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7월.
하루가 기필코 내 배에 점을 새겨야만한다고 늑대처럼 울부짖으며...
나에게 달려든채로 배꼽근처에 잔뜩 새겨둔 키스마크가
서서히 옅어져갈 그무렵.......;;;
내 주위에 몇가지 이상한 낌새가 감지되었다.
그 첫번째는 하루녀석이다.
요즘 그녀석, 뭔가 나에게 숨기는듯 혼자 자리에 앉아 고민하는 일이 많아졌다.
저자식 절대 고민하는 스타일이 아닌데.....
"야! 나 출근한다."
"....어?...어...."
[삐약~ 삐~]
"웅, 우리 마루도 집 잘 지키고 있어.
야!! 이하루, 집에서 빈둥거리지만 말고 청소좀해라! 알겠어??!!!"
출근하며 버럭- 소리치는 날 힐끗- 바라보더니....
그저 손하나 까닥- 들어보이곤
다시금 자신만의 세계로 빠져들어가는 저자식.
뭐야? 마루까지 이렇게 대문앞까지 뛰쳐나와 인사를 하는데....못쓸넘.
역쉬........수상해!!......수상하다구!!!
이렇게 이상한 하루를 뒤로한채 오피스텔 건물밖으로 나서면...
또 다른 하나의 기이한 현상이 펼쳐진다.;;;;;
"야, 나왔다!!"
"어디? 헉.... 진짜 저 여자야?"
"응, 그렇다니깐."
"뭐야, 저여자!!"
바로 이거다.;;;
언제부턴가 내가 출근하려고 오피스텔 길밖으로 나설때마다 .......
이렇게 내 귀로 몇명의 기지배들이 쑥덕쑥덕 거리는 환청이 들린다.;;;;
`어떤놈들이야!`
제빨리 고개를 돌리며,
무섭게 도끼눈을 치켜뜬채 레이더망을 펼쳐보지만.....
[쉭- 쉭- 쉭-]
마치 무협영화의 한편을 보듯..;;;
오피스텔 화단을 흐트러트리며 날 바라보던 인기척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다.
쳇..... 짱 열난다!!
대체 이게 몇일째야!!!
어떤것들인진 내 모르지만 숨어서 쑥덕대지말고 앞으로 나오란말야!!!!
며칠동안 계속되는 이 기분나쁜 일에....
잔뜩 짜증섞인 얼굴로 투덜투덜 거린채 다시 몇발자국 앞으로 발을 내딛는데....
[쉬이익-]
순간 바람을 가르는 기이한 소리가 내 귀를 빠고 들었다.
그 소리에 흠짓- 놀라 제빨리 고개를 돌리자....
[퍽!!]
여지없이 내 얼굴을 강타하는 물컹한 풍선.
얼굴에 부딪치자말자 `퍽!` 하고 터져선.....
붉은 물감이 섞인 물이 벌컥- 그안에서 쏟아져나왔다.
"까아악!! 이게 뭐야!!!!"
"살충제~ 치이이익~~~~~~!!! 꺅꺅꺅꺅~~~~~~ "
온통 붉은색으로 뒤덮여 버럭- 소릴지르는데...
갑자기 내 앞으로 뛰어나오는 몇명의 여고생들.;;;;
나한테 아주 깜.찍.(?)하게 살충제 뿌리는 포즈를 취하고는,
그대로 기쁨의 함성을 내질르며 줄행랑을 친다.
살충제라..?! 왠지 낯설지 않은 이 단어.
역쉬...그랬군.
그놈의 얼.짱.사진때문이었어!!!!
분명 하루녀석의 얼짱 사진으로 사모임을 조직한,
자칭 `하.루.폐.인.` 조직년들이 분명했다.
으으으으으~~~~~
끓.는.다.
이.......하루!!!!! 이하루!!!!! 이하루!!!!!
이게 다 네놈때문이야!!!!!!!
으아아아아아악!!!!!!!!!!
회사휴게실.
영은을 만나 커피를 마시며 아침에 있었던 일과 하루자식 욕을 실컨하자,
자지러지게 웃는 기지배.
"풋하하하하!! 그래서 걔들 그냥 보냈어요?"
"그럼 어떻해...... 옷은 젖었지, 출근은 해야겠지. 걔들 잡는게 문제냐.
집에 다시 들어가서 제빨리 옷갈아입고 바로 출근하기 바쁘지....
거기다 하루 그자식은 잼있다고 혼자 낄낄거리구....
어휴...열받어!! 열받어!!
이게 전부 그놈의 얼짱인지 뭔지 하는 사진 때문이야!!
첨에 봤을때 사이버경찰에 확 신고를 했었어야 했는데.......
글구 걔들이 뭘 몰라요!!
그때 하루가 스컹크처럼 방구를 붕~ 끼는 소릴 녹음해서
그 웹에다 올려놔야 했는데....으휴...열받어. "
"풋... 어쩌나..... 그 사진 덕분에 더 재밌는 일이 벌어질텐데..."
"??....무슨소리야??"
"풋....궁금해도 조금만 참아요.
오늘 오후 회의때면 다 알게 되니깐. "
"근데 ..... 아무리 내 디자인이 채택됐다지만.....
왜 내가 이번 광고일까지 끼여야해?
너처럼 디자인 일하며 광고일까지 할정도로 나 유능하지않은데...."
"쿡...... 걱정마요. 광고일은 언니가 덤이거든요."
"덤?! 덤이라니??"
"풋....좌우간 회의때 오면 알게되요....
이번에 언니가 디자인한 남자 속옷, 확실히 돋보이게 입어줄 모델.
그리고 사진작가까지 내가 엄청 힘들게 구했으니깐....
언닌 걍 님도 보고 뽕도 따고~ 쿡크크크..."
"뭔소리야......;;;;;"
"좌우간 회의때 샘플 속옷 가지고 오는거나 잊지마요~
쿡...... 고럼 회의때 봐요~~ "
대체 무슨소리인지.....;;;;
혼자 알지못할 소릴 해대며 방긋- 미소를 지어보인채 사라지는 울 영은양.;;;
그런 영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난 그저 뻘춤한 표정을 지은채 자리에 앉아 커피를 홀짝~ 홀짝~ 마실뿐이었다.
근데 왠지 태풍전야같은 느낌이 드는건 왜일까?!
이상해........
[삐이-]
문득 내귓가로 퍼지는 문자메세지 소리에
무심코 핸폰 폴더를 열었다.
알지못하는 전화번호와 함께 액정에 뜨는 문자메세지.
[왼쪽으로 고개 돌린다! 실시! ]
황당한 메세지에 눈쌀을 찌푸리며....
메세지 내용대로 왼쪽으로 고개를 확 돌렸다.
어떤넘이 겁도 없이.
이빨을 부득- 갈며.....도끼눈을 무섭게 내리꽃는데......
헉쓰!!! 이게 누구야?!!!!
귀신처럼 무섭게 쫙~ 찢겨진 내 도끼눈이 순식간에 놀란 토키눈으로 변해선
내 눈망울로 번져들어가는 사람은....
바로 하균...... 민하균이었다.
저쪽 벽에 기댄채,
불도 붙지 않은 담배 한개비를 입에 질끈- 물곤....
날 지긋이 응시한채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어보이는 하균씨.
오늘따라 반무테안경을 쓰곤,
말끔하게 정장을 차려입은 하균씨의 그림같은(?) 모습에....
나도 모르게 입이 벌어졌다.
정말 이상황에서 이런말 하고 싶진 않지만.......
제길.....저사람..............
정말 분위기 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