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열려라 참깨
갑작스레, 미쿠리야 서기장이 뭔가를 외치면서 내 앞으로 돌아들어와 무릎을 꿇었다.
엄격한 표정을 지으며 왼손으로 바지의 지퍼를 내리고 서투른 손짓으로 나의 남근을 끄집어낸다.
「……○△◇!!」
이렇게 가까이 있는데도 뭐라는 건지 알아들을 수가 없다.
나의 페니스는 이미 임전상태에 들어가 있어 아플 정도로 발기된 채로 용을 쓰고 있다.
미쿠리야는 양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 몸짓을 보면 아무래도 남근을 무서워하고 있나보다.
하지만 뭔가를 말하고 있다는 건 알겠어도 해석은 불가능했다.
「……☆△×◇!!」
서기장 각하께서는 눈을 꼭 감고 육경의 근원을 쥐면서 나의 남근에 키스했다.
머뭇머뭇거리는 모양새가 어쩐지 사랑스럽다.
눈을 감은 미소녀가 나의 사타구니에 얼굴을 묻고 조심조심 내 귀두에 입을 맞추는 모습은
마음속 깊은 곳에 뭔가가 솟아오르게 만들었다.
「◇◇◇!!」
거기서 간신히 나는 상황을 이해했다.
아무래도 이건 꿈인가 보다.
나는 꿈 속에서 같은 반의 우등생에게 펠라티오를 시키고 있는 거다.
어쩐지 이상하게 머리 뒤편의 감각이 없다 했다.
나는 매우 빈번히 꿈을 꾸는 타입이며, 자신이 꿈을 꾸고 있음을 자각하는 일도 가능하다.
그러므로 불쾌한 꿈을 꾸고 있을 때는 「이건 꿈이다!!」라고 단정하면 눈이 뜨이는 특기도 있다.
이번 꿈에는 자기 전 땔감으로 삼았던 서기장의 흐트러진 모습이 그대로 무의식 중에 반영되어버린 것일 테지.
이틀 연속으로 미소녀의 자위씬을 코앞의 특등석에서 관람하면 뭐, 그렇게 될 수밖에.
상황은 이해했고, 어차피 꿈이니까 미쿠리야의 펠라티오를 만끽하도록 할까나.
「○×!! ◇■△!! XYZ!」
실눈을 뜬 서기장이 자지를 보더니 비명을 지른다.
뭐 처녀니까 어쩔 수 없지만 무섭다는 듯이 고개를 돌리고 있는 주제에
흘끔흘끔 곁눈질로 관찰하는 모습이 참 호기심 왕성하구나 싶어 웃음이 나온다.
수줍어하는 모습, 최고.
나는 자지의 뿌리부분을 쥐고 그 끄트머리로 조그마한 입술을 쿡쿡 찔러 주었다.
내 의도를 이해했는지 서기장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자 그 틈새에 비집어 넣는다.
겨우겨우 입 안에 진입할 수 있었다.
말랑말랑한 감각에 나도 모르게 허리를 쑥 내밀게 된다.
서기장 각하의 입을 범하고 있다는 망상 덕에 무시무시하게 흥분된다.
나의 자지를 받아들인 미소녀는 서투르게 혀를 휘감기 시작했다.
타액을 입 안에 모아서 혀로 나의 귀두에 코팅하며 노출된 점막 위를 이리저리 배회한다.
이번엔 줄기를 츄웁츄웁 들이마시기 시작한다.
「오, 오, 좋아. 서기장, 서기……!!」
무심코 소리쳐 버렸다.
그녀 입장에서는 막대 아이스크림을 빨고 있는 듯한 느낌일까.
뜨겁고 부드러운 혀의 감촉이 기분 좋다.
나는 미쿠리야의 아름다운 머릿결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찰랑찰랑한 것이 내 머리카락과는 천지차이다.
「좀 더, 빨아 줘.」
내 리퀘스트에 우등생은 성실하게 응했다.
허리에 찌릿 하고 전류가 달린다.
강하게 빨아들인 것이다.
뺨 내측의 감촉이 보다 강한 자극을 더해 준다.
머리카락을 어루만지고 있던 내 손에 힘이 들어간다.
미쿠리야의 얼굴을 난폭하게 내 사타구니로 끌어 당겼다.
「……!!」
말할 수 없는 상태인 미쿠리야가 숨이 막힌 모양이다.
눈꼬리에 눈물이 떠올라 있다.
하지만 뜨거운 충동을 이기지 못한 나는 점점 더 흥분하고, 페니스의 경도가 더해진다.
속박이 풀리고, 나는 정액을 발사했다……
☆ ☆ ☆
좋지 않았다.
아침부터 몽정해버린 데다 어젯밤까지 포함하면 세 번이나 싸버린 탓에 오늘 내 상태는 최악이었다.
젊긴 해도 절륜하진 않기 때문에 하루 두 번 정도가 한도인 나로서는 상당한 소모율이다.
우선 학교에 가는 것부터가 상당한 고생이었고, 3교시의 체육시간엔 비실비실거리고 있었으며,
오후의 수학시간에 이르러서는 아예 푹 자버렸을 정도다.
그렇게나 피곤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딘지 모르게 기분이 좋은 것은
미쿠리야가 펠라해준다고 하는 진수성찬 같은 꿈 덕분일 것이다.
뭐 그만큼 자위의 광경이 자극적이었다는 거지만.
한편, 수업 중의 미쿠리야의 기색은 평소와 다름없었다.
언제나 자위에 푹 빠져있는 그런 여자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자물쇠를 걸었다고는 해도 학교 안이나 남자 화장실에서 그 정도의 치태를 피로하는 타입으로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원래부터 음란한 것일까, 아니면 무언가 이유가 있는 건가.
역시 나로서는 신경쓰이는 문제였다.
게다가 미쿠리야가 치녀라는 건 본인의 말로 확정되었으므로 만약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언젠가는 최악의 사태가 될 것이다.
그런 일이 벌어지면 100% 밑바닥 인생으로 전락하리라는 건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그렇게 되면 내 꿈자리도 사납겠지.
내 기분이 나빠지는 건 싫으니까, 어쩔 수 없이 움직여 보기로 했다.
점심시간.
미쿠리야는 교실에서 친구와 도시락을 먹고 수업까지 한가롭게 잡담을 나누거나 하고 있었지만, 방과후에는 곧바로 교실을 뛰쳐나갔다.
나도 들키지 않도록 조심하며 재빠르게 뒤를 쫓는다.
이건 마치 스토커 같구만.
또 자위하려나 하고 생각했더니, 학생회실에 뛰어들어 업무를 처리하기 시작했다.
학생회실 반대측에 있는 이동복도에서 그녀의 모습을 관찰할 수 있으므로 몰래 숨어서 자위하고 있지 않다는 건 확인할 수 있었다.
일단 저 녀석도 서기장인 이상 직무를 완수하지 않을 수는 없겠지.
당분간 움직임이 없을 거라 판단한 나는 학생회실 입구를 바라볼 수 있는 현관 앞의 담화용 공간으로 이동해 그곳에서 영문일역 과제를 하기 시작했다.
아는 얼굴이 몇몇 스쳐지나가며 뭘 하는지 물어왔지만 「숙제야」라며 적당히 흘려 넘겼다.
그 녀석들은 이상한 놈이라고 생각했겠지만 성실하게 공부하는 모습을 어필 해 두면 내 평가가 내려가는 일은 없을 거라는 계산도 있었다.
1시간 정도 지나 과제를 완전히 끝내고 예습까지 가능한 시간이 되었을 무렵, 학생회실의 문이 열리고 몇 사람의 학생이 나왔다.
