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9화 (59/65)

이런저런 우여곡절 끝에 수영복 쇼핑을 마치고 나왔다. 지나치게 친절하여 이것저것 사정없이 권해대는 점원을 상대하느라 진이 다 빠졌다.

우리... 일단 밥부터 먹고 하자. 이제 저녁 먹을 시간도 거의 다 되었잖아.

이번에는 유진이도 고집을 피우지 않았다. 백화점 맨 위층 식당가로 가서 자리를 잡았다. 샐러드와 햄버그 등 이것저것 시켜두고 음식을 기다렸다. 옆 좌석에 내려놓은 쇼핑백들을 보며 한숨이 나왔다. 

흐음... 암튼, 몰랐다. 네가 쇼핑을 이렇게 좋아하는 줄은.

 저도 이렇게 오랫동안 한참 구경하고 그런 건 처음이에요.

유진이가 푸른 색 잔에 물을 채우더니 내게 내밀었다. 쌩큐, 라고 답하고 받아들었다. 녀석은 뭔가 곰곰이 생각하는 눈치더니 내게 묻는다.

오늘 저녁은 가게 빠지면 안 돼요?

 가게까지? 백화점이 그렇게 늦게까지 하나?

 백화점이 아니라 동대문도 가보고 싶어요. 새벽시장이라는 게 있다고 잡지에서 봤는데 궁금해서 그래요.

이 녀석은 오늘이 무슨 쇼핑 데이 오브 더 이어라고 되는 걸까. 짐꾼 한번 되어주었더니 아예 뽕을 뽑으려고 한다. 난색을 표한다.

안 그래도 요새 유미 씨가 하도 가게를 빼먹어서 나까지 빠지면 곤란해.

그러자 유진이가 샐쭉한 표정을 지었다.

뭐야. 벌써부터 사장 노릇하는 건가요?

 유미 씨가 없다면 나라도... 자, 잠깐......헙. 그걸 어떻게 알았어?

참고로 난 이 녀석에게 ROSE에서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정확히 이야기해 준 적이 없다. 내가 ROSE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싫어하는 녀석이기 때문에 그렇다. 그냥 뭉뚱그려 유미의 일을 돕는다고만 말했을 뿐이다. 그런데 대체 어떻게 안 거야? 넌 나를 미행이라도 하는 거냐?

언니들한테 들었어요. 아저씨는 가게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나한테 입 꾹 할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언니들한테 한 번만 물어보면 다 들을 수 있다구요. 치잇.

입을 삐죽거리는 녀석을 보면서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그렇다. 잠깐 잊고 있었다. 가게의 아가씨들은 기본적으로 유진이를 다들 귀여워 하고 있었다. 사장 딸이라서 그런 것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유진이가 귀엽기도 하니까... 나는 유진이의 정보원들에게 둘러싸여서 일하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다. 아가씨들이랑 엉뚱한 짓 안 하길 천만다행이구나.... 그리고 일반 사람들에게는 정을 잘 못 붙이는 유진이지만 이상하게도 그쪽 업계의 아가씨들과는 친하게 잘 지내는 것 같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이고 가장 유별났던 분이 지금 이 곳에 있지 않아 이러한 사실을 잠시 잊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그녀는 뭐하고 있을까.

사장된 거는 언제 이야기하려고 했어요?

 .....뭐,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면 되는 거 아냐?

 아뇨.

유진은 고개를 저었다. 녀석이 고개를 들고 날 똑바로 쳐다본다.

난 아저씨에 관한 건 아저씨에게 직접 듣기를 원해요. 다른 사람을 통해서 듣는 건 싫어요.

그 말투는 뭐랄까. 따지는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날 책망하는 것 같기도 했다. 이전에도 녀석에게 말하지 않은 일들이 있던 나로서는 찔리지 않을 수 없었다.

....알았어. 노력할게.

정말 다행스럽게도 때마침 음식이 나와주었다. 포크를 들고 샐러드를 쿡쿡 찌르면서 잠시 다른 대화를 했다. 주로 오늘 쇼핑하면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고 공부 이야기도 조금 하다가 녀석이 짜증을 부려서 그만 두었다. 여행가서 뭐하고 놀까도 제법 많이 이야기했다. 근데 여행일정을 이야기하다가 녀석이 문득 말을 멈추고 엉뚱한 소리를 꺼냈다.

근데요.

 응?

 아저씨가 나랑 엄마랑, 이렇게 여자들하고 여행가는 거... 애인이 안 싫어해요?

......간신히 입에 있는 걸 삼켰다. 그렇지 않으면 뿜을 뻔 했다. 사레 걸린 목을 물로 진정시키고 녀석에게 항의한다.

