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화 (5/25)

(5) 현관을 열었더니 2분만에 아잉

이튿날 아침, 나는 이른 시간에 등교해 교실에서 미쿠리야와 합류했다.

어째서 이른 아침을 선택했느냐 하면 가능한한 빨리 미쿠리야의 스트레스를 경감시켜

자위벽의 진행을 막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대로 계속되면 이 녀석은 분명 의존증에 걸려 빈번하게 위험한 다리를 건널 것임에 틀림없다.

그것만은 반드시 저지해야 한다.

「가지고 왔어.」

나는 미쿠리야의 스페어키를 받아들었다.

들었던 대로 돈키호테 도플라밍고 인형 키홀더가 붙어있었다.

그걸 받아든 나는 곧바로 미쿠리야의 로커쪽으로 향했다.

「미쿠리야 마치코」라는 명찰이 붙은 로커의 열쇠구멍에 키를 찔러 넣는다.

그리고, 비튼다.

하지만 돌아가지 않았다.

몇 번 시험해도 마찬가지.

「무슨 일이지? 내 로커 망가져버린 거야?」

「아니. 애초부터 이 스페어키가 가짜였던 거다.」

「뭐? 그치만 진급했을 때 받은 그대로인걸. 뭔가를 한 기억도 없고.」

「그럼 크로커다일 쪽 열쇠를 한번 써 봐.」

내 말대로 미쿠리야가 다른 열쇠를 사용하자, 이번엔 간단히 열렸다.

깜짝 놀란 표정을 짓고 있군.

「이 열쇠는 복제가 어렵다는 거 알고 있겠지?」

「응」

「그렇다는 건, 이 로커를 열 수 있는 키는 세상에서 두 개밖에 없다는 거야.」

실제로는 나라는 존재도 있지만 그건 비밀이다.

「이 스페어키는 우리들의 것과 흡사하니까, 우리 로커 전용키라는 건 알 수 있어.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모양이 좀 다르지. 아마도 범인의 로커 스페어키일 거다. 

즉 너는 자신의 것이 아닌 가짜 키를 스페어키로 여기고 보관하고 있었다는 거야. 

그리고 범인은 너의 진짜 스페어키를 갖고 있고, 그걸로 로커를 열고 있을 테지.」

「그치만, 어떻게 해서…?」

「바꿔치는 거야 간단하지. 키홀더를 붙이기 전에 너의 키를 어떻게든 훔쳐 낸다. 

그렇게 되면 너는 비용을 부담하기 싫을 테니 임시로 스페어키를 사용하기 시작하겠지. 

또 분실하긴 싫을 테니 키홀더를 달아서. 그러면 범인은 시기를 가늠해 자신의 스페어키를 네 것이라며 건네주는 거야. 

너는 잃어버린 열쇠를 되찾게 되지만, 이미 스페어키에 키홀더까지 달아서 메인으로 사용하고 있으니, 

원래 사용하던 키(=실은 범인의 스페어키)는 집에다 보관하게 되겠고. 

그렇게 하면 범인은 너의 스페어키를 손에 넣을 수가 있는 거다.」

「그렇지만, 내가 만약 그대로 예전 키를 써버리면 어떡하고?」

「거기는 도박을 걸어본 거겠지. 잘 풀리면 너의 키를 입수하게 되고, 

들키면 자기 열쇠랑 비슷하게 생겨서 착각했다고 사과하면서 얼버무리면 되는 거니까. 그 정도의 생각이었을 거다.」

뭐랄까, 꽤나 구멍투성이인 계획과 추리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상시개정’ 없는 사람이 타인의 문을 열고자 한다면 이 정도의 노고는 필요할 거다.

어쨌든 범인의 도박은 성공했고, 미쿠리야의 로커를 마음껏 뒤질 수 있게 되었으니까 결과적으로는 OK라 하겠다.

「그치만, 어째서 그런 일을……」

「몰라, 거기까진. 장난 치고는 너무 수고를 들인 감은 있지만.」

「…… 그래서 후에후키군, 범인은 누구야?」

「그건 비밀.」

「어째서!」

나는 한숨을 내쉬고 나서,

「너는 학생회 서기장이야. 그런 네가 범인이 누군지 알게 되고, 

그 녀석을 색안경 낀 눈으로 보거나 하면 이지메를 촉발시킬 가능성도 있지. 

네가 그런 녀석이 아닌 건 알고 있지만, 만에 하나라는 것도 있으니까. 그러니까 알려주진 않겠어.」

「그치만.」

「…… 걱정마. 범인은 내가 직접 만나서 이야기해 둘 테니. 그리고 네 스페어키도 돌려받아주지. 

그러면 두번 다시 피해는 없을 거다. 너도 도난에 대한 걱정이 사라지면 스트레스가 줄어들겠지? 

