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화 (2/25)

(2) 문-문

교실로 돌아간 나는 다음 수업을 위해 로커를 향했다.

우리 고등학교에서는 교실 뒤쪽에 학생 전원분의 개인용 로커를 설치해놓고 있다.

이 로커는 복제가 어려운 열쇠를 사용하는 것으로, 학생에게는 스페어키를 포함해 두 개의 열쇠가 건네진다.

한 때 학교 내에서 학생 사이에 대규모 도난 사건이 발생하였기에 그 반성을 겸해 도입된 것 같지만,

열쇠를 두 개 모두 잃어버리던가 졸업할 때 두 개를 제출하지 못한다면 자기 부담으로 교환해야만 한다.

덧붙여서 교환비용은 1만 3천 엔이다.

고교생이 부담하기엔 큰 액수이므로 처음부터 관리담당인 학교 총무부에 열쇠를 맡겨둔 채 이용하지 않는 학생도 적지는 않다.

다만 우리 학교는 참고서를 사용하는 수업이 많으므로 매번 집에 들고 가는 건 힘들기 때문에 대부분의 학생은 로커를 사용하고 있다.

그 탓에 학생들은 로커 키를 지갑이나 휴대폰 다음으로 애지중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덧붙여서 나는 계속 자물쇠를 잠궈둔 상태이며, 키 자체는 집에서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다.

『상시개정』의 체질을 가진 나에게 열쇠를 갖고 다니는 습관이 없는 건 당연한 일이다.

내가 지도책을 들고 자리에 앉자 잠시 후 아까까지 같은 공간에 있던 서기장이 돌아왔다.

들어오자마자 나를 바라보며 뭐라 형언할 수 없는 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모처럼 자타공인의 미소녀인데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다.

그러고 보면 아직 자기소개를 하지 않은 것 같은데, 내 이름은 후에후키 유우타로(笛吹遊太?)다.

이곳, 도립 타마가와조이(多摩川沿) 고교에 다니는 이학년 남자이지만 자잘한 프로필은 내킬 때 따로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아까 부끄러운 자위를 하고 있던 여자는 미쿠리야 마치코(御?町子)라고 해서, 이 학교의 학생회 서기장을 맡고 있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잘 손질된 검은 생머리(윤기가 좔좔 흐른다)에,

양쪽 귀 앞에서 한줄기만 묶어 올린 규중의 아가씨풍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다.

또렷한 눈동자에 모양 좋은 자그마한 코, 쭉 뻗은 콧날, 조그마한 입이 지극히 밸런스 좋게 배치된 얼굴은 단정하고 아름답다.

게다가 피부도 깨끗하고 말이지.

그야말로 청초하고 가련한 미소녀라는 느낌이다.

또 머리도 나쁘지 않고, 학생회 소속인 만큼 학년 TOP10 이내의 성적은 유지하고 있는 걸로 보인다.

나는 툭하면 53등으로, 쓰레기(ゴミ=53)같은 어감이 영 좋지 않지만, 이것도 성적이 좋을 때의 석차라구.

그건 그렇고, 학생회 서기장이라고 하는 그다지 들어본 적 없을 직무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이건 공산주의가 전성기에 이르렀던 시기의 학생회장이 멋대로 도입한 제도의 잔재다.

우리 학생회에서는 서기장이 제일 높고, 다음이 부회장, 회계, 부서기로 이어져 마지막이 서무라고 하는 서열관계다.

소련도 붕괴했고 하니 평범한 쪽이 좋다는 의견도 있었던 모양이나,

살짝 중2병적인 네이밍센스에 끌렸는지 그 형태 그대로 존속시키기로 한 것 같다.

서기장이라는 직함에 위화감을 느끼는 사람은 마음속에서 (학생회장)이라는 독음을 달아서 변환하면 좋을 거라 생각한다.

수업이 시작되자 서기장은 나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서기장 각하와 나는 실은 건너건너 옆자리에 불과한 이웃사촌이므로, 아까까지는 흘끔흘끔 이쪽을 살펴보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눈을 맞추고 씨익 미소지어 줬더니 눈초리가 조금 험해지면서 두 번 다시 이쪽에 시선을 던지지 않았다.

뭐 나도 언제까지고 상대하고 있을 수는 없는 것이고 수업에도 집중해야 하니 어떻게 보면 다행이긴 하지만.

☆ ☆ ☆

또냐……

나는 머리를 감싸 쥐었다.