저기, 말야. 제발 그런 류의 질문을 할 때는 가급적 예고를 하고 하든가 하지 않겠니?

날 빤히 쳐다보던 녀석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 고개를 숙여 그릇을 본다.

싫어하는군요.

 아, 아니. 그렇게 단정부터 짓지는 말고... 애초에 나한테 애인이 어디 있어?

제일 먼저 송화가 떠오르기는 했지만... 그녀와 나는 뭐랄까. 애인이라 하기에는 뭔가 부족하고 그렇다고 친구라고 하기에도 너무 접점이 이상했다.

항상 애인 만나러 갈 때는 핸드폰 꺼놨잖아요. 안 그랬어요?

 공부할 때도 끄긴 했는데?

 그 차이를 제가 몰랐을 것 같아요?

녀석이 포크를 내려놓았다. 아직 메인디쉬는 나오지 않고 있었다. 녀석은 나와 시선을 마주치지 않고 테이블 한쪽에 있는 물컵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

내가.. 아저씨 좋아하는 거 알죠?

다행히 지금은 입 안에 아무 것도 없었다. 마른 침을 삼켰다. 

어.

아아.. 뭔가 좀 맥이 빠진다. 대답 소리가 너무 시큰둥하지는 않았을까 족히 염려된다. 아니면 너무 성의없어 보인다거나. 어쩌면 귀찮아 하고 있다는 식으로 비추어졌을 지도 몰랐다. 그렇지만 유진은 개의치 않고 자기 말을 계속 이어 나갔다.

난요, 자라면서 언니들한테나 엄마한테 정말 이상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남자를 만나면 어떻게 해라, 남자들은 뭐 이런 거 저런 거 좋아한다 어쩐다 하는.... 그 사람들은 우스개소리로 한 건지 아니면 정말 조언을 하려고 했는지 어쨌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기억은 다 하고 있어요. 개중에는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도 있었기에 처음에는 참 혼란스러웠어요.

 어떤 게 앞뒤가 안 맞는데?

 예를 들어, 어떤 언니는 저한테 그래요. 남자한테 너무 잘해주면 안된다고. 그러면 자신한테서 너무 미련없이 떠나버린다고 말이죠. 근데 또 어떤 언니는 저한테 그러더라구요. 남자한테는 정말 잘해줘야 한다고. 자신한테 소홀하다는 걸 남자가 눈치채면 그대로 떠나버릴 거라고. 그런 식이에요.

녀석은 그 밖에도 여러가지 사례에 대해 말했다. 주로 그쪽 업계의 여인들이 해준 이야기라 육체적인 이야기도 다소 있었고 비정하고 정떨어지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러나 또 그만큼 정에 굶주린 그들인지라 그것을 애틋하게 여기는 이야기도 같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런 식으로 반대되는 이야기를 항상 듣고 자라 온 유진은 그 이야기들을 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쉽지 않았던 모양이다.

차라리 예전에 들었던 이야기를 까먹기라도 한다면.. 그렇다면 지금 듣는 게, 아 그렇구나 하겠지만... 분명히 난 이 사람에게 A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말이죠. 어느 날 이 사람은 저한테 와서 Z라고 한단 말이에요. 그런 게 한 두 번이 아니에요. 그래서 전 기본적으로 사람을, 사람의 말을 믿지 않았어요.

녀석의 사진같은 기억력에 대한 이야기는 예전에도 들어 알고 있었다. 영민한 판단력을 가진 녀석이지만 그런 놀라울 정도의 기억력은 때론 사고 형성에 도움이 되질 못하는 모양이었다. 사람들이 살면서 아무 생각없이 툭툭, 혹은 그 상황상황마다 내뱉는 말도 이 녀석에 와서는 그게 하나의 기억으로 고스란히 남아 자신의 판단기준에 삽입된다. 그것은 결코 사라지지 않았고 훗날 그 사람이 그에 반대되는 이야기나 행동을 하게 되면 그게 고스란히 그 사람에 대한 실망으로 작용한다.

근데 아저씨는 좀 특이해요.

 내가?

 예.

녀석이 보기에 나는 너무 어리숙하다고 했다. 듣기에 썩 좋은 말은 아니었지만 그냥 잠자코 있었다. 틀린 말이 아니니까 말이다. 딴에는 뭔가 열심히 감추려고 애쓰는데 그게 자기 눈에는 훤히 보이니 유진이로서는 기도 안 찼던 모양이다. 처음에는 어이가 없었고 나중에는 어찌 나오려나 한번 두고 보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렇기에 좋아했고... 또 그만큼 실망도 했었어요.

 그래서... 선영이 문제나 소란이 일에 그렇게 화냈던 거야?

