급해도 그렇지 너무 덤비는 거 아닌가.
나는 신음성을 내지르고 말았다.
너무나도 생생한 감촉.
그리고 일찍이 딱 한번이지만 체험했던 적이 있는 그 감촉에, 내 의식이 각성했다.
눈을 뜨고 다리 사이에 시선을 던지니……
모리 아스미가, 어찌 된 영문인지 내 허리를 감싸안고 페니스를 탐하고 있었다…….(3) 유? 유? 유?, 유? (빨기)명인
「어라, 일어나 버렸어?」
「…… 일어나 버렸어? 같은 소리나 할 때가 아닐 텐데. 무슨 짓이야!
남의 자지를 허락도 없이 빨고 있다니. 너 치녀야? 치녀인 거냐?」
즐거운 듯 내 자지를 빨고 있던 모리가 고개를 들었다.
「…… 5교시 역사 수업을 땡땡이치는 너를 위해 친절하게도 찾으러 와 준 내게 실례라고 생각하지 않아?」
「이런, 늦잠 자버렸나? 위험한데, 지금 몇 시지?」
「6교시 중간쯤일까나. 벌써 늦었어.」
「일찍 좀 깨우라고!」
「그치만, 너는 기분 좋게 쿨쿨 자고 있고, 나와 사이좋은 아드님은 힘차게 우뚝 솟아 있다보니 그만.」
「내 자지와 인격적으로 친근한 사이인 듯한 말투는 그만 둬.」
「아음」
모리는 내 것을 즐기기 위해 재차 귀두를 입에 머금었다.
그 부드러운 자극은 내게는 너무나 강렬한 나머지,
볼기살이 단단하게 조여들면서 허리가 멋대로 앞으로 튀어나갔다.
하지만 모리는 오른손으로 내 허리를 단단하게 홀드한 채 놓아주려 하지 않는다.
왼손은 자지와 함께 드러나 있는 음모를 상냥하게 빗어내리고 있다.
「으, 그만해!」
민감한 부분을 일부러 노리고 공격하는, 뜨거운 파문이 번져가는 듯한 혀놀림이었다.
겨우 두번째인데도 불구하고 모리의 펠라티오 숙달 속도는 엄청나다.
내 장담하건데 이 녀석, 맹렬하게 공부했음에 틀림없다!
교묘하다고까지 할 수 있는 모리의 테크닉에 귀두가 움찔움찔 떨면서 환희로 가득 찬 댄스를 선보인다.
무의식중에 모리의 머리카락을 마치 연인에게 하듯이 쓰다듬었다.
내게 봉사해주고 있는 여자를 사랑스럽다고 느껴버린 것일까.
풋살부의 늠름한 부장은 마치 고양이처럼 어깨를 움츠리며 녹아내린 얼굴이 되었다.
모리는 일단 입안의 것을 토해낸 후 갓 부분을 혀끝으로 쿡쿡 찌르기 시작했다.
작전을 변경할 모양이다.
「아, 모리……! 너무 능숙하잖아 너……」
나는 이미 모리의 펠라티오에 함락당한 몸이므로
이토록 집요하게 공격당하면 뇌내가 완전히 열락에 지배되어 버린다.
간단히 말하자면 너무 기분이 좋아서 다른 건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해 버린다는 거다.
「으응?, 아아이 (흐흥?, 잘하지)?」
모리가 으쓱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헐떡이며 몸부림치는 모습이 기쁜 것 같다.
그렇다고 여기서 억지로 참는 것도 왠지 아까운 듯한 기분이 든다.
빨간 혀가 자지의 첨단을 간질인다.
민감한 아랫줄기까지 애무의 손길이 뻗쳐온다.
고환을 닿을락 말락 미묘한 강도로 애무하고 있던 왼손까지
엄지와 검지로 고리를 만들어 문지르며 참전한다.
세운 새끼 손가락, 가끔씩 앞머리를 쓸어올리는 몸짓, 촉촉한 눈길로 올려다보는 모습,
그 모두가 여성스러움을 연출하기 위해 계산이라도 한 듯이 내 마음을 자극한다.
모리는 독자모델급 미모의 여고생이다.
그런 미소녀가 내 성기를 일심불란으로 정성스럽게 핥고 빨면서 봉사해 주고 있는 것이다.
참을 수 있을 리가 없다.