전에 봤던 기억이 있는, 같은 학년인 회계와 하급생인 부회장이다.
그들에 이어 나의 타겟인 서기장이 나타났다.
나는 재빠르게 몸을 숨겼다.
그들에게 들켜서는 안된다.
나는 지금부터 그녀를 미행해서 자위의 현장을 덮치지 않으면 안되니까.
내게는 저 녀석이 지금부터 또 어딘가로 가서 저지를 것임에 틀림없다는 확신이 있었다.
지금까지는 정말로 우연이었지만 이번만은 의도적으로 현장에 들어서야만 한다.
그러니 들키면 끝장이다.
현관에서 부하들과 헤어진 미쿠리야는 일단 직원실 쪽으로 향한다.
아마, 이건 페이크다.
왜냐하면 곧바로 계단을 내려가 1층으로 갔기 때문이다.
직원실은 1층이 아니라 2층에 있다.
행선지는 왠지 모르게 짐작이 간다.
내가 언제나 애용하고 있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1층 끝자락에 있는 양호실이다.
거기는 엄중하게 잠겨 있으니, 아마도 미쿠리야는 그 점에 주목했을 것이다.
양호실이라면 내가 들어갈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뭐 일반적으로는 그렇게 생각하겠지.
자물쇠를 무효화할 수 있는 인간이 있고, 그게 나라는 사실을 깨닫는 사람이 있을 리가 없다.
미쿠리야 입장에서는 단지 자물쇠가 제대로 잠기지 않았을 뿐이라고 믿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학교 안에서 자위 같은 걸 하지 않으면 될 텐데, 그 배덕적인 자극이 참을 수 없이 좋다던가 뭐 그런 걸까.
단순히 음란한 여자거나 치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도 아니다.
어떻게 입수했는지는 모르지만 미쿠리야는 마스터키 같은 것으로 양호실에 들어갔다.
철컥 하고 잠기는 소리가 난다.
그리고도 문에서 몇 번이고 철컥철컥 하는 소리가 울렸다.
제대로 잠겼는지 철저하게 확인한 것임에 틀림없다.
이걸로 빙고다.
그녀는 오늘도 학교에서 자위에 빠지려는 모양이다.
나는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양호실로 다가갔다.
창에는 커튼이 쳐진 상태라 안은 보이지 않는다.
어쩔 수 없다. 일단 화장실에 가서 볼일을 보면서, 물도 뺄 겸 시간도 번다.
5분 정도 지나면 반드시 미쿠리야는 준비만단 상태로 자위에 착수하고 있을 것이다.
이것 저것 하는 동안에 양호실 앞에 도착했다.
여느때처럼 문에 귀를 갖다대자 정말로 희미한 예의 그 신음성이 들려온다.
「정말 질리지도 않는구만, 저 녀석은」
나는 손잡이에 손가락을 걸었다.
그리고 단숨에 열어버린다.
미쿠리야의 위치는 곧바로 알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양호실의 한가운데, 바닥에 엎드려 다리 사이에 손을 대고 있었던 것이다.
침대 위일 거라 예상했던 나는 떡하니 바닥에서 하냐, 하는 생각이 절로 드는 게 미쿠리야의 성벽에 살짝 어이가 없을 정도다.
게다가 그 차림새도 그렇다.
「서기장, 학교에서 알몸은 좀 참아줘……」
나는 한숨을 내쉬며 주의를 주었다.
어머니 이외에 처음으로 본 여성의 알몸인데, 학교에서도 정상을 다투는 미소녀의 나체인데, 그다지 감동이 없었다.
그럴 수밖에.
홀랑 벗은(간신히 양말만 신고 있다. 게다가 실내화도. 무슨 플레이야 이건.) 동급생이 바닥에 네발로 엎드려 사타구니에 손을 대고 있는 모습은 에로틱하긴 하지만 묘하게 썰렁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게다가 저물어가는 햇살 탓에 석양으로 비춰진 황혼공간 안에서는.
마치 울트라 세븐의 한 장면과 같은 비현실감이 있었다.
「…… 어, 어떻게……?」
「그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조금 할 말이 있으니까 얼른 옷을 입어. 밖에서 기다릴 테니까, 다 입으면 부르고.」
그렇게 말한 나는 얼른 복도로 나갔다.
아무리 그녀라도 이 상황에서 계속하진 않겠지.
그리고 잠시 기다리고 있으니 미쿠리야가 양호실에서 얼굴을 내밀고,
「…… 다, 다 됐어.」
하고, 나를 안으로 들였다.
그제서야 나는 낯익은 양호실에 들어갔다.
미쿠리야는 이미 평소와 같은 모습이다.
뺨이 붉게 물들어 있는 것은 석양의 탓이겠지.
나는 양호선생님의 의자에 앉아 그 반대편에 파이프 의자를 놓고 미쿠리야에게 앉으라는 신호를 보냈다.
「좋아. 지금부터, 너의 성벽을 교정하기 위한 대화를 실시한다. 그다지 시간을 들일 수는 없으니까 질문에는 재깍재깍 대답하도록 하고, 하고싶은 말이 있다면 헛소리 외에는 마음껏 하도록.」
이렇게 해서 나와 미쿠리야의 대담이 시작되었다.
(4) 그 녀석에게로 통하는 문
「그래서, 너는 어째서 학교에서 남의 눈도 꺼리지 않고 자위만 하고 있는 거지?」
나는 즉각 본론으로 돌입했다.
자랑은 아니지만 나는 먼저 상대방의 긴장을 풀어준 후 본제에 들어간다고 하는 고등 화술을 갖고 있지 않다.
설상가상으로 상대방은 여성이다.
그런 상대의 심정을 배려하는 화법 같은 걸 내가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동정인데다 여자친구가 있었던 일도 없을 정도니까.
「…… 남의 눈 정도는 신경 쓰고 있었단 말야. 언제나 확실히 문 잠그고 있었고. 그런데도 언제나 언제나 네가 멋대로 들어왔잖아.」
확실히, 문단속은 제대로 한 후에 그걸 하고 있었으니 미쿠리야의 말이 옳은걸.
그러나 나의 체질에 대해 알리는 건 금지이므로 곧바로 거짓말로 얼버무렸다.
「자료실 때는 문을 잠그는 걸 까먹었고, 화자실 때는 너무 흥분해서 무의식 중에 걸쇠를 풀어버렸을 거다.
양호실 문의 경우엔 약간의 요령이 있거든. 말하자면 너는 제대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겠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는 거지.
그러니 그대로였다면 언젠가 들켰을걸, 너의 성벽.」
「…… 그랬던 거야?」
「아아, 물론이지. 들킨 상대가 전부 나였다는 사실에 감사해 줬으면 할 정도야.」
「고, 고마워.」
응, 간단하군.
평소의 서기장 입장일 때는 견실한 수완가의 이미지가 있었지만,
이렇게 궁지에 몰리면 기묘할 정도로 순종적으로 변하는 타입인가.
사회인이 되었을 때 괜찮을까.
이상한 종교가나 떨거지 좌익도당에게 속아서 이용당하거나 희생양이 되거나 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언제부터 하고 있는 거야, 그거.」
「…… 얼마 전. 저번 주부터.」
「…… 매일?」
「응. 언제나 자료실에서 하고 있었지만, 후에후키군에게 들켜버렸으니까, 자료실에서는 안 하기로 했어.」
「그럼 여자 화장실에서 하라고.」
「…… 여자 화장실에서는 옆 칸의 사람이 같은 짓을 하고 있거나 해서 그다지 긴장감이 없으니까……」
뭐라고! 충격적인 사실.
