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8 (69/72)

# 68

[스윽]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뒤, 

거울 앞에 서서 머리를 곱게 빗어 하나로 묶고는...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찬찬히 훑어봤다.

브라자를 하지 않고 한복으로 질끈 동여매...

하루가 살짝 만지기라도 하면 바로 말랑 거릴 내 가슴///

우히히히~  거기다 전도연 빰치는 이 한복을 입은 우아한 자태.

푸하하하하!

그 누가 넘어가지 않겠나!! 준비 완료당~ !

"....아참!!"

앗차차...까먹을뻔 했네.

하루가 좋아하는 향수향도 잊으면 안되겠지.

그의 코를 자극하는 그녀의 향~~~쿄쿄쿄쿄~~!!

"누나야~ 아직 멀었냐!!!"

목 뒤로 살짝 향수를 뿌리는데 욕실안에서 하루가 소리친다.

자식, 급하기는...ㅋㅋㅋ

"다 됐어. 나와."

[벌컥!]

내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화장실 문을 벌컥 열리더니

하루가 화장실 밖으로 나왔다.

"짠~!"

하루가 나오자 난 얼른 요염한 포즈를 취한채, 

하루의 앞에서 멋떨어지게 한바퀴를 돌고는......

눈을 살짝 내리 깔아선 녀석을 향해 지긋이 눈빛 광선을 쏘았다.

`하루야~ 오늘 합침~~ 오케이~ 자기야~ 합침~ 합침~`

정신없이 뿜어져 나오는 내 야릇한 눈빛 광선. 

그리고 온~~몸~~ 으로 하루를 향해 합침~!! 을 외쳤건만,

하루 녀석, 건성으로 힐끔 쳐다보더니......

"....에이, 전도연이 훨 낫구만."

라고 시큰둥하게 말 한마디 떡하니 내뱉고는, 

다시 텔레비젼 앞에 벌렁 누워버리는 하루놈!

거기다가....

"...그리고 옷 관리 좀 잘 해라! 입을려면 데려서 입던지...

 다 구겨졌구만."

사랑스럽게도(?) 확인 사살까지 해주는 하루 자식.

잠시 꺼두었던 비디오 플레이 버튼을 다시 눌러서는....

다시금 텔레비젼에 나오는 전도연에게만 정신을 쏟아붓는다.

이..이게..정말!!!!!!!

"야!! 너 뭐야!! 내가 누구 때문에 이렇게 옷을 입었는데!!!

 누구는 이렇게 입고 싶어서 입은줄 알어!!! 이 나쁜 자식아!!!

 내가 너 때문에 오늘 얼마나 고생한줄 알어!!!

 맥주에다가!!! 이 옷에다가!!! 거기다 콘돔에 구멍까.......읍!!!!"

화가 머리 끝까지 난 결국 하루가 정신없이 바라보는 

텔레비젼 앞에 떡! 하니 버티고 섰다. 

그리고는 있는 대로 버럭, 버럭 소리를 내질르다.....

나도 모르게 터져 나온 콘돔이란 말에 그만 소스라치게 놀라 

제빠르게 손으로 내 입을 틀어 막았지만, 이미 때는 늦은 후.

녀석의 눈이 어느새 날카롭게 변해서는 날 쏘아본다.

헉...어쩌....정말 내가 미쳐...미쳐. 잉... 

"콘돔? 구멍? 그게 무슨 소리야?"

"...어...그...그게...."

"정 현진. 너 똑바로 말해라!"

무섭게 날 쏘아보는 하루 녀석.

나역시 녀석에게 질세라 두눈을 부릅뜨고 녀석을 쏘아보지만,

갑자기 울컥하고 눈물이 쏟아진다.

억울해...! 화나...! 싫어...! 못된놈...! 나쁜자식...! 

"흑...으앙.....

 어쩔수없었단 말야. 넌 계속 인기가 많아지고....

 .....난 나이도 많구... 늙었구..... 흑흑...

 ....올만에 집에 있으면서..흑흑...혼자 텔레비젼만 보구...흑...

 너 매니저는 자꾸 이사 가라구 하구...으앙.....

 ....흑......그래서 영은이가... 흑흑... 아이를 갖으면 된다구...

 흑...흑....콘돔에...구멍을.... 으앙....."

눈물과 함께 정신없이 쏟아져 나오는 내 말.

대체 무슨 말을 하는건지 나조차도 알수없을 정도로 엉망인 내 말.

"쿡"

정신없이 자리에 주저 앉아 울고 있는데 

벌컥 화를 낼거라고 생각했던 하루 자식.

갑자기 풍선에 바람이 빠지는듯.... 

피식 웃어버리는 하루의 웃음 소리에 난, 

조심스레 녀석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물그머니 날 바라보는 녀석의 입가로 

어느새 악마의 미소가 베시시 번져든다.