「모리, 나온다! 아니, 쌀 거야!」
모리는 자지를 머금은 채로 고개를 끄덕여 답하고,
입안의 혀를 움직여 요도구 앞에 갖다 댔다.
가련한 입술 안에 뜨거운 정액을 토해 낸다.
미안하기도 하고 꺼림칙한 기분도 있었지만, 그걸 잊어버릴 정도로
하늘 위로 날아오르는 듯한 쾌감을 느꼈다.
비릿한 그것을 인후로 받아들이고, 다음 순간 모두 삼켜가는 모리.
연인 사이도 아닌데 거기까지 해주지 않아도 된다, 고 말하려 했지만 너무 늦었다.
모리는 등줄기를 곧게 펴고 정액이 흘러넘친 부분을 낼름 핥아올린 후,
뜨겁게 상기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음탕한 얼굴이었다.
나는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정액을 빨다 남은 흔적을 정성스레 닦아준다.
칠칠치 못한 내 자지가 한 짓이니 내가 해야할 일이기도 하고.
모리는 그런 내 행동을 어딘지 모르게 몽롱한 얼굴로 가만히 받아들이고 있다.
성행위의 고양감은 굉장하군.
그 기가 센 모리가 남자에게 얌전히 몸을 내맡기고 있을 정도니까.
뒷처리 후 다리를 포개고 멍하니 앉아있는 그녀에게 손을 내밀어 일으킨 다음 둘이서 나란히 뜀틀에 앉았다.
「…… 앞으로는 마시거나 하지 않아도 괜찮아.」
「모처럼이니까 맛보고 싶어지잖아?」
「맛도 없을 텐데.」
「익숙한가 아닌가의 문제라고 인터넷에 써 있더라.」
「인터넷의 정보를 그대로 믿지 마. 제대로 취사선택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그게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라는 거야.」
이런 의미불명의 진술 따위를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나는 이 녀석에게 따지지 않으면 안되는 문제가 있지 않은가.
「갑자기 남의 자지에 덤벼들다니 무슨 생각이야?」
「그러니까, 너를 찾고 있었는데, 너는 기분 좋게 자고 있는 거야. 깨우려고 했더니 바지에 텐트를 치고 있네?
시험삼아 지퍼를 내려 봤더니, 엄청난 상태가 되어 있길래… 불쌍한 마음에 봉사해 주기로 했다는 사정인데 말이지.」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답해 온다.
학교에서 발기한 채로 낮잠이라니, 상당히 위험한 이야기다.
다른 녀석들이 보기라도 했다면 무슨 소리가 나올지 무섭다.
그 점은 모리에게 감사해야만 할지도…….
「게다가 벌써 6교시는 시작해버렸고 아무도 여기 올 거 같지는 않아서, 그만 저질러 버렸습니다! 테헷.」
거기선 얌전하게 일으키라고.
「게다가 네가, 『빨아』라면서 잠꼬대까지 했잖아. 그 말대로 해준 것 뿐이기도 하다구.」
「입밖에 내고 있었단 말인가!」
「…… 낯뜨거운 녀석이라니까.」
나는 이번에야말로 완전히 KO당했다.
꾸벅꾸벅 대왕에 더해서 펠라티오 강요맨 따위의 별명이 붙기라도 한다면 장가는 다 간 거 아니냐 말이다!
머리를 감싸쥐고 있는데 6교시 종료의 벨이 울렸다.
「자 그럼, 슬슬 돌아갈까. 함께 돌아가면 여러가지로 시끄러울 테니까 조금 시간을 죽이고 나서라는 걸로 좋아?」
「뭐 그렇군. 우리들이 연인 사이도 아니고.」
「펠라 프렌드니까 말이지.」
「너희들은 어째서 항상 그렇게 적나라한 거냐.」
「…… 너희들?」
「아니, 아무 것도 아냐.」
우리들은 체육관 출입구까지 함께 걸었다.
그리고 외부 연결통로를 나선 후 헤어지려는 참에,
「모리 선배님! …… 하고 후에후키 선배님.」
누가 말을 걸었다.
어쩐지 나는 덤 취급이지만 상대를 보면 그 이유는 일목요연.
아까 전의 그 시건방진 후배였다.
「오, 토오바루(桃原). 빨리 왔네. 청소 당번?」
「아뇨, 지나가는 길이에요.」
거짓말이군.
