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5
대체 얼마나 그 스튜디오안에서 울었을까...
물그머니 날 바라만 보던 하균씨.
갑자기 술을 마시러 가자며 내 손을 잡아끌곤
회사 - 스튜디오를 나섰다.
복받치는 설움에 하균씨가 날 어디로 끌고가던 신경조차쓰지 않았던 나.
정신없이 울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봤을땐...
내가 서있는곳은 다름아닌 하균씨의 오피스텔안이었다.
제길, 일났군.;;
"바(bar)에 앉아."
훌쩍이며 울먹이는 어떻게해야할지 망설이는 내게 말을 건내는 하균씨.
윗옷을 쇼파에 벗어던진채...
오피스텔 한쪽편에 마련된,
술병이 쫘~악 진열되어 있는 bar로 성큼 들어가버린다.
"훌쩍- 훌쩍-"
bar에서 이것저것 꺼내느라 분주해보이는 하균씨를 바라보며...
눈치껏(?) bar의자에 앉는 나.
몸을 들썩거리며 훌쩍이던 난, 조심스레 하균씨의 집을 훓어보기 시작했다.
제법 큰 평수의 오피스텔. (하루와 내가 사는곳의 한 5배는 되어보인다.;;;)
아이보리색톤의 고급스런 벽지와 바닥.
깔끔하고 고급스런 가구들.
그리고 제일 내눈에 딱!! 띄는 저 오피스텔 한가운데 턱! 하니
자릴 잡고 있는 Queen 사이즈의 침대.
뭐야?!.....
혼자살면서 저렇게 큰 침대가 필요해?
[탁-]
[또르르르르-]
"여자와 사랑을 나눌땐 싱글침대가 좋긴한데...
끝난후엔 너무 좁거든. 잠은 편하게 자는게 서로에게 좋잖아."
내앞에 얼음을 가득담은 술잔을 내려놓으며 술을 따라주는 하균씨.
생긋~ 웃어보이며 내가 물어보지도 않는 내 궁금증을 알아서 풀어준다.
정말.....대~~단해요!!! [개콘버전.;;]
"우씨...누가 물어봤어요?!..훌쩍-"
"쿡...말만해."
"네??"
"원하면 지금이라도 번쩍- 들어안아서 저 침대로 다이빙 시켜줄테니깐."
"저질!! 남자들은 하나같이 다 저질이야!!!"
갑자기 울컥- 화가 치밀어 오른다.
하루도 저 인간처럼 아무나 괜찮은거겠지...
아무나하고도 잘수있는거겠지...
그중에 내가 끼여있는걸테니깐.
"흑...흑...우아아아아앙....."
또다시 왈칵- 쏟아져내리는 눈물.
난 정신없이 하균씨가 bar에 올려놓은 술을 퍼마셨다.
중간에 하균씨가 술병을 낚아채려 하는듯 했지만...
내가 심각하단걸 깨달았던건지...
아님 귀찮았던건지... 그냥 지켜만보는 하균씨.
그래..어디 술 잔뜩 퍼마시고 죽어보자!! 제길..
"남자들...다 싫어!..으아아앙....
이하루...싫어...못된놈....날 갖고 놀았어....으아아앙....."
"그래, 그래.
.......근데 애송이, 정말 크리스틴하고 그런사이인거야?
그자식 제법인걸...."
"우씨..."
술기운이 도는지 휘청거리는 몸.
bar에 턱을 괴고 술기운이 돌기시작할때부터 쏟아놓은
내 주절이에 건성으로 응답해주던 하균씨가 궁금한듯 되묻는 말.
난 입술을 삐죽 내밀곤 무섭게 하균씨를 꼴아봤다.
그리곤 술기운때문에 내말을 잘 듣지 않은 팔에 힘을줘선,
바지안에 꼽아뒀던 하루녀석의 팬댄트를 꺼내어 bar위에 올려놓았다.
"..우씨...내말 못믿어요?
..그 팬댄트 안에 지들이 뭐 평생 러브러브를 약속한 증표가...훌쩍...
그안에 크리스틴 이름이 있대요...흑...흑..."
내가 올려놓은 팬댄트를 집어들어선 물그머니 바라보는 하균씨.
"열어서 확인해봤어?"
[도리-도리-]
하균씨의 말에 난 고개를 내저었다.
"..무서워서.....
진짜로 그 이름이 있을까봐.....흑흑........"
울먹이며 하균씨를 바라보는 내모습.
나직히 읊조리는 내 목소리가 주위로 흩어져선...
날카로운 화살처럼 내가슴을 아프게 찌른다.
내 말에 조용히 날 응시하던 하균씨.
나직히 한숨을 토해낸채 조심스레 팬댄트 가방의 뚜껑을 열었다.
갑작스런 하균씨의 행동을 말리지도 못한 난,
그저 그를 바라보는 내 눈동자만을 출렁일뿐.
팬댄트안에서 정말 아주 엷은 오색지가 하균씨의 손에 의해
bar 조명빛속으로 스며들었을땐, 난 눈마저 감아버렸다.
".......크리스틴."
종이를 한동안 말없이 바라보던 하균씨의 목소리가 내귓가로 흩어졌다.
난 두눈을 감은채로 ....
"하아.."
큰 숨을 들이켜마셨다.
그리곤 조용히 읊조린다.
"나 오늘 안아줘요."
"뭐?!"
"바보야!! 저 침대로 다이빙해달라구!!!"
하균씨를 향해 버럭- 소리치며 두눈을 번쩍 떴다.
하지만 얼핏 날 응시하는 하균씨의 일렁이는 눈빛만이 스칠뿐.
눈물로 가득채워진 내 시야는 다시 어둠속으로 빨려들어갔다.
난 정말 바보야.
잃어버린후에야 알아버리다니....
내가 하루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이건 ....
너무 잔인하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