여자 화장실이란 곳은 자위가 일상다반사라거나 한 것인가!
「그래서, 남자 화장실이란 거로군……」
「응. 들어갈 때 굉장히 긴장했어. 두근두근거렸다니까.」
「상큼한 얼굴로 그런 소리 하지마. 반응하기 곤란하니까.」
「…… 미안.」
「그런 이유로, 남자 화장실도 나에게 들켰으니 이번엔 양호실이란 건가. 열쇠는 어디서 입수했지?」
「서기장 권한으로 대부분의 장소는 마스터키를 빌릴 수 있어서……」
어이 서기장. 좋구나, 권력이란 건.
내 체질과 같은 권한이 손에 들어오는 거냐.
「그렇다고 해도 전라는 좀 아니잖아?」
「여기는 창문으로 들여다볼 수도 없고, 문도 확실히 잠갔으니까 아무도 들어오지 못할 거라고 생각해서, 조금 대담해져서, 그만 홀랑……」
「여기가 여름밤의 해변이냐.」
「그렇게까지 했는데도 들어오는 사람이 있어서……」
「미안하군.」
별로 나쁜 짓을 한 것도 아닌데 내가 미묘하게 갈굼을 당하는 느낌이었다.
미쿠리야는 아직도 새빨간 얼굴로 고개를 숙이고 있는 걸 보면 꽤나 부끄러웠을 거라는 건 알겠다.
뭐 전라로 홀딱 벗고 있는 장면을 동급생에게 들켜버리면 보통은 그렇게 되겠지만.
벌컥 화를 내지 않는 것만 해도 나은 걸지도 모른다.
「그럼 다음 질문. 어째서 이런 일을 시작했는가다. 너, 치녀였던 거야? 분명히 말해서 의외인데.」
「아, 아냐! 이렇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구.」
「그 이유가 뭔데.」
「그건……」
간단하게 미쿠리야의 이야기를 요약하자면, 최근 그녀의 사유물이 종종 없어진다는 것 같다.
처음엔 자신의 부주의로 잃어버린 거라 여겼지만 교실에 있는 로커 안에 넣어둔 것조차 분실되는 일이 발생했고,
누군가가 빈번하게 그녀의 물건을 훔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품었다고 한다.
이지메의 가능성도 생각해봤지만 소위 스쿨 카스트의 정점에 군림하는 학생회 서기장인 그녀가
이지메의 타겟이 된다는 것도 생각하기 어렵다보니, 누군가의 악의적 장난이나 스토킹 쪽으로 생각을 고쳐먹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책상 안의 것이라면 모를까 로커의 열쇠는 본인밖에 갖고 있지 않으니 어떻게 연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그렇다면 혹시 이 일들이 전부 자신의 착각일지도 모른다고도 생각하게 된다.
이리저리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는 중에 서기장으로서의 입장이나 우등생으로서의 압력 등이 자꾸자꾸 무겁게 짓눌러 오면서,
결국 과도한 스트레스가 쌓인 나머지 발산을 위해서 무심코 저질러 버렸다고 하는 사정이다.
처음에는 학생회실에 홀로 있을 때 비소를 만지거나 하는 정도였지만,
우연히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자료실에 들어갔다가 충동적으로 격렬하게 자위한 이래 거기에 푹 빠져버리게 되었다고 한다.
배덕감에 의한 흥분이 심상치 않았던 듯하다.
업(業)이 깊다고 해야 할지……
「그래서, 범인 찾기는 어떻게 되고?」
「…… 저어기, 그게, 자위 하는 데 너무 몰두해 버려서……」
「본말전도잖아. 너 말야, 내가 갖고 있던 성실하고 청초한 이미지를 무너뜨리기만 하는구만.」
「정말정말 죄송합니다……」
말하자면, 완전히 중독되기 전에(이미 늦었을지도 모르지만) 어떻게든
미쿠리야의 책상이나 로커를 뒤적거리고 있는 범인을 밝혀내 멈추게 만들면
스트레스의 근원을 제거할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어쩔 수 없군. 진지하게 도와주도록 할까.
「너, 로커 키는 항상 갖고 다니고 있어?」
「응, 여기.」
내민 걸 보니 인형이 달린 스트랩에 연결된 키 홀더였다.
참고로 데포르메된 인형은 원피스에 나오는 칠무해 중 하나인 크로커다일이었다.
시크한 건지 덴져러스한 건지 판별이 안되는군.
「이걸 누군가에게 빌려주거나 도난당했던 일은?」
「없어.」
「멋대로 누가 꺼내서 사용한 후에 몰래 반환할 기회라던가 하는 가능성은 어때?」
「절대 불가능해. 체육시간에도 귀중품 봉투에 넣어두고 있으니까.」
「…… 우리 학교라면 그렇게 하겠지. …… 그럼 스페어키는 어디에 있지?」
「집에 있어.」
「…… 예전에 잃어버리거나 자비부담으로 교환한 일은?」
「없지만……」
살짝 말꼬리를 흐린다.
「뭐지?」
「…… 전에 한번, 키홀더를 달기 전에 잃어버렸던 적이 있었는데, 일주일 정도 지나서 분실물로 발견된 적이 있거든. 그 일 이후로 더는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크로커다일님을 달게 된 거야.」
「… ‘님’ 붙이지 마.」
「응? 뭐라고?」
「뭐, 좋아 그건. 그 때는 어떻게 했었지? 로커는 안썼던 거야?」
「집에서 스페어키 가져와서 썼던 거 같은데.」
「그 스페어키는 지금 어디?」
「집에 있어. 구별하기 쉽도록 도플라밍고군을 달아놨지.」
「그쪽은 ‘군’이냐. …… 뭐, 좋아. 웬만큼은 파악했다. 내일 아침, 아무도 없을 때 교실에 와. 올 때는 스페어키를 갖고 오는 것도 잊지 말고.」
「…… 무슨 뜻이야?」
「도둑질하고 있는 범인을 가르쳐 주겠다는 뜻이야.」
미쿠리야는 대단히 놀란 표정을 지었다.
뭘 깜짝 놀라고 있는 거야, 이 녀석은?
「후에후키군이 범인이었어?」
「…… 아니야. 결단코 아니야.」
「그건 농담이라 치고, 어떻게 범인을 알 수 있는데?」
「농담도 할 수 있을 정도까지 회복해버렸냐. … 뭐, 그건 내일의 즐거움으로 남겨둬. 그럼, 나는 이만 돌아갈 테니.」
나는 꽤나 오래 머물게 된 양호실에서 나가려고 가방을 집어들었다.
미쿠리야도 그렇게 한다.
「있잖아, 후에후키군.」
「뭐야.」
「어째서, 양호실에 대해서 이렇게 잘 아는 거야? 분명 어제도 양호실에서 돌아가던 길이라고 했었지 아마.」
나는 돌아보지도 않고 내뱉었다.
「…… 그런 건, 네가 신경쓸 문제는 아닌걸.」
(5) 현관을 열었더니 2분만에 아잉
이튿날 아침, 나는 이른 시간에 등교해 교실에서 미쿠리야와 합류했다.
어째서 이른 아침을 선택했느냐 하면 가능한한 빨리 미쿠리야의 스트레스를 경감시켜
자위벽의 진행을 막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대로 계속되면 이 녀석은 분명 의존증에 걸려 빈번하게 위험한 다리를 건널 것임에 틀림없다.
그것만은 반드시 저지해야 한다.
「가지고 왔어.」
나는 미쿠리야의 스페어키를 받아들었다.
들었던 대로 돈키호테 도플라밍고 인형 키홀더가 붙어있었다.
