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5화 (25/33)

OL 하야카와 리사

(1)

  이렇게 한가로운 마음으로 쇼핑몰에서 윈도우 쇼핑을 즐길 수 있는 것도, 과감히 반나절 휴가

를 쓴 덕분이다.

  나는 가방이나 옷을 구경하면서 유우타가 마음에 든 게임을 결정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은 월급날이기에 모처럼 귀여운 조카, 유우타가 좋아하는 것을 사줄까하는 생각으로 함께 

쇼핑몰에 왔다.

  얼마전까진 내가 담당하는 일도 꽤나 바빴고 그 외 여러가지 일도 있어서 언니의 집에는 거의 

얼굴을 내밀지 않았었다.

  그렇지만 최근에는 조금 일에 익숙해져서 여유도 생겼고, 어쩐지 묘하게도 유우타가 마음에 

걸려서 언니의 집을 방문하는 빈도가 잦아지고 있었다.

  외아들인지라 그렇지 않아도 언니에게 마음껏 응석부려대는 유우타다.

  그렇기에 내가 조금 엄한 태도로 유우타를 대하는 편이 좋겠다고 생각했었지만, 최근에는 나

까지 언니처럼 이 아이에게 완전히 물러졌다는 생각이 든다.

  뭐... 그것도 괜찮겠지. 

  유리 저편에서 마네킹이 들고 있는 핸드백을 하나하나 감상하면서 나는 직장일로 지친 정신과 

 육체를 재충전하며 평일의 쇼핑몰을 거닐었다.

  잡지 편집에 종사하기 때문인지 평일날에는 가게에서 줄서있는 것조차 업무에 연결시켜 생각

해버리기 쉽상이다.

  하지만 오늘은 그런 의식을 버리고 느긋한 기분으로 세련된 공기를 즐기고 싶었다.

  그리고 그 계획은 매우 순조롭게 되어 가는 것 같았다.

  설마 다음 순간에 사람이 왕래하고 있는 쇼핑몰 안에서 내가 그런 커다란 수치를 당하게 될 

줄은 전혀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까지 장내에 흐르고 있던 보사노바의 BGM이 끝나고, 다음곡으로 미디엄 템포의 어른스러

온 R&B 음악이 흐르기 시작했을 때였다.

  내 몸에 갑작스런 이변이 일어났다.

  내가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는 곡 같은데... 하고 멍하니 생각하면서, 샵 윈도우의 구두를 

구경하고 있던 바로 그 순간, 체감 온도가 단숨에 5℃ 정도나 올라버렸다.

  머리에 갑작스래 열이 끌어올라 나는 넘어질 듯 비틀거렸다.

  나 자신의 사고가 명확하게 돌아가지 않는다.

  그 뿐만이 아니라 이상한, 평상시라면 절대 의도하지 않는 쪽으로 나의 사고가 바뀌어가고 있

었다.

  ---벗고 싶어.

  나는 어째서인지 당장이라도 입고 있는 모든 옷가지를 벗어던지고 전라가 되어버리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BGM이 바뀐 후 불과 몇초 사이의 일이었다.

  나 자신의 비정상적인 욕구를 어떻게든 부정하고 억누르려고 나는 자리에 주저앉은채 내 몸을 

양손으로 꼭 껴안았다.

  하지만 불붙은 듯 뜨거워지는 전신의 근지러움은 점차 심해지고 나의 욕구 역시 점점 강해져

만 갔다.

  필사적으로 견뎌내려고 노력하지만 나의 몸은 내 마음을 따르지 않고 있었다.

  가장 먼저 내 의사를 거부하기 시작한 것은 왼발이었다.

  팍-! 하고 천장으로 날아오르는 왼발때문에 나는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그 여세에 타이트한 스커트가 밀려 올라가 허벅지 깊은 곳까지 드러나 버렸다.

  당황하며 드러난 허벅지를 숨기려고 생각한 나는, 다음 순간 나 자신의 허벅지에 시선이 못박

히고 말았다.

  주위를 걷고 있었던 여성들은 나를 의아한 얼굴로 보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그런 주위의 시선쯤은 아무래도 좋았다.

  ---정말 깨끗한 각선미...

  ---좀 더 보고 싶다.

  ---좀 더 보여주고 싶다.

  나는 완전히 이성을 잃어버리고 바닥에 엎드린 채 높게 들어올린 나의 다리를 사랑스러운 듯 

어루만지고 쓰다듬었다.

