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8 (49/72)

# 48

[사르륵-]

학교 건물뒤, 

문을 열자말자 제일먼저 내귀를 내리치는 바람소리와 함께.....

맑은 하늘, 상쾌한 바람이 나무가지를 흔들며 간지럽히더니

살포시 내게 다가와 내 머리결을 쓸어내린다.

흩날리는 머리결 - 바람에 뭍은 상큼한 풀내음에 

살포시 미소를 입가에 머금은채....

조용히 주차장 너머로 보이는 언덕위로 시선을 돌리자,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오래된 고목나무 그늘 밑, 그곳에 서려있는 하루의 모습. 

빅뉴스~ 빅뉴스~ 크리스틴!!

엘레나가 하루하고 키스했다던데..그거 알어?!

어쩌니 하루가 니 남자라고 그렇게 의기양양하더니...

결국 다른 여자랑 키스하고....ㅋㅋㅋㅋ

너도 정말 안됐다, 얘.

거기다 엘레나 한테 그랬다는데 자기는 따로 사랑하는 사람이 한국에 있다구.

그거 ........ 알고 있었니??

녀석의 모습에 다시금 내귀에 울리는 여자애들의 비아냥거리는 음성.

난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어버렸다.

"~~ 룰루~~ 사랑해~~누나~~~"

나무 그늘 밑, 책을 베고 누워선....

CD 이어폰을 귀에 꼽고 두눈을 지긋히 감은채로....

유승준의 `사랑해,누나`를 열창하는 녀석.

"야, 이하루!"

"오예~~~~ 룰루~~~~"

"이.하.루!!!"

"~~ 사랑해~~~누낭~~~~오예~~~~~"

내말이 들리지 않는지 연신 `사랑해 누나` 만을 열창하는 저자식!!

인상을 팍! 쓴채 녀석을 열나 꼴아보다.....

그대로 녀석의 배를 발로 짖눌러버리자, 바로 비명을 외치는 하루.

"으악!!"

"...이.하.루!!! 너 자꾸 내말 씹을거야!!"

"으아~ 크리스틴!! 나 못들었단말야!! 노래듣고 있었다구!!

.....좌우간 기지배가 무지막지하게........흑흑........."

급하게 배를 움켜쥔채 울먹이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녀석의 움직임.

하루의 귀에 꼽혀있던 이어폰하나가 떨어져선.......

옅게 내귀를 스쳐가는 잔잔한 멜로디가 허공으로 흩어져버린다.

"말해!"

"뭘?"

하루의 옆에 털썩- 주저않아선 녀석을 무섭게 쏘아보자,

히죽~ 히죽~ 웃으며 날 바라보는 하루.

"정말이야?"

"..그러니깐 뭘??"

"엘레나하고 키스했다면서?!"

"아하~~~~ 어쩐지...... 

그것때문에 우리 크리스틴양의 심기가 불편하였구먼. ㅊㅊㅊㅊ"

"뭐야?!"

"ㅋㅋㅋㅋ .... 근데말야......그게.......

했다고 표현하긴 좀 그렇구........

정확히 말하자면....좀 쪽팔리긴한데.....너만 알고 있어라!

....당.했.다."

"??"

"당했다구! 그것도 기습으로!"

"뭐??"

"오호... 여자한테 당하는건 첨인데... 뭐 그리 썩 기분 나쁘지 않더라구.

나름대로 짜릿~ 짜릿~ 하던데. ㅋㅋㅋㅋ"

"이.하.루.!!! 너 엘레나가 누군지 알어?!!

갠 말야........"

"니 사촌, 잭의 여친! 맞지?"

벌컥- 화를 내며 말을 토해내는 내말을 집어삼킨채...

베시시~ 웃어보이는 하루의 모습에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다,

"너.......설마......."

"맞어. 알면서 당해줬지. ㅋㅋㅋ"

"잭이 이 소문 들으면...가만이 안있을거야!"

"안그래도 뭔가 큰일 터트릴거 없나 했는데, 잘됐지뭐.

언젠가 한번 신나게 두들겨 패고 싶었거든, 니 사촌."

"이번에 너 사고치면 진짜로 정학이다."

"원하는바이오~~"

녀석의 장난섞인 모습에 내 얼굴이 서서히 굳어간다......

"도대체 왜그러는건데? 

너보면 꼭 이학교에 사고 치려고 들어온것 같아!!"

"빙고~"

"...?!...."

"역시 눈치하난 빠르다. ㅋㅋㅋ...

사고를 잔뜩 쳐야 한국으로 쫓겨갈거 아니냐!"

"..............."

"한국에 꼭 돌아가야하는데........

여기 적응해버리면 그땐 진짜 못돌아갈것 같아서........

그래서 이곳에 적응하면 안돼.

아니 못해........"

서서히 내 피가 역류되어간다........

"쿡..... 울 아버지 장난 아니거든.

이민도 오기싫다는거 억지로 끌고 와서리... 

야ㅡ 봐봐! 내 머리 박박~ 민거.

제길! 이렇게 내가 말썽을 피우지 않으면 절대 안보내줄꺼다."

"그렇게 가고 싶어? 한국에?"

"당근이지, 임마."

"왜?"

뻔한 대답이 나올걸 알면서.........

나에게 상처로만 돌아올걸 알면서 난 짖굳게 되묻는다.

바보다...........

"........얘기했잖아, 임마.

내가 좋아하는 사람있다구........;;;;;;"

"..............연상?!.....

혼자 짝사랑이라며.......

그 여잔 알지도 못한다며...니가 좋아하는것도.

글구 벌써 애인 생겼을지도....결혼할 상대가 있을지도 몰라......."