그걸 받아든 나는 곧바로 미쿠리야의 로커쪽으로 향했다.
「미쿠리야 마치코」라는 명찰이 붙은 로커의 열쇠구멍에 키를 찔러 넣는다.
그리고, 비튼다.
하지만 돌아가지 않았다.
몇 번 시험해도 마찬가지.
「무슨 일이지? 내 로커 망가져버린 거야?」
「아니. 애초부터 이 스페어키가 가짜였던 거다.」
「뭐? 그치만 진급했을 때 받은 그대로인걸. 뭔가를 한 기억도 없고.」
「그럼 크로커다일 쪽 열쇠를 한번 써 봐.」
내 말대로 미쿠리야가 다른 열쇠를 사용하자, 이번엔 간단히 열렸다.
깜짝 놀란 표정을 짓고 있군.
「이 열쇠는 복제가 어렵다는 거 알고 있겠지?」
「응」
「그렇다는 건, 이 로커를 열 수 있는 키는 세상에서 두 개밖에 없다는 거야.」
실제로는 나라는 존재도 있지만 그건 비밀이다.
「이 스페어키는 우리들의 것과 흡사하니까, 우리 로커 전용키라는 건 알 수 있어.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모양이 좀 다르지. 아마도 범인의 로커 스페어키일 거다.
즉 너는 자신의 것이 아닌 가짜 키를 스페어키로 여기고 보관하고 있었다는 거야.
그리고 범인은 너의 진짜 스페어키를 갖고 있고, 그걸로 로커를 열고 있을 테지.」
「그치만, 어떻게 해서…?」
「바꿔치는 거야 간단하지. 키홀더를 붙이기 전에 너의 키를 어떻게든 훔쳐 낸다.
그렇게 되면 너는 비용을 부담하기 싫을 테니 임시로 스페어키를 사용하기 시작하겠지.
또 분실하긴 싫을 테니 키홀더를 달아서. 그러면 범인은 시기를 가늠해 자신의 스페어키를 네 것이라며 건네주는 거야.
너는 잃어버린 열쇠를 되찾게 되지만, 이미 스페어키에 키홀더까지 달아서 메인으로 사용하고 있으니,
원래 사용하던 키(=실은 범인의 스페어키)는 집에다 보관하게 되겠고.
그렇게 하면 범인은 너의 스페어키를 손에 넣을 수가 있는 거다.」
「그렇지만, 내가 만약 그대로 예전 키를 써버리면 어떡하고?」
「거기는 도박을 걸어본 거겠지. 잘 풀리면 너의 키를 입수하게 되고,
들키면 자기 열쇠랑 비슷하게 생겨서 착각했다고 사과하면서 얼버무리면 되는 거니까. 그 정도의 생각이었을 거다.」
뭐랄까, 꽤나 구멍투성이인 계획과 추리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상시개정’ 없는 사람이 타인의 문을 열고자 한다면 이 정도의 노고는 필요할 거다.
어쨌든 범인의 도박은 성공했고, 미쿠리야의 로커를 마음껏 뒤질 수 있게 되었으니까 결과적으로는 OK라 하겠다.
「그치만, 어째서 그런 일을……」
「몰라, 거기까진. 장난 치고는 너무 수고를 들인 감은 있지만.」
「…… 그래서 후에후키군, 범인은 누구야?」
「그건 비밀.」
「어째서!」
나는 한숨을 내쉬고 나서,
「너는 학생회 서기장이야. 그런 네가 범인이 누군지 알게 되고,
그 녀석을 색안경 낀 눈으로 보거나 하면 이지메를 촉발시킬 가능성도 있지.
네가 그런 녀석이 아닌 건 알고 있지만, 만에 하나라는 것도 있으니까. 그러니까 알려주진 않겠어.」
「그치만.」
「…… 걱정마. 범인은 내가 직접 만나서 이야기해 둘 테니. 그리고 네 스페어키도 돌려받아주지.
그러면 두번 다시 피해는 없을 거다. 너도 도난에 대한 걱정이 사라지면 스트레스가 줄어들겠지?
그러면 자위벽이 없어질 테고. 만만세잖아.」
「…… 응, 그건 그렇네.」
「좋아. 그럼 그렇게 알고 오늘은 여기까지 할까. 이 도플라밍고는 빌려간다. 상대방이랑 교환해야 하니까.」
나는 될 수 있는 한 밝은 어조로 말을 건넸다.
미쿠리야도 완전히 납득한 건 아닌 듯하지만, 똑똑한 여자이니 내 주장의 뒤에 숨은 의도도 조금은 읽고 있을 것이다.
그녀는 미묘한 미소를 지으며 끄덕여주었다.
「알았어. 후에후키군 말대로 할게. 뒤는 맡겼어.」
「그래 그래.」
아직 모두가 등교할 때까지 시간이 좀 남아있으니, 나는 커피라도 마실 겸 교실을 나서려고 했다.
「후에후키군!」
「왜?」
「…… 고마워.」
나는 손을 흔들어 그 말에 응했다.
☆ ☆ ☆
현관문을 살짝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복도 뿐 아니라 1층 전체의 조명이 꺼져 있었다.
밖에서 확인한 대로 아무도 없는 것 같다.
나는 구두를 벗어 가방에 던져넣고 현관입구를 거쳐 안으로 들어갔다.
까놓고 말하자면 ‘상시개정’을 이용한 불법침입이지만, 미쿠리야의 스페어키 탈환이라는 목적이 있으므로
위법성이 조각되어 범죄는 아니라는 걸로 내 안에서는 납득이 끝난 상태다.
범인은 자신의 로커를 사용하기 위한 원래의 키와 미쿠리야의 스페어키를 갖고 있을 테지만,
그것을 항상 갖고 다닐 거라고는 여겨지지 않는다. 결국은 집에 보관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 학교에 설치된 로커의 키는 특수한 형상을 하고 있는데다
두 개 모두 갖고 다니는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에 다른 사람 눈에 띄면 꽤나 주의를 끌게 된다.
범인이 용의주도한 타입이라면 갖고 다니지는 않을 거라는 게 나의 추측이었다.
게다가 나는 범인을 특정한 단계에서 녀석이라면 미쿠리야의 키는 집에 보관해두고
필요할 때만 꺼내는 타입이라고 단언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범인은 나와 같은 중학교 출신인데다 집도 가까웠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성격을 파악하고 있으니까.
또한 직접 들렀던 적은 없지만 집의 위치도 가족구성도 알고 있으며,
가족이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편의점을 경영하고 있으므로
저녁부터 밤시간까지 집을 비우는 일이 많다는 것도 지식으로서는 알고 있었다.
범인 본인도 종종 집안일을 돕기 위해 계산대에 서 있는 것을 목격한 적도 있다.
그러므로, 일단 집에서 옷을 갈아입고 나서 생각난 김에 범인의 집에 상태를 보러 왔던 것인데,
이미 어둑둑해진 시간대임에도 창문에서 불빛이 새어나오지 않는 걸 보고 전원 집을 비우고 있음을 확신했다.
좀처럼 없을 찬스라 생각한 나는 주저없이 돌격하기로 한 것이다.
「실례합니다.」
조그맣게 중얼거려보지만 당연히 반응은 없다.
외동인 범인의 방은 아마도 2층일 것이다.
그래도 나는 도둑처럼 살금살금 계단을 오른다.
그 때, 2층의 방으로부터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틀림없이 누군가가 대화하고 있는 소리다.
이런! 누가 있었던 건가?
별 의미는 없겠지만 나는 고개를 움츠렸다.
하지만 잠깐 기다려봐도 사람의 기척은 나지 않는다.
