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2화 (62/65)

공항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건 커다란 프로펠러가 각 날개 아래에 하나씩 달린 수송기였다. 전체 길이는 약 30미터가 조금 안되었지만 둔중한 생김새가 퍽 인상적이었다. 한 명의 조종사와 두 명의 크루가 우리를 맞이했다. 크루 중 한 명은 군의관이라고 했다. 뭐야. 그럼 이 수송기는 군 소속인가? 비록 크루들이 군복을 입고 있지는 않았지만 어쩐지 동작에 절도가 있었다.

저희가 모시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이쪽으로 오시죠.

밝게 웃는 크루의 안내에 따라 비행기에 올라탔다. 승객 수송이 전문인 여객기처럼 편안한 좌석은 아니었지만 그리 나쁘지 않은 좌석이 앞열에 준비되어 있었다. 맞은 편에는 위성에 연결된 전화기와 TV까지 준비되어 있었다. 불과 며칠 전, 그 참혹한 일을 비행기에서 겪었는데 또 타게 되는 게 두렵기도 했다. 슬쩍 유진을 돌아보니 녀석의 표정은 전혀 변화가 없었다. 그런 녀석 앞에서 떠는 모습을 보이기가 싫어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하며 올라탔다. 유미의 관도 함께 실렸다. 더 이상 태울 인원도 없기에 그대로 후미 도어를 닫고 이륙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활주로를 달리는 동안은 비교적 덜컹거리는 바람에 조금 쫄기도 했지만 이내 이륙이 끝나고 하늘로 날아오르자 떨림은 이내 멈추었다. 

새벽부터 일어나 준비를 하느라 피곤했기에 유진의 옆자리에서 조금 잤다. 한숨 자고 일어나 군의관에게 도착 시간을 전해듣고 지나와 태근이 형에게 연락을 했다. 다시 유진의 곁으로 가서 시간을 보냈다. 저녁 무렵에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다시 보게 된 한국의 모습이 감격스러웠다. 감격에 취해있을 틈도 없이 서둘러 출국장을 빠져나왔다. 괌 참사의 생존자를 취재하겠다는 기자들을 간신히 따돌리고 태근이 형이 보내준 미니버스을 통해 공항을 떠날 수 있었다. 캐딜락 영구차 한 대가 우리 뒤를 따랐다. 차는 우리와 유미를 싣고 그녀의 집 근처에 있는 한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수고...많았다.

 아니에요. 형. 형이 더 수고 하셨어요.

 유진이는... 괜찮니?

빈소에 도착하자 형이 나와서 나와 유진을 맞이했다. 유진이는 형을 빤히 올려다보더니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형은 유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눈물을 삼켰다. 검은 정장을 입은 형은 오른 팔에 흰색으로 된 천띠를 매고 있었다. 모상(母喪)의 표식이다. 작은 부분이지만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단, 유진이에게 출생의 비밀에 대한 것을 유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는 점을 형에게 미리 일러주었다. 그는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고. 유진아... 유진아....흑흑흑흑...

작은 빈소는 ROSE에서 온 아가씨들로 꽉 차 있었다. 그녀들은 번갈아 돌아가며 다같이 유진을 끌어안고 눈물을 펑펑 흘렸다. 누구보다 정이 많은 아가씨들인지라 마담의 변고를 몹시 안타까워 했다.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는 유진의 모습을 보며 더욱 슬퍼하며 자기 가슴을 치곤 했다. 모르는 아가씨들도 꽤 있었다. 하나 같이 풍성한 검은색 옷을 입고 음식을 차리고 손님을 맞이하는 등의 일을 하는 그녀들이 누구인지 형에게 묻자 자기 집에서 일하는 고용인들이라고 했다. 그러고 보니 그 중 한 명은 예전에 효진과 함께 소란이의 빈소를 찾았던 사람이었다. 날 알아보고 고개를 숙였다. 나 역시 마주 인사했다.

싣고 온 관을 병풍 뒤에 두고 다시 제사상이 차려졌다. 오늘로부터 삼일상을 치르게 된다. 유미의 영정 사진은 그녀가 유진이와 함께 놀러갔을 때 찍었던 사진에서 얼굴만 따온 것이었다. 환하게 웃는 그녀의 얼굴이 흑백으로 자리하고 있어 더 서글펐다. 향에 불을 붙이고 잔을 올리는 사람들을 보면서 유진의 곁을 지켰다. 녀석은 예전에 소란의 빈소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아무 말 없이 쭈그리고 앉아 영정만을 지켜보고 있었다.