"...하아~ 정말 누나 때문에 내가 미치겠다. 쿡...큭큭큭...."

날 바라보며 못말기겠다는듯이 피식 웃음을 터트리는 하루 녀석.

어느새 두 눈을 초롱~ 초롱~ 빛내며 날 바라보더니,

능글스런 미소를 가득 고인채 하는말이.....

"누나야~~ 거기에 다소곳~~하게 앉아서...

 나한테 `서방님~` 하고 불러봐. 

 그럼 내가 텔레비젼 끄고 오늘 하루종일 누나만 볼께."

"?!!"

갑작스런 녀석의 주문에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녀석을 바라보는데.....

"서방님~~~~~~"

생글생글 웃으며 날 바라본채 아양섞인 목소리로 

`서방님~~` 이라 말하는 하루놈.

한마디로 나보고 자기를 그렇게 불러 달라는거다.

"서.....서.......훌쩍~"

생각지도 않게 너무도 간단한 녀석의 주문에.....

얼른 눈물을 닦으며 녀석이 원하는대로 말을 하려 하는데...

하아~ 이놈의 서방님이란 말이 왜이리 안터져 나오는지.

이놈의 세상 쉬운게 하나도 없다. 제길!

"서....서방님~~~"

"뭐? 안들려. 뭐라구?"

겨우 작게나마 터져나온 `서방님` 이란 말이건만,

이놈의 하루자식 들리 않는다며 능글스런 미소로 나에게 되묻는다.

제길!!! 우씨!!!!

"서. 방. 님.~~~~~~~~~~~~~~~~~~~~~!!!!"

열이 확! 뻗쳐 녀석을 향해 버럭 소리치자,

킥킥 거리며 웃는 하루 녀석.

"츳츳츳. 여자가 서방님을 부르는 소리가 그게 뭐냐!

 다시! 좀 더 우아~하고 섹쉬~ 하게 ... 불러봐!"

또다시 시작된 녀석의 주문.

제길! 그래 하면 되지. 한다! 해! 한다구!!

"서방님~~~~"

녀석이 원하는대로 우아하고, 섹쉬하게....

거기다 아양섞인 목소리로 `서방님`이라 말하자,

혼자 뭐가 저리 좋은지 키득키득 웃는 하루 자식!!

"흠흠!......왠지 꽤 낯이 익구나. 네 이름이 무엇이냐?"

갑자기 자리에 턱하니 앉더니 날 지긋이 바라보며 사극버전으로 논다. 

뭐야, 저자식!! 뭐하자는 플래이야!?!

근데 가만....... 저 말, 어데서 말이 듣던 말인데.....

허허, 지금 니가 `대장금`의 임호 더냐!!!

".....어머~ 소녀를 벌써 잊으셨사옵니까.....

 소녀....진이라 하옵니다. 기억 하소서~~"

살짝 눈을 내리깔며 다소곳하게 녀석의 질문에 답하고는, 

아예 한술 더 떠서는 내 애칭으로 화답하자.....

키득키득 웃는 하루 자식....다시 목소리를 가다듬고 하는 말이,

"그래, 진이. 이제야 생각이 나는듯 하구나. 

 오늘따라 너의 목소리가 매우 곱도다. 

 ....이리, 이리 가까이 오라."

란다. 아니 저게 지가 진짜 왕인줄 아나벼. 쳇!

그나저나 대체 언제 울었냐는듯.... 

하루 녀석의 꼬임에 넘어가 사극놀이에 정신이 빠져버린 나.

내가 생각해도 정말 단순하다. 흑흑.

[사륵]

녀석의 주문에 따라 천천히 하루의 곁으로 다가간다.

어느새 꺼진 텔레비젼.

적막감이 감도는 오피스텔안..... 

그 적막감 속으로 나직히 스미는 내 걸음폭에 스쳐가는 한복 소리. 

그 소리가 귓가를 스쳐갈때마다 나도 모르게 밀려드는 

설레임에 조금씩 벅차오르는 숨결.

하루의 곁에 조심스레 앉자,

내 곁으로 천천히 다가와서는 어느새 내 옷고름 끝을 만지락 거리던 하루 녀석.

천천히 내 귓가로 얼굴을 들이대더니.....

나직히 나에게 속삭인다.

"..바보...콘돔없이 그냥 하면 되지.

 확률 100%, 몰라? 쿡....."

녀석의 속삭임에 놀란 난, 

두눈을 동그랗게 떠서는 하루 놈을 바라봤다. 

그러자 날 향해 살짝 윙크를 하고는 베시시 웃는 하루 자식!

헉!! 그...그랬다!!

그런거였다!!!

힘들게 콘돔에 구멍을 뚫을게 아니라 그냥 녀석의 말대로 콘돔없이 하면 될것을.

나 혼자 힘들게 구멍을 뚫고 있었다니.

하아~ 바부..바부...난 바보다. 으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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