슬그머니 2층으로 올라가 둘러보니, 어떤 방에서 희미하게 빛이 새어나오고 있다.
가족 전원이 부재중일 거라는 추측은 빗나간 모양이다.
틀림없이 누군가가 있다.
위험하니 철수하려고 하는 순간, 흘러나오는 회화가 미묘하게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귀를 잘 기울여보니,
『…… 주인님의 것 따위, 기분 좋지…… 않아!』
『……………』
『아, 아냐. 아, 아프기만 한걸. …… 기, 기분 좋다니, …… 그렇지…… 않은 걸…』
『……………』
『바, 바, 바, 바보! 히이이이이이잉! 시러, 그러케 찌르면, 앙대애애애!』
라는 소리가.
뭐랄까, 대단히 발성이 좋은데다 잘 울려퍼지는 목소리의 소유자로 보였다.
적어도 내가 알고 있는 범인의 목소리는 아니다.
혹시 누군가 여자를 데려온 건가?
…… 그런 거 치고는 좀 이상하다.
나는 들킬지도 모를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빛이 새고 있는 방문을 슬쩍 열어 보았다.
요즘 나는 훔쳐보기만 하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그런 걸로 고민할 상황은 아니겠지.
방안은 어슴푸레했지만 큼직한 모니터가 광원이 되어준 덕분에 둘러보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내 시야의 범위 안에는 책상과 그 위에 실린 액정 모니터, 그리고 그 앞의 의자에 앉은 사람의 모습이 들어오고 있었다.
그 인물의 관심은 모니터에 모두 쏠려 있어서 나의 존재 따위 조금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
그럼 화면에 뭐가 비춰지고 있는가 하면, 애니풍으로 채색된 알몸의 캐릭터가 승마위로 꿰뚫리고 있는 그림이었다.
화면 하단에는 윈도우가 열려있고 뭔가 문자가 나열되어 있다.
뭐 한눈에 알아봤지만. 이건 에로틱한 PC게임의 화면이로군…
그렇다면 들려오던 목소리는 대음량으로 설정된 성우의 대사였냐.
『…… 밝히는 거 아냐. 그런 여자가 아니야……. …… 나, 나는, 학생회장인데, 앗, …… 좋앗!』
플레이어는 오른손으로 마우스를 틱틱 클릭해가면서 집어삼킬 듯이 화면을 응시하고 있다.
여기서는 표정이 안보이지만 진지하게 게임에 몰입하고 있다는 건 느껴진다.
책상 위를 잘 살펴보니 그 밖에도 몇 개인가 커다란 패키지가 있는 것 같았다.
혹시 이 녀석, 에로게 매니아인가?
게다가 대사로 판단하건데 학생회장물인 모양이다.
싫어하는 학생회장에게 주인님 플레이를 강요하고 있는 상황은 어쩐지 지금의 나와 미쿠리야의 관계를 연상시킨다.
『우우, 주인님, 이제 그만…… 가버려, 가버려요.』
보이스를 일체 스킵하지 않고 남김없이 듣고 있는 걸 보면
단순한 성우팬인건가 하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도 아니지만.
「웃, 으응」
그 때,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게임 성우의 목소리가 아니라 분명히 사람이 내는 육성이었다.
그럼 이건 마우스를 움직이고 있는 플레이어의 목소리일 것이다.
오른손은 마우스에 올리고 있긴 한데 꼼지락꼼지락 움직이고 있는 왼손이 괜히 신경쓰인다.
내 위치에서는 안보일 뿐, 실은……
지금까지 플레이어에게는 그다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지만,
잘 관찰해보면 티셔츠에 팬티 한장이라고 하는 자기 방에 있는 사람다운 러프한 차림새를 하고 있었다.
아무리 자기 방이라도 그렇지 벌써 11월인데 춥지 않으려나 하고 쓸데없는 걱정이 들 정도로 가벼운 옷차림이다.
조용히 바라보고 있으니 갑자기 마우스를 왼손에 고쳐 들었다.
자유로워진 오른손이 굉장한 기세로 하복부쪽으로 움직이더니 팬티 안으로 파고든다.
「아…… 아아」
입술 사이로 애달픈 한숨이 흘러나온다.
오른손이 소중한 곳에 닿았을 것이다.
아무리 내가 동정이라 해도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저 녀석은 에로게로 자신을 위로하고 있는 것이다.
욕망을 발산하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윽, …… 하아, 회장……」
『그만둬요, 주인님, 거기는 지나치게 느껴버려요!』
「절대로 그만두지 않을 거야, 좀 더 좋은 소리로 울어 봐.」
『싫어, 이런 일을 하다니, 주인님 바보!』
「싫어하면서도 느끼고 있잖아, 회장……」
『…… 너무해, 내가 주인님을 정말 정말 좋아한다는 거, 알고 있으면서……』
「…… 아아, 나도 사랑하고 있어. 쭉.」
『주인님……』
「서기장……」
플레이어의 대사와 게임 캐릭터의 대사가 교대로 오간다.
게임의 남자 캐릭터 목소리는 생략되어 있으므로 마치 둘이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지만,
물론 그렇지 않다.
일방적인 회화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플레이어의 대사에는 강한 감정이 깃들어 있었다.
마치 정말로 사랑을 고백하고 있는 것처럼.
아니 실제로 자신의 심정을 토로하고 있을 것이다.
그 상대는 화면 속의 캐릭터가 아니라 다른 인물이겠지만.
그 인물은 「미쿠리야 마치코」. … 우리 학생회 서기장임에 틀림없다.
문제가 되는 건 플레이어의 속성이었다.
나는 그 녀석의 용모를 떠올렸다.
스포츠를 좋아해서 짧게 정돈한 헤어스타일, 햇볕에 그을린 건강한 피부, 키가 크고 호리호리한 데 비해 부드러워 보이는 근육,
그리고 무엇보다도 유명 패션잡지에서 독자모델 권유까지 받은 샤프한 미모.
미쿠리야에게 어울리는 외관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의미로는 어울리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 녀석은, 정진정명 틀림없는 100% 「여자」였기 때문이다.
(6) 백합 열쇠의 문을 넘어서
이 여자의 이름은 모리 아스미(毛利阿澄).
중학교 시절부터 내 동급생이며, 현 타마가와조이 고교 풋살부의 부장이기도 하다.
미쿠리야와는 타입이 다르지만 스포츠 우먼다운 시원시원한 숏컷, 늠름한 눈썹과 눈매, 야무진 느낌을 주는 턱라인을 자랑하는 미소녀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그녀는 남자에도 뒤지지 않는 강인함을 지닌 여자 운동부 계열의 이른바 카리스마적 존재라는 점이다.
미쿠리야가 문과계, 우등생계, 성실계, 그 외 여럿을 이끄는 리더라고 한다면
그들과는 정반대의 타입을 통솔하는 카리스마를 갖고 있다고 하면 되려나.
남녀혼합이라 자칫 잘못하면 미팅 서클로 전락했을지도 모르는 풋살부가 나름대로 운동부로서 활동하고 있는 그녀가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덧붙여서 동급생이긴 하지만 미묘하게 나와의 접점은 적다.
체육제 실행위원으로 함께 활동했던 일이 있었던 정도다.
같은 반이 된 것도 중학교 1학년 때 뿐이고 그때 이후 고교 2년생이 되어 다시 클래스메이트가 된 이래 인사를 나누는 정도밖에 한 일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귀가부의 레귤러 경쟁으로 바쁘고, 이 녀석은 학교의 중심인물로서 바빠서 서로 생식권이 다르니까.