용구실의 상태를 보러 왔을 것이다.
역시 이 녀석은 체육용구실에서 뭔가를 꾸미고 있다.
…… 그건 그렇고, 이 녀석 토오바루라는 이름인가.
어디선가 들은 기억이 있는데.
같은 중학교라서 그런 게 아니라, 뭔가 다른 데서…….
「모리. 이 녀석 우리 중학교였던가?」
「응. 토오바루 시즈나. 기억 안나? 나랑 같은 농구부인데다 차기 에이스였던 앤데.」
「내게 그런 기대를 하지 마. 전혀 기억에 없으니. 뭐……, 그렇게 됐으니 잘 부탁해, 토오바루.」
나는 모리 몰래 자연스럽게 건방진 후배――― 토오바루에게 프레셔를 걸어 보았다.
어떤 반응을 보일지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불만에 찬 표정을 짓는다.
아무래도 나와 모리가 사이좋게 단둘이 있었던 게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시선만으로도 알 수 있다.
…… 이 녀석도 모리처럼 레즈비언일 수도 있겠는걸.
스탠드 유저가 그렇듯이, 레즈비언은 백합속성을 끌어들이는 건지도 모른다.
「물론이죠, 후에후키 선배님.」
나는 우쭐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토오바루의 눈에 위험한 수위에 달한 짜증이 깃든다.
우와?, 무섭잖아?, 이 계집애?.
「선배님들이야말로 아직 수업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어째서 이런 곳에 계신지?」
떠보겠다는 건가.
쬐끄만 주제에 건방지군.
「아, 그렇지……. 방금 생각났어. 토오바루, 아이즈(?津)는 잘 지내?」
토오바루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아무래도 꺼내고 싶지 않았던 화제인 모양이다.
그건 모리도 알고 있었던 것 같지만, 이미 말해버린 이상
끝까지 회화를 이어가지 않으면 부자연스러워지고 만다.
「…… 야스코(靖子)는 아직 폐렴으로 집에서 요양중입니다. 벌써 3주 정도 되었어요.」
「그런가. 아이즈도 내 후배니까…. 얼른 나으면 좋겠다고, 걱정하고 있다고 전해줬으면 좋겠어.」
「그렇게 할게요. 모.리. 선.배.님.께는 신세를 지고 있으니 야스코에게도 꼭 전달해 두겠습니다.」
「부탁할게.」
그런 대화를 끝으로, 토오바루는 반대 방향으로 떠나갔다.
가슴보다 큰 엉덩이가 탱글탱글 탄력 좋게 흔들린다.
「…… 지금 그 대화는 뭐지?」
「으음?, 너는 잘 모르나본데 농구부에 아이즈 야스코라고 하는 후배가 있거든. 중학교 때부터 아끼고 있었는데…… 」
「그 녀석에게 뭔가 일이라도?」
「학원제가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입원해버려서.」
「헤에, 그건 또 어째서?」
「분명히… 아까 우리들이 불타오르고 있던 체육용구실에
분실물을 찾으러 갔다가 어째선지 갇혀 버렸나 보던데.
심야에 순찰을 돌던 경비가 도와주러 올 때까지. 요즘은 쌀쌀하니까 말이지.
그 때 폐렴에 걸린 후로 학교에 오지 않게 되었다는 이야기.
건강하고 활기찬 아이다보니 한번 병에 걸리면 크게 앓는 모양이야.」
「그렇군. 걱정할 만 한데. 폐렴은 일본인의 사망 원인 상위에 위치해 있기도 하고.」
「응……. 친구인 토오바루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겠지.」
과연, 그런 사정인가.
대충 상황이 보이기 시작했다.
미쿠리야에게는 ‘이지메’라던가 그런 쪽의 이야기를 물었던 탓에, 이 사건은 제외되어 버렸을 것이다.
그 녀석은 의외로 트러블 관련으로는 머리가 돌아가지 않으니까.
아마 토오바루는 그 아이즈라는 체육용구실에 갇혀
폐렴에 걸린 친구의 사건에 대해 뭔가 조사하려고 하고 있을 것이다.
어떤 걸 조사하는지는 몰라도 뭐 나쁜 짓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므로 내버려둬도 상관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러면 꿈자리가 사나워질 사태가 벌어질 것만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 것도 아니다.