아이고....아이고.....

ROSE 아가씨들이 곡을 하며 퍽 많은 눈물을 흘렸다. 태근이 형도 가끔 아주 벌개진 자기 눈을 비비며 애써 바쁜 척 했다. 어떻게 연락이 닿았는지 모르겠지만 제법 많은 사람들이 오고갔다. 개중에는 유진의 담임인 지애나 유진이와 같은 반 친구인 녀석들, ROSE의 거래처 사람들처럼 내가 아는 사람도 제법 있었지만 전혀 모르는 사람도 꽤 있었다. 빈소 입구를 채우고 있는 조화에 달린 단체나 조직의 이름을 보아도 모르는 것 투성이다. 대체 유미는 어떤 인간관계를 얼마나 맺고 있었는지 모를 여자다. 

선영은 오지 않았다. 지나에게 물었더니 그쪽으로 편지는 보내놓았다고 했다. 전화 연락처는 알지 못한다. 나는 지나에게 편지보다는 사람을 보내 직접 전달하라고 일러두었다. 내가 알기로 그녀가 지내는 곳은 산 속에 있어서 우체부도 일주일에 한 번 들어갈까 말까한 곳이었다. 발인 전에는 선영이 여기에 왔으면 싶었다. 유진에게는 위로가 필요했다. 원래 상주는 유진이었지만 실질적인 상주 노릇은 나와 태근이 형이 나눠 맡아 하고 있었다. 그와 내가 나란히 서서 영정 앞에서 찾아오는 손님들을 맞이했다. ROSE 아가씨들이 나는 몰라도 저 사람은 왜 저러고 있냐고 형을 가리키며 내게 묻기에 그냥 그런 게 있다고 둘러대었다. 하긴 이상하기도 할테다. 속으로 생각했다. 언제고 유진이에게도 제대로 말해두어야 겠다고....

하루가 지나고 또 다시 찾아온 밤이 깊어간다. 이틀째의 자정이 넘어가자 손님이 뜸해졌다. 내일이면 발인이다. 선영에게 보낸 사람을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자리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는 유진에게 내 옷을 덮어준다. 음식이나 술이 모자라지는 않은지 선미를 불러 점검하고 있는데 입구에서 잠시 소란이 일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내다보니 검은 옷을 입은 일단의 무리가 들어오고 있었다. 하나같이 덩치도 커다랗고 험상궂게 생긴 것이 꼭 조폭 같았다. 무슨 일인가 싶어 바짝 긴장하고 있는데 그 무리 안에서 아는 얼굴이 나와 내 앞에 섰다. 하나도 아니고 둘이다.

리사야.... 그리고.. 마리야....

몇 달 전, 결코 좋게 끝났다고 말할 수 없는 사이의 여자가 한꺼번에 둘이나 나타나니 난 당황하고 말았다. 그녀들의 뒤에 버티고 서 있는 예린의 선글라스가 유난히 번뜩인다. 쌍둥이 자매는 내게 가볍게 고개를 숙여보이고는 영정 앞으로 가서 향을 올리고 절을 했다. 서둘러 상주 자리로 가서 맞절을 하고 일어나 그들의 인사를 받았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똑같은 목소리, 똑같은 톤이 동시에 들리니 조금 이상했다. 

먼 길...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애써 감정을 억누르고 대답한다. 날 바라보는 리사의 표정이 기묘했다. 걱정과 안도, 한숨과 감탄이 반반씩 섞인 얼굴이었다.

식사....내줄까?

 아뇨. 저희는 상경하면서 다같이 먹고 왔어요.

서 있기도 뭐하고 해서 리사와 마리, 그리고 내가 한 상을 두고 자리에 앉았다. 예린은 검은 정장의 남자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꽉 차있던 빈소가 조금 헐거워진다.

많이 걱정했어요. 게다가 처음 속보에는 오빠가 사망자 명단에...

 아, 그거... 그래... 사실은.... 내가 갔어야 하는 건데...

 오빠!

한숨 쉬는 날 책망하듯 말하는 리사의 말투에서, 그녀가 여전히 날 걱정하고 생각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 착잡한 표정의 마리 역시 말은 없었지만 표정만으로도 리사와 똑같은 마음을 내게 보내고 있었다. 리사는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가신 분은 안되었지만, 그래도 오빠가... 아무 일 없다는 게 저희는 정말....

