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3 (34/72)

# 33

"도련님이 서울서 데려온 아가씨라면서...?"

"...그런가봐...."

"근데 다른 여자들하곤 좀 스타일이 다르네. 넘 평범하지 않어?"

"쿡...도련님도 이제 쭉쭉빵빵한 스타일에 식상한 모양이지..ㅋㅋㅋ"

"ㅎㅎㅎㅎㅎㅎㅎㅎ맞다, 맞어...ㅋㅋㅋㅋㅋ"

"근데 설마 도련님.........저 여자하고 포도놀이 하려고 온거 아니겠지?"

"에이..설마......저렇게 부려먹을려고 데려온거겠지.ㅎㅎㅎㅎ..."

머리털나고 생전 첨 따보는 포도.

혼자 옆의 사람 따는 모습을 곁눈질하며 

나름대로 구슬땀을 흘리며 열쉼히 따고 있건만.......

이놈의 동네 아줌마들!!

마치 동물원에 원숭이 구경하듯......

삼삼오오 둘러앉아 나 구경하기에 여념이 없다.

하아~

여러분들~ 제가 이쁜건(?) 잘 압니다만 제발 그만 봐주세요~

"언니,......... 정말 도련님하고 오셨어요?"

어느새 나보다 몇살 어려보이는 여자애 한명이 

겁도 없이 나에게 불쑥 다가와 말을 꺼내자,

갑자기 아까부터 경계심을 보이며 힐끔- 힐끔- 쳐다만보던 

마을 처자들이 기다렸다는듯-  우르르~ 내 옆으로 몰려들었다.

"와아~ 어떻게 도련님처럼 멋진 남자를 물었어요?"

"그럼 여기 포도밭 사모님이 되시는거에요?"

"도련님하고 키스는 했어요?!///"

"바보야, 당연히 했겠지~!!! 언니 정말 땡잡은거에요. 

여기 1만 8000평 포도밭말고도 이곳 오랜 지주 집안이라서... 

돈이 억수루 많거든요."

"캬캬캬 .... 그럼 오늘 `포도놀이` 이 언니가 시작하는거야?!

어머~ 어떻해~ 도련님하고....캬캬캬....///////"

"꺄~~~ 공개적으로~~~ ////"

"...그나저나 난 오늘 그애랑 첫키스 할지도 몰라..캬캬캬캬.....///"

"어머, 정말??"

어느새 난 뒷전인채......

여기저기서 캬캬캬~ 거리며 정신없이 터지는 처자들의 말.

진짜 정신없다. 

얼마나 정신이 없는지.....

내귀엔 이 수많은 대화들중 `포도놀이` 하고 `도련님` 소리밖엔 들리지 않는다.

하아~ 이들의 대화조차 끼여들수없다니....

나 벌써 그렇게 늙은건가....

"..저...저기....`포도놀이` 라는게 뭐야?"

처자들의 대화에 조심스레 끼여들며 `포도놀이` 란것에 대해 물어보자,

다들 놀란 표정으로 날 쳐다본다.

허허..괜한걸 물었나?!;;;

"어머, 도련님이 아무말없이 언니 데리고 온거에요?"

"...;;;;어?... 응..;;;;..."

"쿡.....그렇구나, 어쩐지...풋크크크....

간단히 설명하자면요, 이 마을에서 3년에 한번씩 첫수확에 맞춰 하는 포도축제인데요..

`포도놀이`가 시작되는 오늘 저녁만큼은 

연인들의 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동네 어르신들은 알아서 자릴 비켜주시거든요. 호호호호호....///"

"맞아요. ㅋㅋㅋㅋ...

마을 떠난 또래 애들도 이날때문에 일부러 온 애들 많아요.

연인도 데려오고 친구들까지 데려오거든요....."

"쿡.......더 자세한건....

오늘 직접 몸으로 체험해보세요. 특히 오픈닝을 할 사람은.......ㅋㅋㅋㅋ...."

"맞어. ㅋㅋㅋㅋ.... 

이 마을에서 태여나서 타지에 나갔다 들어온 사람들이 많이 신청하는데요....쿡.....

결혼할 상대를 마을에 공개적으로 소개한다고나 할까요...

쿡.......좌우간 오늘 오프닝 누가 할지....정말 기대대요. 캬캬캬캬....." 

역쉬...괜히 물었다. 

물어봤는데 더 모르겠으니....쳇!!!!

다시 왁자지껄 자신들의 세계로 빠져드는 처자들을 뒤로한채,

난 인기척이 없는곳으로 조심스레 몸을 피했다.

우선.........

[도.망.치.자.!!!!!]

라는 굳건한 일념아래...

난 한동안 잠시 내 머리속에서 잊고 있었던,

문명 세계의 길이길이 기억남을.....

위대한 발명품하나를 품속에서 조심스레 꺼내어들었다.

풋하하하하하하하하하!!!! 

싸랑해요~ 핸.드.폰.

어찌 핸드폰을 잊고 있었는지...

이 바부...

하루야~ 단숨에 달려와서...이 누나를 구해다오~!!

핸폰을 두손에 꼭 쥐고 폴더를 천천히 여는, 바로 그순간.

액정화면에 떡하니 뜨는 자막이 있었으니......

[통.화.권.이.탈.]

이..이럴수가...

그 민하균이 그렇게 자신만만해 하는 이유가 있었던거였다.

통화권이탈이라니....... 

