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0화 (30/33)

고교생 카키모토 미츠오

  형의 아우디가 몹시 당황한 듯 질주해 간다.

  뭐, 이 시간이라면 어떻게든 제시간에 맞출 수 있겠지.

  형도 메구미 씨도 아버지가 없다고 둘이서 마음껏 둘만의 밤을 즐기고 있으니까, 아침 정도는 사랑스러운 남동생의 뜻대로 같이 어울려줘도 괜찮잖아?

  베란다에서 부끄러운 차림으로 아주 진지하게 라디오 체조하거나 야채를 사용한 플레이에 눈을 뜬다거나.

  오늘은 뭐랄까... 건강을 지향하는 플레이가 되었지만.

  밤에 돌아오면 그런 식의 에어로빅 비디오라도 촬영해볼까?

  물론 중요한 부분은 모두 구멍이 뚫린 레오타드를 입고 아슬아슬한 포즈를 연출하면서 두 명이 사이좋게 미소를 띄우고 있는 모습을.

  내가 후련한 기분으로 현관 문을 열고 들어오자 전화가 울리고 있었다.

  형에게 오는 전화는 모두 휴대폰으로 걸테니까 어머니에게 오는 전화일까?

「네, 여보세요. 카키모토입니다. 어머니라면 지금 여행가셔서......」

「여보세요, 미츠오 군? 오늘은 점심시간 전에 학교에서 빠져나올 수 있어?」

「어, 혹시 다쿠마? 아침부터 무슨일이야? 뭐, 다른 사람이 아니라 스승님을 위해서라면 오후 수업을 빠지는 것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무슨 일 있는거야?」

「미츠오 군의 예전 학교에 안내를 좀 부탁하고 싶어서.」

「......그 거 혹시, 지난 주에 이야기했던 거? 응. 알았어! 11시 정도에 만나는게 어때.」

  전화를 끊고 난 뒤 나는 두근두근 한 가슴을 억제할 수 없었다.

  아니, 최면술을 다쿠마에게 전수받은 뒤로 두근두근한 일들은 잔뜩 있었지만..... 이건 그것과는 다른 두근거림이었다.

  나는 다쿠마의 진심을 알고 싶다.

  무얼 생각하고 있는 것인지.... 원래부터 이해하기 힘든 녀석이지만 오늘 전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목소리는 평상시와는 조금 달랐다.

  내가 다쿠마에게 호출된 것은 필요하기 때문인 걸까?

  그렇지 않으면 나에게도 무언가 제제를 내릴 생각일까?

  뭐, 어느 쪽이든... 도망칠 수는 없겠지만.

여고생 토도 요우코

「괴, 굉장해요. 히로미 선생님. 으읏!」

  료우라는 이름이었던가.

  갈색 머리의 양아치가 음악 선생 츠츠이 히로미의 능숙한 혀놀림에 참지못하고 그만 신음소리를 흘리고 만다.

  납죽 엎드린 채로 료우의 거무스름한 자지를 기뻐하며 삼키고 있는 히로미는 뒤에서부터 자신의 육혈을 찔러오는 다른 양아치의 움

직임에 맞춰서 새하얀 엉덩이를 흔들고 있다.

  앞 뒤로 범해지는 비정상적인 감각이 히로미를 더할 나위없는 쾌락의 파도가 되어 덮쳐오고 있었다.

「어이, 요코. 츠츠이 선생은 분명 약혼자가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대학시절부터 사귀었던 사이라고 들은 적이 있는데...」

「아아... 지난번에 내가 선생님의 연애 상담 좀 해줬었는데, 그 뒤에 갑작스래 진정한 자기자신에 대해 눈을 떴다고 말하더라고.

  아마 약혼은 그만둘 생각인 것 같아. 이런 단정한 외모인데도 의외로 꽤나 놀고 있다니까. 

  이젠 한 남자로는 도저히 만족할 수 없게 되었지? 안그래, 히로미?」

  히로미 선생님은 뒤에서는 거세게 자신의 음부를 찔러대는 양아치의 움직임에 시달리고 앞으로는 료우의 자지를 목구멍 깊숙히 괴

로울 정도로 삼켜가면서도, 요염한 물기를 띤 눈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처음 최면을 걸었을 때만 해도 「그이를 배반할 바에는 차라리 죽는 편이 나아!」라고 말하고 있었던 정숙한 여교사도 10일동안의 

계속된 능욕 끝에 「여러 남자들에게 범해지는게 히로미의 최대의 기쁨이에요.」라고 말할 정도로 바뀌어 버렸다.