 그래. 고마워. 이렇게 멀리까지 와주고...

선미가 내어온 맥주를 따서 리사와 마리에게 따라주었다. 잔을 손에 쥔 마리가 뜨문뜨문 말했다.

처음에는 언니가 그 보고 한번 까무라쳤다가..... 괌에 확인하러 가겠다꼬 방방 뜨는 걸 뜯어말리느라 고생했심더...... 나중에 지가 알아봐가 서울에 효진 언니야랑 연락이 닿아가꼬.....

리사는 부끄럽다는 듯이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가슴이 짠했다. 마리가 전하는 리사의 반응도 그렇고 효진에게 연락했다는 마리의 행동도.... 참 미안하고 미안했다. 난 그녀들에게 실망만 주고 그렇게 놓아버렸는데도 그녀들은 여전히 날 붙잡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 마음에는 더 이상 보답할 수 없다.

오빠는 이제... 어떻게 하실 생각이에요? 지금 하시는 일이.... 그거라고 들었는데요.

ROSE 아가씨들은 날 사장님이라 불렀다. 빈소 내에서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말투를 들어보아 리사는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녀에게 내가 하는 일이 무언지 단 한 번도 이야기한 적이 없는데도, 어쩐지 그녀가 내 일을 알고 있는 게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무척 자연스러웠다. 여태까지 내가 생각하고 있던 것을 털어놓는다.

계속... 할 생각이야.

 오빠, 오빠는 학생이잖아요. 그리고 그 일은... 결코 깨끗한 일만은 아니라는 거, 아시잖아요.

리사의 말투에서 어떤 경험 같은 게 묻어났다. 예전에 그녀가 했던 말이나 행동들을 조심스럽게 떠올려 본다. 지금의 말에 담긴 의미를 생각한다. 그러고 나니 그녀 역시 결코 양지에서 일하는 사람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대답을 않자 그녀의 원망어린 목소리는 이어졌다.

그런데도, 계속... 하시겠다구요? 정말로요?

대답 대신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유진이가 기대 앉아 있는 곳을 쳐다보았다. 내 시선이 머무르는 곳을 눈치챈 리사는 침묵했다. 그녀의 침묵은 많은 것을 담고 있었다. 난 다시 고개를 돌려 리사와 마리를 보며 말했다.

미안....정말....미안하다. 난 저 아이를 저대로 둘 수 없어.

 .....

 어떤 흑심이 있다거나... 그 가게를 어떻게 하겠다는 생각이 있는 건 아냐. 값싼 동정이나 연민도 아냐. 그저 내가 지금 있는 곳에서, 내 손에 닿는 곳에 한 아이가 있는데.... 그 아이의 손을 놓을 수가 없어. 당분간은 학교도 쉴 생각이야. 자리가 잡힐 때까지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생각이다.

이것이 내 대답이다. 

결국 오빠는....마음을 그렇게 정하신 건가요?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묻는 마음이 뭘 뜻하는지 모르지 않았다. 마음은 아팠지만 애써 힘주어 답한다.

그래.

내 대답에, 마리는 울었다. 리사 역시 눈가가 빨개졌지만 이내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손가방에서 뭔가를 꺼내어 내게 내밀었다. 명함이었다. 그녀는 다소 딱딱한 목소리로 말했다.

뭔가 어려운 일이 있거나 사람이 필요하면 연락주세요. 조만간, 서울 사무소도 개설할 계획이니까요.

아주 예전에 예린에게서 받았던 것과 같은 종류의 명함이었다. 경남산업개발이라고 찍힌 상호명 아래 실장 김리사이라고 적혀있었다. 이전까지 그녀는 자신이 무얼 하는지 내게 감추고 싶어했지만 이제는 그러지 않는다. 이런 명함을 건넨다는 게 그녀와 나 사이에 놓인 어떤 관계를 단절하겠다는 의지인 동시에 또 다른 관계를 만들겠다는 신호로 보였다.

그럼, 저희는 길이 멀어 먼저 일어나겠어요. 다음에... 다시 뵐게요.

 그래. 정말... 고마워.

 뭘요.

리사와 악수를 나누었다. 작고 가느다란 손 자체에 담긴 약력이 그리 크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 손 아래 움직일 사람들을 떠올린다. 마리의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녀석은 유진이에게 전해달라며 작은 뭉치 하나를 남겼다. 

나오진 마세요. 자리 지키셔야죠.

