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백합 열쇠의 문을 넘어서
이 여자의 이름은 모리 아스미(毛利阿澄).
중학교 시절부터 내 동급생이며, 현 타마가와조이 고교 풋살부의 부장이기도 하다.
미쿠리야와는 타입이 다르지만 스포츠 우먼다운 시원시원한 숏컷, 늠름한 눈썹과 눈매, 야무진 느낌을 주는 턱라인을 자랑하는 미소녀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그녀는 남자에도 뒤지지 않는 강인함을 지닌 여자 운동부 계열의 이른바 카리스마적 존재라는 점이다.
미쿠리야가 문과계, 우등생계, 성실계, 그 외 여럿을 이끄는 리더라고 한다면
그들과는 정반대의 타입을 통솔하는 카리스마를 갖고 있다고 하면 되려나.
남녀혼합이라 자칫 잘못하면 미팅 서클로 전락했을지도 모르는 풋살부가 나름대로 운동부로서 활동하고 있는 그녀가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덧붙여서 동급생이긴 하지만 미묘하게 나와의 접점은 적다.
체육제 실행위원으로 함께 활동했던 일이 있었던 정도다.
같은 반이 된 것도 중학교 1학년 때 뿐이고 그때 이후 고교 2년생이 되어 다시 클래스메이트가 된 이래 인사를 나누는 정도밖에 한 일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귀가부의 레귤러 경쟁으로 바쁘고, 이 녀석은 학교의 중심인물로서 바빠서 서로 생식권이 다르니까.
그건 그렇다치고, 문제는 왜 이 녀석이 미쿠리야의 키를 갖고 있으며
미쿠리야의 물건을 훔친 이유는 무엇인가 라는 점이었지만, 그건 왠지 모르게 이미 해결한 듯한 기분이 든다.
「하아……」
모리가 숨을 내쉴 때마다 다리 사이의 어딘가로부터 질척질척 하는 소리가 BGM에 섞여 들려온다.
아무래도 흰 팬티를 입고 있는 듯한데, 이게 놀랍게도 좌우를 끈으로 묶는 타입의 남자를 유혹하고 있다고밖에 보이지 않는 물건이었다.
그 안에 손을 집어넣고 열심히 만지작거리고 있는 듯하다.
그저께의 미쿠리야는 손끝으로 어루만지거나 손가락 하나를 살그머니 찔러넣어 조심조심 쾌감을 맛보고 있었지만,
모우리의 경우 대담하게 손바닥으로 비비고 문지르며 힘껏 성기를 마찰한다고 하는 어그레시브한 스타일인 것 같다.
과연 운동계 소녀는 다르다는 건가.
「하아! 하아앙! …… 크응, 앗!」
자기방이라서 그런건지 부모님이 부재중이기 때문인지,
소리를 참으려고도 하지 않고 마음껏 자극을 즐기고 있는 모습이 어떤 의미로는 신선했다.
다만……
「회장, 귀여워! 먹어버리고 싶어어!」
라며, 완전히 자기 욕망을 줄줄 흘려내고 있어
실제로 누구를 땔감으로 삼고 있는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는 점에서는 거시기한 면이 있지만.
회장이란 건 십중팔구 미쿠리야일 것이다.
화면 속의 에로게임 캐릭터는 미쿠리야의 대용품이다.
요컨데 모리 아스미는 레즈비언이며 같은 반의 미소녀인 미쿠리야에게 반하고 있다는 거다.
심지어 자위할 때의 땔감으로 삼을 정도로.
천정을 보니 숨어서 찍은 듯한 미쿠리야의 사진이 큼직하게 확대되어 포스터처럼 붙여져 있다.
모리의 집착은 상당히 위험한 레벨이다.
지금의 상황을 감안하면 미쿠리야의 사유물을 책상이나 로커에서 훔쳐낸 이유도 간단히 추리할 수 있다.
매니아의 콜렉션이겠지.
「아으응, 마치코…… 너무 귀여워, 더 울부짖어! 엉덩이를 이쪽으로!」
심각하다.
호의를 품은 여자를 망상 속에서 괴롭히고 있잖아, 이 녀석.
꿈 속에서 펠라티오 시키고 있던 나와 비교하면 어느 쪽이 더 악질일까.
오른손이 격렬하게 움직일 때마다 어깨가 움찔거리며 떨린다.
고개를 젖히며 좌우로 흔들고 있어서 그런지 의자가 내는 삐걱삐걱 하는 소리에 기분이 나빠진다.