그건 그렇다치고, 문제는 왜 이 녀석이 미쿠리야의 키를 갖고 있으며
미쿠리야의 물건을 훔친 이유는 무엇인가 라는 점이었지만, 그건 왠지 모르게 이미 해결한 듯한 기분이 든다.
「하아……」
모리가 숨을 내쉴 때마다 다리 사이의 어딘가로부터 질척질척 하는 소리가 BGM에 섞여 들려온다.
아무래도 흰 팬티를 입고 있는 듯한데, 이게 놀랍게도 좌우를 끈으로 묶는 타입의 남자를 유혹하고 있다고밖에 보이지 않는 물건이었다.
그 안에 손을 집어넣고 열심히 만지작거리고 있는 듯하다.
그저께의 미쿠리야는 손끝으로 어루만지거나 손가락 하나를 살그머니 찔러넣어 조심조심 쾌감을 맛보고 있었지만,
모우리의 경우 대담하게 손바닥으로 비비고 문지르며 힘껏 성기를 마찰한다고 하는 어그레시브한 스타일인 것 같다.
과연 운동계 소녀는 다르다는 건가.
「하아! 하아앙! …… 크응, 앗!」
자기방이라서 그런건지 부모님이 부재중이기 때문인지,
소리를 참으려고도 하지 않고 마음껏 자극을 즐기고 있는 모습이 어떤 의미로는 신선했다.
다만……
「회장, 귀여워! 먹어버리고 싶어어!」
라며, 완전히 자기 욕망을 줄줄 흘려내고 있어
실제로 누구를 땔감으로 삼고 있는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는 점에서는 거시기한 면이 있지만.
회장이란 건 십중팔구 미쿠리야일 것이다.
화면 속의 에로게임 캐릭터는 미쿠리야의 대용품이다.
요컨데 모리 아스미는 레즈비언이며 같은 반의 미소녀인 미쿠리야에게 반하고 있다는 거다.
심지어 자위할 때의 땔감으로 삼을 정도로.
천정을 보니 숨어서 찍은 듯한 미쿠리야의 사진이 큼직하게 확대되어 포스터처럼 붙여져 있다.
모리의 집착은 상당히 위험한 레벨이다.
지금의 상황을 감안하면 미쿠리야의 사유물을 책상이나 로커에서 훔쳐낸 이유도 간단히 추리할 수 있다.
매니아의 콜렉션이겠지.
「아으응, 마치코…… 너무 귀여워, 더 울부짖어! 엉덩이를 이쪽으로!」
심각하다.
호의를 품은 여자를 망상 속에서 괴롭히고 있잖아, 이 녀석.
꿈 속에서 펠라티오 시키고 있던 나와 비교하면 어느 쪽이 더 악질일까.
오른손이 격렬하게 움직일 때마다 어깨가 움찔거리며 떨린다.
고개를 젖히며 좌우로 흔들고 있어서 그런지 의자가 내는 삐걱삐걱 하는 소리에 기분이 나빠진다.
아무리 부모님이 없다고 해도 그렇지 너무 격렬하잖아.
뭐, 슬슬 괜찮은 타이밍일 것이다.
나는 문을 열어젖히며 여느 때처럼 안으로 뛰쳐 들어갔다.
「그쯤 해둬. 바보가 된다고.」
문 근처의 스위치를 올려 불을 켠 다음 모리의 머리를 냅다 후려갈겼다.
「뭐, 뭐야, 엄마!」
예전의 미쿠리야와 흡사한 표정을 짓고 있다.
실은 동류 아닐까 이 녀석들.
「나다. 후에후키.」
「어, 후에후키…… 왜 우리집에 네가 있는 거야?」
나는 그녀가 사태를 완전히 파악하기 전에 다그친다는 작전을 취하기로 했다.
「너에게 학교에서는 말할 수 없는 중요한 이야기가 있어서
일부러 집까지 만나러 왔는데, 인터폰을 눌러도 나오지 않는 거다.
왠지 현관문이 열려 있었기 때문에 혹시나 도둑인가 걱정하고 있던 참에
2층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길래 실례라고 생각은 하면서도 방까지 와 봤더니, 이 꼴이다.
에로게 보면서 자위라니, 여자로서 끝나고 있지 않아? 게다가 도중부터는 서기장의 이름을 연호하기 시작하질 않나……」
「머, 멋대로 남의 집에 들어온 주제에, 경찰 부를거야!!」
「뭐, 나도 동정이다보니 여자의 자위를 보고 몸이 굳어버렸지만, 그렇다 해도 너 말야, 너무 심하잖아.
조금쯤은 조신함이라는 걸 가져 보라고. 신음소리가 복도까지 메아리치고 있었다니까. 부모님 우신다?」
「…… 무, 무슨, 소리……」
「아아 됐어. 거꾸로 화내봐야 소용없으니까. 너의 성벽이라고 할까, 약점은 파악했어.
그 이상 변명을 하려 한다면 내일 학교에서는 이 화제로 꽃을 피우게 될 거다.
『운동부의 카리스마 모리 아스미, 학원에 피는 백합의 꽃! 상대는 학생회 서기장! 주인님이라고 부르게 하고싶어!』 라던가.」
「…… 그건 안… 돼」
「그럼 내 말을 들어. 방금 전에도 말했지만 나는 너에게 용건이 있어서 들른 거니까.」
나는 다시 한번 방 전체를 둘러보고 모리의 침대에 앉았다.
그 후 세장 붙어있는 미쿠리야의 확대사진을 가리키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 네가 갖고 있는 서기장의 스페어키를 돌려줘. 네 키는 여기 있으니까.」
그렇게 말하며 키를 눈 앞에서 짤랑짤랑 흔들어 보였다.
모리가 눈을 크게 떴다.
「어떻게 그걸 알았냐는 표정이군. 나는 서기장의 의뢰로 그녀의 로커를 뒤지고 다니는 범인을 조사하고 있었거든.
그러다 네가 범인이란 걸 알아내고 이렇게 직접 교섭하러 왔다는 사정이지.」
「어떻게, 나라는 걸…… 알았어?」
「그건 말야……」
나는 미쿠리야에게 한번 설명했던 바꿔치키 트릭을 다시 한번 알려줬다.
그 뿐 아니라 어떻게 모리가 범인임을 특정할 수 있었는지도 설명해 줬다.
미쿠리야에게는 굳이 설명하지 않았지만, 이 건에서 범인을 특정하는 건 실로 간단한 일이다.
이쪽 수중에 남아있는 범인의 스페어키를 이용해 교실 안의 로커 전체에 사용해보면 곧바로 범인의 정체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범인은 자신과 미쿠리야의 키를 바꿔치기 해놓고 있으니, 그 키에 들어맞는 로커의 소유자가 범인인 것이다.
그렇게 해서 판명된 범인이 모리였다.
「…… 그래, 역시 후에후키네. 너한테 걸리면 빠져나갈 수가 없는걸.」
「뭔가 과대평가되고 있는 것 같은데 이런 건 누구라도 생각할 수 있어. 허둥지둥대던 서기장이라면 모를까.
뭐 그런 이유로, 네가 범인이란 건 서기장에게 알리지 않을 거고 앞으로도 그럴 예정은 없어.
네가 순순히 열쇠를 돌려주기만 하면 말이지.」
「아깝지만 들켜버렸으니, 얌전히 돌려줄게. 네가 비밀로 해준다고 한 이상, 마치코에겐 절대로 말하지 않을 테고.」
「좋아, 그 정도면 됐어.」
「그치만 어째서 네가 이런 탐정 같은 일을 하고 있는 거지? 마치코랑 친한 것도 아니잖아?」
으음. 자위하고 있는 장면을 들여다본 사이라는 건 말할 수 없겠고.