"자, 마지막입니다!! 빨리 통으로 가져오세요!!"

포도밭 앞에서 울리는 어떤 아저씨의 목소리에....

포도를 따던 사람들이 우르르~ 앞으로 몰려나가기 시작했다.

나역쉬......쓰라린 가슴을 안은채 눈물을 머금으며 

그나마 얼마 따지 않은 포도 바구니를 끌어안곤

터벅- 터벅- 포도밭 앞으로 걸어나갔다.

어?!

근데 정말 아까까지만해도 수두룩하던 

동네 어르신들은 다 어디로 가셨는지....한분도 보이질 않고,

아까까지만해도 마을사람들이 열심히 포도를 담았던 

드럼통 역시 한쪽으로 가지런하게 치워져있었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성인 한두명 정도 들어갈수있는 통나무로 만든, 

깊은 허리까지 올라오는 높이의 작은 드럼통이 

턱하니 가운데 놓여있었다.

그리고 20대 정도로 보이는 수십명의 남,녀가.....

그 통을 중심으로 양쪽으로 일렬로 정열해 서기 시작하더니,

자신들이 따서 들고온 포도를 그들의 앞에 놓여진 큰 바구니에 넣는다. 

대체 뭐하는거지?! 

포도가 담긴 바구니를 끌어안은채......

이상한듯 고개를 갸웃거리는데....

순간 양쪽에 서서 서로 조잘조잘 귓속말을 건내며 

들떠있는 모습의 사람들의 시선이...

저 위에서부터 아래로 천천히 물결을 타며,

마치 도미도가 제빠르게 흐르듯 나에게로 쏠려온다.

어?! 왜저럴까? 

라고 생각하는것도 잠시.....

[스윽-]

[와락-]

등뒤에서부터 누군가가 와락- 날 끌어안더니....

제빠르게 바구니를 들고있는 내 손사이로 낯선 체온이 스며들어선

바구니에 가려진, 내 가슴으로 밀려들었다.

"앗..///"

".....쿡.......시작할까?...."

귓볼을 살짝 간지럽히는 뜨거운 입김으로 흘러들어오는 낮은 저음.

내 코를 간지럽히는 담배향.

하균씨라고 확신하는 그순간,

내몸이 하균씨에 의해 허공에 들려줬다.

"...악..이봐요..무..무슨...까아아악!!!!"

발버둥 치는것도 잠시........

몸이 허공을 날라 그대로 포도가 차있는 드럼통으로 거칠게 빨려들어갔다.

몸이 드럼통에 빠져들면서....

툭-툭- 터지는 포도에 의해 순식간에 내코를 마비시켜버리는 달콤한 포도향.

검붉은 포도액이 제빠르게 내몸을 젖시는 순간,

굵은 손 하나가 순식간에 내 허리를 낚아채선.....날 확! 끌어당긴다.

순식간에 물컹한 뭔가가 내 입안으로 가득 차올랐다.

날 드럼통안으로 집어던진채....

그대로 드럼통밖에서 몸을 통에 기댄채 내 허릴 낚아챈 하균씨.

그의 뜨거운 입술이 순식간에 내 입술을 삼켜버렸다.

너무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

머리속이 온통 새하얗게 변해선.......

정신회로가 완전히 멈춰버린 그 순간에도....

내 입안에 가득 밀려들어온 하균씨의 혀는 거칠게 내 입안을 휘젖는다.

아무 움직임도 없는 내 혀를 끌어당겨선, 

자꾸 거칠게 엉켜선 깊숙히 파고들어오는 하균씨의 혀.

숨막힐정도로 입안에 가득 차올라오는 하균씨의 타액.....

정신없이 혀 감각을 마비시켜버리는 ..... 

햐균씨의 니코틴향에........

난 그만 파르르- 정전이 일듯 몸을 떨며........

그의 숨결을 삼키고야 말았다.

"하아....///...콜록...콜록........"

어느순간.........

정신없이 내입안을 휘젖던 하균씨의 니코틴향이 

살포시 내 입안에서 빠져나간다.

그러자 거친숨이 한꺼번에 토해져나오며.....

갑자기 터져나오는 잔기침.

아직도 여운이 남는듯.....

뜨거운 열기를 토해내는 하균씨의 뜨거운 입김이.....

내 입가에 간결히 머물른채..........

".....확인하고 싶었어........

또 우는지.....  내 키스에 왜 울었는지........"

귓가를 스치는 작은 바람결.

나직히 울리는..... 

하균씨의 목소리가 바람결에 스며 내 귓가를 잔잔히 멤돈다.

하아....///

아직도 내 입술로 촉촉히 스며드는 그의 뜨거운 숨결에.....

나도 모르게 눈빛이 일렁이는 순간,

또다시 하균씨의 격한, 뜨거운 숨결이 내 입술로 천천히 맞닿는다.

나도 모르게 그의 입술을.......

그의 숨결을..........

천천히 받아들이는 그 찰나..........

[퍽!!!]

어디서 날라왔는지.........

포도송이가 휙~ 하니 날아들어 하균씨의 옆얼굴을 강타해버렸다.;;;;;;

그 순간........

마치 최면에 걸리듯........

하균씨의 뜨거운 숨결을 찾던 난, 두눈이 번쩍!! 뜨였다.

뜨악!!!!!

내가...내가 대체 뭔짓을 한겨!!!!!!!!

저....저놈의 입술을 찾다니.........으아아아아악!!!!! 

어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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