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5 (66/72)

# 65

하지만.... (by 민 하균)

이른 새벽부터 자욱하게 깔린 안개.

비가 내리려고 하는지 회색톤의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깔린 거리.

난 언제부턴가 하루가 입원해있다는 병원 앞에 차를 세우고,

담배를 입에 묻채 멍하니 자리에 앉아있었다.

`...................

 ....하루군이 왜 이번 광고를 찍게 됐는지 알아요?!......

 ......현진이 언니한테 정식으로 사랑 고백하고 싶다면서....

 ...자신이 번돈으로 언니한테 반지를 사주고 싶다고......

 ......그래서 이번 광고 찍게 된거에요.............

 ...만약 하균씨가 다른때와 같이 혼자 내기를 건거라면.......`

한동안 빈 백지장처럼 하얗게 변해버린 내 머리속으로

스물스물 침범해 들어오는 영은의 목소리.

집을 나서기 전,

여느때처럼 담배를 입에 문채 자고 있는 영은이 깰까 싶어 

조심스레 나갈 준비를 하던 내게 어느새 다가온 영은. 

내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채가서는,

담배 연기를 살포시 내 얼굴로 내뿜은채......

그 독한 담배 연기보다.....

더 독한 말을 거침없이 내게 내뿜었던 영은이었다.

`..........Game Over.........

 .......당신이 진거에요........

 ......안그래요?.......... 

 ...근데 당신...왠지 당신 답지 않게....질퍽거려....`

차 안에 멍하니 앉아있는 내 귓가를 또다시 간지르는, 

영은의 또랑또랑한 목소리에 내 입가로 힘없은 웃음이 번져든다.

"후우~"

길게 내뿜어지는 담배 연기....

차 창 밖, 내 시야로 옅게 흩어지는 안개속으로 

막 병원 문을 나서는 현진의 모습이 서서히 들어난다.

알아...안다고...

..이런 내 모습 내가 더 싫단말야....

"...........하지만...................

 ..........자꾸만 울잖아............

 내 가슴이 자꾸만........ 보고 싶다고 울어.

 .......그녀를 갖고 싶다고.......

 ..........울어........"

안개속으로 서서히 모습을 들어내는 현진을 바라보며,

귓가를 스쳐가는 영은의 말에 나도 모르게 힘없이 답변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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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늑대와의 동거일기 written by buru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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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하루와의 화해 모드를 조성한 러브 러브 모드 후...

그 좁은 침대에서 하루의 품에 꼭 껴안겨 자던 난,

(솔직히 간호사들에게 들킬까 새우잠을 자고 있었음.)

하균씨와의 약속 시간이 다 되어감에..... 

하루에게 집에서 옷가지들을 챙겨온다고 말한뒤, 병실을 나섰다.

하루에게 거짓말을 하는건 좀 미안했지만....

하균씨에게 말할 시간도 필요했으니깐.

근데 솔직히 말하자면...... 

난 왜 하균씨가 날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난 그렇게 매력적인 여자도 아니구.....

음..... 

저번에 하균씨 동네 마을에 있던 아줌마들의 말이 정녕 사실인가!?!

맨날 쭉쭉빵빵 여자들만 상대하다 보니 내가 신기해보인다는....?!

쳇!! 하긴 뭐 요즘은 얼꽝도 인기라던데...

뭐 나같은 애 찾기 어디 쉽겠어. 호호호호.... 

(근데 왠지 참 비참해지는 이 기분....허허....;;; )

하아~ 그나저나 오늘 하균씨에게 뭐라고 말하지.....

만나면 어떻게 얼굴을 봐야하는거지....

으악~~~!!!

제길, 왜 그렇게 남자를 찾을땐 오지도 않다가 한꺼번에 몰려오는거야.

우씨....막상 하균씨 버릴려니깐...........

정말 ........ 아깝다.......아까버..........흑흑.

헉!! 뭐야!!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

으악!!!!

짙은 안개가 깔린 밖.

혼자 바보처럼 웃다가 심각해지다가....

이런저런 멍청한(?) 생각을 한채 혼자 원맨쇼를 하며 머리를 쥐뜯었던 난,

자리에 우뚝 서선 내 뺨을 내리쳤다.

그리고는 힘없이 터벅, 터벅 병원밖을 나서는데.....

갑작스레 내 앞으로 빨강색 스포츠카가 급정거를 한다.

[끼이익-]

[덜컥]

내 앞에 급정거 한 빨강색 스포츠카.

운전석 문이 열리더니 뜻밖에도 하균씨가 차밖으로 나왔다.

여전히 담배를 입에 문채,

무표정한 얼굴로 내게 걸어와서는 조수석 차문을 벌컥 여는 하균씨.

"........도망갈까봐.... 잡으러 온거야."

내가 놀란 표정으로 계속 하균씨를 뚫어져라 바라보자,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내게 말을 툭 건내고는.....

다시 운전석으로 돌아가버린다.

"풋"

그런 하균씨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옅은 미소를 머금고는

하균씨의 차에 올라탔다.

[달칵- 치익-]

차에 올라 안전벨트를 매는데....

하균씨가 또다른 담배를 입에 물었는지

지퍼 라이터 소리와 함께 연달아 뿜어지는 담배연기가

차안으로 자욱하게 스며들다 소리없이 사라져버린다.

".....이 걸로.... 전력 질주 하면 어디까지 갈수있을까?"

"..네?"

무심코 툭 내뱉어진 하균씨의 말에 내가 의아한듯 되묻자,

힐끔 자동차 운전석 - 앞, 기름 미터기를 향하는 하균씨의 시선을

자연스레 따라가는 내 시선.

"..글쎄요....한번도 생각해본적 없어서....

 그리고 전력질주는 못할텐데...제한속도도 있구....."

정말이지...

너무나도 엉뚱한 하균씨의 질문에 대체 난 또 무슨 답변을 하는건지....

왠지 질문에 답한 내 답변도 참 멍청하다고 느낄무렵,

하균씨가 피식 웃으며 날 바라본다.

"....해보면 알겠지."

"??"

갑자기 차안에서 형사들이나 차에 붙이고 다니는,

싸이렌을 불쑥 꺼내더니 차 밖에 붙이고는 힐끔 날 바라보는 하균씨.

"....급할때 몇번 사용해봤는데...한번도 들킨적없어."

정말 너무나도 어이없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이사람이 정말 미쳤나!!`

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끝이 바다 였으면 좋겠다........."

입술로 뿜어지는 담배 연기속....

잔잔하게 흩어지는 하균씨의 쓸쓸한 목소리가,

그만 목까지 차올른 내 말이 삼켜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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