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화 (4/25)

(4) 그 녀석에게로 통하는 문

「그래서, 너는 어째서 학교에서 남의 눈도 꺼리지 않고 자위만 하고 있는 거지?」

나는 즉각 본론으로 돌입했다.

자랑은 아니지만 나는 먼저 상대방의 긴장을 풀어준 후 본제에 들어간다고 하는 고등 화술을 갖고 있지 않다.

설상가상으로 상대방은 여성이다.

그런 상대의 심정을 배려하는 화법 같은 걸 내가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동정인데다 여자친구가 있었던 일도 없을 정도니까.

「…… 남의 눈 정도는 신경 쓰고 있었단 말야. 언제나 확실히 문 잠그고 있었고. 그런데도 언제나 언제나 네가 멋대로 들어왔잖아.」

확실히, 문단속은 제대로 한 후에 그걸 하고 있었으니 미쿠리야의 말이 옳은걸.

그러나 나의 체질에 대해 알리는 건 금지이므로 곧바로 거짓말로 얼버무렸다.

「자료실 때는 문을 잠그는 걸 까먹었고, 화자실 때는 너무 흥분해서 무의식 중에 걸쇠를 풀어버렸을 거다.

양호실 문의 경우엔 약간의 요령이 있거든. 말하자면 너는 제대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겠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는 거지.

그러니 그대로였다면 언젠가 들켰을걸, 너의 성벽.」

「…… 그랬던 거야?」

「아아, 물론이지. 들킨 상대가 전부 나였다는 사실에 감사해 줬으면 할 정도야.」

「고, 고마워.」

응, 간단하군.

평소의 서기장 입장일 때는 견실한 수완가의 이미지가 있었지만,

이렇게 궁지에 몰리면 기묘할 정도로 순종적으로 변하는 타입인가.

사회인이 되었을 때 괜찮을까.

이상한 종교가나 떨거지 좌익도당에게 속아서 이용당하거나 희생양이 되거나 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언제부터 하고 있는 거야, 그거.」

「…… 얼마 전. 저번 주부터.」

「…… 매일?」

「응. 언제나 자료실에서 하고 있었지만, 후에후키군에게 들켜버렸으니까, 자료실에서는 안 하기로 했어.」

「그럼 여자 화장실에서 하라고.」

「…… 여자 화장실에서는 옆 칸의 사람이 같은 짓을 하고 있거나 해서 그다지 긴장감이 없으니까……」

뭐라고! 충격적인 사실.

여자 화장실이란 곳은 자위가 일상다반사라거나 한 것인가!

「그래서, 남자 화장실이란 거로군……」

「응. 들어갈 때 굉장히 긴장했어. 두근두근거렸다니까.」

「상큼한 얼굴로 그런 소리 하지마. 반응하기 곤란하니까.」

「…… 미안.」

「그런 이유로, 남자 화장실도 나에게 들켰으니 이번엔 양호실이란 건가. 열쇠는 어디서 입수했지?」

「서기장 권한으로 대부분의 장소는 마스터키를 빌릴 수 있어서……」

어이 서기장. 좋구나, 권력이란 건.

내 체질과 같은 권한이 손에 들어오는 거냐.

「그렇다고 해도 전라는 좀 아니잖아?」

「여기는 창문으로 들여다볼 수도 없고, 문도 확실히 잠갔으니까 아무도 들어오지 못할 거라고 생각해서, 조금 대담해져서, 그만 홀랑……」

「여기가 여름밤의 해변이냐.」

「그렇게까지 했는데도 들어오는 사람이 있어서……」

「미안하군.」

별로 나쁜 짓을 한 것도 아닌데 내가 미묘하게 갈굼을 당하는 느낌이었다.

미쿠리야는 아직도 새빨간 얼굴로 고개를 숙이고 있는 걸 보면 꽤나 부끄러웠을 거라는 건 알겠다.

뭐 전라로 홀딱 벗고 있는 장면을 동급생에게 들켜버리면 보통은 그렇게 되겠지만.

벌컥 화를 내지 않는 것만 해도 나은 걸지도 모른다.

「그럼 다음 질문. 어째서 이런 일을 시작했는가다. 너, 치녀였던 거야? 분명히 말해서 의외인데.」

「아, 아냐! 이렇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구.」

「그 이유가 뭔데.」

「그건……」

간단하게 미쿠리야의 이야기를 요약하자면, 최근 그녀의 사유물이 종종 없어진다는 것 같다.

처음엔 자신의 부주의로 잃어버린 거라 여겼지만 교실에 있는 로커 안에 넣어둔 것조차 분실되는 일이 발생했고,

누군가가 빈번하게 그녀의 물건을 훔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품었다고 한다.