어쩔 수 없군. 또 한번 발벗고 나서볼까.
자빠졌을 때 팬티를 감상시켜준 일에 대한 답례도 필요하니.
……… 전부 해결되고 나면, 토오바루가 스커트 끝자락을 입에 물게 하겠다는 생각 같은 건,
조금도 하지 않고 있다. 정말이다.(4) 명탐정 도어맨
다음날 체육시간.
나는 오늘 당번에게 말을 걸었다.
「체육용구실 열쇠, 내가 받아와 줄게.」
「…… 무슨 변덕이지? 갑자기 의욕을 내다니.」
「쇼우(晶) 선생님과 이야기를 하고 싶거든. 그러니 부탁해도 될까?」
「너 숙녀(熟女) 취미였냐?」
「아니, 유부녀 속성인데.」
「동정 주제에 레벨만 높기는. 뭐 좋아. 맘대로 하라고.」
「도, 도, 동정 아냐!」
나는 이것저것 커밍아웃해댄 다음 재빨리 짐을 집어들고 체육관에 향했다.
여자 몇 명이 싸늘한 눈초리를 보내고 있었지만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그 외 몇 명이 바보취급하듯이 실소하고 있었지만 이것도 무시한다.
그건 그렇다 치고. 미쿠리야와 모리 너희 두 명.
적어도 너희들은 이미 치녀라는 게 판명되어 있으니,
섹스 경험이 없는 나를 내려다보는 시선으로 불쌍해 하는 건 그만둬.
…… 나는 살짝 슬픈 기분을 품고, 체육관 2층에 있는 교관실에 노크한 다음 안으로 들어갔다.
「실례합니다?. 2학년 C반의 후에후키입니다.」
「오, 어쩐 일이야?」
「용구실 열쇠를 빌리러 왔는데요?.」
「아아, 그럼 거기 책상 위에 있는 노트에 적어 둬.」
교관실에 있던 사람은 아까 전의 대화에도 나온 쇼우 선생님.
본명이 혼마 쇼우(本麻晶)인 25세의 여성 체육교사다.
뒤쪽에서 틀어올려 정리한 길게 기른 머리카락, 날카롭고 커다란 눈매를 가진,
마치 대기업의 여성비서를 연상케 하는 늠름한 모습이다.
하지만 위아래 모두 체육복 차림이다보니 이것저것 뛰어넘어 정상급 운동선수로 보이는 근사한 미녀였다.
실은 내 취향의 스트라이크존 한가운데다.
늘씬한 팔다리,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가슴, 조그마한 엉덩이, 그리고 예쁘게 정리된 뒷머리와 목덜미.
평소에는 체육복 차림에 운동계열 그 자체인 언동을 보이면서,
등교시나 귀가시에는 품위있는 사복으로 갈아입고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상냥하게 인사에 응해준다는 갭.
어느 것이나 내가 동경할 만 하다.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 중에서는 굳이 따지자면 모리가 가장 가깝지만,
그런 치녀와 같이 취급하는 건 선생님께 미안한 일이다.
아아, 나의 쇼우 선생님.
참고로 아까는 이야기의 흐름상 어쩌다보니 그런 소리를 하긴 했으나, 쇼우 선생님은 유부녀가 아니다.
「이번엔 풋살을 할 테니 볼과 골대를 꺼내 놓도록.」
「네?.」
「그리고 이것도. 빕스다.」
선생님이 직접 세탁을 마친 빕스를 건네준다.
빕스라는 건 이른바 색으로 구별된 간이 제킨(zeichen)이다. 팀을 나눌 때 쓰이거나 한다.
풋살은 다섯 명이 한 팀이므로 팀마다 빕스가 배부되어 그걸 사용해 게임을 하게 된다.
「그러고 보니 부활동 때 후에후키는 움직임이 꽤나 좋던데. 공수의 전환이 발군이야.
도저히 입부한 직후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그 상태로 계속 노력해 줘.」
쇼우 선생님은 풋살부의 고문이며, 창시자이기도 하다.
원래 상록수 학원이라는 여자축구 명문 출신으로, 체육대학 시절에도 축구를 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 이유로 타마가와조이에 부임하자마자 풋살부를 설립한 것이다.
