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2화 (12/33)

여고생 후쿠시마 코우시

  모리시타 선생님의 그 사건이 있던 날은 잘 기억하고 있다.

  

  아침 HR도 시작하기 전인 이른 시간.

  나는 내 자리에 앉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아야코에게 오늘 아침에 퍼진 아직 따끈따근한 소문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어이, 아야코. 들었어? 그 소문.」

  아야코는 아직 졸린듯한 눈을 비비면서 이야기에 응해왔다.

 「아? 무슨 소문말이야? 역시... 후지타 군하고 코즈에가 사귄다는 이야기?」

 「바~~보. 그게아니야. 코즈에가 키모히코와 열애중이라는 건 지난 주부터 알려져 있는 거라구. 어째

서  '그 코즈에'가 '그 키모히코' 따위와 교제하는 건지, 솔직히 전혀 이해가 안가지만... 어쨌든 매일 

닭살스럽게 찰싹 달라붙은 채로 등하교한다면 누구나 교제하고 있다는 거 정도는 눈치챈다고. 아~ 정말 

아야코는 그쪽 이야기에는 둔하다니까. 저길 보라구.」

  내가 턱으로 가리킨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 아야코는, 교실 창가의 키모히코의 자리에서 코즈에가 기

쁜듯이 키모히코에게 무릎 베개를 대준 채로 귀청소를 해주는 모습을 보다가 잠시 후 이쪽을 되돌아보

며 나에게 얼굴을 맞댄뒤 소리죽여 속삭였다.

 「나 역시, 혹시 교제하고 있는게 아닐까... 하고 생각하고 있었어. 그렇지만, 어째서 하필이면 

그.... 후지타군이야?」

 「그런 거, 내가 알리가 없잖아! 그렇지만... 들은 이야기로는 코즈에는 이미 키모히코의 집에도 가

본 모양이야. 그건 갈 데까지 가버렸단 이야기지.」

 「갈 데까지..... 잠깐! 이 이상 파고드는 건 위험해. ......그렇지만, 코즈에 정말로 행복해 보이는

데...」

 「뭐...... 취향은 사람 나름이겠지..... 만, 그런 이야기는 이제 소문도 뭣도 아니라구. 내가 말한 

소문은 모리시타 선생님 이야기야, 정말!」

 「어? 모리시타 선생님이 무슨 일이라도 했어?」

 「뭐냐면... 옆반애가 어제 하교중에 알몸인 모리시타 선생님을 본 것 같다고 말하고 있어.」

 「아, 알몸? 어째서? 본 것 같다는 건 무슨 말이야?」

  즉시 아야코가 진지한 얼굴로 돌진해오자, 단지 소문을 들었을 뿐인 나는 그저그런 수준의 얄팍한 대

답밖에 할 수 없었다.

 「아, 아니... 어째서 선생님이 알몸이었는지는 나도 잘 모르지만.... 하지만 선생님이 알몸인 모습

을 봤다는 사람이 꽤 있다구.」

 「아아 정말 수다스럽네. 후쿠시마나 나루세도 그... 모리시타 이야기를 하고 있는거야?」

  이야기 중, 갑작스래 한 남학생이 끼어들어 왔다.

  클래스의 연예인라 자처하는 경박한 카키모토 미츠오였다.

 「카키모토. 모리시타 선생님이 알몸으로 돌아다녔던 이야기, 아야코에게 좀 해줘. 이 아가씨께서는 

아직 아무 이야기도 듣지 못한 모양이야.」

 「? 아아.. 나도 옆반 친구에게 들었을 뿐이지만.... 어제 발레부가 귀가할 무렵에 학교 근처에서 스

트리킹이 있었나봐. 전라인 여자가 자전거를 타고 대단한 기세로 하교 도중인 학생들 사이로 힘차게 달

려갔다더군. 그리고, 그 여자가 아무래도 모리시타 선생님 같았다는 이야기야.」

  나는 조금 전, 아야코가 가졌던 의문을 똑같이 카키모토에게 물어봤다.