그러면 자위벽이 없어질 테고. 만만세잖아.」

「…… 응, 그건 그렇네.」

「좋아. 그럼 그렇게 알고 오늘은 여기까지 할까. 이 도플라밍고는 빌려간다. 상대방이랑 교환해야 하니까.」

나는 될 수 있는 한 밝은 어조로 말을 건넸다.

미쿠리야도 완전히 납득한 건 아닌 듯하지만, 똑똑한 여자이니 내 주장의 뒤에 숨은 의도도 조금은 읽고 있을 것이다.

그녀는 미묘한 미소를 지으며 끄덕여주었다.

「알았어. 후에후키군 말대로 할게. 뒤는 맡겼어.」

「그래 그래.」

아직 모두가 등교할 때까지 시간이 좀 남아있으니, 나는 커피라도 마실 겸 교실을 나서려고 했다.

「후에후키군!」

「왜?」

「…… 고마워.」

나는 손을 흔들어 그 말에 응했다.

☆ ☆ ☆

현관문을 살짝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복도 뿐 아니라 1층 전체의 조명이 꺼져 있었다.

밖에서 확인한 대로 아무도 없는 것 같다.

나는 구두를 벗어 가방에 던져넣고 현관입구를 거쳐 안으로 들어갔다.

까놓고 말하자면 ‘상시개정’을 이용한 불법침입이지만, 미쿠리야의 스페어키 탈환이라는 목적이 있으므로

위법성이 조각되어 범죄는 아니라는 걸로 내 안에서는 납득이 끝난 상태다.

범인은 자신의 로커를 사용하기 위한 원래의 키와 미쿠리야의 스페어키를 갖고 있을 테지만,

그것을 항상 갖고 다닐 거라고는 여겨지지 않는다. 결국은 집에 보관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 학교에 설치된 로커의 키는 특수한 형상을 하고 있는데다

두 개 모두 갖고 다니는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에 다른 사람 눈에 띄면 꽤나 주의를 끌게 된다.

범인이 용의주도한 타입이라면 갖고 다니지는 않을 거라는 게 나의 추측이었다.

게다가 나는 범인을 특정한 단계에서 녀석이라면 미쿠리야의 키는 집에 보관해두고

필요할 때만 꺼내는 타입이라고 단언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범인은 나와 같은 중학교 출신인데다 집도 가까웠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성격을 파악하고 있으니까.

또한 직접 들렀던 적은 없지만 집의 위치도 가족구성도 알고 있으며,

가족이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편의점을 경영하고 있으므로 

저녁부터 밤시간까지 집을 비우는 일이 많다는 것도 지식으로서는 알고 있었다.

범인 본인도 종종 집안일을 돕기 위해 계산대에 서 있는 것을 목격한 적도 있다.

그러므로, 일단 집에서 옷을 갈아입고 나서 생각난 김에 범인의 집에 상태를 보러 왔던 것인데,

이미 어둑둑해진 시간대임에도 창문에서 불빛이 새어나오지 않는 걸 보고 전원 집을 비우고 있음을 확신했다.

좀처럼 없을 찬스라 생각한 나는 주저없이 돌격하기로 한 것이다.

「실례합니다.」

조그맣게 중얼거려보지만 당연히 반응은 없다.

외동인 범인의 방은 아마도 2층일 것이다.

그래도 나는 도둑처럼 살금살금 계단을 오른다.

그 때, 2층의 방으로부터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틀림없이 누군가가 대화하고 있는 소리다.

이런! 누가 있었던 건가?

별 의미는 없겠지만 나는 고개를 움츠렸다.

하지만 잠깐 기다려봐도 사람의 기척은 나지 않는다.

슬그머니 2층으로 올라가 둘러보니, 어떤 방에서 희미하게 빛이 새어나오고 있다.

가족 전원이 부재중일 거라는 추측은 빗나간 모양이다.

틀림없이 누군가가 있다.

위험하니 철수하려고 하는 순간, 흘러나오는 회화가 미묘하게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귀를 잘 기울여보니,

『…… 주인님의 것 따위, 기분 좋지…… 않아!』

『……………』

『아, 아냐. 아, 아프기만 한걸. …… 기, 기분 좋다니, …… 그렇지…… 않은 걸…』

『……………』

『바, 바, 바, 바보! 히이이이이이잉! 시러, 그러케 찌르면, 앙대애애애!』

라는 소리가.

뭐랄까, 대단히 발성이 좋은데다 잘 울려퍼지는 목소리의 소유자로 보였다.

적어도 내가 알고 있는 범인의 목소리는 아니다.

혹시 누군가 여자를 데려온 건가?

…… 그런 거 치고는 좀 이상하다.

나는 들킬지도 모를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빛이 새고 있는 방문을 슬쩍 열어 보았다.

요즘 나는 훔쳐보기만 하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그런 걸로 고민할 상황은 아니겠지.