  나의 다리... 날씬하고 매끈매끈해서 정말로 멋진 다리다.

  다리 뿐만이 아니다.

  내 육체는 이런 옷가지로 숨겨두기 아까울 정도의 예술품이였다.

  

  얇은 자켓을 팔에서 빼낸 나는 천천히 일어서서 BGM에 맞추어 몸을 흔들며 노 슬립의 옷깃이 

달린 셔츠의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망설임 없이 내 몸에 걸친 옷가지를 하나하나 남김없이 벗어 던진다.

  모두의 눈길앞에 내 몸 구석구석이 전부 노출됬다.

  셔츠의 단추를 반밖에 끄르지 않았지만, 이미 다른 한 손은 하얀색의 타이트 스커트의 지퍼를 

내리고 스커트를 바닥에 떨어뜨리고 있었다.

  부끄러운 액채로 흠뻑 젖어있는 레이스가 달린 실크 팬티가 드러나자 주위의 남성들이 놀란 

표정으로 나를 응시한다.

  ---초조해 할 것 없어요.

  ---리사는 이 팬티도 벗어버릴 거니까.

  ---오늘은 특별히 서비스해서 리사의 부끄러운 음부도 모두 아낌없이 보여줄께요.

  그렇게 생각하면서 나는 여러 남자들에게 윙크를 하며 반쯤은 나체를 드러낸 육체를 꿈틀거린

다.

  모두들 나의 화려한 육체에 눈이 고정된다.

  싫은 걸 보았다는 듯 도망치는 여성들도 사실은 부러움과 시샘으로 얼굴을 물들이고 있었다.

  나는 뜨거운 시선아래서 등골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의 쾌감에 몸을 떨었다.

  셔츠를 벗어 높이 던지며 레이스가 달린 브라와 팬티 차림의 세미 누드를 보이자, 그 자리의 

모든 남성들이 낮은 탄성을 흘리며 일부는 박수까지 치고 있었다.

  이미 완전히 관객이 되어 나의 쇼를 만끽하고 있다.

  ---모두들... 27세의 젊음을 간직한 아름다운 리사의 나체를 좀 더 바라봐 주세요... 

  ---이 농익은 젖가슴도, 수줍은 음부도 원없이 눈에 새기는 거에요...

  나는 유혹하듯이 왼손 새끼손가락을 입술에 대면서, 오른손으로 브라의 후크에 손을 걸고 천

천히 잡아당겼다.

  모두들 군침을 삼키며 정신없이 나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열중하고 있었다.

  브라가 당겨지며 우선은 오른쪽의 유방이 모두의 눈에 노출되었다. 그 순간......

「역시! 역시 벗어버렸어! 안된다고요, 리사씨는 정말...!」

  익숙한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온다.

  내가 요염한 포즈를 취하며 브라를 던져 탱탱한 가슴과 핑크빛 유두를 드러내고 있을 때, 뒤

에서 내가 벗어던진 자켓을 내 몸에 걸쳐오는 손길이 있었다.

  어쩐지 당황해하는 그 아이는 내 조카인 유우타였다.

「어머나, 유우타~ 나... 어때? 정말 음란한 육체잖아? 이거봐이거봐~ 우응♡」

  자켓을 다시 벗겨내며 유우타의 눈 앞에서 어깨를 흔들어 풍만한 가슴의 흔들림을 과시하고 

좀 더 섹시한 포즈로 유우타를 유혹려고 노력하던 내 눈앞에서 크게 당황한 듯한 유우타가 몸을 

겹쳐오며 귓가에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고 짝-! 하고 박수를 쳤다.

「노출광에 음란광의 암시는 풀립니다. 원래의 리사씨로 돌아오세요! 짝-!」

「에... 아? ...뭐, 뭐지, 어째서?」

  돌연 지금까지 뜨거운 물속에 잠겨있는 듯 몽롱했던 나의 의식이 안개가 개이듯 맑아진다.

  나는 7~8명의 쇼핑객들 앞에서 팬티 하나만을 걸친채로 손님을 유혹하는 창녀같이 음란한 모

습인 자신을 깨달았다.

  내가 비명을 지르기 위해 무의식중에 숨을 들이마신 순간, 다시 유우타가 손뼉을 쳤다.

「소리치면 안돼! 일단 잠드세요. 리사 씨는 의식만 잠든채로 옷을 모아 나와 함께 여기서 도망

칩니다. 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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