 「그러니까... 그게 어째서 모리시타 선생님이라는 거야? 옆반애들이 보았다고 했잖아?」

 「그게말야... 그 여자 굉장한 기세로 휙~! 하고 앞질러가는 바람에 자세히는 못봤지만, 얼굴에 이상

한 것을 붙이고 있었다더군. 너희들... 그거 알고 있어? SM플레이 같은 거에서 사용되는 콧구멍을 괴롭

히는 가면말야. 그걸 쓴채로 쏜살같이 지나쳐갔기에 본 녀석들도 확실히 누구라고 장담 할 수는 없는 

것 같아. 그렇지만 머리 스타일이라던가 몸집이라던가... 작게 흘리고 있던 비명소리가 꼭 모리시타를 

닮았다는 이야기지.」

  나와 아야코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카키모토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이녀석은 정말 경박한 타입이라, 단지 모두의 주목을 끌고 싶어서 멋대로 나대는 경우가 있어서 그다

지 신용할 수 있는 녀석은 아니었다.

  게다가 모리시타 선생님이.... 단순한 선생님이 아닌 미인에다 스타르타 교육으로 유명한 그 모리시

타 선생님이 그런 짓을 하다니, 소문으로는 재미있지만 사실이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뭐, 내가 시작한 이야기지만 내가 생각해도 거짓말 같은 냄새가 팍팍 풍겨오는군」

  나의 말에, 카키모토 미츠오가 크게 오버하며 쓰러지는 액션을 취하자 아야코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 때부터는 시시한 이야기를 주고받는 평소의 아침교실의 풍경이었다.

  ......문이 굉장한 기세로 열릴 때까지는.

  큰 소리를 내며 문이 열리고 조금 늦은 시각에 교실에 들어온 것은 우리반에서 가장 불량스러운 요우

코와, 요우코에게 이끌려오는 모리시타 선생님이었다.

  선생님은 평소의 당당하고, 아름다운 미모만큼이나 도도한... 그런 모습이 아니라, 몸을 움츠리고 겁

을 먹은 듯한 태도로 요우코의 손을 꼭 잡은채 주위를 두리번 거리고 있었다.

 「혹시 누구 오늘 동아리 활동 같은걸로 운동복 가져온 사람 있다면, 선생님께 좀 빌려주지 않겠어? 

모리시타 선생님, 창피한 줄도 모르고 교실에 오는 도중에 소변을 지려버린 모양이야.」

  웅성웅성 대던 교실이, 요우코의 한마디로 물을 뿌린 듯 조용해졌다.

  모두들,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라서 단지 모리시타 선생님을 보고 있을 뿐이었다.

 「...미안해요. 선생님은 교사인데도 복도에서 소변을 흘려버렸어요. 누구든 갈아입을 옷을 좀 빌려

주세요.」

  모두가 자신의 귀를 의심하는 가운데, 모리시타 선생님은 어린 아이처럼 요우코의 손을 꼬옥 잡은 채

로 학생들 앞에서 충격적인 고백을 하고 말았다.

  그렇지만, 선생님이 교사로서의 입장을 우리 반에서 완전히 잃은 것은, 정확히 말해 그 발언때문이 

아니었다.

  그 다음, 그 자리에서 옷을 갈아입고 싶다고 말하며 모두가 보고 있는 앞에서 스커트와 더러워진 속

옷을 내리고, 음모를 완전히 밀어내 맨들맨들해진 보지를 모두들에게 보였던 순간도 역시 아니었다.  

  미인 교사이고, 또한 스파르타 교사로서 공포나 동경의 대상이었던 모리시타 선생님을 보는 우리의 

시선이 180도 바뀌어 버린 것은, 바로 그 직후 아야코나 몇몇 여자들이 당황하여 갈아입을 옷을 들고 

달려오는 도중, 학생 전원의 눈 앞에서 추잡한 소리를 내며 고약한 냄새의 굵은 똥을 바닥에 싸버린 그 

순간이었다.

  

 모리시타 선생님에게 어떤일이 있었는지... 그리고 앞으로 우리들에게 어떤일이 벌어질지 우리는 전

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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