아무리 부모님이 없다고 해도 그렇지 너무 격렬하잖아.
뭐, 슬슬 괜찮은 타이밍일 것이다.
나는 문을 열어젖히며 여느 때처럼 안으로 뛰쳐 들어갔다.
「그쯤 해둬. 바보가 된다고.」
문 근처의 스위치를 올려 불을 켠 다음 모리의 머리를 냅다 후려갈겼다.
「뭐, 뭐야, 엄마!」
예전의 미쿠리야와 흡사한 표정을 짓고 있다.
실은 동류 아닐까 이 녀석들.
「나다. 후에후키.」
「어, 후에후키…… 왜 우리집에 네가 있는 거야?」
나는 그녀가 사태를 완전히 파악하기 전에 다그친다는 작전을 취하기로 했다.
「너에게 학교에서는 말할 수 없는 중요한 이야기가 있어서
일부러 집까지 만나러 왔는데, 인터폰을 눌러도 나오지 않는 거다.
왠지 현관문이 열려 있었기 때문에 혹시나 도둑인가 걱정하고 있던 참에
2층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길래 실례라고 생각은 하면서도 방까지 와 봤더니, 이 꼴이다.
에로게 보면서 자위라니, 여자로서 끝나고 있지 않아? 게다가 도중부터는 서기장의 이름을 연호하기 시작하질 않나……」
「머, 멋대로 남의 집에 들어온 주제에, 경찰 부를거야!!」
「뭐, 나도 동정이다보니 여자의 자위를 보고 몸이 굳어버렸지만, 그렇다 해도 너 말야, 너무 심하잖아.
조금쯤은 조신함이라는 걸 가져 보라고. 신음소리가 복도까지 메아리치고 있었다니까. 부모님 우신다?」
「…… 무, 무슨, 소리……」
「아아 됐어. 거꾸로 화내봐야 소용없으니까. 너의 성벽이라고 할까, 약점은 파악했어.
그 이상 변명을 하려 한다면 내일 학교에서는 이 화제로 꽃을 피우게 될 거다.
『운동부의 카리스마 모리 아스미, 학원에 피는 백합의 꽃! 상대는 학생회 서기장! 주인님이라고 부르게 하고싶어!』 라던가.」
「…… 그건 안… 돼」
「그럼 내 말을 들어. 방금 전에도 말했지만 나는 너에게 용건이 있어서 들른 거니까.」
나는 다시 한번 방 전체를 둘러보고 모리의 침대에 앉았다.
그 후 세장 붙어있는 미쿠리야의 확대사진을 가리키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 네가 갖고 있는 서기장의 스페어키를 돌려줘. 네 키는 여기 있으니까.」
그렇게 말하며 키를 눈 앞에서 짤랑짤랑 흔들어 보였다.
모리가 눈을 크게 떴다.
「어떻게 그걸 알았냐는 표정이군. 나는 서기장의 의뢰로 그녀의 로커를 뒤지고 다니는 범인을 조사하고 있었거든.
그러다 네가 범인이란 걸 알아내고 이렇게 직접 교섭하러 왔다는 사정이지.」
「어떻게, 나라는 걸…… 알았어?」
「그건 말야……」
나는 미쿠리야에게 한번 설명했던 바꿔치키 트릭을 다시 한번 알려줬다.
그 뿐 아니라 어떻게 모리가 범인임을 특정할 수 있었는지도 설명해 줬다.
미쿠리야에게는 굳이 설명하지 않았지만, 이 건에서 범인을 특정하는 건 실로 간단한 일이다.
이쪽 수중에 남아있는 범인의 스페어키를 이용해 교실 안의 로커 전체에 사용해보면 곧바로 범인의 정체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범인은 자신과 미쿠리야의 키를 바꿔치기 해놓고 있으니, 그 키에 들어맞는 로커의 소유자가 범인인 것이다.
그렇게 해서 판명된 범인이 모리였다.
「…… 그래, 역시 후에후키네. 너한테 걸리면 빠져나갈 수가 없는걸.」
「뭔가 과대평가되고 있는 것 같은데 이런 건 누구라도 생각할 수 있어. 허둥지둥대던 서기장이라면 모를까.
뭐 그런 이유로, 네가 범인이란 건 서기장에게 알리지 않을 거고 앞으로도 그럴 예정은 없어.
