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7
"음...."
햇살이 내 얼굴을 자꾸 찌르는통에 눈쌀을 찌푸린 나.
몸을 돌려 아예 배게속에 얼굴을 뭍어버렸다.
아..벌써 아침인가...
출근하기 싫어...
일어나기가 넘 귀찮아서 배게속에 얼굴을 뭍은채
중얼중얼- 거리는데...
갑자기 기달렸다는듯 정신없이 밀려드는 두통과 속쓰라림.
우....머리아퍼!! 뭐야?.....나 어제 술마셨었나?
아..... 그랬지.....
어제 하루한테 실연당했지...ㅠㅠ
그래서 하균씨랑 술마시려고.....
하....하균씨??!! 헉!!! 하..하균씨...집?!!!!
[벌떡-]
조각조각 흩어진 필름 조각을 맞추듯...머리속을 스쳐가는 어젯밤일들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자리에서 벌떡- 튕겨 일어나자,
복잡한 내 머리속관 달리 평온한 주위 환경이 내게로 밀려들어왔다.
햇살이 가득 들어오는 오피스텔안.
상쾌한 아침바람에 아이보리색 커튼이 살랑이며....
내 코끝을 스치는 달콤하고 구수(?)한 냄새??
"여, 일어났어."
내가 놀라 앉아있는 침대앞.
부엌안에서 빈담배를 입에 묻채, 인사를 건내는 민하균의 모습에.........
헉쓰!!....[휙!]
얼굴이 백지장처럼 창백해져선 제빨리 내 몸으로 시선을 돌렸다.
제길. 이제서야 깨달았다.
왜 영화나 연속극에 나온 여주들이 남자집에서 잔걸 깨달으면
제일 먼저 자기가 입은 옷부터 확인하는지....잉..
정말 암 생각도 안나는데 당했다고 생각해봐.
얼마나 당황스러운가...
"휴우...어..?!!!"
다행스레 옷을 입고 있는 내모습에 안도의 한숨을 돌리는찰나,
난 깨닫고 말았다.
내가 현재 입고 있는옷은 어제 회사 - 스튜디오에서 빌려입은 난방이 아닌
어디서 뜬금없이 나타난 헐렁한 남자 티라는것을!!!
으아아아아악!!!!!!!!!
"우웩~"
"??"
"웩~ 우웩~"
막 패닉상태로 들어가려던 내게....
헛구역질을 오버액션을 보여주는 하균씨의 모습.
이상한듯 고개를 갸웃거리던 난, 결국 그의 말뜻을 알아챘다.
즉....
이놈의 집구석에서 술 잔뜩 퍼마시고, 오바이트까지 했다는 얘기.
으......... 죽고싶다, 제길.
"쿡... 이리와서 밥먹어."
피식- 웃어보이며 벽에 붙은, bar 테이블같이 보이는 식탁에
하균씨가 음식을 차리자....머쓱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난 나.
하균씨가 차려놓은 식탁으로 다가갔다.
하균씨의 자리엔 프랜치토스트와 커피.
내 앞엔 북어국하고 밥.
이 환상적인 조화......;;
아까 내코를 간지럽힌 구수한 냄새의 정체였다. ;;;;;;
"속아프지 어서 먹어."
"내옷은요..."
"세탁기 안에."
"...어제...그러니깐.....옷...말이에요..누가...벗......."
"C컵!"
방긋- 웃어보이며 어렵게 꺼낸 내말을 정말 무짤라 버리듯
확! 잘라버리는 저놈의 인간, 민하균.
그려...자네가 갈아입혔구먼.
볼거, 안볼거 다 봤다 이거구먼. 우씨...
하아...물그머니 고개를 숙인채 한숨을 내쉬던 나.
문득 내 앞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북어국의 모습에....
뜬금없이 갑자기 궁금해졌다. 이걸 정말 저인간이 끓인거야??
"...북어국, 진짜 그쪽이 끓였어요?"
"어."
"거짓말."
"진짜야, 이거!"
못믿겠단 표정으로 빈담배를 입에 물고있는 하균씰 바라보자,
갑자기 쓰레기통안에서 그 유명한...
[물에 넣어 끓여만주세요~ 3분오케이~ 북어국~]
이란 XX상표, 북어국박스를 꺼내보이는 하균씨의 모습에......
"쿡....ㅋㅋㅋㅋ"
나도 모르게 내입을 비집고 흐르는 웃음.
왠지모르게 가슴 한편으로 스미는 고마움.
"..어젠...고마웠어요."
"뭐가?"
내앞 자리에 앉아선 담배불에 불을 붙이는 하균씨가 차갑게 나에게 되묻는다.
"아니...그게...."
"실연당한 여자 술친구해준거? 아님 옷갈아입혀주고 뒷치닷거리해준거?"
"..뭐...다요."
"휴우... 애송이가 너 때문에 고생 참 많겠다........어제만이야."
내게서 고개를 돌려 담배연기를 내뿜는 하균씨의 말에
내가 이해를 못하겠다는듯 그를 바라봤다.
"후~ 우리집에 들어온 여자중 내가 안아보지못한건 너밖에 없어.
어제만이야. 담엔... 나도 장담못해.
내 인내도 슬슬 한계에 도달하고 있거든."
차가운 하균씨의 말에 몸이 굳은채.... 멍하니 그를 응시하자,
"쿡- 순진하긴."
내머릴 툭- 치며 하균씨가 거실로 빠져나간다.
그러자 그의 담배향이 긴여운처럼 내코끝을 스쳤다.
뭐야....
저 사람 .. 지가 끌고 와놓고서....
헉....혹시 나 좋아해??? 에이..설마....하하하하.....;;;;;
"재워주고, 먹여줬으니... 설거지는 니가 해."
"..아...네..;;;"
"글구 옷은 저쪽 창고에보면 모델들이 입었던 옷들 많이 있으니깐,
암꺼나 골라 입어.
어제 몸매보니... 잘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네.;;;;"
저 인간을 걍!!! 그래, 나 뚱뚱하다!! 우씨...
아까 생각했던 거 취소다!! 취소!!! 뭐 저런놈이 날 좋아하겠어!!! 젠장.....
"근데..어떻할꺼야?"
"네??"
"회사갈꺼야, 아님 집?
집으로 일찍 가봤자 애송이 얼굴 볼텐데...괜찮겠어?"
"........"
"좋은곳 있는데 같이 갈래? 안그래도 사진 찍으러 갈까 했거든."
문득 어젯밤 하균씨가 조수들에게 소리친 말이 생각났다.
"...오늘 필름 작업한다면서요?"
"괜찮어. 조수녀석들 나 안가면 더 좋아라~ 할껄. 쿡.."
"나 포도밭은 죽어도 안갈꺼에요."
"풋...포도밭 아니야. ㅋㅋㅋㅋ"
저번처럼 포도밭에 끌려갈까봐 미리 엄포를 놨더니..
킥킥- 웃으며 아니라고 하는, 하균씨.
그럼 뭐 토요일이깐 회사 결근해도 무리 없구...
거기다 어제 하루에게 실연당한 나인데 뭘.
하루얼굴 보기도 싫어.
"좋아요."
"오케이~ 참, 니 핸폰 내가 어젯밤 미리 꺼놨으니깐
오늘하루는 그대로 두는게 좋을꺼야."
옅은 조소를 띄운채 날 바라보는 하균씨의 모습에 왠지 등골이 오싹해진다.
뭐야..남의 핸폰을 지가 맘대로 꺼놓구...
설마..........진짜 날 덥칠려고 했던건 아니겠지?!!!!!
설...설마....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