그 자료실에서의 충격적인 자위 쇼를 목격한 다음날,

양호실을 나와 현관을 향하는 도중에 남자 화장실에 들러 소변을 보고 있었는데 어디서 들어본 목소리가 울려왔다.

어디선지는 모르겠지만 흐릿한 소리가 들러오는 것이다.

다른 남자라면 단순한 기분 탓으로 돌려버릴 테지만, 어제 일을 경험한 나는 금새 그게 뭔지 알아차렸다.

나는 완전히 발기하기 전에 소변을 배출하고 후다닥 세면대에서 손을 씻은 후 손수건으로 물기를 닦았다.

그리고 바깥의 상황을 체크한 다음 조용히 청소용구함에서 ‘청소중’ 간판을 꺼내 문에 설치했다.

그런 후에 마치 밖으로 걸어나가는 것처럼 발소리를 울렸다.

그러자, 아까까지는 희미했던 소리가 미묘하게 커져간다.

그래도 누가 있다고 자기 딴엔 조심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응, …… 하앗, …… 윽」

지금 화장실 안에서 사용되고 있는 건 한 칸뿐이었다.

그 문에 살짝 귀를 갖다 대자 안에서 어제처럼 달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욕정으로 범벅된 여자의 매끄러운 목소리.

「앗, 아아, …… 기분 좋아…」

역시 그 녀석인가!

신음이라면 몰라도 말까지 해버리면 거기에 여자가 있다는 게 훤히 드러나잖아.

「읏…… 하악…… 으윽……」

나는 『상시개정』으로 잠겨있는 독실의 문을 소리도 없이 열고 5cm 정도의 틈을 만들었다.

거기 있는 것은, 미쿠리야 마치코.

라고 단언할 수는 없었다.

내 시야를 채우며 나타난 것은 말려 올라간 스커트 아래로 쑥 내밀어진 하얗고 조그마한 엉덩이와

어루만지고 싶어지는 팽팽한 허벅지, 그리고 그 허벅지가 합류하는 지점에 있는 여자아이의 그곳이었기 때문이다.

내 눈 앞 30cm 정도에 여자의 균열이 위치하고 있다.

너무나 자극적인 광경이었다.

뚜껑을 내린 TOTO 변기 위에 한쪽 무릎을 세우고 벽을 마주보는 자세로 왼손을 다리 사이에 뻗고 있는,

마치 뒤에서부터 덤벼달라고 하는 듯한 자세 덕분에 여자의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비록 늘씬하게 뻗은 스타일 좋은 사지를 보건데 내 동급생이 아닐 가능성을 생각하긴 힘들지만.

그렇지만, 어제도 그랬던 거 같은데, 숨어서 자위를 하고 있는 마당에

누군가에게 들켰을 때 즉시 뭔가의 대처할 수 있는 자세를 취하지 않는 건 대체 무슨 배짱인 것일까.

정말이지 조심성 없는 여자다.

그렇지 않으면 누군가에게 들킨다는 망상을 땔감으로 삼고 있는 것인가.

어쨌든 나중에라도 이건 야단치지 않으면 안되겠다.

「하아…… 하아…… 응, 으윽. …… 아, …… 안돼……」

그녀의 왼손이 허벅지까지 끌어내려져 있던 팬티를 발목까지 벗겨 내린다.

어제와 비슷한 파랑 팬티가 발목 근처에서 뭉쳐있는 게 조금 선정적이다.

그 과정에서 허리춤이 미묘하게 꿈틀거리는 게 굉장히 섹시했다.

손끝이 소음순 주변을 가볍게 돌아다니고 클리토리스 언저리를 쿡쿡 누르고 있다.

기분 좋은 부분에 우선적으로 손가락을 대고 만지작거리고 있는 듯했다.

어제는 가슴만으로 가버린 것 같지만 오늘은 그곳 중심이므로

아마도 정해진 스타일은 없고 올라운더인가 보다.

슬릿은 꼭 맞물려 있고 음모는 엷다.

여자의 비소를 보았던 적은 없지만 왠지 모르게 어린 느낌이 든다.

처녀니까 아직 사용횟수가 적은 탓인지.

「아아, 으응, 좋아………… 으읏」

의식적으로 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만, 내 쪽을 향해 그곳을 활짝 벌리고 있던 미쿠리야의 손가락이 조금씩 밀려올라 가 항문으로 움직인다.

여기도 처음 보지만, 귀여웠다.

미쿠리야의 오른손은 가슴을 주무르기 시작했다.