  

  단언하건데 정말 바보 같은 이야기다.

  약혼소식이 들려올때만 해도 모두들에게 축복받거나 부러움이나 질투의 대상이 되었던 그녀가 지금은 단지 남자들의 정액을 탐하고 

질내사정에 기뻐하는 단순히 깨끗한 변소같은 존재가 되어 버리다니.

  ...정말 너무 쉬워 재미없다.

  이런 것보다는 아직 사키가 저항하면서 나에게 쓸데없는 설교를 하고, 울며 아우성치면서 저속해지는 자기자신을 견뎌내려 노력하

던 모습 쪽이 훨씬 재미있었다.

  이렇게 간단히 공중변소가 되어버리는 년이 잘난듯 우리에게 가르침을 내려주고 있었던건가?

  진짜 바보같다.

  흥미를 잃은 내가 음악 준비실에서 나가려고 몸을 돌리자 뒤에서 날 불러 세우는 목소리가 들렸다.

「어이, 요코. 아날이라던가... 전번에 모리시타처럼 여러가지 체위로 범해도 괜찮지? 어라... 너 어디가는거야?」

「흥미없어. 멋대로 해도 좋아. 적당히 들키지 않도록 뒷처리 해두라고.」

  남학생들은 아무런 불평도 없이 히로미 선생님을 윤간할 일로 머리속이 꽉 차있는 듯, 방에서 나가는 나에게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다.

  나는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며 복도를 빠른 걸음으로 지나친다.

  진짜 모두 바보같다.

  잘난듯한 표정을 짓는 녀석도 누구하나 다르지 않게 간단히 장난감이 되어버린다.

  신체를 지배하여 실컷 수치심을 느끼게 해줘서 너덜너덜 약해진 이성의 가죽을 벗겨주고, 가차없이 여과없는 망상을 쳐넣어준다.

  그것만으로도 모두 나의 노예가 된다.

  순종하는 애완동물이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나같은 낙오자를 쓰레기를 보는 시선으로 바라보던 년놈들이 스스로 나보다 하찮은 존재로 저속해져 간다.

  웃음이 나올 정도로 너무 간단한 일이다.

  기분나쁜 감상에 잠겨있던 나는 갑작스래 그 뒤의 예정을 생각해내서 응접실로 향한다.

  그랬다.

  오늘은 학원제 준비를 이어서하는 날이지.

  사키선생에게는 1학년중 눈에 뛸만큼 괜찮은 스타일의 학생을 데리고 오도록 말해두었다.

  카요에도 발레부 중 재미있을 대상을 권해올 것이다.

  지금부터 응접실에 모이는 인원을 여러가지 방법으로 조교를 시작한다면 학원제까지 충분히 시간에 맞출수 있을 것이다.

  조금씩 기분이 나아지는 것 같다.

  계단을 내려가 응접실로 향한다.

  최근 나는 학원제 계획을 세우고 있을 때가 가장 즐거운 때일지도 모르겠다.

  학원제를 기점으로하여 이 학교는 사실상 붕괴하게 될 것이다.

  학급 붕괴 따위가 아니라 학교 붕괴.

  그 정도의 상연물을 선생님들이나 학생들이 준비하지 않으면 안된다.

  타교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매춘업소를 만들고, 우리학교의 자랑인 여자 발레부의 아이들이 난교 파티를 벌인다.

  학생 지도 선생이 앞장서서 인기있는 여학생들을 이끌고 거리까지 스트리킹을 하며 전라로 돌아다닌다.

  연극이란 이름으로 10여명이 얽혀있는 꼴을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교장과 교감도 거기에 참가시킨다면 다음날에는 이런 학교따윈 당

장 없어진다고해도 이상하지 않겠지?

  웃음이 나온다.

  모두가, 가능하다면 나를 쫓아내서라도 유지하려했었던 즐거운 학교.

  문무를 겸비하고 있는 명문의 학교.

  학원제 다음날부터는 일생동안 이 학교출신이라는 것조차 숨겨두고 싶어질 정도로 모두의 치부가 되도록 만들어줄테니까.

  스스로도 자신의 입가가 한껏 치겨올라갔다는 것이 느껴질 정도의 미소를 띄우며 응접실의 문을 열자, 의외로 거기에는 내 계획에 

참가할 세뇌 대상들이 단 한명도 없었다.