그냥 축구부도 있기는 했지만, 축구를 하고 싶어하는 여학생의 수요가 있었던 것이 창립의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나의 입학과 동시에 부가 설립된 후 모리를 위시한 중학교 시절의 농구부, 핸드볼부 출신 여자가 입부하자
혼성이기 때문인지 여자를 노리는 남자들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 결과 현재는 23명이라는 상당한 부원수를 자랑하게 되었다.
나데시코 재팬의 활약도 영향은 끼쳤겠지만, 역시 실기도 지도할 수 있는
미인 고문선생님의 존재가 컸을 거라는 건 말할 필요도 없다고 본다.
나도 쇼우 선생님을 위해 꼭 입부하고 싶었지만,
입학 당시의 대수롭지 않은 사정 때문에 그럴 수 없었다는 괴로운 과거가 있다.
그러니 솔직히 말하자면, 모리의 권유는 정말 타이밍 좋게 발생한 럭키 이벤트였던 것이다.
고맙다, 모리 아스미!
「좀 더 잘하고 싶긴 합니다만.」
「그럼, 풋살이 아니라 축구라도 괜찮으니 좋은 시합을 많이 관람하면서 팀원들과 토의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야.
그렇지! 이번에 일본대표팀의 시합이 있으니 내 방에서 같이 볼까?」
어라? 진짜로? 정말?
선생님의 맨션에서 단 둘이서 축구를 볼 수 있는 거야?
갑자기 왠 에로게 모드?
「정말요? 갑니다, 가고 말고요! 꼭 불러 주세요.」
「좋아, 그럼 나중에 모리들에게도 연락해 두지. 자랑은 아니지만 내 방은 꽤 넓으니까 말야. 열 명 정도는 문제없어.」
「…… 아 역시?」
나의 야망은 순살당했다.
뭐 어쩔 수 없다.
선생님 집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생각하자.
동경하는 여선생님 집의 공기를 들이마시기만 해도 동정을 탈출할 수 있을 듯한 기분도 들고.
조금 많이 옆길로 샌 듯한 느낌도 들지만…… 나는 교관실에 온 진짜 목적을 완수하기로 했다.
우선은 관리노트의 앞 페이지를 살펴 토오바루의 이름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한다.
그리고 이 건에 대해 쇼우 선생님이 뭔가 알고 있는지 질문해 보았다.
「그러고 보니 요전에 용구실에 갇힌 바보가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응? 언제적 일이지?」
「문화제 다음쯤…?」
「아?, 아이즈 말인가. 바보라기보다는……. 아마 잠근 사람이 확인을 게을리한 것 뿐일 거야. 거기는 열쇠가 없으면 잠그지도 못하니까.」
「생각해 보니 평소에도 안에 들어가서 말을 걸어본 후에 잠그라고 하기도 했군요.」
「그렇지. 그러니 보통 갇히거나 하는 일은 없어. 뭐, 아이즈 때는 아무도 열쇠를 꺼내가지 않았고.
어쩌면 누군가 장난끼로 멋대로 열쇠를 꺼내 잠근 녀석이 있을 지도 모르지만.」
「마음대로 꺼낼 수 있는 겁니까?」
「우리들이 있을 때는 무리겠지? 없다 하더라도 교관실(여기)의 문이 열려있지 않으면 안되고. 그러니 그 가능성은 없다고 보지만……」
「따로 여벌의 키라던가 없나요?」
「학교측과 계약을 맺은 순찰 경비가 갖고 있었을걸. 그 밖에도 있긴 했던거 같지만 일반 학생이 손에 넣긴 어렵다고 생각하고……. 역시 착오였던 걸까.」
과연.
이걸로 확실해졌다.
토오바루는 아이즈라는 친구를 체육용구실에 가두어 폐렴까지 걸리게 만든 범인을 찾고 싶어한다.
그 수단으로 스스로를 가두고 소란을 일으키려 하고 있는 거다.
뭐 그게 어떤 효과를 가져올지는 미지수지만.
그 녀석, 그다지 머리가 좋아보이지 않으니 말이지.
상황을 이해한 나는 아쉽지만 선생님께 열쇠를 받아든 후 인사를 하고 체육관 쪽으로 내려갔다.
벌써 클래스메이트들이 모이기 시작하고 있었다.
열쇠를 들고 체육용구실 앞에 서서 주의깊게 주변을 바라보았다.
누가, 어떤 이유로 그런 짓을 했는가.
아직은 알 수 없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