"상관없어. 

이번에 돌아가면 확실히 내 여자로 만들거니깐."

"이하루!"

"........하아~ 

고딩 졸업하면 바로 안아버릴려고 했는데.... 

쿡...........

그거 아냐?! 그 누나말야.........

잘 울고....잘 삐지고.....엉뚱한데다가 또 실수는 얼마나 잘하는데...

ㅋㅋㅋㅋㅋ..........

............................"

서서히 진지한 표정으로 .......

내가 한번도 본적이 없는, 얼굴도 모르는 그 여잘 생각하는지.......

한없이 너그러워진 표정으로 천진난만하게 웃는 하루.

그를 바라보는 내 눈빛이........서서히 질투심으로 물들어가선.......

내 가슴으로 번져들어온다.

".....그래서 난...... 

이 빌어먹을곳에 적응을 못한다구. 쿡.....

가야하니깐.........내가 좋아하는 사람곁에.......

.....내가 사랑하는 .....웁......."

하루와 어울리지않는 진지한 모습에 난 그만....

하루의 마지막말을 그대로 삼켜버렸다.

내 입술이 갑자기 하루의 입술에 맞닿으며 몸을 밀쳐버리자,

그대로 균형을 잃은채 잔디위로 쓰러지는 하루.

하아....//

처음으로 느껴보는 하루의 숨결.

이렇게 하루의 숨결을 훔치면..........

전해질까........

내 마음........

[사르륵-]

흩어지는 바람결.

하루의 얼굴로 쏟아져내린 내 머리결이 바람에 스쳐 잔잔한 물결이 흐른다.

하아.....

한숨인것도 같은 묘한 하루의 신음이 나직히 입술을 비집고 흘러선...

하루의 몸의 떨림이 내 온몸으로 느껴진다.

웅....하아...///

저돌적으로 하루의 입술을 쓸며 깨물던 내혀가 

어느새 살포시 벌어지는 하루의 입술, 

내입술로 뜨겁게 번져드는 하루의 숨결이 맞닿는순간........ 

내 혀가 기달렸다는듯 하루의 입속으로 자연스레 미끄러져 들어간다.

천천히 입천장을 훓어내려가며 아직 굳어있는 하루의 혀를 감싸안자 서서히 내게 반응하는 

하루.

녀석의 혀가 천천히 내혀를 받아들이더니 서로 거칠게 엉키기 시작했다.

웅.....하....//

내입에서 탁한 신음이 흘러나오지만 그저 하루의 입안에서 맴돌뿐.

점점 더 격하게 하루의 입안으로 빨려들어가선.......

서로 거칠게 서로의 숨결을 탐하며.......

하루의 손길이 서서히 내 허릴 두른채 온몸이 뜨겁게 달아오른다.

들어줘.....

사랑해..........

너만.....너만을 사랑해........

제발...........

들어줘............

밖으론 내뱉지 못할 말들을........

그저 하루의 입안에서만 흩어질 말들을.........

거칠게 하루의 숨결을 탐하며 녀석의 입안에 내뱉고 있었다.

지독하게 쓰라린.........

갈기갈기 찢겨져 가슴 한편, 상처에서 흐르는 피가.......

지독하게 내 가슴에 번져들은.....

하루가 내 가슴에 심어버린 독(毒)이 

하루의 가슴에도 번져들길 바라며.........

미끄러지듯........

하루의 뜨거운 입맞춤이 내 입술을 지나 내 목으로 옮겨온다.

축축하고 뜨거운 하루의 혀가 내 살갗에 닿자,

전기에 감전되듯 강렬한 전율이 내몸을 내리친다.

하아........///

가늘게 떨리는 내몸이 날 끌어안은 하루의 몸으로 번져들며....

숨막히는 신음소리가 내입술을 비집은채....... 

순간 내 목을 잘근잘근 깨무는 하루의 행동에 내몸이 살짝 비틀어진다. 

그리고 서서히 내등을 쓸어내리던 하루의 손끝이 내 가슴으로 밀려드는 찰나,

"하아..../////

빌어먹을!! 또 당했네, 여자한테! 빌어먹을!!......."

하루의 떨리는.... 격한 한숨이 토해졌다.

그리곤 허탈한 미소가 녀석의 입가에 걸린채 날 살포시 끌어안는다.

격해진 숨을 돌리려는듯.......

하루의 불규칙적인 숨소리가 날 끌어안은 녀석의 온몸으로 느껴진다.

"...좋은 친구 잃을뻔했다.......쿡..........

하아~  형기왕성한 남자를 덥치는건 아주 안좋은 일이라구!!

알았냐, 크리스틴!!"

전해지지 않았다.....

이렇게 맞닿고 있어도 내마음은 전해지지 않는다.......

쿡..........

"....바보........."

아직 열기가 채 식지 않은 내 뜨거운 숨결이 하루의 귓볼을 살짝 훓으며 나직히 읊조렸다.

[사르르르-]

또다시 바람이 스친다.

잔디 내음을 가득 몰아와선 내코를 살포시 스치는 바람결.

잔물결처럼 흩어지는 내 머리결.

날 포근하게 끌어안고 있는 하루가 미쳐 보지못한 내 눈물이 바람결에 흩어진다.

이렇게 하루를 끓어안고 있어도.............

하루의 숨결을 아무리 탐해도...........

난 녀석의 맘속에 스며들수없다는걸.........

잔인하게도 녀석과의 첫 입맞춤에 깨닫고 말았다.

하루와의 잔인한 첫키스.....

너무나도 뜨거웠던 하루의 숨결.........

하루의 손길.........

점점 더 온몸으로 번져들어가는 지독한 독.......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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