「…… 우리 학교는 학생회장이 서기장으로 불린다던가 하는 조금 묘한 전통이 있잖아?」
「응, 확실히 그렇지.」
「그거처럼, 일반 학생에게는 비밀로 하고 있는 전통이 또 있어서 말이지. 그 중에 『조사부』라는 게 있어.」
「『조사부』?」
「응. 뭐 KGB를 베낀 거라고 생각하지만, 요컨데 학생회가 드러내고 할 수 없는 일을 대신 해주는 직무 같은 거지.
이건 서기장과 부회장 밖에 모르는 비밀로, 실은 예산도 배정되어 있다고.」
「정말……?」
미안, 새빨간 거짓말이야.
「나는 전 서기장의 지인이라서 비밀리에 『조사부장』에 임명되어 있었는데,
이번에 미쿠리야 서기장의 부탁으로 이 사건을 조사하게 된 거다.
미쿠리야는 학생회를 타겟으로 한 스파이 행위 정도로 여겼지
동급생의 스토킹 같은 연애사 관련이라는 상상하지 못했던 것 같지만.」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이야?」
「그러니까, 내가 보고를 살짝 조작하면 딱히 네 이름을 드러내지 않고도 사건을 종결시킬 수 있다는 거지.
너도 좋아하는 친구에게 미움받고 싶진 않을거 아냐?」
「응. 맞아. 이런 일까지 해놓고 용서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으니…」
모리가 그렇게 말하며 책상 서랍을 열자, 미쿠리야의 사진다발 외에도
경찰 감식부의 증거품처럼 작은 비닐에 들어있는 지우개라던가가 가득했다.
아아, 이게 이 녀석의 콜렉션인가.
솔직히 말해서, 할 말을 잃었다.
「이거, 마치코가 쓰던 건데… 대부분은 같은 걸 사서 되돌려놨거든.
그러니까 마치코는 이렇게나 없어졌다는 건 모르고 있을 거야……」
나 참. 이 녀석도 위험하구만.
학교에서 알몸으로 자위하는 미쿠리야도 그렇고, 이 녀석도 그렇고, 그대로 내버려뒀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나는 모리에게서 스페어키를 건네받고,
「더 이상은 하지 마. 지금부터 네가 서기장에게 피해가 되는 일을 하면 곧바로 진상을 알릴 테니까. 이건 단순한 위협이 아냐.」
「…… 알고 있어. 이젠 스토커 같은 짓은 하지 않을게. …… 그치만, 한가지만, 너에게 부탁하고 싶은 게 있는데… 조건으로 달아도 될까?」
「…… 어떤 건지에 따라서. 네가 지금부터 서기장을 좋아한다고 하는 욕망을 억누르는 대가니까, 내가 할 수 있는 범위라면 받아들여 줄 수도 있어.」
모리는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바이는 말이지. 기본적으로 동성을 가장 좋아하지만, 개중에는 이성을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는 부류도 있어.」
※ 바이 : 양성애자
「…… 잘 이해가 안되는데, 그래서?」
「그런 타입 중에서는 이성은 단 한사람 밖에 사랑할 수 없는 타입도 있거든.
그 한사람과 헤어지면 더 이상 다른 이성에게는 흥미를 가질 수 없는, 그런 타입이.」
「어떤 의미로는 순애인데?」
「…… 응, 그렇지. 그래서 말야, 너에게 부탁하고 싶은 조건은……」
「조건은?」
「자지, 보여주지 않을래?」
나는 벙찌고 말았다.
이 녀석 무슨 소릴 하는 거야?
「그러니까, 자지 보여달라고. 나는 중증 레즈비언이라서 남자의 그걸 본 적이 없거든.
아마 앞으로도 볼 일은 없을 거라 생각하고. 그러니 최후의 기념이 될 지도 모르니까… 부탁해.」
이.녀.석.무.슨.소.릴.하.는.거.야.?
과연 이 엉뚱한 조건에는 나도 어떻게 대답해야 할 지, 한동안 망설이는 처지가 된 것이었다.
(7) 헬 & 헤븐즈 도어
우선은 진의를 파악해보기로 하자, 응.
아무리 그래도 단순한 동급생에게 이유도 없이 존슨을 보여줄 수는 없다.
「…… 아까까지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너는 레즈비언이잖아.
어째서 남자의 자지 같은 걸 보고싶어 하지? 호기심 치고는 지나친 거 아닌가?」
「으응, 나는 바이니까 어느 쪽이든 오케이인걸. 그치만 아직 남자경험은 없으니까…
차라리 이참에 경험해버릴까 하고 생각했을 뿐이야.
…… 아까부터 몸이 저린게 멈추질 않는단 말야. 네가 중요한 순간에 튀어나와버려서 가질 못한 탓에.」
그러고 보면 이 녀석 자위 중이었던가.
어쩌면 미안한 짓을 해버렸는지도 모르겠다.
지금도 티셔츠에 팬티 한장이라고 하는 반라에 가까운 차림새고.
실은 눈 둘 곳이 없어 곤란하던 참이다.
그렇지 않아도 독자모델 클래스의 예쁜 여자아이니까.
하지만 나도 틀림없는 동정이다보니 자지 좀 쓰게 꺼내 봐 하는 말에 ‘아 네 쓰시죠’ 하기도 어려운 면이 있다.
수치심이란 게 있기 때문에.
「…… 미안하지만, 나는 동정이라 말이지. 멘탈 문제로 남의 눈앞에서 그걸 꺼낸다는 건 망설여지는데. 좀 봐줬으면 한다만.」
「여자아이 자위를 훔쳐본 주제에 이제 와서 그런 소리를 하는 거야?
게다가 여자 방까지 오면서 그런 쪽으로 기대하는 마음이 없었다고는 못할걸.」
「확실히 그 말 대로, 나에게도 에로한 속셈이 있긴 했지만, 그것과 이건 말이지……」
「입다물고 내 말 들어!」
모리가 갑자기 내게 태클을 먹였다.
녀석의 침대 옆에 멍때리며 서있던 내 허리춤을 껴안더니 그대로 다운시켜버렸다.
역시 운동부, 그것도 캡틴 클래스가 되면 그 힘은 장난이 아니다.
모리는 그대로 재빨리 바지의 지퍼를 내리더니 팬티라는 장벽을 조금도 개의치 않고 자지를 끄집어 냈다.
실은 아까부터 모리의 방에 감도는 달콤한 향기 덕분에 반쯤 서있던 나의 파트너는
하얗고 서늘한 손가락이 닿자마자 완전히 각성해버렸다.
이렇게 된 이상 각오를 다질 수밖에 없다.
이 쪽에서도 반격의 준비를 한다.
「…… 우와, 이렇게 되어 있구나.」
모리는 초롱초롱한 눈으로 나의 페니스를 응시하고 있다. 절대로 시선을 돌리지 않는다.
아무래도 처녀라는 건 사실인 모양이다.
성에 대한 호기심에 가득 찬 눈동자에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이 녀석도 상당한 미소녀였지…….
그러고 보면 중학교 시절 체육제를 준비하면서 단둘이서 간판을 만든 적도 있었던 것 같은 기억이 난다.
다시 생각해 보면 의외로 접점이 있었군.
그 때는 레즈비언이라는 건 몰랐지만.
「갖고 놀아도 돼?」
「마음대로 해.」
내 허락을 받은 모리는 지퍼 사이로 고개를 내밀고 흉악하게 뒤로 젖혀진 일물을 가늘고 우아한 손가락으로 쿡 찌른다.
