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2 (53/72)

# 52

[짤랑-]

하루의 의해 흩어지던 내 팬댄트가 일순간 바닥으로 떨어져내렸는지..

작은 파음이 나의 간헐적인 신음속에서 부셔저 내렸다.

"제길!"

욕망으로 혼탁해진채 내 몸위에서 흩어져갔던 

하루의 눈빛이 마치 팬댄트의 작음파음에 반응하듯....

일순간 되돌아와선 순식간에 테이블 밖으로 나가버린다.

[펄럭-]

하루에 의해 들쳐진 테이블 천으로.......

갑자기 어두운 좁은공간을 내리치는 밖의 불빛속.

하루가 그곳으로 사라져버린다.

날 휘젖던 하루의 따뜻한 온기가 사라져선.......

내몸위로 무겁게 떨어져내리는 차가운 공기.

그리고 내 입가로 스미는 공허한 미소.

하루의 뜨거운 숨결이 스쳐간 내 몸이 마치 칼날에 베어진듯 

저며든채 내 가슴으로 스며든다.

바보.....

테이블안에서 힘겨운 몸을 이끌고 밖으로 나오자,

이상한 눈빛으로 하루와 날 바라보는 사람들을 뒤로한채....

성큼-성큼- 앞서가는 하루의 뒤를 따르는 나.

[빵-빵-]

우릴 쫓던 백화점사람들도 짙게 내려앉은 어둠속으로 사라졌는지...

짙은 어둠속.

뉴욕의 화려한 불빛속, 시끄러운 차소리와

정신없이 움직이는 사람들속으로 다시 내팽겨져버리고 만다.

뒤도 돌아오지도 않은채....

자꾸만 멀어져가는 하루의 뒷모습에 하루를 따라가던 내 발걸음이 멍하니 자리에 멈춰슨다.

정신없이 내 주위를 흩어지는 수많은 사람들속.

왜........

난..... 이 수많은 사람들속에서........

너만 보이는건데.....

왜 넌 바보같이 그 여자만 보는건데......

"...루.......하루...........

.........이. 하. 루!!!!!!!!!!"

입안에서 멤돌던 하루의 이름.

나도모르게 온몸에 힘을 주어 외쳐보는 하루의 이름.

날 바라보는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속.

자리에 멈춰선 하루의 시선을 날 향한다.

"....사랑해...........

.....정말 사랑한단말야!!.........

널 위해 죽을수 있을만큼...그만큼 사랑한단말야!!....."

온힘을 다해.......하루에게 외쳐본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녀석에게 투정을 부려본다.

그러자 곤란한듯 흔들리는, 날 향한 하루의 눈빛.

바보...

못 믿는거야?

정말 좋아한다니깐.

정말 사랑한다니깐.

널 위해 죽을수있다니깐.

힘없는 옅은 미소가 내 입가를 스며들며.....

하루의 시선을 떼지않고 멍하니 바라보던 난, 그대로 발길을 옮겼다.

[빵!!!! 빵!!!!!!]

[끼이이이익!!!!!!!!!!!]

내귀를 내리치는 요란한 차 크락션 소리.

내몸을 휘감은채 빨아들이는 강렬한 자동차 헤드라이트 불빛속.

난 하루를 향해 입술을 달작여본다.

.........

사랑해

.........

끼이이이이이이익!!!!!!!!!!!!

귀를 찢어내는 자동차의 급정거 소리.

일순간 내몸이 허공으로 튕겨져버린다.

그리고........

"제길!!!!!!!! 이런 미친놈들!!! 어딜 뛰어들어!!!!"

화가 머리끝까지 차오른 운전수 아저씨의 호통소리가 내 귓가로 흩어진채

순식간에 하루의 따뜻한 체온이 날 감싸선...

보도블럭위로 내동댕이 쳐져버린 하루와 나.

"...하아...너 정말...."

"ㅋㅋㅋㅋㅋㅋ..."

순식간에 차길에서 날 밀쳐내며.....

날 와락- 끌어안은채 보도블럭위로 튕겨나온 하루.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날 응시하는 하루의 모습에 난 그만 웃음을 터트리며 하루를 끌어안

았다.

"....바보...거봐, 진짜지.

정말이라니깐."

애들처럼 투정섞인 말이 내 입술을 비집고 나오며....

하루의 얼굴에 조심스레 내손을 가져다댄다.

"쿡....아직도 뜨겁네."

아직도 긴 여운이 남은.....

내 뜨거운 체온이 남아있는 하루의 살결에 난 옅은 미소를 머금었다.

"..크리스틴...."

"응?"

"내가 그렇게 좋냐?"

"응."

"...아...빌어먹을!! 

정말 이놈의 인기는 사그러들줄 모른다니깐."

"...풋...ㅋㅋㅋㅋㅋ"

농담을 하며 풋- 웃음을 터트려버리는 하루.

나도 역시 녀석과 같이 웃어본다.

다시 예전의 하루로 돌아온다.

다시 예전의 친구로 돌아온다.

안돼.......

싫어.......

"..우리 내기할래?"

"내기?"

"니가 날 끝까지 안지 못하면.... 인정해줄께,

니가 그 사람 사랑하는 마음.

하지만 니가 날 안아버리면.... 

끝까지 참지 못하고 ......안아버리면 그땐 넌 영원히 내꺼야."

"........"

"난 자신있는데.... 니가 날 안아버리게 하는것."

"........"

"....만약.....니가 허락안하면.....

나 정말 죽어버릴꺼야."

일순간 하루의 얼굴이 창백해진다.

불안하게 떨리는 하루의 눈빛속.....

차가운 하루의 목소리가 천천히 내귀로 스며든다.

"....다신 너 안볼꺼야.

이 내기 진짜로 하면........ 난 더이상 너 안봐."

게임의 벌칙.

녀석이 내놓는 게임의 벌칙이었다.

난 하루에게 대답대신 녀석을 살포시 안았다.

그리고 내뱉지도 못한채...

속으로 삭히며 내 온몸으로 퍼져나가버리는 내 말.

.........

....괜찮아. 니가 날 안보면...

니가 나에게서 도망치면....

내가 널 찾을때니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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