  그녀들이 있어야할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것은 전라인체 인간 의자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있는 사키 선생과 그 위에 걸터앉던아 그

녀의 몸을 만지작 거리며 장난치고 있는 몇명의 남자들.

  ...4명중 3명이 아직 어린 아이인 그들 중 일부는 나도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다쿠마? 왜? 어째서 여기에 있는 거야?」

  다쿠마는 예전 보았을 때처럼 여려보이는 미소를 띄운채 아무 것도 말하지 않는다.

  그 옆에 있던 아이 --분명 츠토무라는 이름이었던가-- 가 대신하여 입을 열었다.

「이제 슬슬 복수는 끝난게 아닌가 싶어서.」

「복수? 아직이야, 지금부터라고. 그것보다 어째서 너희들이 여기에... 어? 미츠오 아냐. 너 전학간거 아니었어?

  무슨 일이야, 이건? 나를 따돌리고 뭔가를 하려는 거면 화낼꺼야.」

「복수를 위해서 최면술을 익히고 싶다고 말했었지? 평소에 담배를 피거나 이런저런 사건을 일으켰던 것은 사실이지만,

  단 한번. 정말 자신은 피우지 않았는데 모두들 일이 터지자 자신의 탓으로 돌리며 자신을 나쁜놈 취급했었던 적이 있다...라고.

  그 때 자신의 말을 전혀 들어주지 않고 자신을 나쁜놈이라고 단정지은 선생님이나 같은 반 녀석들에게 복수를 하고

  수치스럽게 만들어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말했었지?」

  옆에 있는 츠토무에게 대화를 일임하고, 자신은 전혀 나와 말을 나누지 않으려고 하는 다쿠마에게 화가 난다.

「다쿠마! 똑바로 말해. 어째서 여기에 있는거야? 뭘 하고 싶은거지?」

  나는 가까이 있는 의자를 발로 차 쓰러뜨리며 고함쳤다.

  모두가 나를 보는 눈빛에 화가 난다.

  나의 영역권 안에 들어와 있으면서도, 마치 나를 따돌리고 있는 듯한 분위기가 짜증스럽다.

  진짜 모두 바보같아.

「점심시간에는 응접실에서 최면세뇌를 시행한다. 곧있을 학원제의 준비로 오늘은 6명 정도의 타켓을 인격 개조....

  라고 써있어서 여기에 올 거란걸 알았어. 요코가 알려주었으니까.」

  다쿠마는 턱을 팔꿈치에 괴고 의자에 앉은채로 탁자 위에 노트를 꺼냈다.

  내가 최면술로 사람을 타락시키거나 희롱할 때 반드시 사전에 계획을 가다듬기 위한 계획서였다.

  언제나 손에서 떼지 않고 있던 것인데 어째서 다쿠마가 이걸?

    

「저기, 어째서 이걸 내가 가지고 있는지 이상하지 않아? 요코는 지금껏 최면을 사용할 때 반드시 계획을 세우거나

  결과 또는 감상을 기록으로 남겨두던 자신에 대하여 전혀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어?

  요코는 원래부터 그렇게 계획적인 성격이었던가?」

  조금 전까지 입을 열지않고 침묵을 지키고 있던 다쿠마가 일단 입을 열자, 이 아이의 이야기를 아무도 멈출 수 없다는 듯한 공기가 

이곳에 형성되어 간다.

  모두들 다쿠마가 가지고 있는 최면술의 위대함을 잘 알고 있는 놈들이기 때문일까?

  그것보다... 나 그러고보니 언제나 계획을 세우고 세세하게 결과나 감상을 기록해오고 있었던가?

「역시 눈치채지 못했구나? 조금 전 유우타나 미츠오 군에게 말했을 때도 그들 역시 깜짝 놀랐으니까.

  항상 쓰고 있는 유우타의 일기라던가, 미츠오군이 항상 찍고 있었던 여러가지 비디오들도

  역시 가능한한 우리들의 최면 시술과 결과를 기록에 남겨서 무의식 중 나에게 전달하도록 암시가 걸려있었기 때문이야.

  요코도 눈치채지 못했겠지만, 언제나 일주일에 한번씩 이 노트는 미사토를 통해 나에게 전달되도록 되어 있었어.」

  다쿠마가 말하자 옆에 서있는 사내 아이는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히고 있고, 미츠오 역시 어색한 듯이 코를 긁적인다.