역시 유두 근처에 성감대가 있는 건지, 가슴애무는 짜여진 과정의 일부인 건가.

자세가 불안정해졌지만 등까지 말려 올라간 스커트는 흘러내리지 않고 그대로 사랑스러운 엉덩이를 드러낸 채였다.

나는 여자아이의 허리부터 엉덩이, 허벅지에 이르는 라인에 묘하게 애정을 품고 있어 AV를 볼 때도 최후에는 후배위로 끝낼 정도다.

그러므로 내게 있어 미소녀의 엉덩이 특등관람석이라 할 수 있는 이 광경은 포상 외의 어떤 것도 아니다.

때때로 그곳의 위쪽, 하복부가 보이는 것도 훌륭하기 때문에 살짝 허리를 낮춰 더욱 낮은 각도에서 들여다본다.

날씬한 두 다리가 개선문과 같이 내 앞에 우뚝 선다.

「뜨거워…… 읏……」

미쿠리야의 그곳에서 애액이 방울져 매끈한 허벅지를 타고 미끄러져 떨어진다.

그뿐 아니라 서서히 살갗에 땀이 스며나 오고 있는 듯하다.

무심코 빨고 싶어졌지만 그건 참아냈다.

싱그러운 허벅지가 교차되며 소중한 장소가 숨겨져 버린다.

가늘고 늘씬한 손가락이 닿자 끈적한 소리가 나고, 새콤한 땀냄새가 독실 안을 떠돌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면 어제도 땀을 흘리고 있었다. 땀이 많은 체질인가.

어딘지 모르게 즙 투성이의 모습이 어울릴 듯한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손가락이 점막 안을 파고들자 신체가 바르르 떨리며 경련하더니, 잠깐동안 둥글게 몸을 만 직후 등을 젖혔다.

남자 화장실에서 자위를 하고 있는데도 절정을 느껴버릴 것 같은 모양이다.

또다시 애액이 뿜어져 나와 안쪽 허벅지를 적시고

날렵하게 뻗은 그 두 다리까지 새끼사슴처럼 바들바들 떨고 있다.

쑥 내민 엉덩이가 마치 남자를 유혹하는 것처럼 좌우로 흔들린다.

마구 고개를 휘젓는 것이, 아무래도 전류가 달려 전신이 저릿저릿한 듯하다.

한껏 체중이 실린 TOTO 변기에서는 들어본 적도 없는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미쿠리야의 몸의 경직된다.

「안, 돼, 안돼───!!」

변기 위에 쓰러져 가는 미쿠리야.

아무래도 완전히 절정에 달한 듯하다.

이쪽을 돌아보진 않지만, 만족스러운 한숨 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단숨에 독실의 문을 열어젖히고 아직도 이쪽을 보지 않고 있는 미쿠리야의 뒤통수에 꿀밤을 먹였다.

「아야! 누, 누구야! 어라, 후에후키군, 여기서 뭘 하고 있어!?」

「그건 내가 할 말이다. 덧붙이자면 자위할 거라면 어떻게든 얼버무릴 수 있도록 주의해둬.」

「…… 에, 또, 보고 있었구나! 너무해!」

「도대체가 말이야, 남자 화장실이란 건 성욕만만인 남학생이 벌떡 일어선 존슨을 처리하기 위한 곳이라고. 그런 곳에서 여자아이가 자위 같은 거 하고 있으면 정말로 강간당할지도 몰라. 게다가 그런 일이 벌어지면 상대편 남자도 일생 성범죄자로 살아가야만 한단 말이다.」

「…… 죄, 죄송합니다.」

「알아들었으면 됐어.」

내 논리에는 꽤나 억지스러운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기도 하다.

뭐 사실은 『상시개정』의 존재를 숨기기 위한 것이지만.

그 후 나는 독실에서 나왔다.

‘청소중’ 간판을 원래 자리로 돌려놓고 복도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 안에 있는 미쿠리야를 불러낸다.

이걸로 치녀를 도와 버린 셈인가.

뭐 그렇다고 해서 이 정도 일이 『상시개정』을 사용한 악행은 아닐 것이다.

이틀 연속으로 뜨거운 자위를 남자에게 들킨 미쿠리야 이외에는 누군가 불행해진 것도 아니고.

자 그럼, 오늘은 미쿠리야의 하얗고 자그마한 사랑스러운 엉덩이에 찔러 넣는 망상을 땔감으로 삼도록 하자.

그 정도는 그다지 상관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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