리사의 만류에 문가에서 그들을 배웅했다. 그들이 나가고 문이 닫히기 직전, 날카로운 눈빛을 한 남정네들이 이쪽을 쏘아보고 있는 걸 보며 잠시 서늘한 기분이 들었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 자리로 돌아가던 난, 손에 들린 뭉치를 바라보았다. 살짝 펴본다. 종이에 감춰진 그것은 아주 작은 허브 화분이었다. 계란만한 크기의 화분에 이제 갓 싹을 틔운 푸른 식물이 심어져 있다. 화분 겉면에 이런 이름표가 붙어있었다. Rosemary 쓴웃음을 지으며 다시 잘 감싸 유진의 곁으로 갔다. 녀석의 옆에 내려다놓고 다시 일어나려는데 어쩐지 이 녀석... 자고 있지 않은 것 같다. 살짝 볼을 찔러본다. 그리고 살짝 엄포를 놓듯 말했다.

......안 자는 거 보인다.

그러자 녀석이 긴 속눈썹을 파르르 떨며 가만히 눈을 떴다. 다소 부끄러워하는 기색이 엿보인다. 아까 내가 앉아서 리사와 대화를 나누던 곳까지는 불과 3미터도 되지 않았다. 표정을 보아하니 아까의 대화를 다 듣고 있었던 모양이다.

들었어?

고개가 끄덕끄덕.

그래. 니가 들은대로 ROSE나 유진이 너, 둘 다 내가 제대로 관리해야지 어쩌겠니. 하나는 물가에 내놓은 애고, 또 다른 하나는 물에 떠내려 가게 될 지경인데....

유진이가 여전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날 빤히 쳐다보았다. 여태 인형처럼 무표정하던 녀석의 얼굴에 모처럼 화색이 돈다. 조금 골려주고 싶은 마음에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아직 장가도 못 갔는데 이런 혹이 들러붙다니... 어쩌면 좋냐. 히유우....

과장되게 한숨을 지으며 말하자 유진이가 손을 들어 자기 자신을 가리킨다. 그게 무슨 뜻인지 뻔히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한다.

그래도 젊은 사장님이니까 아가씨들은 좋아하더라. 은근히 나한테 몸으로 어택도 하고...

이런 말까지 하자 이번에는 유진이가 내 손을 들어 자기 입으로 가져갈 자세를 취한다. 얼른 손을 빼내고 대신 마리의 선물을 녀석의 손에 들려주었다.

그 녀석 딴에 널 생각해서 가져온 건가 봐. 집에서 두고 잘 키워.

유진이 그걸 받아들었다. 열어보더니 마음에 들어하는 눈치다.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있자니 선미가 내게 다가와 말했다.

효진 아가씨가 오셨는데요.

 아, 그래요?

일본에 있다던 녀석까지 돌아오다니... 하긴 녀석도 유미를 새엄마로 맞이했던 녀석이니 아예 관계가 없는 건 아니었다. 유진을 두고 일어나 문가로 갔다. 검은 정장 차림의 효진이 들어와 내게 고개를 꾸벅했다. 녀석은 이미 형에게 전해들었는지 호칭을 꺼낼 때 퍽 조심스럽게 말하는 눈치였다.

유....진이 어머님, 나이도 젊으신데 안타깝게 되었구나.

 그렇지, 뭐. 먼데서 와줘서 고마워.

 아냐, 내가 뭘. 당연히... 왔어야지.

효진은 혼자 오지 않았다. 그녀의 등 뒤에는 하영도 있었다. 어쩐지 그녀의 표정이 퍽 복잡해보였다. 그녀는 내게 물었다.

당신이... 어째서 상주 역할을 하고 있죠?

 유미 씨와 같이 일하고 있기도 했구요, 유진이와 아예 모르는 사이도 아니라서...

 그렇다고 그렇게까지...?

 유진이가 지금 많이 안 좋습니다. 충격으로 실어증 증세를 보이고 있어요. 그래서 제가 맡았습니다. 그런데 그건 왜요?

전후 설명을 들은 그녀는 잠시 입을 다물고 있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습니다.

무언가 더 할 말이 있는 듯한 표정이었지만 입을 다물었다. 왜 그러냐고 물어보려는데, 효진이 내게 다가와 물었다.

저기, 말야. 한석 군.

 응? 왜?

 우리... 아버지도 같이 오셨거든. 조문하고 싶으시다고.

 아.....

