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화 (1/25)

(1) 도어도어

나는 어떤 문이라도 열 수 있다.

도구로 문을 딴다거나 여벌의 열쇠를 훔친다던가 하는 차원의 이야기가 아니다.

고등학생이 된 지금까지도 메커니즘은 전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그런 체질로 태어난 모양이다.

그게 어떤 것이냐 하면, 자물쇠가 걸린 문이나 창문 정도라면 특별히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열 수 있으며, 

망막스캔이나 체인이 걸린 문 등 물리적 기계적으로 열릴 리가 없는 문조차 살짝 기합을 넣는 것만으로 단번에 OK. 

흔히들 하는 잠긴 문고리를 잡고 철컥철컥 돌리는 행동 같은 건 철든 이후부터 해본 경험이 없다.

즉 나는 누구도 가둘 수 없는 남자라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나는 자신의 체질을 『상시개정常時開錠』이라 이름짓고 즐거운 삶을 보내고 있다.

그렇다고 『상시개정』을 이용해 뭐든 마음대로 할 수 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그럴 마음만 있다면 아무리 경계가 엄중한 장소라도 비집고 들어갈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렇지는 않다.

왜냐면 내 체질은 문을 열 수 있다는 것 뿐이며, 그것 말고는 아무런 효과도 없기 때문이다.

현대 일본의 중요시설에는 대부분 감시 카메라가 달려 있고, 경비원이나 거주자, 주변인들의 눈이라는 것도 있다.

내가 투명인간처럼 사라질 수 있다면 몰라도 침입한 다음 걸리지 않으려면 가능한 악행도 한정될 수밖에 없다.

뭐 진지하게 빈집털이를 하고자 한다면 얼마든지 가능할 테고 강간마가 되려고 한다면 어떤 여자라도 손쉬울 것이다.

하지만, 그건 나쁜 짓이잖아?

일반적으로 절대 존재할 리 없는 체질을 가졌으면서도 하는 짓은 범죄라니, 그건 꼴불견 아닐까.

그런 이유로 나는 『상시개정』을 사용해 스스로 악행을 저지르고자 하는 의사는 조금도 없다.

다만, 뭐, 잠겨있는 자료실에 멋대로 들어가 낮잠을 자거나 할 때 이 체질을 이용하는 정도라면 허용범위겠지.

혹는 자물쇠로 잠겨있는 옥상에 밥을 먹으러 갈 때라던가.

그래서 오늘도 점심시간에 약간 졸음을 느낀 나는, 평소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사회과 자료실에서 한잠 자려는 생각에 문고리에 손을 댔다.

어라?

내 귀에 어디서 들어본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응……」

어디선가 새어나오는 비음섞인 달콤한 목소리.

주변을 둘러보지만 아무도 없다.

그렇다면 남은 곳은 한군데밖에 없다.

「하아, 아우…… 읏, 으윽, 우우……」

문에 귀를 바싹 대고 들어보니 역시 그 너머에서 들려오는 게 틀림없는 모양이다.

그렇다는 건, 뭘 하고 있는고 하니, 역시 ‘그거’겠지.

나는 천천히 문을 열었다.

감촉으로 판단하건데 역시 안쪽에서 잠겨있었던 듯.

내게는 전혀 의미가 없는 방어지만.

「윽, 하아…… 으읏, 앗」

자료실의 카페트가 깔린 바닥에 드러누운 교복을 입은 여자가 양손을 교차시킨 자세로 자신의 가슴에 손바닥을 대고 있었다.

고개는 저쪽을 향하고 있으므로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여자 쪽에서도 내가 들어온 것은 보이지 않는다.

본래라면 눈치챌 테지만 자위에 열중하고 있는데다 엄중하게 잠궈두었다고 하는 안도감도 있어 경계심이 무뎌져 있을 것이다. 

실내화의 색으로 보건데 동급생, 즉 2학년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리고 하반신이 이쪽을 향하고 있어서 스커트 안쪽이 훤히 보인다.

「으응……」

여자는 블라우스 단추를 하나 풀었다.

가슴쪽의 단추 하나를 풀어낸 것 뿐인데, 팽팽하던 가슴께는 안쪽으로부터의 압력을 버티지 못하겠다는 듯이 열어젖혀지면서 가슴 일부가 내보였다.

아무래도 브래지어는 차고 있지 않은 듯하다.

이미 동복을 입는 시기인지라 모두 재킷을 걸치고 있다. 그러니 노브라라도 들키지 않을 거라 생각했겠지.

자료실 의자에는 단정하게 접힌 재킷이 놓여있었다.

