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화 (8/25)

어쨌든, 상황종료.

 (1) 출구열기

나는 사회과 자료실을 대신할 만한 새로운 낮잠 포인트를 확보하기 위해 점심시간도 반납하고 교내를 둘러보고 있었다.

스페어키를 돌려줬을 때 미쿠리야가 농담섞인 말투로 선생님께 이른다고 했던 적이 있는데,

그 녀석 정말로 저질러버린 것이다.

안면 중에 들이닥친 사회과 주임 선생님께 예비종이 울릴 때까지 듬뿍 설교당했다.

교실에 돌아와 메일로 항의했지만,

『팬티 본 거에 대한 보복이지롱♥』

이렇게, 실은 앙심을 품고 있었다는 것이 드러났을 뿐이다.

이미 11월이므로 쌀쌀해서 옥상에서는 쾌적한 수면이 불가능하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어딘가 조용하고 편안한 장소가 없는지 찾고자 학교를 헤매고 있다는 사연이다.

체육관 앞에 도착하자, 그러고보니 체육용구실이 있었군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체육용구실이라고 하면 에로틱한 물건에서는 강간, 윤간의 주무대가 되지만

우리 학교에서는 체육관과 본교사를 이어주는 2층의 이동복도 바로 옆에 체육교관실이 있으므로

층은 다르지만 그곳의 출입구에서 바라볼 수 있는 위치에 용구실이 있다는 위치 관계상

누군가에게 들키지 않고 H할 수 있을 법한 장소는 아니다.

물론 출입할 때만 조심하면 낮잠자는 정도는 문제없다.

나는 손님용 슬리퍼로 갈아신고 체육관 안으로 들어갔다.

체육용구실은 체육관 한구석에 입구가 있고, 눈에 띄진 않지만 환기용 창도 있다.

평소에는 교관용 열쇠로 잠겨져 있을 테지만 내게는 상관없는 일이다.

여느 때처럼 「상시개정」으로 문을 열려고 하는데 안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예의 사건 때의 미쿠리야나 모리처럼 「웃흥앗항 대작전」 같은 소리는 아니다.

귀를 기울여보니 제대로 된 일본어라는 걸 알 수 있다.

『저기요?, 누군가 계신가요?. 여기 좀, 열어 주세요?』

아무래도 누군가 갇혀 있는 모양이다.

분명히 이 문은 안에서 잠글 수도 열 수도 없고,

개폐를 위해서는 체육교관실의 열쇠가 필요한 구조였을 것이다.

그렇기에 체육 수업 전에는 당번이 미리 가서 열쇠를 받아와야 한다는 룰이 있다.

갇혀 있는 사람은 안에서 작업하다가 운 나쁘게 문이 잠겨버렸을 것이다.

나와 달리 일반인은 힘들겠군.

「어이, 괜찮아?」

『휴우, 다행이이에요. 못나가는 줄 알았다니까요~』

「갇혀 있는 거야?」

『네?. 가능하면 교관실에서 열쇠 좀 빌려와 주실 수 있나요오. 부탁드려요?.』

태평한 녀석이다.

초조함이란 게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내가 우연히 지나치지 않았다면 저녁의 부활동 시간까지 꼼짝없이 갇혀있었을 텐데도.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본다.

이제 슬슬 점심시간도 끝나갈 무렵이다.

일부러 2층까지 올라가는 것도 귀찮고 하니…….

「어이, 들려?」

『벌써 빌려와 주신 건가요오』

「잠깐 뒤로 좀 물러나 있어. 문에서 비켜 봐.」

『…… 뭘 하시려고요?』

「잔소리 말고, 시킨 거나 해.」

『…… 비켰습니다만……』

뭔가 불만스러운 모양이다.

어쨌든 목소리의 주인이 움직인 걸 확인한 나는 문 구석을 뻥 차버렸다.

소리만 크게 울리도록 힘을 조정해서.

그런 후 일부러 덜컹덜컹 흔든 다음 「상시개정」으로 문을 열었다.

「…… 열렸다. 얼른 나와.」

그러자 조그마한 여자아이가 나왔다.

매고 있는 넥타이 무늬를 보니 1학년이다.

세미롱의 머리카락을 옆쪽으로 한 곳만 묶은 활동적인 헤어스타일을 한,

아까까지의 태평한 분위기는 흔적도 없는 날카로운 눈매의 깜찍한 아이였다.

표정에 험악함이 섞여 있어선지 다가가기 어려워 보이는 것이,

굳이 말하자면 우리 반의 모리 쪽이 좀 더 내 취향에 가깝지만.

이 녀석은 동물로 비유하자면 겨울이 가까워져 필사적으로 먹이를 찾고 있는 다람쥐 같은 느낌이다.

꼴찌경쟁에 돌입한 시즌 종반의 오오미야 아르디쟈를 연상케 하는군.

※ 오오미야 아르디쟈 : 일본의 축구팀 이름

「어떻게 열었나요?」

「요령이 있거든. 좀 두들긴 다음 위아래로 흔들면 남자 완력으로는 충분히 열 수 있어. 귀찮을 때는 이걸로 OK지.」

언제나 애용하고 있는 헛소리를 나불나불 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걸로 납득해주지만 아무래도 눈앞의 후배님은 불만스러운가 보다.

어디가 불만인지는 전혀 감이 안오지만.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어, 응.」

불만이 있어도 인사 정도는 할 수 있는 모양이다.

착실하게 교양을 가르치는 좋은 집안 출신인지도 모른다.

만약 그렇다면 얼굴에 불만을 드러내지 말라고 말하고 싶은 참이지만.

「어째서 제복을 입은 채로 갇혀 있었지? 낮잠이라도 잔 거야?」

「이렇게 냄새나는 데서 잘 수 있을 리가 없잖아요. ……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혹시 이지메 당하고 있다던가.」

「아닙니다. 어째서 그런 생각을 하셨죠?」

「…… 아니 뭐, 체육용구실 하면 이지메나 강간의 온상 같은 이미지가 있잖아? 처음엔 그런 건 줄 알고 좀 놀랐거든.」

「선배님은 상상력이 풍부하시네요.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자만, 저를 두고 이상한 망상은 하지 말아 주세요. 오싹해 지니까요.」

「네, 넵!」

이렇게 귀염성 없는 후배를 봤나.

모처럼 분위기를 풀고자 농담까지 피로해 줬거늘 ‘오싹해 지니까요’라니 이거 참.

나는 이래뵈도 일단은 은인이다.

그릇이 작은 남자로 느껴질지도 모르겠지만 중요한 것이므로 반복하는데, 은인이라고.

「그럼, 저는 이만 수업이 있어서.」

건방진 후배는 이쪽에는 시선도 주지 않고 후다닥 자리를 떴다.

남겨진 건 미묘하게 납득하지 못하고 있는 나 뿐이다.

그 계집애, 다음부터 도와주나 봐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