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
[여자화장실]
아저씨가 나에게 안내해준, 자칭 여.자.화.장.실.
왜 하균씨가 뒷간이라고 했는지 이제서야 알았다.
대체 이게 언제쩍 화장실이란 말인가.....
푸세식에 그나마 화장실 문역활을 충실히(?) 수행하는.....
헝.겊.조.각.하.나.
거기다 이 화장실 누가 만들었지는...... 참 다용적이다.
헝겊을 내리면 - 여자화장실.
헝겊을 올리면 - 남자화장실.
하하...;;;;;;
요즘 유행하는 한 몸통에 2가지 기능 완비.......;;
"아이고..본가에 가야 제대로 된 화장실을 쓰는데....
본가가 여기서 좀 떨어져있어서.....서울서 온 아가씨가 괜찮을까모르겠네....."
"괜...괜....괜찮아요.;;;;;"
"일 다보면 저쪽에 있는 포도밭으로 와요.
도련님도 거기에 계실거에요."
"아.....예.;;;"
잔뜩 미안한 표정을 지어보이는 아저씨를 뒤로한채...
난 곧 나에게 닥칠 화장실 전용(?) 냄새방지용으로 숨을 크게 몰아쉬곤,
그대로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려....급한데 이곳도 감지덕지지.
그렇다고 이 나이에 숲에다 볼일을 볼수도 없는거구.........
휴우-
향긋한(?) 향과 거미줄을 벗삼아.......
부랴부랴 볼일을 보고....;;; 급히 밖으로 뛰쳐나왔다.
그제서야 밀려드는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가벼워진(?) 몸을 이끌고 아저씨가 갈켜준곳으로 터벅터벅- 발길을 옮기는 나.
이놈의 민하균.
날 이런 산골로 끌고와서 부려먹을려고 한게야.....
이건 도망치고 싶어도 못가잖어.....
"야!! 빨리와!!!! 포도 놀이당!!!!!"
"와아아아~~~~"
문득 동네꼬마애들이 한 무리를 지어선,
`와아~` 소릴지르며 어디론가로 내달렸다.
앞서 뛰어가는 아이들의 모습.........
바닥만 바라보며 혼자 궁시렁- 궁시렁- 볼멘 소리를 하던 내 시야가
자연스레 아이들의 뒷모습을 밟으며 들어지는 순간,
난 내 앞에 서서히 광대한 모습을 들어내는
포도밭의 모습에 놀라 그만 자리에 우뚝- 멈춰서버렸다.
어마어마하게....
끝도 없이 펼쳐져있는 포도밭.
이제 막 노을이 피기 시작한 하늘끝을 등지고.........
그 노을빛에 묘한 빛을 뿌리며 탐스럽게 주렁주렁 열려져있는 포도.
살포시- 내 머리결을 스치는 바람결.....
조용히 공중으로 흩어져버리는 달콤한 포도향.
무슨 용도로 쓰이는지는 잘 모르지만.....
성인 8~9 명정도가 거뜬하게 들어갈정도로 큰, 나무로 만든 드럼통이
4개정도 놓여진 포도밭 앞으로.......
아이들과 동네사람들의 웃음꽃이 만발한 그곳에....
담배를 입에 문채......
옅은 미소를 입가에 지으며 서서히 밀려드는 저녁노을빛속으로.....
날 지긋이 바라보는 하균씨의 모습이......
마치 그림처럼.....
....내 시야로 물들어갔다.
[두근...두근....두근........]
제길!!! 멋있다.
눈치없는 내 얼짱 탐지기가 벌렁거리기 시작하며......
그곳에서 시선을 떼지못한채 멍하니 서있는 나에게........
어느새 내 시선과 마주한 하균씨.
날 부드럽게 바라보며 다정스럽게 손짓을 한채.........
이렇게 외친다.
"....뛰.어.!!!!!!!!!
해지면 부려먹지도 못해!! 빨리 뛰어!!"
하균씨의 모습 주위로 펼쳐지는 한폭의 그림같은 풍경에
넋을 빼놓고 있는것도 잠시...... 저놈의 민하균.
멋떨어지게 담배 연기를 허공으로 내뿜은채,
날 지긋이 바라보며 하는말이............ 고작 저말이다.
우씨...뭐야....
해삼! 말미잘! 악마! 독종! 납치범!!!!!
우씨! 두고봐라! 울 하루한테 다 일러줄테다!!!!
혼자 오만상을 찡그린채 투덜투덜- 거리며 하균씨에게 다가가자,
뭐가 그리 재밌는지.....
날 바라보며 키득- 거리는 하균씨.
"...얼굴 표정, 기가 막히군. ㅋㅋㅋㅋ....."
키득- 거리는 하균씨의 말에 내가 도끼눈을 확! 치켜세우는 찰나.....
[푹!]
어디서 났는지 밀집모자 하나가
내 머리위로 푹! 씌워진다.
그리고 바로 내 품안으로 확! 밀려드는 바구니 하나.;;;;;
"후우~ 저기 사람들 하는거 보이지?
저쪽 쎅션에 들어가서 포도 바구니 꽉 채울만큼 딴 다음에
여기 앞에 있는 통안에다 넣으면 돼.
......설마 이것도 못하는 바보는 아니겠지?!..ㅋㄷ....."
"내가 이걸 왜 해야하는데요?!!!!"
"침.대.값. 큭큭....."
"........!!!"
"아, 글구...... 도망치고 싶으면 언제든지 도망쳐.
쿡...할수만 있다면 말이야! ㅋㅋㅋㅋ "
우씨!!
쳇!! 쳇!! 쳇!!! 이놈의 포도 다 따서 밟아 버려야지!!!
"아!! 포도 한 알이라도 떨어뜨리거나 나무 손상입히면....
빚이 배로 늘어나는거니깐 알아서해! 쿡........"
허걱.........
역쉬 저놈은 뭔가가 있는게얌.
어찌 내 속을 저리 훤히 알아보누..........제길!!!!!!!
[후우~]
완존 울상이 된 나에게 키득- 웃으며 불쑥 내 얼굴앞으로 바짝 다가오는 하균놈.
옅은 조소를 띄운채 아주 여유만만하게
담배연기를 내 얼굴로 내뿜어버리는 이놈의 나뿐 하균놈!
[콜록- 콜록-]
눈 부라리며 녀석을 꼴아보지만.........
결국 나에게로 돌아오는건.....
담배연기로 인한 기침과 쓰린 눈물뿐.
난 울상을 지은채 터벅터벅- 포도밭안으로 들어갈수밖에 없었다.
제길!! 오늘 재수 더러운 날이야!!
으아아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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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늑대와의 동거일기 written by buru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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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균도련님, 그런 미소 오랜만에 보네요."
어린아이처럼 투덜투덜- 거리며 포도밭안으로 들어가는 현진을
피식- 웃으며 바라보는데....
어느새 내옆으로 다가 왔는지.....
이곳에 도착하자말자 날 반겨줬던 정겨운 허아저씨의 목소리가 울렸다.
[후우~]
입한쪽- 꼬리에 질끈- 깨물고있던 담배를 다시 입가운데로 옮겨선,
깊이 한모금을 들이킨채 긴 숨을 토했다.
그러자 허공으로 내뿜어지는 담배연기가......
막 하늘로 피기 시작하는 노을빛속으로 허망하게 흩어져내린다.
"......도련님, 오늘 참가하실거죠?"
"쿡...네........
............확인해보고 싶은게있거든요.....쿡쿡..........
...아저씨.........."
"예, 도련님."
"....`포도놀이` 오늘 제가 먼저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