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2화 (32/33)

   초등학생 토도 마사토

  무거운 노를 저으며 강 위를 나아간다.

  뒤에 앉아있는 요코가 나에게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오빠. 요코 무서워.」

  근처를 걸어가던 산책 중인 아저씨가 이상한 눈빛으로 이쪽을 힐끔거린다.

  나는 그냥 그런 반응을 무시하며 노를 계속 저었다.

「별로 무섭지 않아. 그다지 속력내고 있는 것도 아니니까.」

「흐흑, 요코 무서워....」

  여동생이 울음을 터뜨릴 것 같아서, 나도 노를 젖는 스피드를 천천히 줄였다.

  내가 지금 필사적으로 젖고 있는 보트 뒤에 타고 있는 건, 예전에는 내 누나였던 요코.

  성격은 최악이었지만, 자신이 무서워하고 있는 약한 모습 따위 절대 누군가에게 보이지 않았

었다.

  다쿠마의 손에 의해 10년분의 기억을 완전히 잃어버리고 지금은 7세 정도의 지능과 성격이 되

어 내 여동생이 되어버렸다.

  부모님도 처음에는 당황했었지만, 지금은 그저그러려니 말하고 있다. 약이라던가 무언가를 해

서 이렇게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는게 아닐까?

  정말 싫은 부모다, 정말로.

  처음에는 다쿠마가 요코에게 벌을 준 것이라 생각했지만, 최근에는 혹시 다른 이유가 있을지

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예전의 요코가 조금 온전한 사고를 가지고 평범한 인생을 보내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모든 걸 

다시 시작해야 했던 것일지도....

  이런 저런 생각해봐도 어차피 잘모르는 일이니 우선은 끈기있게 오빠의 입장이 되어 요코를 

보살펴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난 뭘 해도 안돼는 녀석이니까 언제까지 계속할 수 있을지, 포기하지 않는다면 다행

이겠지만. 

  몸은 여고생이지만, 머리 쪽은 내가 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라도 순진하게 따르는 사랑스러운 

초등학생이다.

  만약 실수라도 한다면.... 뭐, 농담이지만.

  어쨌든, 오늘은 여동생과 함께 뱃놀이를 즐긴다.

  앞으로의 일은 그 다음에. 포기하지 않을거야, 응.

   고교생 카키모토 미츠오

「헤에, 결국은 요코가 여러가지 저질러놓은 뒷처리를 하나하나 처리했다는 거야? 그런 수고스

러운 일 잘도 해냈네. 나로서는 절대 무리야.」

  내가 놀라서, 라기보다 기가 막혀서 다쿠마에게 말하자 학습용 책상 의자에 앉은 채 이쪽을 

바라보고 있던 다쿠마는 평소처럼 수줍은 듯한 연약한 미소를 띄운다.

  정말 평상시 이런 순진한 표정을 짓고 있는 녀석이 굉장한 기술로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을 차

례차례 계속 해치우는 걸 생각하면 지금도 이상한 기분이 든다.

  

「전원 치료한 것도 아니고 보충할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일단 요코가 기록에 남기고 있었

던 범위내에서는 거의 해치웠다고 생각해. 다른 사람이 걸어놓은 암시를 해제하고 정신적 외상

이 남지 않도록 능숙하게 망각의 암시를 걸거나 다른 기억을 살짝 대체시켜 납득시킨다. 요코의 

최면에 걸려있던 대상들을 모두 내 소유물로 바꾸는 것은 평범하게 최면술을 거는 것보다 난이

도가 높아서 반대로 할 의지가 생기더라고. 뭐, 요코의 졸업 시험같은 것일까나.」

  다쿠마가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한다.

  이녀석의 최면술의 향상에 대한 소망은 정말로 강한듯하다.

  이 정도로 놀라운 솜씨를 가지고 있는대도 불구하고, 아직도 여러 경험을 쌓으며 조금이라도 

더 수준을 높이려고 노력한다.

  전혀 틀리다.

  장난할 대상을 많이 만들어 즐길 수 있는 일들을 시키면서 만족스러워하는 나와는 처음부터 

방향성이 틀리다.

  침대에 앉아있는 유우타에게 시선을 돌리니, 유우타는 유우타대로 다쿠마의 최면에 의해 완전

한 개가 되어있는 시오리의 배를 쓰다듬으며 즐거운 듯 그녀의 반응을 살피고 있다.

  아직 초등학생일 뿐이지만, 단순한 놀이에도 진지하게 임하는 녀석들의 정열은 고교생인 나라

고 해도 압도당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오늘 우리들을 부른 것은 요코와 관련된 건의 최종통보라는 거야, 스승님?」

「그러니까 스승님이 아니라고 지난번에 말했겠죠. 오히려 미츠오 군이 내 선생님이니...」

  다쿠마가 말하는 도중, 현관의 벨소리가 울렸다.

  다쿠마는 기쁜 듯한 기색으로 창문 쪽으로 달려간다.

  

「아, 겨우 찾아왔나보네. 오늘은 요코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 사실 내 새로운 선생님 

후보를 호출했었거든. 유우타와 미츠오 군에게도 그 소질에 대한 체크를 부탁하고 싶었어. 신교

사 채용시험같은 걸까나. 아, 어느 쪽이 먼저 왔나 싶었는데 두 명 모두 함께 왔나보네.」

  다쿠마가 창문으로 바깥쪽을 바라보다 싱글벙글 웃으며 대문을 열기 위해 아래로 내려갔다.

  나는 여떤 놈이 온 것인지 창 쪽으로 다가가 확인해본다.

  유우타 역시 새로운 선생님 후보가 누구인지 궁금했는지 내 근처로 다가온다.

「저 녀석은... 키모히코? 저녀석 예전 학교의 후지타 키모히코잖아... 다쿠마 저녀석에게도 최

면술을 가르칠 생각인가?」

「나머지 한사람은 누구죠? 어른인가요?」

「아니, 다른 한사람은 몰라. 그렇지만 저쪽의 녀석은 키모히코라고 불리던 오타쿠야. 이건... 

이녀석들도 우리들의 모임에 동참한다는 건가?」

  나와 유우타는 서로의 얼굴을 마주본다.

  최근에 츠토무가 우리들의 모임에 얼굴을 내밀지 않게 되서 기운이 좀 없어보이는 다쿠마였지

만, 최면술을 더욱 더 깊이 탐구하겠다는 목적만은 잊지 않은 것 같았다.

  그 뿐만이 아니라 혹시 그의 진정한 프로젝트는 지금부터 시작일지도 모른다.

  우리들은 그런 것들을 생각하며 다쿠마가 계단을 뛰어올라오는 발소리를 듣고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