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화 (14/33)

여고생 하시모토 유이시

  전학생인 미츠오 군이 말했던 건 사실이었다.

  정말로 최면술은 실존했던 것이다.

  미츠오군이 우리들 - 방과후 교실에 남아있던 10여명의 클래스메이트들

- 에게 보여준 최면술 쇼는, 텔레비젼에서 봤던 그것보다 굉장히 재미있

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최면술 쇼야말로 그의 계획이 시작된 것

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최면술을 걸수 있는 고교생이 있다는 것 자체를 조금도 믿지 않

았었고, 게다가 우리들이 모두 그의 꼭두각시가 되버린 다는 것은 상상조

차 할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

  나랑 내 친한 친구 치에가 교실 한쪽 구석에서 일어난 환성을 들은 건 

수업이 모두 끝난 후 치에의 자리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을 무렵이었

다.

  뒤돌아보니 어제 전학온 카키모토군을 둘러싸고 여러 남여 학생들이 모

여 놀라움이 가득찬 탄성을 흘리고 있었다.

  그 근처에 미치요가 앞을 바라본 채로 굉장히 깜짝 놀란 표정으로 멍하

니 서있는 것이 보인다.

  그 모습이 평범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라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아

서, 우리도 무심코 다가가고 말았다.

 「어? 어쩐지 관객들이 많이 모여버렸네. 그러면~ 이대로 자기 소개도 

할 겸 미츠오의 십팔번 장기인 최면술 쇼라도 보여줄까?」

  카키모토군이 의기양양한 태도로 주위에 이야기하고 있다.

 「에... 뭐 하는거야? 미치요, 뭐야?」

  나와 치에가 카키모토 군과 미치요의 자리 바로 옆까지 다가갔을 때, 

갑자기 일어선 카키모토군이 우리 이마에 손을 대며 강한 어조로 말했다.

 「네~ 거기 어여쁜 두 아가씨, 내 눈을 봐요. 내 눈으로부터 눈길을 뗄 

수 없습니다. 몸이 굳어져서 움직이는 것도 마음대로 할 수 없어요. 자아

... 이미 당신의 몸은 돌처럼 단단하게 굳어져 버렸습니다아~」

  갑작스러운 일이어서, 미처 반응하지 못한 나는 이유도 모르고 멍해져 

버렸다.

  그리고 나 자신도 미처 깨닫지 못한채로 내 다리는 움직일 수 없게 되

어 있었다.

  마치 카키모토군의 말대로 돌처럼 굳어버린 듯이....

  주위 클래스메이트들 사이에서 놀라운 탄성이 또 터져나왔다.

 「몸안의 근육도 경직되어 버렸습니다. 조금도 움직일 수가 없어요. 체

내의 신경이 한올한올 굳어져 버리고, 머릿속은 무거운 돌덩어리가 되어

버렸습니다. 이제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어요. 당신의 귀는 오로지 내가 

말하는 것만을 듣기 위해 있는 것입니다. 자, 이제 당신들은 마네킹이 되

어버렸습니다. 발끝에서 머리까지 몸 전체가 플라스틱이에요. 지금부터 

내가 당신들의 몸에 손을대면 천천히 뒤로 넘어집니다. 뒤에서 받치고 있

으니 안심해도 괜찮아요.」

  카키모토군이 내 옆으로 다가와 내 이마를 살그머니 눌렀다.

  나는 정말 마네킹이 되어버린듯 뒤로 균형을 잃으며 그대로 정신을 잃

어버리고 말았다.

 「일반적으로, 이런 상태로 만드는데는 긴 예비 최면이 필요하고... 걸

리고 걸리지 않는 것에도 개인차가 있어. 그렇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이정

도쯤은 금방 집단 최면상태로 만들 수 있지. 그건 그렇고 미치요도 그렇

지만, 얘네들도 굉장히 사랑스럽네. 그럼.... 오늘은 인사 대신 미츠오 

선생님의 최면술 쇼를 모두와 함께 즐겨 볼까」

  내 바로 옆에서 카키모토군의 목소리가 들려오지만, 나는 그 말을 들어

도 아무것도 생각하지 못하고,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

  내 머리가 겨우 돌아가기 시작한 것은, 그가 이렇게 말하며 손가락을 

튕기고 난 후였다.

