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8화 (18/33)

수학 교사 모리시타 사키

  본래대로라면, 교사인 내가 나서서라도 멈춰야 하는 상황이었다.

  내 담당학생인 토도 요우코가 다른 클래스의 학생을 마음대로 조종하며 희롱한다니... 그런 행위는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것이었다.

  평소의 교사로서의 나라면 토도에게 손을 대서라도 멈추게 했을거다.

  그렇지만 그 때의 나는 교사가 아닌... 그 이전에 인간조차도 아닌 단지 의자일 뿐이었으므로 토도

가 하는 행동에 무엇하나 개입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의자인 나는 방과후 교실에서 부끄러움도 모르고 전라를 드러낸채 납죽 엎드린 굴욕적인 자세를 취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 내 등 위에 앉아 있는 토도는 의기양양하게 다리를 꼰 채로, 자신의 눈 앞에서 멍하니 서있는 

보건위원 오카미 아야코를 감정하는 눈초리로 응시하고 있었다.

  아야코의 날카로운 눈매는 평소와 같은 영리해 보이는 빛을 품고 있지 못했다.

  기품있는 외모는 여전하지만, 평소처럼 야무져 보이는 표정이 아니라 완전히 정신을 놓아버린 듯한 

모습이었다.

「으응... 그러니까, 내가 담배 피우는 걸 여기있는 모리시타에게 찌른 건 보건 위원이라는 역할 때문

이라기 보다는 네년이 생리적으로 담배같은 걸 싫어하기 때문이라는 거군. 뭐 그다지 상관없지만, 당신

이나 코즈에 같은 년들 때문에 내가 상당히 짜증스러운 일을 당했거든. 어째서 생리적으로 담배같은게 

싫다는 거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난 정말 감춘다거나... 그런거 서툴러서... 정말 담배꽁초같은 

걸 보는 것이 싫었고... 이 학교에서 그런 짓 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조금 기분이 나

빠져서....」

  예전의 나와 마찬가지로 깊은 최면 상태에 빠져 무엇도 숨길 수 없는 상태에서 심문 받고 있는 오카

미 아야코는,  멍한 눈빛으로 자신의 솔직한 심정을 모두 폭로하고 있었다.

  이 아이의 보건 위원으로서의 성실함이 책임감이나 성격쪽보다 본인의 결벽증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

은 나 역시 희미하게 눈치채고 있었지만, 지금 여기서 토도에게 그 사실을 들키는 것은 절대적으로 위

험한 일이었다.

  ......나는 최근 몇 주 동안 토도에게 죽고 싶을 만큼 희롱당해 왔던 것이다.

  전라 스트리킹, 교실에서의 믿을 수 없는 추태, 통학 도중의 버스 안에서의 치욕, 백화점 에스컬레이

터에서의 광태, 불량 학생들과의 난교, 길거리에서의 매춘......

  오카미처럼 장래성있는 학생이 나와 같은 일을 겪게하고 싶지 않았다.

  어떻게 해서든 오카미를 구해야한다... 그렇게 생각하지만 나는 지금 토도에 의해 말도 할 수 없고 

자신의 나체조차 가릴 수 없는, 단지 다른 사람의 몸을 받치는 것에 절대적인 행복을 느끼고 있는 인간 

이하의 의자일 뿐이었으므로 어떤 수단도 쓸 수 없다.

「에에... 양갓집 규수같은 면도 이정도까지 철저하면 존경스러워 질 정도잖아. 그렇게 아야코는 깨끗

하고 올바른걸 좋아한다는 거지?」

  토도가 내 등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천천히 오카미에게 다가가는 토도....

  나에게 한마디라도 말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큰 소리로 오카미에게 도망치라고 외칠텐데...

  오카미를 구해야 하는데...

  오카미, 지금 도망치지 않으면... 당신은 끝없이 치욕스러운 경험을 하게 되버려... 그러니 도망쳐! 

라고....

  그런데 어째서 나는 이렇게 비참하게도 의자가 되어있을 뿐일까.

「아야코, 이 팬던트를 자세히 보도록 해. 이 안의 반짝반짝 빛나는 보석이 점점 커져서 당신의 시야를 

가득 채워간다. 머릿속이 이 광채로 가득찼겠지? 지금부터 당신의 기호를 부수고 다시 만들어줄께. 당

신은 오늘부터 학교에서 가장 불결한 여자아이로 다시 태어나는 거야. 목욕을 하거나 샤워를 하는 것을 

생리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어. 언제나 자신의 체취가 물씬 풍기지 않으면 불안해서 견딜 수 없을거야. 

옷이나 속옷 같은걸 갈아잎고 싶어하지 않아. 이 무서운 세상으로부터 당신을 지켜주는 건 당신의 몸의 

때와 더러운 체취밖에 없어. 그것이 없어지는걸 당신은 미칠 듯 두려워해, 알았지?」

「아... 시... 싫어... 그런... 더러운 것은...」

  오카미의 목소리가, 가녀린 몸이 조금씩 떨리고 있다.

  그녀의 필사적인 저항이 머릿속과 몸 안을 끓어오르는 물처럼 휘젓고 있다는 것은, 같은 경험을 겪었

던 나 역시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그럼에도 그녀의 눈은 팬던트에서 단 1초 조차 벗어날 수 없다.

  학생이 또 한명, 인생을 망치게 된 것이다.

  나의 가슴 속도 오카미와 마찬가지로 부풀어 터질 듯한 절규가 폭풍처럼 거칠게 날뛰고 있었다.

「자, 이 팬던트를 잘 봐, 아야코. 내가 당신의 어깨를 두드리면 나의 말이 당신의 뇌리 속 깊숙한 곳

까지 스며들어가서 조금더 저항 할 수 없어.」

「아...아...」

「싫어하지 말아. 불결함은 아야코의 모든 것이야. 아야코는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고도 화장지를 사용

하지 말아. 이를 닦을때 치약도 쓰지 말고, 생리때도 대비를 하지 않아. 당신의 불결한 모습을 모두에

게 자랑하도록 해. 당신은 누군가에게 경멸받거나 조롱당하는 것이 당신에게 있어서 최고의 쾌감이야. 

매일 그 기억을 떠올리면서 집에서 보지를 쑤셔대도록 해. 매일매일... 아야코는 이제 완전히 다시 태

어났어. 불결한 여자 아이로... 알아들었지?」

「아...아... 네... 아야코는 불결한 여자 아이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나는 더이상 그 모습을 지켜볼 수 없어, 눈을 꼭 감고 아무것도 보지 않고 아무것도 듣지 않으려 노

력했다.

  언제나 적극적으로 학교의 청소나 위생 관리에 노력하며 강인한 리더쉽을 보여주던 깔끔한 미소녀를, 

이제 내일부터는 볼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이 모든게 토도를 너무 꾸짖은 내 탓일까...

  나는 도대체... 어떻게 하면 좋은 것일까....

※혹시나 싶어 써놓지만 카키모토 군 --> 주요조연중 하나인 카키모토 미츠오를 말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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