  나는 손가락 끝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로 화를 내고 있는 자신을 느꼈다.

  동시에 자신이 위험한 상황에 왔다는 것도 깨달을 수 있었다.

  내가 지금까지 해왔던 일 모두를, 이 녀석은 전부 알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게 어쨌는데. 별로 너에게 알려진다고 꺼려지는 건 없어. 나는 다쿠마의 제자로서 마음껏 최면술을

  다루고 있는 것이니까. 이 학교의 짜증나는 녀석들을 닥치는 대로 타락시켰어. 모두들 나의 장난감, 나의 노예,

  내 소유라는 것은 동시에 내 선생님인 다쿠마의 소유인거나 마찬가지야. 모두 다쿠마가 마음대로 해도 상관없어.

  아, 거기의 의자 대용으로 쓰여지고 있는 예쁘장한 계집은 사키라고 해.

  그녀는 너희들이 깜짝 놀랄 정도의 음란한 누나라고.」

  나는 지지 않았다.

  약점을 잡혔다과 이성을 잃거나 한다면 진다.

  한차례 정색한 모습을 보였다가, 이번에는 미끼를 던지며 내 페이스로 유도한다.

  저쪽에도 다쿠마 외 다른 최면술사도 여러명 있겠지만 싸움에 익숙한 점은 나를 따를 자는 없을 터.

「제자? 아하하하하. 그래, 요코는 아직 자신이 내 제자인 것처럼 생각하고 있었구나. 그래.」

  다쿠마는 의자에서 일어서서 천천히 내 쪽으로 다가왔다.

  다른 3명도 조심스럽게 각자 다른 방향으로 나에게 접근한다.

「......사실은 달라, 요코. 너도 유우타도 미츠오 군도, 내 제자였던 건 정말 처음 뿐이었어.

  곧바로 나에게 배우는 것만이 아니라 자신 스스로 이런 저런 연구나 실험을 시작했었지? 배우고 있었던 것은 내 쪽이었어.

  이런 암시를 생각해 냈구나. 이런 식으로 이런 타입의 사람에게 암시를 걸면 이런 식의 반응을 보이는 구나.

  모두가 각자 최면술을 사용하며 그 과정과 결과를 나에게 전달해주는 덕분에 나는 혼자서는 경험할 수 없었던

  여러가지 공부를 할 수 있었어. 요코의 이 노트도, 유우타의 일기도, 미츠오의 비디오도 모두 나의 교과서야.

  모두가 나의 선생님이지. 바로 이곳이 최면술사로서의 나를 키워 주는 학교였어. 이해가 가?」

  다쿠마가 이렇게 박력이 있는 녀석이었나?

  얼굴은 여전히 연약해보이는 미소를 띄우고 있는 그대로인데, 한걸음 한걸음 가까워져오는 이 작은 어린아이에게 나는 분명 압도당

하기 시작하고 있었다.

  어떠한 암시가 걸린 것도 아닌데, 이미 기세에서 밀려버린 내 다리는 멋대로 뒤로 물러서 버린다.

「같은 대사로 같은 암시를 걸었다고 해도 억양이 다르거나 목소리 톤이 다르거나 상대와의 관계가 다르다면 반응이 달라져.

  초등학생인 내가 혼자서 독학하는 것보다 모두의 경험을 교과서로 삼아 학습하는 편이 상당히 여러가지 것들을 알수 있어

  굉장히 도움이 되더군. 게다가 모두들 굉장해. 유우타는 처음에는 엄마를 대상으로만 최면을 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었는데,

  다른 타켓에게도 점차 영역을 넓혀갔어. 지난번에는 밖에서 무심코 후최면 암시를 발동시켜 버렸는데, 패닉상태에 빠진

  그 대상을 순간적으로 깊은 최면 상태에 빠뜨려서 그 자리를 어떻게든 극복했다고. 나라면 같은 걸 할 수 있었을까....」

  제일 조그마한 몸집의 약해보이는 아이가 용기를 쥐어짜듯이 자신의 아랫입술을 꼭 깨물며 한걸음 나에게 다가온다.

「미츠오 군도 처음에는 최면쇼 같은 짓만 하고 있었는데, 방심하고 있는 사이에 세라피 치료같은 일도 하고 있더군.

