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5 (56/72)

# 55

대체 얼마나 그 스튜디오안에서 울었을까...

물그머니 날 바라만 보던 하균씨.

갑자기 술을 마시러 가자며 내 손을 잡아끌곤 

회사 - 스튜디오를 나섰다.

복받치는 설움에 하균씨가 날 어디로 끌고가던 신경조차쓰지 않았던 나.

정신없이 울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봤을땐...

내가 서있는곳은 다름아닌 하균씨의 오피스텔안이었다. 

제길, 일났군.;;

"바(bar)에 앉아."

훌쩍이며 울먹이는 어떻게해야할지 망설이는 내게 말을 건내는 하균씨.

윗옷을 쇼파에 벗어던진채... 

오피스텔 한쪽편에 마련된, 

술병이 쫘~악 진열되어 있는 bar로 성큼 들어가버린다.

"훌쩍- 훌쩍-"

bar에서 이것저것 꺼내느라 분주해보이는 하균씨를 바라보며...

눈치껏(?) bar의자에 앉는 나.

몸을 들썩거리며 훌쩍이던 난, 조심스레 하균씨의 집을 훓어보기 시작했다.

제법 큰 평수의 오피스텔. (하루와 내가 사는곳의 한 5배는 되어보인다.;;;)

아이보리색톤의 고급스런 벽지와 바닥.

깔끔하고 고급스런 가구들.

그리고 제일 내눈에 딱!! 띄는 저 오피스텔 한가운데 턱! 하니 

자릴 잡고 있는 Queen 사이즈의 침대.

뭐야?!.....

혼자살면서 저렇게 큰 침대가 필요해?

[탁-]

[또르르르르-]

"여자와 사랑을 나눌땐 싱글침대가 좋긴한데...

 끝난후엔 너무 좁거든. 잠은 편하게 자는게 서로에게 좋잖아."

내앞에 얼음을 가득담은 술잔을 내려놓으며 술을 따라주는 하균씨.

생긋~ 웃어보이며 내가 물어보지도 않는 내 궁금증을 알아서 풀어준다.

정말.....대~~단해요!!! [개콘버전.;;]

"우씨...누가 물어봤어요?!..훌쩍-"

"쿡...말만해."

"네??"

"원하면 지금이라도 번쩍- 들어안아서 저 침대로 다이빙 시켜줄테니깐."

"저질!! 남자들은 하나같이 다 저질이야!!!"

갑자기 울컥- 화가 치밀어 오른다.

하루도 저 인간처럼 아무나 괜찮은거겠지...

아무나하고도 잘수있는거겠지...

그중에 내가 끼여있는걸테니깐.

"흑...흑...우아아아아앙....."

또다시 왈칵- 쏟아져내리는 눈물.

난 정신없이 하균씨가 bar에 올려놓은 술을 퍼마셨다.

중간에 하균씨가 술병을 낚아채려 하는듯 했지만...

내가 심각하단걸 깨달았던건지...

아님 귀찮았던건지... 그냥 지켜만보는 하균씨. 

그래..어디 술 잔뜩 퍼마시고 죽어보자!! 제길..

"남자들...다 싫어!..으아아앙....

 이하루...싫어...못된놈....날 갖고 놀았어....으아아앙....."

"그래, 그래. 

.......근데 애송이, 정말 크리스틴하고 그런사이인거야?

그자식 제법인걸...."

"우씨..."

술기운이 도는지 휘청거리는 몸.

bar에 턱을 괴고 술기운이 돌기시작할때부터 쏟아놓은

내 주절이에 건성으로 응답해주던 하균씨가 궁금한듯 되묻는 말. 

난 입술을 삐죽 내밀곤 무섭게 하균씨를 꼴아봤다.

그리곤 술기운때문에 내말을 잘 듣지 않은 팔에 힘을줘선,

바지안에 꼽아뒀던 하루녀석의 팬댄트를 꺼내어 bar위에 올려놓았다.

"..우씨...내말 못믿어요? 

 ..그 팬댄트 안에 지들이 뭐 평생 러브러브를 약속한 증표가...훌쩍...

 그안에 크리스틴 이름이 있대요...흑...흑..."

내가 올려놓은 팬댄트를 집어들어선 물그머니 바라보는 하균씨.

"열어서 확인해봤어?"

[도리-도리-]

하균씨의 말에 난 고개를 내저었다.

"..무서워서.....

 진짜로 그 이름이 있을까봐.....흑흑........"

울먹이며 하균씨를 바라보는 내모습.

나직히 읊조리는 내 목소리가 주위로 흩어져선...

날카로운 화살처럼 내가슴을 아프게 찌른다. 

내 말에 조용히 날 응시하던 하균씨.

나직히 한숨을 토해낸채 조심스레 팬댄트 가방의 뚜껑을 열었다.

갑작스런 하균씨의 행동을 말리지도 못한 난, 

그저 그를 바라보는 내 눈동자만을 출렁일뿐.

팬댄트안에서 정말 아주 엷은 오색지가 하균씨의 손에 의해 

bar 조명빛속으로 스며들었을땐, 난 눈마저 감아버렸다.

".......크리스틴."

종이를 한동안 말없이 바라보던 하균씨의 목소리가 내귓가로 흩어졌다.

난 두눈을 감은채로 ....

"하아.."

큰 숨을 들이켜마셨다.

그리곤 조용히 읊조린다.

"나 오늘 안아줘요."

"뭐?!"

"바보야!! 저 침대로 다이빙해달라구!!!"

하균씨를 향해 버럭- 소리치며 두눈을 번쩍 떴다.

하지만 얼핏 날 응시하는 하균씨의 일렁이는 눈빛만이 스칠뿐.

눈물로 가득채워진 내 시야는 다시 어둠속으로 빨려들어갔다.

난 정말 바보야.

잃어버린후에야 알아버리다니....

내가 하루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이건 ....

너무 잔인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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