이지메의 가능성도 생각해봤지만 소위 스쿨 카스트의 정점에 군림하는 학생회 서기장인 그녀가

이지메의 타겟이 된다는 것도 생각하기 어렵다보니, 누군가의 악의적 장난이나 스토킹 쪽으로 생각을 고쳐먹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책상 안의 것이라면 모를까 로커의 열쇠는 본인밖에 갖고 있지 않으니 어떻게 연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그렇다면 혹시 이 일들이 전부 자신의 착각일지도 모른다고도 생각하게 된다.

이리저리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는 중에 서기장으로서의 입장이나 우등생으로서의 압력 등이 자꾸자꾸 무겁게 짓눌러 오면서,

결국 과도한 스트레스가 쌓인 나머지 발산을 위해서 무심코 저질러 버렸다고 하는 사정이다.

처음에는 학생회실에 홀로 있을 때 비소를 만지거나 하는 정도였지만,

우연히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자료실에 들어갔다가 충동적으로 격렬하게 자위한 이래 거기에 푹 빠져버리게 되었다고 한다.

배덕감에 의한 흥분이 심상치 않았던 듯하다.

업(業)이 깊다고 해야 할지……

「그래서, 범인 찾기는 어떻게 되고?」

「…… 저어기, 그게, 자위 하는 데 너무 몰두해 버려서……」

「본말전도잖아. 너 말야, 내가 갖고 있던 성실하고 청초한 이미지를 무너뜨리기만 하는구만.」

「정말정말 죄송합니다……」

말하자면, 완전히 중독되기 전에(이미 늦었을지도 모르지만) 어떻게든

미쿠리야의 책상이나 로커를 뒤적거리고 있는 범인을 밝혀내 멈추게 만들면

스트레스의 근원을 제거할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어쩔 수 없군. 진지하게 도와주도록 할까.

「너, 로커 키는 항상 갖고 다니고 있어?」

「응, 여기.」

내민 걸 보니 인형이 달린 스트랩에 연결된 키 홀더였다.

참고로 데포르메된 인형은 원피스에 나오는 칠무해 중 하나인 크로커다일이었다.

시크한 건지 덴져러스한 건지 판별이 안되는군.

「이걸 누군가에게 빌려주거나 도난당했던 일은?」

「없어.」

「멋대로 누가 꺼내서 사용한 후에 몰래 반환할 기회라던가 하는 가능성은 어때?」

「절대 불가능해. 체육시간에도 귀중품 봉투에 넣어두고 있으니까.」

「…… 우리 학교라면 그렇게 하겠지. …… 그럼 스페어키는 어디에 있지?」

「집에 있어.」

「…… 예전에 잃어버리거나 자비부담으로 교환한 일은?」

「없지만……」

살짝 말꼬리를 흐린다.

「뭐지?」

「…… 전에 한번, 키홀더를 달기 전에 잃어버렸던 적이 있었는데, 일주일 정도 지나서 분실물로 발견된 적이 있거든. 그 일 이후로 더는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크로커다일님을 달게 된 거야.」

「… ‘님’ 붙이지 마.」

「응? 뭐라고?」

「뭐, 좋아 그건. 그 때는 어떻게 했었지? 로커는 안썼던 거야?」

「집에서 스페어키 가져와서 썼던 거 같은데.」

「그 스페어키는 지금 어디?」

「집에 있어. 구별하기 쉽도록 도플라밍고군을 달아놨지.」

「그쪽은 ‘군’이냐. …… 뭐, 좋아. 웬만큼은 파악했다. 내일 아침, 아무도 없을 때 교실에 와. 올 때는 스페어키를 갖고 오는 것도 잊지 말고.」

「…… 무슨 뜻이야?」

「도둑질하고 있는 범인을 가르쳐 주겠다는 뜻이야.」

미쿠리야는 대단히 놀란 표정을 지었다.

뭘 깜짝 놀라고 있는 거야, 이 녀석은?

「후에후키군이 범인이었어?」

「…… 아니야. 결단코 아니야.」

「그건 농담이라 치고, 어떻게 범인을 알 수 있는데?」

「농담도 할 수 있을 정도까지 회복해버렸냐. … 뭐, 그건 내일의 즐거움으로 남겨둬. 그럼, 나는 이만 돌아갈 테니.」

나는 꽤나 오래 머물게 된 양호실에서 나가려고 가방을 집어들었다.

미쿠리야도 그렇게 한다.

「있잖아, 후에후키군.」

「뭐야.」

「어째서, 양호실에 대해서 이렇게 잘 아는 거야? 분명 어제도 양호실에서 돌아가던 길이라고 했었지 아마.」

나는 돌아보지도 않고 내뱉었다.

「…… 그런 건, 네가 신경쓸 문제는 아닌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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