방안은 어슴푸레했지만 큼직한 모니터가 광원이 되어준 덕분에 둘러보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내 시야의 범위 안에는 책상과 그 위에 실린 액정 모니터, 그리고 그 앞의 의자에 앉은 사람의 모습이 들어오고 있었다.

그 인물의 관심은 모니터에 모두 쏠려 있어서 나의 존재 따위 조금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

그럼 화면에 뭐가 비춰지고 있는가 하면, 애니풍으로 채색된 알몸의 캐릭터가 승마위로 꿰뚫리고 있는 그림이었다.

화면 하단에는 윈도우가 열려있고 뭔가 문자가 나열되어 있다.

뭐 한눈에 알아봤지만. 이건 에로틱한 PC게임의 화면이로군…

그렇다면 들려오던 목소리는 대음량으로 설정된 성우의 대사였냐.

『…… 밝히는 거 아냐. 그런 여자가 아니야……. …… 나, 나는, 학생회장인데, 앗, …… 좋앗!』

플레이어는 오른손으로 마우스를 틱틱 클릭해가면서 집어삼킬 듯이 화면을 응시하고 있다.

여기서는 표정이 안보이지만 진지하게 게임에 몰입하고 있다는 건 느껴진다.

책상 위를 잘 살펴보니 그 밖에도 몇 개인가 커다란 패키지가 있는 것 같았다.

혹시 이 녀석, 에로게 매니아인가?

게다가 대사로 판단하건데 학생회장물인 모양이다.

싫어하는 학생회장에게 주인님 플레이를 강요하고 있는 상황은 어쩐지 지금의 나와 미쿠리야의 관계를 연상시킨다.

『우우, 주인님, 이제 그만…… 가버려, 가버려요.』

보이스를 일체 스킵하지 않고 남김없이 듣고 있는 걸 보면

단순한 성우팬인건가 하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도 아니지만.

「웃, 으응」

그 때,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게임 성우의 목소리가 아니라 분명히 사람이 내는 육성이었다.

그럼 이건 마우스를 움직이고 있는 플레이어의 목소리일 것이다.

오른손은 마우스에 올리고 있긴 한데 꼼지락꼼지락 움직이고 있는 왼손이 괜히 신경쓰인다.

내 위치에서는 안보일 뿐, 실은……

지금까지 플레이어에게는 그다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지만,

잘 관찰해보면 티셔츠에 팬티 한장이라고 하는 자기 방에 있는 사람다운 러프한 차림새를 하고 있었다.

아무리 자기 방이라도 그렇지 벌써 11월인데 춥지 않으려나 하고 쓸데없는 걱정이 들 정도로 가벼운 옷차림이다.

조용히 바라보고 있으니 갑자기 마우스를 왼손에 고쳐 들었다.

자유로워진 오른손이 굉장한 기세로 하복부쪽으로 움직이더니 팬티 안으로 파고든다.

「아…… 아아」

입술 사이로 애달픈 한숨이 흘러나온다.

오른손이 소중한 곳에 닿았을 것이다.

아무리 내가 동정이라 해도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저 녀석은 에로게로 자신을 위로하고 있는 것이다.

욕망을 발산하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윽, …… 하아, 회장……」

『그만둬요, 주인님, 거기는 지나치게 느껴버려요!』

「절대로 그만두지 않을 거야, 좀 더 좋은 소리로 울어 봐.」

『싫어, 이런 일을 하다니, 주인님 바보!』

「싫어하면서도 느끼고 있잖아, 회장……」

『…… 너무해, 내가 주인님을 정말 정말 좋아한다는 거, 알고 있으면서……』

「…… 아아, 나도 사랑하고 있어. 쭉.」

『주인님……』

「서기장……」

플레이어의 대사와 게임 캐릭터의 대사가 교대로 오간다.

게임의 남자 캐릭터 목소리는 생략되어 있으므로 마치 둘이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지만,

물론 그렇지 않다.

일방적인 회화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플레이어의 대사에는 강한 감정이 깃들어 있었다.

마치 정말로 사랑을 고백하고 있는 것처럼.

아니 실제로 자신의 심정을 토로하고 있을 것이다.

그 상대는 화면 속의 캐릭터가 아니라 다른 인물이겠지만.

그 인물은 「미쿠리야 마치코」. … 우리 학생회 서기장임에 틀림없다.

문제가 되는 건 플레이어의 속성이었다.

나는 그 녀석의 용모를 떠올렸다.

스포츠를 좋아해서 짧게 정돈한 헤어스타일, 햇볕에 그을린 건강한 피부, 키가 크고 호리호리한 데 비해 부드러워 보이는 근육,

그리고 무엇보다도 유명 패션잡지에서 독자모델 권유까지 받은 샤프한 미모.

미쿠리야에게 어울리는 외관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의미로는 어울리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 녀석은, 정진정명 틀림없는 100% 「여자」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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