효진의 아버지라. 그렇다면 태근이 형의 아버지인 동시에 유미의 전 남편이 된다. 묘한 기분이 들었다. 나도 모르게 유진을 돌아본다. 유진이는 손에 들린 미니 화분을 유심히 들여다 보고 있느라 이쪽은 신경을 안 쓰고 있었다. 효진에게 말했다.

그래. 어차피 가는 길이니까 인사할 수 있도록 해드려.

 알았어.

효진은 내 허락을 받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잠시 후, 40대 후반 정도로 되어보이는 한 아저씨가 효진과 함께 들어왔다. 효진과 태근이 형의 아버지라면 적어도 50대에서 60대 정도 일거라고 생각했는데 관리를 잘 받아서 그런지 최소 얼굴만 놓고 본다면 40대 초중반이라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였다. 게다가 꽤 미남이었다. 나이가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살짝 주름 진 눈매나 뚜렷한 이목구비에서 뿜어지는 중후한 매력이 있었다. 젊었을 때, 그러니까 유미와 함께 있던 시절에는 더 잘 생겼을 것 같다. 빈소에 들어선 그에게 인사했다.

어서오십시요. 박 회장님.

그의 이름은 알지 못하지만 그를 부르는 호칭은 이미 한번 들었기에 알고 있다. 그는 날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부담스러울 정도였다.

자네, 인가?

 네?

초면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날 매우 잘 안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왜 그러냐고 싶어 물어보려고 하는데 무언가 퍽- 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발 밑이 무언가로 더럽혀진다. 뭔가 싶어 돌아보니 아까 마리가 유진이에게 주었던 미니 화분이 깨어져 바닥에 파편으로 굴러다니고 있었다. 담겨 있던 흙은 사방으로 퍼져있었다. 유진이가 집어 던진 건가? 깜짝 놀란 내가 돌아보자 거기에는 새하얗게 질린 표정의 유진이가 서 있었다. 녀석은 손을 들어 더듬거리는 말로 외쳤다.

다...당신이....여길....대체...왜.....

녀석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사람은 명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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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진이 가리킨 사람은 다름 아닌 박회장이었다. 주변 사람들 모두가 난데없는 소동에 깜짝 놀라 이쪽을 주목한다. 유진이가 박 회장을 지목한 것도 지목한 것이지만 지난 며칠 동안 잃어버렸던 목소리를 되찾았다는 사실에 난 더욱 놀랐다. 유진이에게 다가가 묻는다.

왜 그래? 유진아, 이 분은 말야.....

 나...난...기억.....

감정이 격해지는 듯, 유진은 울먹이며 말을 채 잇지 못 했다. 그런 유진을 빤히 쳐다보던 박 회장은 이내 몸을 돌려 영정 앞으로 갔다. 향은 올리지만 절은 하지 않았다. 그저 앞에 무릎꿇고 앉아 한참을 유미의 얼굴만 바라볼 뿐이었다. 그리고 그는 금방 몸을 일으켜 이쪽으로 돌아와 유진과 나를 마주했다.

네가, 유진이구나.

그의 말투는 비교적 온화했지만 그렇다고 막 애틋하지는 않았다. 자기 딸을 대하는 태도라고 보기에는 사뭇 이상했다. 그러는 동안 숨을 제대로 들이킨 유진이가 이를 악물고 외친다.

당신은... 당신은.... 날 거부...했잖아! 그런데 무슨 낯으로 여길...

흥분한 유진과 달리 박 회장의 말투는 평온하기 이를 데 없었다.

거부했다니. 언제 그랬지?

 엄마가... 엄마가 당신에게 날 안아보라고 했지만, 당신은 안지 않겠다고 했어. 그렇지?

그러자 박 회장의 얼굴에 놀라운 빛이 스쳤다. 그는 혀를 차며 말했다.

미자의 말이 사실이었군. 설마 그 때의 일을, 넌 다 기억하고 있단 말이니?

 그래! 엄마가 당신을 위해 차렸던 밥상도! 당신이 입고 온 옷도! 그리고 당신이 엄마에게 한 말도! 그리고 엄마가 당신에게 뭘 부탁했는지도 말야!

유진의 목소리는 조금 갈라져 있긴 하지만 결국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모두 쏟아내었다. 악에 바친 유진의 태도와는 달리 박 회장의 얼굴은 오히려 더 흥미롭다는 표정이었다.

