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0
애써 하균씨의 시선을 외면한채…
하균씨보다 먼저 그의 차에 올라타선 창가로 시선을 돌려버린 나.
문득 그런 나에게로 하균씨의 모습이 서서히 내 눈망울로 물들어간다.
한동안 차밖에서 담배를 입에 문채…
하균씨가 소리없이 내뿜는 담배연기가 허공으로 흩어져선 그를 감싸안았다.
아직 다 타지 않은 담배를 땅에 툭- 떨어뜨린채,
불이 채 꺼지지 않아 힘없이 허공으로 번져오르는 담배연기를 물그머니 바라보던 하균씨.
그런 담배를 발로 꾹- 짖누느며 하균씨의 입가로 피여나는 씁쓸한 미소가
그의 입가로 번져가는 순간…
어디선가 불어오는 옅은 바람이 대원사의 입구에서부터 불어온다.
나무가지가 부드럽게 흔들리며 하균씨의 머리카락을
흩뜨러트리는 부드러운 바람.
그의 모습에 왠지 나도 모르게 핸드폰을 움켜진 내손에 힘이 들어갔다.
이하루… 이하루…
"....7시, 마로니에 공원이라구?"
[끄덕-끄덕-]
문득 운전석 문이 벌컥- 열리더니 차에 올라타는 하균씨가 나향해 묻자,
조심히 고갤 끄덕이는 나.
"...지금 출발하면 제 시간에 도착할수있겠네...."
말끝을 흐리는 하균씨가 차에 시동을 건다.
그리곤 습관처럼 담배한개비를 꺼내여 입에 물던 하균씨.
갑자기 깊은 한숨을 토해내선 무슨생각에서선지… 입에 물었던 담배를 손에 꽉! 움켜쥐고
만다.
그러자 그의 손안에서 찢어진 담배가 차 바닥으로 흩어지며
차안으로 밀려드는 빛속으로 스며든채…
하균씨의 차는 서서히 대운사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그런 하균씨의 모습을 물그머니 바라볼수밖에 없는 나.
미안해요…
차마 입밖으로 내뱉지 못하는 이 한마디를…
힘겹게 내 안으로 삼켜버렸다.
저녁, 7시10분.
10분정도 늦게 도착한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은
막 어둠속으로 사라지는 붉은 노을에 물들어 있었다.
차가 멈추자말자 난,
그만 뒤에 남겨질 하균씨에 대한 조금의 배려도 없이…
시간에 늦었다는 조급함에 정신없이 하균씨의 차에서 내려 공원안으로 뛰어들어가 버렸다.
아무것도 생각나지않은채…
무작정 하루의 얼굴이 보고 싶었다.
그냥 하루가 보고 싶었다.
"헉..주..주인이다!!"
[주인? 어?! 정말이네. 쿡...늑대 주인 진짜로 왔네?]
"야, 우리 그럼 다시 들어가봐야하는거 아냐?!"
지나치는 사람들이 날 바라보며 두눈을 동그랗게 뜬채
서로 수근거리며 웃는 그들의 모습에 의아해할새도 없이…
공원안에 들어간 난 그만 그 자리에 멈춰버리고 말았다.
"왔어요!!! 왔어!!! 여기 왔다니깐!!!!!"
멍하니 자리에 서있는 내뒤로…
밖에서부터 날 알아본 사람들이 뛰쳐들어오며 소릴치자,
마로니에 공원 - 무대주위에 몰려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전부 나에게로 쏠린다.
그리고 난 내눈에 펼쳐진 무대위의 모습에 그만 할말을 잃은채 멍하니 자리에 서있었다.
무대안으로 마지막 노을빛을 뿌리는 저녁노을속…
그 무대 뒷편을 가득 채운, 병풍처럼 아주 큰 내 사진.
그리고 그 안에 적혀있는 말.
『 WANTED
어린늑대 한마리를 버리고 사라져버린 주인을 찾습니다.
제 주인님을 이곳에서 먼저 발견하시고 저에게 알려주시면…
화려한 매직쇼와 함께 오늘 주인님과 함께 여러분앞에서
아주 찐한, 화끈한 키스한판을 보여드릴것을 여러분께 약속하는 바입니다!!!
어린늑대올림. 꽝!!(도장) 』
화려한 꽃으로 에워싼 테이블앞,
빨간머리, 흰 티셔츠에 헐렁한 반 힙팝스타일 - 청바지를 입은,
하루가 베시시~ 미소를 지으며 날 바라보더니…
"자, 여러분!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지금부터 이 어린늑대가 반나절동안 열심히 연마(?)한, 마술을 보여드리겠습니다!!!"
하루의 외침이 내 귓가를 스쳐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