검지, 중지, 엄지, 두 개로, 세 개로, 손바닥으로……
희롱당할 때마다 내 허리가 반사적으로 움직였기 때문에, 모리는 왼손으로 내 허리를 고정하면서 즐겁게 애무를 이어갔다.
문득 정신을 차리자 허리띠가 끌러지고 바지와 팬티도 훌렁 벗겨져, 하반신 나체 상태가 되어 있었다.
상당히 손이 빨랐다.
아니, 그 만큼 내가 모리의 정성스럽고 집요한 애무에 넋을 잃고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내 손가락 외에는 닿을 일이 없는 기관이다보니 이렇게 낯선 누군가에게 희롱당하면 몹시 기분이 좋은 것이다.
게다가 모리는 마치 보물이라도 취급하는 양 상냥하게 접해 온다.
이 상황에서 평상심을 유지하는 게 비정상이다.
그 와중에 모리는 내 고환까지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고환 같은 건 스스로는 거의 위로하거나 하지 않는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아래서부터 들어올려 손바닥으로 감싼 후 닿을 듯 말 듯한 미묘한 터치로 착하지, 착하지, 하면서 어루만진다.
「이게 쿠퍼액?」
「…… 우, 잘, 알고 있잖아.」
「아가씨의 소양이야.」
「바보 같은, 소리를.」
모리가 한껏 성내고 있는 음경의 아랫줄기를 중지 끝으로 문지르자,
농담을 하려던 내 입은 곧바로 닫혀버렸다.
「저기, 치구는 없어?」
「나는 깨끗하게 씻고 다니거든.」
「여자아이라도 치구가 가득 남아있는 사람도 있는데. 성실하네, 후에후키쨩은.」
「…… 여자를 환멸하고 싶지 않으니까, 그런 건 되도록 말하지 말아줘.」
흔히들 말하는 테코키(手コキ)와는 어딘가 다른, 그저 성기를 애무하기만 할 뿐인 시간이 흘러간다.
내 반응이 좋은 건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모리는 그만두질 않는다.
그 뿐만이 아니라 아예 신이 나서는 입김을 불어오기까지 했다.
이게 또 기분이 좋았다.
비비고 있는 게 아니라서 좀처럼 절정에 달하지도 못하고, 반죽음 같은 시간이 계속 이어진다.
그러다 갑자기, 애무가 멈췄다.
겨우 끝나는가 싶어 안도했지만, 그 순간 모리는 단정한 입술로 귀두를 빨아들여 빨간 입 안으로 삼켜버렸다.
「…… 큭!」
「아어에으이아 (잘 먹겠습니다)」
식사 전의 인사말을 예의 바르게, 하지만 알아 듣기는 어렵게 하는 모리.
멋진 얼굴이 묘하게 뒤틀린다.
하지만 원래 예쁜 여자아이라서 그런 일그러짐도 아름답다.
매일 보고 있는 자신의 자지가, 친구의 얼굴에 의해 숨겨졌다는 사실이 나를 흥분시킨다.
벗겨져 드러난 귀두의 끝을 요염한 뭔가가 문지르는 감촉이 느껴졌다.
분명, 모리의 혀.
그것이 내 자지의 첨단을 상하좌우로 핥아댄다.
도저히 처음 펠라티오를 하는 여자의 움직임이 아니다.
그 뿐만이 아니다. 나를 손가락으로 괴롭히면서 열심히 모아두고 있었던 건지,
모리의 입 속에는 따스한 타액이 흘러넘칠 듯이 고여 있어 그 온기와 점착감이 정말이지 끝내줬다.
이 녀석, 연구하고 있었구만.
하지만 이미 때늦은 깨달음.
나는 모리의 펠라티오에 완전히 빠져들고 있었다.
쿠퍼액과 타액이 뒤섞인다.
입가로 흐르는 걸 들이마시는 음탕한 소리.
정말로 할짝할짝 하는 소리까지 들려온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나를 상대로도 조금은 애정을 담아서 해주고 있는 모양이다.
좋은 여자구나, 이 녀석. 스토커만 아니라면.
그러나 그런 건 모리의 능숙한 펠라티오 앞에서는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었다.
모리 아스미라는 여자의 완전공격에,
동정인 나는 손도 발도 내밀지 못하고 패배했다.
곧바로 싸버리지 않았던 게 신기할 정도였지만, 그래봐야 20초도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그때까지 이어졌던 애무의 탓에 한계까지 흥분하고 있었던 것도 있고.
허리가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한다.
마침내 이 순간이 왔다.
나중에 계산해본 결과 나는 30분 가까이 모리의 공격에 노출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윽고 나는 첨단의 균열로부터 뜨거운 정액을 발사했다.
「꺗!」
모리가 당황해서 입을 뗀다.
그 입 안에 남은 양은 미미하고, 대부분의 백탁액은 세찬 기세로
모리의 콧날에 부딪힌 후 튀면서 뺨에서 턱에 이르는 부위에 들러붙었다.
「아, 미안.」
나는 굉장히 후련한 기분을 느꼈지만 모리의 아름다운 얼굴을 더럽혀버린 건 후회했다.
얼굴에 쌀 생각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모리는 그다지 신경쓰는 느낌도 없이 머리맡의 티슈로 얼굴을 닦더니 나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오징어 냄새가 난다던 말뜻, 잘 알았어.」
그쪽도 만족한 듯한 미소였다.
나는 살짝 안심하면서 사죄의 말을 건넸다.
「…… 미안해, 얼굴에 묻어서. 마르면 뻣뻣해지니 씻어둬.」
「응. 그 전에……」
모리는 한번 더 내 다리 사이에 얼굴을 가져갔다.
그리고는 아직도 정액이 달라붙어 있는 귀두 끝을 낼름 하고 핥았다.
「깨끗히 해 줄게. …… 유감이지만, 실전까지는 해줄 수 없으니까.」
아음~ 하며 한번 더 입안에 머금어진 내 자지는 재차 부풀어오르기 시작했다.
이미 내 자지는 모리의 테크닉에 함락당해 버렸던 것이다.
맛을 기억해버렸다고 할까.
큰 일이다. 이래서야 도저히 참을 수가 없을 것 같아…….
모리를 덮쳐 버릴지도.
이런 청소 펠라 같은 건 2회전 개시의 신호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이 녀석은 모르고 있는 걸까.
일심불란으로 봉사하는 미소녀의 모습에 내 이성은 흩어지기 일보직전이다.
나의 자제심이 완전히 무너져 내리고, 마침내 내가 모리를 넘어뜨려 내 것으로 만들어 버리겠다고 결의했을 때,
「나 왔어?. 아스미, 엄마 왔다?」
아래층에서 모리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귀가한 모리의 어머니였다.
「네?, 어서 오세요?」
모리가 그 부름에 답한다.
츕 하는 소리와 함께 자지가 간단히 해방된다.
살짝 간지럽다.
그리고, 이건 타임업의 휘슬이다.
내 탈동정, 또는 첫 악행의 착수라고 하는 최악의 사태는 벌어지기도 전에 끝났다.
좀 더 빨리 결단했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강간이라도 하는 도중에 그녀의 어머니가 들어왔다면 내 인생도 끝이었을 것이다.
그러니 결단이 늦었던 게 다행일지도.
잠시 후 모리의 어머니가 화장실에 들어간 틈을 타서,
마치 샛서방처럼 모리의 안내를 받아 현관으로 도망쳤다.
헤어질 때 모리가 했던 말이 잊혀지지 않는다.
「…… 네가 멈춰주지 않았다면 나는 점점 더 심해졌을 지도 몰라. 더 심한 일을 했을 지도.
그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