잘 보면 블라우스 너머로 유두가 서 있음을 알 수 있다.

꽤나 흥분한 모양이다.

학교에서 자위하고 있으니 당연한가.

「하악, 음…… 으으응……」

여자는 블라우스 위로부터 유두를 누르거나 튕기거나 하면서 즐기기 시작했다.

으음, 가슴이 예민한 타입인가.

바닥에 누운 교복차림의 여자가 섹시하게 몸을 비튼다.

블라우스의 가슴을 숨기고 있는 부분이 아련하게 습기를 띄어 간다.

땀을 흘리는 거겠지.

「아아. 하아, 읏…… 기분좋아……」

처음으로 신음성이 아닌 대사가 들렸다.

어쩐지 들어본 목소리 같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마도 우리반 여자다.

그러던 중에 그녀의 몸이 바들바들 떨리기 시작했다.

바닥에 누운 몸이 휘어진다.

경련이라도 일으켰나 싶어 걱정했지만 목소리는 달콤한 그대로이므로 이게 절정이라는 것인 모양이다.

팬티가 훤히 보일 정도로 흐트러진 치마가 한층 더 말려올라가, 하얗고 건강미있는 허벅지가 번갈아 비벼지면서 별개의 생물인 양 꿈틀거린다.

좀 더 정면에서 팬티를 보고 싶었지만 허벅지의 에로도도 상당했으므로 이건 이것대로 좋다.

「읏, 으으으응, 응????」

양다리가 완전히 쭉 펴진다.

그러자 파랑 팬티가 한번 더 드러나면서 그 하단부에 얼룩이 스며나온다.

애액이라는 건가.

유감스럽지만 동정인 나로서는 잘 모르겠다.

「아아아!」

마지막으로 크게 숨을 토해내며 여자의 자위는 끝났다.

그리고 멍한 표정으로 몸을 일으킨다.

그 시점에서 마침내 나라는 난입자와 눈이 마주치고, 그제서야 내 존재를 인식하게 되었다.

나는 익숙한 그 얼굴에 대고, 

「여어, 서기장. 기분은 좋았어?」

「…어라, 후에후키군. 이런 데서 뭐 하고 있어……?」

그녀는 평범하게 대답했지만 그건 의식이 몽롱한 탓이었고, 다음 순간 완전히 각성했는지 터무니없는 표정을 지었다.

음, 그 얼굴은 반한 상대에겐 보이지 않는 편이 좋겠어, 학생회 서기장.

분명히 깜짝 놀라 도망갈 테니까.

「그갸아아…… 아…… 아아………… 아…」

처음엔 힘차게 비명인지 노성인지 알 수 없는 뭔가를 지르려고 한 서기장이었지만, 

자신의 입장과 장소와 모습이 생각났는지 어떻게든 억지로 그걸 삼키고 갈라진 소리만이 흘러나온다.

숨을 삼키느라 지나치게 무리한 것인지 그 직후 사래가 들려 격하게 기침하는 게 꽤나 재밌었다.

「어떻게…… 아…… 어째서……」

문을 어떻게, 라는 의미겠지만 내 체질을 알려줄 수는 없으므로 여기선 대충 얼버무렸다.

「자물쇠라면 열려있었는데. 이봐, 몰래 숨어서 자위할 거라면 좀 더 확실히 문단속을 해야지. 

발견한 게 나라서 다행이었지만, 다른 남자였다면 얼씨구나 하며 덮쳤을걸. 서기장의 소중한 순결이 여기서 사라지는 건 불쌍하니까 충고하는 건데.」

「…… 어떻게, 내가 처녀라는 것까지……」

이미 눈물까지 글썽이고 있는 클래스메이트에게 그냥 찍은 것 뿐이라는 소리를 할 수가 없었던 나는, 

「아니, 왠지 모르게 그냥. 신경쓰지 마. 그럼 나는 슬슬 교실로 돌아갈 테니.」

「자, 잠깐만.」

「괜찮데도. 여기서 보고 들은 건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을 테니까. 서기장도 이제부터는 치녀 같은 짓은 웬만하면 하지 말라고. 그럼 다음에 보자.」

나는 눈물을 머금은 채 멍하니 바라보는 그녀를 내버려두고 재빨리 자료실을 나섰다.

어떻게 보면 동정을 버릴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지만, 

거기서 욕정에 떠밀려 서기장을 덮쳐버리면 그건 『상시개정』을 이용한 악행 그 자체가 되잖아? 

그건 나의 주의에 반하므로 각하다.

뭐 서기장의 치태를 땔감으로 오늘 밤을 보내는 정도는 괜찮을 테고, 그 정도로 나는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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