그래. 미자는 나에게 너가 이제 갓 두돌이 되었다면서 한번 안아봐달라고 했었지. 하지만 난 안지 않았어. 내가 왜 안지 않았는지, 넌 그것도 기억하고 있는 거니?

 내가 당신 딸이 아니라면서. 그래서 안지 않겠다고 했잖아.

 굉장하군. 설마 미자가 네게 나중에 따로 이야기해 준 건가?

유진이가 악을 쓴다.

엄마가 그럴 리가 없잖아!

그러자 박 회장은 허탈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 그녀 성격이라면.... 그러고도 남지.

한 사람을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저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난 입을 딱 벌렸다. 유진이의 천부적인 기억력에 대해서는 이미 들어알고 있었지만 이런 식으로 재차 확인받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박 회장의 태도로 보아 지금 유진이가 하는 말은 모두 정말 있었던 일인 모양이었고 게다가 그 일은 녀석이 만 두 살때의 일인 모양이었다. 그걸 정말 기억하는 거냐!! 

더군다나 박 회장은 엄청나게 터무니 없는 이야기를 아주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직접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는 태근이 형이나 효진이는 물론 하영을 비롯한 제삼자들까지 얼굴이 흙빛으로 물드는 걸 보아 이 대화는 지금 결코 범상한 것이 아니었다. 차분하게 말하는 사람은 오직 박 회장 뿐이었다.

넌 내 딸이 아니지만, 그래도 미자가 한 때 내 부인이었단 사실은 변하지 않아. 그래서 난 조문을 하려고 왔다. 그걸 네가 막을 이유는 없을 것 같은데?

어찌 들으면 그의 말투는 유진이와 조금 비슷했다. 자기 할 말은 아주 얄밉게 따박따박 하면서도 상대의 반박은 허용하지 않는다. 말문이 막힌 유진이가 토해내듯 간신히 말했다.

나...난, 당신이 싫어.

그렇지만 박 회장은 그런 유진이의 반응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보였다.

그렇구나. 네게 이름을 지어준 사람이 나인데도, 그래도 싫단 말이냐?

 당신 딸도 아니라면서!

 내 딸은 아니지만, 내 여자의 딸이었지.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싫어! 싫다구!

악을 쓰는 유진의 어깨를 당겨 내 품안에 넣는다. 내 배에 얼굴을 파묻은 유진은 그제서야 밸브가 고장난 수도꼭지처럼 펑펑 울기 시작했다. 내 셔츠를 적시며 우는 유진의 등을 토닥인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박 회장은 내게 눈인사를 보내고 몸을 돌려 빈소를 나갔다. 태근이 형과 효진, 하영과 선미가 그를 따라나갔다. ROSE 아가씨들 몇 명이 이쪽으로 다가와 우리를 감싸고 유진을 위로했다.

한참을, 정말이지 아주 한참을 서럽게 울던 유진은 결국 몹시 지쳐 그대로 잠이 들었다. 지난 며칠동안 흘렸어야 할 눈물을 지금에서야 비로소 다 흘린 것 같다. 빈소 옆에 자리한 작은 방에 녀석을 눕혀 재웠다. 누워있는 녀석의 곁에 앉아 어깨를 토닥이면서 생각했다. 아주 예전에 그런 일이 있었다. 과외를 가던 길에 로드킬 당한 강아지 한 마리를 발견하고 그걸 들고 아파트로 들어가 화단에 묻어주었다. 그 바람에 피와 흙범벅이 된 채로 과외를 하러 갔더니 유진은 내게 샤워를 시키고 옷을 내주었다. 그러면서 그런 말을 했었다.

- 내가 죽으면 그 사람이 날 안아줄까요?

그때는 그게 뭔 뜬금없는 소리인가 싶었는데 이제서야 유진이가 말한 그 사람이 누구인지 깨달았다. 유진은 그 말도 안 되는 탁월한 기억력을 통해 자신의 아버지, 아, 아니구나. 엄밀히 말하자면 자기 엄마의 남편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에 대해 원망을 가지고 있었다. 자기 딸이 아니라고 자신을 안아주지 않았던 그에 대한 미움을 간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건 순전히 내 생각인데, 아마도 유진이는.... 그런 아픔과 상처에도 불구하고 그가 자신을 안아주길 바라고 있었다. 남들은 다 가지고 있는 아버지가 없는 자신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하고 생각을 거듭했겠지.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난 그 감정을 이해할 수 있다. 나 역시 그러했으니까.... 그런데 이렇게 황망하게 자신의 엄마가 떠나고 없는 지금, 그를 보게 되자 그런 복잡한 마음이 폭발한 모양이다. 눈물 자국이 선명한 녀석의 얼굴이 못내 안쓰러웠다. 아무리 똑똑해도 결국 아이는 아이였고, 누구보다 아픈 상처를 깊이 감추고 있던 아이였다.