  사람의 트라우마를 달래거나, 형의 금연을 도우거나. 나 혼자서 모두 체험하려면 시간상으로도 힘들고, 리스크가 있거나

  좀처럼 시험하기 힘든 일들을 모두가 나를 대신해 술사로서 성장함으로 나에게도 가상의 체험을 시켜주고 있어.」

  다쿠마가 정말로 기뻐하는 듯이 순진하게 말한다.

  츠토무가 내 배후에서 한 걸음 가까워진 소리가 들린다.

  위험해.

  둘러쌓여 도망갈 수가 없다.

  일발역전으로 벗어날 찬스를 만들어 낼 수밖에...

「거기에 비교하면 조금 이 교과서는 진보가 늦어. 육체 지배랄까. 행동 지배. 인격 변환. 세뇌. ....인격 변환.

  세뇌, 세뇌, 세뇌. 이것 뿐이야. 암시의 강함도 방향성도 변함이 없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최면술이 밖에까지 알려져서

  문제를 일으킬 리스크 뿐이야. ...저기, 요코는 사람에 대해 흥미를 가지고 있어? 다른 타입의 피술자에게는 다른 타입의

  암시같은 걸 걸어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 유우타, 내 선생님으로서 요코를 어떻게 생각하지?」

  모두의 눈이 작은 몸집의 아이를 바라본다.

  유우타라고 불린 아이는 그 시선을 느끼고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고개를 숙인다.

  그대로 잠자코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고개를 들어 나를 응시하며 단언했다.

「...나는 잘은 모르지만 요코 씨가 나쁘다고 생각해. 그... 최면술은 걸려있는 사람은 모두들, 정말 의심할 여지가 없이

  최면을 건 사람의 말을 전적으로 받아들이고 신뢰하며 의지해주는데... 그런 식으로 최면에 걸려있는 사람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잔혹하게 대하는 건 잘못됐다고 생각해. ....사실 나도 이런저런 일들을 한껏 시키긴 하지만...

  그렇지만 뭔가 요코씨는 다르다.」

「좋고 나쁜 것은 나도 말할 자격이 없겠지. 하지만 놀려면 놀이터에서 나오지 않고 거기서 놀아야할 거 아냐.

  요코가 뭘하고 놀던 상관없지만 이런 식으로 어지럽혀진다면 우리들한테도 폐가 된다고. 한가지더, 요코.

  너 정말 즐겁게 놀고 있는거야? 어쩐지 네가 저지른 일들을 들어보니 어쩐지 스스로 괴로워질 것 같은 일들이

  많은 거 같은데. 이건 요코의 무의식이 다쿠마에게 SOS를 보내는건가?」

  뒤에서 미츠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조금 전보다 훨씬 가까운 곳에서의 소리.

  이제 한걸음이면 손이 닿는 거리일까?

  츠토무는 아무말 없이 다쿠마의 앞에 선채 나에게 다가온다.

  나를 애워싸고 있는 고리가 점점 죄여들어온다.

  이제 내가 반격할 수 있는 마지막 찬스일지도 모른다.

「뭐, 나에게 있어서는 요코의 좋고 나쁨이라던가 리스크라던가 SOS같은 것보다, 요코로부터 배울 수 있는게 조금도

  남아있지 않다는 것이 학생으로서.... 그래, 이제...」

「시끄러워---! 모두 잘난듯이 나에대해 말해대지 말라고--!!」

  나는 머리를 움켜 쥐고 절규하며 무릎을 꿇고 쓰러져 울었다.

「뭐야! 다같이 한패가 되서. 결국 나는 낙오자라고 말하고 싶은거지. 성격이 나빠서 인간을 사귈 수 없다고 말하고 싶은거지.

  그런 거 너희들에게 듣지 않아도 거기있는 모리시타 사키라던가 코즈에라던가, 부모한테 실컷 깨지고 있다고.」

  마음껏 울며 아우성친다.

  조금 츠토무나 미츠오가 주저하는 기색이 느껴진다.

  좀 더, 좀 더 하면 누군가가 걸려들 거야.

「뭘 안다고 그렇게 입을 놀리는 거야. 어설프게 날 위해주는 척 설득이나 해대고, 분명하게 말하면 좋잖아! 나같은 쓰레기는

  죽어버리면 좋을거라고, 그렇게 말하면 좋을거 아냐! 그런 거 알고 있었으니까 그런 놈들에게 복수하라고 말했었던

  너희들까지 어째서 그놈들과 똑같은 눈으로 날 바라보고 있는거야? 결국 누구도, 누구도 나에 대한 건 모르는 주제에,

  뭘 아는 것처럼 입을 놀리는거야!?」

  내가 머리를 바닥에 부딪치며 울부짖고 있자, 누군가가 내 어깨에 손을 얹어온다.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츠토무였다.

