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9 (50/72)

# 49 

『 번외 i .. by  Christine 』 - 세번째 -

뉴욕, 맨하탄.

[빵!! 빵!!]

주말, 북적거리는 사람들 속.

무심결에 서로 부딪쳐 지나가는 사람들.

도로를 가득매우는 노란 물결, 택시.

시끄럽게 귀를 내리치는 자동차 경적들.

매퀘한 매연 연기들.

며칠전부터 하루에게 떼를 써 억지로 끌고 나온 맨하탄 거리.

내곁에서 아직도 잠이 덜깬 모습으로... 

투덜-투덜- 거리며 입술을 삐죽 내민 하루의 모습에

난 피식- 옅은 미소를 입가에 머금었다.

"하암~ 크리스틴. 어디 갈거야?"

하품을 열심히 해대며 귀찮은듯 내게 묻는 하루.

"여기저기. 

차이나타운도 가고 백화점도 몇군데 둘러보고...또....."

"야!! 야!! 

아이씨.... 하루종일 돌아다닐꺼면, 

여자친구 불러 편하게 다니지 대체 날 왜 끌고 온거야"

"bag boy로! 쿡.. 몰랐어?"

녀석의 등을 툭툭- 치며 약을 올리자,

미간을 푹- 지푸린채 날 흘켜보는 하루.

재밌다. 

"어?! 와~ 이쁘다!! 

야, 이하루!!!! 이리 와봐!! 저거 너무 이쁘다~~"

투덜거리는 하루를 잔뜩 골려주며 재밌어 죽겠다는 표정으로 걸어가는데.. 

문득 거리 한편,

행상을 하는 동양계 할아버지가 펼쳐놓은...

여러개의 특이한 악세사리의 모습에 난 그만 하루의 팔을 잡아당겨 그쪽으로 발길을 돌렸

다.

『 100% 핸드메이드 입니다. 

   모두 sterling silver로 만들었으며 

   디자인당 절대 2개이상 만들지 않습니다. 』

악세사리 앞에 영어로 적어놓은 표지말.

그말을 증명하듯 펼쳐져있는 악세사리들은 전부 쌍으로 두개씩 진열대위에 예쁘게 올려져있

었다.

"디자인당 2개이상 만들지 않는다라.....

그럼 이세상에 2개만 존재하는거네. 그치? 

멋있다.....살까?"

"....야! 야! 저거 장사속이야. 그걸 진짜로 믿냐?

누가 사가면 또 2개 올려놓고 팔걸."

"치이...멍청이!"

퉁명스레 내말을 깨버리는 저놈의 하루녀석.

무섭게 녀석에게 흘켜보고는 난 열심히 진열대에 올려져있는 악세사리들을 훓어보기 시작했

다.

정말 할아버지가 손수 디자인하고 직접 만드셨는지..

첨 보는 이쁜 디자인들속.

문득 한쪽편에 가지런히 놓여져있는 목걸이 한쌍이 눈에 들어왔다.

『 사랑을 이뤄주는 목걸이.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적어 가방안에 넣어 목에 항상 지니고 다니시면,

    간절이 원하는 사랑이 이뤄진답니다. 』  

할아버지가 영어를 하지 못하는지....

악세사리 앞엔 영어로 작품(?)을 설명하는 표지글이 종이에 적혀 올려져있었고,

내가 신기한듯 목걸이를 유심히 바라보며 미소짓자,

뭔가를 열심히 만들고 계시던 할아버지.

힐끔 날 바라보시며 미소지으시더니....

이내 품에서 아주 자그마한 옅은 빛깔의 오선지 2장을 꺼내여 불쑥 내게 내밀었다.

마치 내맘을 꽤둟어 보는듯이....

"야, 이하루!! 나 이거 사줘!! 응?"

"뭐?"

"이름 적어서 목에 걸고 다니면 사랑이 이뤄진다잖아!"

"그걸 믿냐?;;;;"

"우씨..그래!! 난 멍청해서 믿.는.다."

".......나참...성질 내기는....;;;;

근데 너 이름 적을 남자는 있는거냐?"

"당연하지. 내가 좋아하는 사람도 없을까봐.

글구 너두 그 연상인지 뭔지... 혼자 좋아하는거잖어.

한번해봐. 누가 아냐?! 이뤄질지.........."

말끝을 흐리며 할아버지가 내민.... 

아주 얇디 얇은, 옅은 오색 빛깔의 종이를 얼른 건내받곤 하루를 툭- 치자,

멈짓- 거리던 하루녀석도 끌리는지... 

얼른 나에게서 종이 한장을 뺏어 든다.

[풋..]

녀석의 행동에 피식- 웃어버린 나.

"...이뤄진다 이거지..."

혼자 중얼거리며....

할아버지가 건내준 붓펜 비슷한 펜으로 깨알같은 글씨를 정성스레 적는 하루녀석.

[정현진]

어느새 나보다 더 진지한 모습으로.....

`정현진`이란 한국어를 힘들게 한자, 한자 적은뒤

목걸이 가방 뚜껑을 열어 종이가 찢어질까 조심스레 종이를 넣는다.

하루의 이름을 무심코 적어버리려던 난.

그만 하루가 적은 그 여자의 이름에 손이 멈짓- 멈춰졌다.

알면서도.....

녀석이 뭘 적을걸 알면서도....

가슴이 죄여온다.....

이런게 사랑이라면....

이렇게 매순간 아파해야 하는거라면....

하고 싶지 않은데........

"다 적었어?!

이리 줘봐. 내가 사주는 거니깐 너 목에 걸어줄께."

하루가 날 바라보며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하게 웃는다.

바보같이 날 상처준걸 모른채.....

저렇게 웃는다.

그모습에 바보같은 난.....

하루와 같은 미소를 입가에 지어보이며.....

녀석에게 들킬새라.....

또다시 열려져버린 내마음의 빗장을 힘겹게 걸어둔다.

[찰랑-]

목으로 스미는 하루의 손길속.

차가운 은색 목걸이가 내 가슴에 출렁인다.

[스윽-]

목걸이를 걸어주면서 날 살포시 안는 포즈가 되어버린 하루.

옅은 하루의 따뜻한 온기가 날 감싸며....

이미 하루의 목에 걸려져있는....

나와 같은 목걸이가 서서히 내 눈망울로 젖어든다.

나와 같은 목걸이.

하지만.....

나와 다른 이름.

전혀 나와 다른 감정이 스민 목걸이가..........

".....이하루."

"응?"

"우리 꼭 커플 목걸이 한것 같다. 그치?"

"쿡...그런가?!"

"........그런 의미에서.........오늘 하루만........

내 남자친구 역활해줄래?!.....

....나랑 데이트 해줄래?! 다른 연인들이 하는것처럼..."

하루가 의아한 표정으로 날 물그머니 바라보더니...

이내 활짝 미소를 머금는다.

"그래. 뭐 그게 어렵냐.

크리스틴양이 원하시는대로....."

능청스런 말투로 내게 어깨를 두르는 하루.

허망한 미소가 내 입가를 스친다.

사랑이란 같은 이름하에...

녀석과 내맘에 존재해버린 일.반.통.행.

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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