그나저나 유진의 생부가 박 회장이 아니라니, 그러면 또 이야기가 복잡해진다. 여차하면 유진이에게 태근이 형이나 효진의 존재를 알려, 네가 결코 세상에 혼자 있지 않고.. 네 오빠와 언니가, 그리고 아버지가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 말해주려고 했는데... 으아아아아. 유미는 대체 뭘 어떻게 한 거야. 결혼은 박 회장과 하고 아이는 다른 사람과 가졌다? 대체 어떤 놈이랑? 게다가 결혼 기간중에? 그러면 간통이고 불륜이잖아!! 그녀의 사고 방식은 정말이지 내가 천년을 살아도 이해 불능이다. 하아. 머리가 터질 것 같다. 물론, 내가 천 년을 살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잠들었어?

쪽방의 입구에 태근이 형이 나타났다. 회장을 배웅하고 돌아오는 모양이었다. 그는 내 옆에 와 앉아 유진이를 물끄러미 내려다 보았다. 그의 표정도 몹시 복잡해 보였다. 그는 한참이나 망설이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아버지가 하신 말씀은... 나도 처음 듣는다. 미자 누나를 그렇게 다시 만나고 나서 당연히 이 아이가 내 동생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왜요? 귀여운 동생 생겼다가 없어져서 서운해요? 하긴... 효진이가 귀여운 것과는 거리가 제법 있는 여동생이긴 하죠.

자못 농을 섞어 말하자 그는 쓰게 웃으며 답했다.

우리 아버지 딸이 아니라고 해도, 난 얘가 내 동생이라고 생각하련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미자 누나의 딸인데, 내가 모른 척 할 수 있나. 앞으로 이 아이가 살아가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도와줄 생각이야.

그의 마음 씀씀이가 퍽 고마웠다. 그 발단이 자신의 첫사랑에 대한 것이라고는 해도... 이제 아무도 없는 유진에게는 큰 도움이 되어줄 것 같다.

고마운 말씀이에요. 근데 형만큼은 아니지만... 얘도 먹고 살 정도는 가지고 있어요. 유미가 준비를 많이 했거든요.

 그래? 네가 사장이 되었다는 그 가게 말이야?

 그것도 그거고... 뭐, 다른 거 이것저것이요.

 그거야 네가 알아서 할 문제고... 하아. 이래저래 머리 속이 복잡하구나.

 나도 그래요.

형과 나는 발인 절차에 대해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가 일어나려고 하자 그는 유진이가 깨지 않도록 곁을 지켜주라고 당부하고는 자신이 나갔다. 선미를 불러 이것저것 지시하는 걸 듣자하니 빈소에서의 마무리와 발인 과정에서의 일에 대해 빈틈없이 준비하는 모양이었다. 그의 목소리를 듣다가 나도 꾸벅꾸벅거리며 까무룩 잠이 들었다. 꿈을 꿨다. 무슨 꿈인지 내용은 기억이 나질 않지만, 아무튼 어떤 꿈을 꾸었다. 어떤 느낌에 눈을 떴다. 그러자 나와 나란히 누워 얼굴을 마주하고 있던 유진이가 화들짝 놀라며 눈을 아래로 내리 깔았다. 녀석의 긴 속눈썹이 내 코 앞에 있었다.

깼어요?

낮은 목소리. 녀석은 지금 내 품에 거의 안긴 채로 있었다. 자면서 무심결에 녀석을 끌어안은 모양이다. 하반신이 너무 그쪽으로 붙지 않도록 엉덩이를 조금 뒤로 당겼다.

응. 일어나야지. 발인을 새벽에 하니까.

 발인?

 응.

유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전에 소란이 때도 궁금했는데.... 발인....그게 무슨 뜻이에요?

 발인?

막상 질문을 받으니 생각이 바로 나질 않았다. 한참 망설이던 나는 예전에, 삼촌들에게 혹은 아는 어른들에게 들었던 기억을 더듬어 본다. 그것들을 조합하여 들려준다.