 「내가 손가락을 튕기면, 이제 유이시는 마네킹이 아닙니다. 최면으로

부터 일단 깨어나요. 그렇지만 내가 조금전 말했던 것들은 생각해 낼 수 

없지만 머릿속 깊은 곳에서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내가 다시 신호를 보내

면 다시 최면 상태로 돌아갑니다. 자, 깨어나세요!」

  사고가 분명해져 눈을 뜨니, 나는 칠판 앞에서 클래스메이트 열 명 정

도 앞에서 서있었다.

  나 자신이 패션 모델같은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을 깨닫고, 어째서 모

두들 웃고 있는지 눈치챌 수 있었다.

  나는 오른손은 코트를 어깨에 걸쳐 들고 왼손은 허리에, 다리는 살짝 

벌린채로 사진을 촬영하는 모델같은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어떻게든 지금 상황을 유야무야 얼머무리려고 수줍은 미소를 띄우며 자

세를 풀면서,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행동하겠다고 마음먹었다.

  나는 지금까지 미츠오군의 최면술 쇼에 협력하고 있었을 뿐.

  재미있을 것 같아서 협조했지만, 아마 최면술은 실패한 것 같다.

 「유이시, 기분은 어때?」

 「어... 기분은 좋은데, 쇼는 실패해버린 것 같네. 안타까워.」

 「아냐, 그건 신경쓰지 않아도 좋아. 그런데 유이시, 뭔가 이상한 거 

느끼지 않아?」

 「어? 아무것도?」

  내가 두리번두리번 주위를 둘러보니, 내 주위에서 날 보고 있는 친구들

이 모두 킥킥 웃고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특히 남자들은 눈이 휘둥그래진 채로 나에게서 시선을 때지 못하고 있

었다.

 「모르겠어? 유이시. 그 오른손에 들고 있는 것은 뭐지?」

 「뭐냐니...? 코트잖아.」

  딱-! 하고 울리는 미츠오군의 손가락 튕기는 소리가 이야기를 시작한 

나를 가로막았다.

  그 순간, 오른손에 들려있던 코트는 마치 마법처럼 체크무늬의 스커트

로 바뀌어 버렸다.

  거짓말-! 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손으로 하체를 주섬주섬 만져봐도 입고 있는 스커트의 감촉은 

느껴지지 않아서... 아래를 내려다 보는 것과 동시에 나는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아 버릴 수 밖에 없었다.

  나는 스커트를 어깨에 걸치고 팬티가 훤히 노출된 채로 모두들 앞에 뽐

내며 서있었던 것이었다!!

 「싫어싫어~! 뭐야-」

  당황스러운 사태에 나는 울먹이기 시작했지만, 미츠오군이 「차렷!」하

고 외치자 그 명령대로 곧게 선채로 등골을 쭉 펴고 부동자세를 취한다.

  당연하게도 또다시 흰 팬티가 노출되어 버린다.

「쉬어.」

「조금 앞으로.」

  라고 미츠오군이 지시할 때마다, 내 몸은 내 의사와는 관계없이 마치 

리모트 콘트롤로 조정당하는 로봇처럼 지시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행진 시작!」

  라고 지시하자, 나는 아주 진지하게 그 자리에서 다리를 높이 들어올리

며 행진하기 시작했다.

  모두들 대폭소를 터뜨리고 있는 가운데, 유일하게 나혼자 부끄러움과 

비참함을 느끼고 있었다.

 「자, 거기까지~ 유이시, 또 잠에 빠지도록 하세요.」

  그 말에 다시 의식이 멀어져가고, 다음번에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난 

물개쇼의 주인공인 물개가 되어있었다.