「이제 그만둬. 이런 건...」

  나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는다.

  츠토무의 손을 잡고 일어선다.

  부딪칠 정도로 가까이 얼굴을 접근시킨다.

  찬스는 한순간에 지나가지만, 그 순간을 놓치지 않는다면 반드시 지지 않는거야.

  모두들 잘 기억해 두라고.

「너...!」

「거기서! 이 수정구슬에서 네 시선은 떨어지지 않는다. 몸도 조금도 움직이지 않아. 네 마음은 이 수정구슬 안으로 빨려들어가.

  자아, 점점 빨려들어 간다. 마음이 수정에 빨려들어간 츠토무의 몸은 내 말대로 움직일거야. 내 말대로 싸워, 날뛰어!」

  내가 무릎 꿇고 바닥에 엎드린채 히스테릭하게 울부짖는 연기를 하면서, 한편으로는 최면에 사용하는 수정구슬을 꺼내들고 있었던 

것을 처음으로 알아차린 것은 나와 접촉하고 있던 츠토무였다. 

  그렇지만 그 츠토무의 시선은 지금 이 수정구슬에 못박혀있다.

  이 츠토무를 최면에 빠뜨리는 것으로 이길 기회가 생긴다.

  유우타라는 이름의 꼬맹이는 처음부터 허리를 뒤로 빼고 있던 겁장이.

  미츠오는 내가 무서워서 전학가지 않았던가?

  유일하게 다쿠마의 최면 기술은 나보다 훨씬 뛰어난 경지라고 생각하지만, 내가 지금 여기서 다쿠마를 이길 필요는 없다.

  단지 여기서 도망치기만 하면 나로서는 잃는 것은 없는 것이다. 

  다쿠마의 집도 교유관계도 대충 파악하고 있는 내가 여기서 무사히 몸을 빼내서 잠적하게 된다면 결국 마지막에 남는 승자는 나일

거라는 자신이 있다.

  일발 역전의 찬스는 잡아냈다.

  모두가 초조해하는 동안 츠토무는 내 꼭두각시가 되서 그들을 상대로 전력으로 발광할 것이다.

「---토도 요우코 선생님.」

  아?

  나는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 외부 세계로부터 완전히 격리되어 소리가 차단되어 있는 방 안에서 그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처럼 느

꼈다.

  아직 여린, 사내 아이의 높은 톤의 목소리.

  다쿠마의 목소리.

「토도 요우코 선생님. 나, 다쿠마는... 당신을 졸업합니다.」

  다쿠마의 말이 메아리가 되어 울려퍼져올 때, 나의 육체는 경직되어 있었다.

  츠토무의 마음을 제압하고 있었던 수정구슬이 내 손가락 끝에서 천천히, 아주 천천히 흘러내려 떨어져간다.

  모두의 움직임이 슬로우 모션이 된 것처럼 느껴진다.

  뭐야, 이건?

  --- 파삭!

  떨어뜨린 수정구슬에 금이 가는 소리가 들린다.

  이미 시선을 아래로 떨어뜨릴 수 없기에 그 모습을 눈으로 확인할 수는 없지만, 아마도 깨져버렸겠지.

  ......아? 응접실에는 두꺼운 융단을 깔아두지 않았던가?

  그럼 지금 깨져버린 것은 수정구슬? 아니면....

  모르겠다.

  생각이 명확하지 않다.

  천천히 내 몸이 돌처럼 굳어진 채로 옆으로 쓰러져 간다.

  슬로우 모션처럼 천천히 쓰러지고 있었다.

  (아....아아..)

  말을 하고 싶지만 이미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는다.

  나는 져버린 건가?

  아직 지고 싶지 않아.

  수정구슬이 없어도, 팬던트가 없어도, 나는 최면술을 걸 수 있어.

  다쿠마! 내 눈을 봐!

  내 눈동자에서 넌 시선을 뗄 수 없다.... 

  다쿠마, 나의 눈을 봐...

  누구든... 내 눈을 봐줘...

  누군가 내 목소리를 들어.

  ...뭐야, 이건.

  정말.... 

  정말 바보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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