네가 순순히 열쇠를 돌려주기만 하면 말이지.」
「아깝지만 들켜버렸으니, 얌전히 돌려줄게. 네가 비밀로 해준다고 한 이상, 마치코에겐 절대로 말하지 않을 테고.」
「좋아, 그 정도면 됐어.」
「그치만 어째서 네가 이런 탐정 같은 일을 하고 있는 거지? 마치코랑 친한 것도 아니잖아?」
으음. 자위하고 있는 장면을 들여다본 사이라는 건 말할 수 없겠고.
「…… 우리 학교는 학생회장이 서기장으로 불린다던가 하는 조금 묘한 전통이 있잖아?」
「응, 확실히 그렇지.」
「그거처럼, 일반 학생에게는 비밀로 하고 있는 전통이 또 있어서 말이지. 그 중에 『조사부』라는 게 있어.」
「『조사부』?」
「응. 뭐 KGB를 베낀 거라고 생각하지만, 요컨데 학생회가 드러내고 할 수 없는 일을 대신 해주는 직무 같은 거지.
이건 서기장과 부회장 밖에 모르는 비밀로, 실은 예산도 배정되어 있다고.」
「정말……?」
미안, 새빨간 거짓말이야.
「나는 전 서기장의 지인이라서 비밀리에 『조사부장』에 임명되어 있었는데,
이번에 미쿠리야 서기장의 부탁으로 이 사건을 조사하게 된 거다.
미쿠리야는 학생회를 타겟으로 한 스파이 행위 정도로 여겼지
동급생의 스토킹 같은 연애사 관련이라는 상상하지 못했던 것 같지만.」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이야?」
「그러니까, 내가 보고를 살짝 조작하면 딱히 네 이름을 드러내지 않고도 사건을 종결시킬 수 있다는 거지.
너도 좋아하는 친구에게 미움받고 싶진 않을거 아냐?」
「응. 맞아. 이런 일까지 해놓고 용서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으니…」
모리가 그렇게 말하며 책상 서랍을 열자, 미쿠리야의 사진다발 외에도
경찰 감식부의 증거품처럼 작은 비닐에 들어있는 지우개라던가가 가득했다.
아아, 이게 이 녀석의 콜렉션인가.
솔직히 말해서, 할 말을 잃었다.
「이거, 마치코가 쓰던 건데… 대부분은 같은 걸 사서 되돌려놨거든.
그러니까 마치코는 이렇게나 없어졌다는 건 모르고 있을 거야……」
나 참. 이 녀석도 위험하구만.
학교에서 알몸으로 자위하는 미쿠리야도 그렇고, 이 녀석도 그렇고, 그대로 내버려뒀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나는 모리에게서 스페어키를 건네받고,
「더 이상은 하지 마. 지금부터 네가 서기장에게 피해가 되는 일을 하면 곧바로 진상을 알릴 테니까. 이건 단순한 위협이 아냐.」
「…… 알고 있어. 이젠 스토커 같은 짓은 하지 않을게. …… 그치만, 한가지만, 너에게 부탁하고 싶은 게 있는데… 조건으로 달아도 될까?」
「…… 어떤 건지에 따라서. 네가 지금부터 서기장을 좋아한다고 하는 욕망을 억누르는 대가니까, 내가 할 수 있는 범위라면 받아들여 줄 수도 있어.」
모리는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바이는 말이지. 기본적으로 동성을 가장 좋아하지만, 개중에는 이성을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는 부류도 있어.」
※ 바이 : 양성애자
「…… 잘 이해가 안되는데, 그래서?」
「그런 타입 중에서는 이성은 단 한사람 밖에 사랑할 수 없는 타입도 있거든.
그 한사람과 헤어지면 더 이상 다른 이성에게는 흥미를 가질 수 없는, 그런 타입이.」
「어떤 의미로는 순애인데?」
「…… 응, 그렇지. 그래서 말야, 너에게 부탁하고 싶은 조건은……」
「조건은?」
「자지, 보여주지 않을래?」
나는 벙찌고 말았다.
이 녀석 무슨 소릴 하는 거야?
「그러니까, 자지 보여달라고. 나는 중증 레즈비언이라서 남자의 그걸 본 적이 없거든.
아마 앞으로도 볼 일은 없을 거라 생각하고. 그러니 최후의 기념이 될 지도 모르니까… 부탁해.」
이.녀.석.무.슨.소.릴.하.는.거.야.?
과연 이 엉뚱한 조건에는 나도 어떻게 대답해야 할 지, 한동안 망설이는 처지가 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