  조련사인 미츠오씨가 커다란 공을 건네자, 양손으로 엎드린 몸을 튕기

듯 힘껏 상체만 일으켜서 입으로 볼을 능숙하게 돌려보인다.

 「아욱, 아욱, 아욱!」

  

  손님들도 내 재롱에 큰 기쁨을 느낄.... 거라 생각하고 기뻐하고 있었

지만, 미츠오씨가 손가락을 딱-! 하고 튕기자, 내 눈앞에서 볼은 마치 처

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사라져 버렸다.

  어리둥절하는 내 눈 앞에는 물개 쇼의 관객들이 아닌, 클래스메이트 들

이 배를 움켜쥐고 웃고 있었고...

  나는 상반신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하체에는 하얀 팬티만을 걸친채로

, 교탁위에서 물개의 흉내를 내고 있었던 자신을 깨닫고 필사적으로 몸을 

웅크리며 가슴을 숨기려고 노력했다.

  그렇지만 여러 남학생들이 「어이~ 물개양~!」이라고 장난스럽게 이야

기하면, 또다시 난 엎드려서 얼굴을 천정으로 향한채로 부끄러움도 모르

는 듯 몸을 튕기며,

 「아욱, 아욱, 아욱!」

  하고 이상한 울음소리를 내고 양손으로 교탁을 두드려 물개 흉내를 내

고 만다.

  양다리는 꼬리가 되어버린듯 꼭 붙어있어서, 기세좋게 손뼉을 치며 몸

을 튕길때마다 상하로 격하게 움직이며 내 가슴은 거세게 흔들리고, 남학

생들은 그런 내 모습을 보며 흥겨운 구경거리를 보는 듯이 기쁘게 웃음을 

터뜨린다.

  그런... 너무나도 비참한 시간이 한참 이어진 후, 미츠오군은 또 나를 

최면 상태로 떨어뜨려 버렸다.

  나는 나 자신이 이미 하나의 인격체가 아닌 단순한 놀이도구일 뿐이라

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미츠오군이 또 「자―. 교탁에서 내려와서 의자에 앉아주세요~」라고 

말하자, 팬티를 빼고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알몸을 숨겨야 한다는 사실도 

 잊어버린채 그 지시에 따르고 만다.

  

  그 뒤로 나와 치에, 그리고 미치요는 미츠오의 음란한 최면의 장난감으

로서 충실히 활약했다. 

  팬티만 입히고 나머지는 모두 벗게한 뒤, 치에는 개구리로 만들고 미치

요는 말로 만들어 평소라면 생각조차 할수 없을만큼 한심한 치태를 안주

삼아 실컷 웃은 다음에, 우리 3명을 온천여행을 떠난것으로 믿게 암시를 

걸었다.

  아무도 없는 온천에 여행왔다고 생각한 우리들은 남자들이 보고 있는 

앞에서 팬티까지 벗어버리고 완전하게 나신을 드러낸 후, 평상시에 몸을 

씻는 모습을 그대로 공연했다.

  그리고 미츠오군의 지시에 따라 레즈비언이 되어버린 우리들은 말못할 

부끄러운 모습과 천박한 플레이까지 저지르고 말았다.

  우리 3명의 그런 치태를 남자들이 기꺼이 구경한 것은 둘째치고 여학생

들까지도 즐기며 부추기거나 구경하고 있었던 것은, 그녀들도 쇼를 하는 

도중에... 아니면 인식하지는 못하지만 그 이전에 이미 최면의 먹이가 되

어 버렸기 때문인 것 같다.

  어쨌든 미츠오군의 최면술 쇼에 강제로 참가당한 우리 3명이나, 그것을 

보고 있던 학생 모두가 그 날 이후 미츠오군의 꼭두각시가 되어 버렸다.

  그리고 그날부터 일주일이 지난 후에는 우리반 학생 전원과 담당 선생

님들 모두가 우리처럼 미츠오군의 장난감이 되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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