사람이 살아있을 때는 집에 살잖아. 그리고 죽으면 땅에 묻히고. 그런데 우리네 풍습에서는 죽었다고 바로 땅에 묻지 않아. 죽은 사람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가 살던 집에서 며칠 더 머물게 해줘. 그 사이에 알고 지내던 사람이 찾아 오라고 말야. 그게 삼일장이니 오일장이니 하는 거야.

 여긴 우리 집이 아닌 걸요?

물론 여긴 유진의 집이 아니라 장례식장이긴 하지.

그야... 사회가 복잡해지고 이런 일을 맡아서 하는 곳이 생겨서 그런 거고, 이전에는 다 집에서 치뤘어. 내가 살던 시골도 그렇고... 아무튼 그렇게 죽은 사람이라도 원래 살던 집에서 며칠 더 머물게 해주다가, 이제는 정말 땅에 묻히러 가야 하거든. 죽은 사람과 산 사람은 원래 같이 살 수 없으니까. 그러니 그 죽은 사람이... 자기가 원래 살던 집을 떠나는 절차가, 그게 발인이야. 정확한 한자 뜻이나 단어 유래는 나도 잘 모르겠는데, 어렸을 때 어른들한테 그렇게 들었어.

제대로 설명을 했나 모르겠다. 어쩐지 횡설수설한 느낌이다. 고개를 푹 숙인 채 내게 정수리를 보이고 있는 녀석은 내 이야기를 듣고 있는지 아닌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다음 순간, 녀석이 중얼거리는 말을 들으며 내 이야기를 들었다는 것을 알았다.

죽은 사람과... 산 사람....

자신의 엄마를 생각하고 있는걸까. 

둘은 같이 살 수 없다는 거죠?

 그래.

녀석이 고개를 들었다. 어젯밤 하도 울어서 퉁퉁 부은 눈가에 다시 이슬이 맺혀 있었다. 녀석이 몹시 주저하며 말했다.

그럼, 산 사람 들끼리는요?

 같이 살 수 있냐고?

 ........네.

무얼 말하고 있는지, 모르지 않다. 어쩐지 마음이 안타까워 녀석을 끌어안은 팔에 힘을 주었다. 

살아있으니까, 살아있는 동안은 함께 할 수 있어.

 아저씨는 빨리 안 죽을 거죠?

내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그래. 약속할게.

유진이 팔을 꼼지락거리더니 손을 들어 새끼손가락을 내보인다.

약속해줘요.

그 작고 가녀린 손가락을 쳐다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유진의 얼굴에 실망의 빛이 스쳐지나갔다.

약속한다면서요...

 그것보다 더 확실한 약속이 있어.

이미 유진은 내 품안에 있었기에 녀석의 머리를 당겨 입을 맞추는 게 어렵지 않았다. 

읍....

처음에는 놀란 듯 했지만, 이내 녀석은 입술을 벌려 나의 침범을 허용해주었다. 손가락 대신 혀가 감기고 녀석의 안으로 내가 들어간다. 내 안으로 녀석이 들어온다. 입술은 부드러웠고 혀는 달콤했다. 늘 당당했던 녀석과 달리 녀석의 혀는 몹시 수줍어 했다. 그것을 살짝 빨고 이를 훑는다. 끌어안은 팔에 힘을 준다. 늘 하던대로 다른 곳을 만지고도 싶었지만 여기 장소가 장소이다 보니 진도를 더 나가지 않기 위해 애써 참았다. 기나긴 키스를 마치고 서로의 입술이 떨어진다. 붉은 뺨을 감추지 못한 유진이가 날 쳐다보며 낮은 한숨을 토해낸다. 그리고 말했다.

기분 나빠요.

 에...엑?

방금 전의 키스는 아주 분위기가 좋고 매끄러웠는데.... 유진이도 전혀 거부하지 않았는데.... 내가 분위기를 잘못 읽은 건가. 내심 크게 당황하여 어쩔 줄 모르고 있는데 유진이가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너무 잘하잖아. 키스.

 뭐라고?

유진이가 두 팔로 내 가슴을 밀어내며 말했다.

대체 다른 여자들이랑 얼마나 하고 다닌 거야, 왜 이렇게 기분 좋게 잘하냐구요.

눈을 흘기는 녀석의 표정이, 참을 수 없을 만큼 귀여워 보였다. 밀려난 만큼 다가가 녀석을 끌어안았다. 녀석은 주먹을 가볍게 쥐고 내 가슴을 두드렸지만 그렇다고 두번째 키스까지 막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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