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녀석이 날 탓한 이유는 단지 그 일에 화가 난 게 아니었다. 내가 말해주지 않은 것, 그것이 유진이를 화나게 한 첫번째 이유다. 지금 녀석이 말하는 폼을 봐서는 만약 내가 선영이를 그렇게 만나 과외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었어도, 혹은 소란이에게서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는 걸 유진에게 말만 했어도... 녀석은 받아들였을 것 같다. 물론 손등이나 기타 어딘가는 한번씩 물어뜯었겠지만....

그러니 말해봐요. 지금 만나는 그 사람... 정말 애인 아니에요?

추궁 아닌 추궁에.. 할 말이 없어진다. 한참을 망설인다. 아무리 이런 어른스러운 말을 늘어놓는다고 해도 결국 애는 애인데 녀석에게 이런 육체적인 관계에 대해서 털어놓아도 될까 주저된다. 송화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누구에게도 말한 적이 없다. 얼마 전 태근이형이 그런 식으로 놀릴 때도 얼버무리고 말았을 정도다. 그녀는 나에 대해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공언을 했지만 나는 아직도 확신이 없었다. 그렇기에 난 애인과 잘 되어가느냐는 유진의 대답에 선뜻 답을 못 하고 있었다.

식사가 나오고 서로 자기 음식을 먹기 시작하면서도 녀석은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 재촉도 무엇도 하지 않고 잠자코 햄버그만 썰어서 먹을 뿐이었다. 이런저런 복잡한 생각에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조차 가늠이 되지 않는 나는 잠시 후, 이런 이야기를 꺼냈다.

넌, 섹스가 사랑과 상관 있다고 생각하니?

으아.......말을 꺼내놓고도 민망해서 죽을 것 같다. 머리 속에 자리잡은 누군가가 나에게 삿대질하며 물어본다. 이봐. 지금 네 맞은 편에 앉아 있는 녀석은 올해 열일곱살짜리 여자애라고. 그런 녀석에게 대체 뭘 물어보는 거야! 그러나 유진은 전혀 당황하지 않는 것 같았다. 녀석은 고개를 들어 날 보더니 되물었다.

그럼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이런 이야기를 듣고도 전혀 놀라지 않는 녀석이 무척이나 자연스럽게 느껴지면... 나도 어른으로서 실격인 걸까. 반론을 제시해본다.

사랑 없는 관계도 있잖아. 말 그대로 관계뿐인.

그러자 녀석은 포크를 내려놓고 차분하게 말했다.

저는 모르겠지만 많은 언니들이 그러더군요. 그 순간만큼은 자기 자신을 속인대요. 난 이 사람을 사랑하고 있다. 사랑하니까 이걸 하는 거다. 그래야 자기 몸이 반응한다고. 그렇지 않으면 여자의 몸은 열리지 않아요. 남자는 넣으면 끝나지만 여자는 받아들여야 하는 거잖아요.

여자의 느낌은 나로선 도저히 알 수 없는 미지의 영역이다. 녀석의 설명을 잠자코 듣는다.

근데 말이죠. 좋은 영화를 보고 나면 찡한 기분이 한동안 오래 가기도 하고 그러잖아요. 전 한석규 영화 볼 때면 처음에는 내용 아느라고 한 번 보고, 그 다음에는 석규 아저씨의 연기를 유심히 보면서 또 봐요. 그러면 그 움직임이 머리 속에 한참 오래 남죠. 그렇게 사람의 느낌이라는 건요, 잔상이 남아요. 그 잔상이 누적되고 계속 쌓이다보면... 그건 결국 자기 느낌이 돼요. 자기가 그렇게 느끼는 느낌인줄 안다고요.

차분하기 이를 데 없는, 그리고 나보다도 나이가 훨씬 어린 녀석의 말이었지만... 녀석의 이야기 하나하나 나에게 날아와 비수처럼 꽂히고 있다. 이제서야 생각난다. 내가 지혜를 대하면서 그러했고, 선영을 대하면서 그랬듯이... 송화도 그랬던 걸까. 거듭되는 몸의 접합 속에서 생각치도 않았던 감정이 싹트고 그 감정이 자신의 것이라고 온전히 느끼게 되었던 걸까. 그랬던 걸까. 아득해지는 기분 사이에서 마리의 얼굴, 송화의 얼굴이 떠올랐다가 사라진다. 누구보다 부끄럼쟁이였던 그녀들은 나에게 대체 무엇을 원했고, 또 얻지 못하고 스러져 버린 걸까. 그렇게 애잔한 기분에 빠져있는데 유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걸 가리켜서 떡정이라고 하더군요.

 푸합...

차분하게, 그리고 진솔하게 이어가던 녀석의 이야기는 난데없는 등장한 전문용어에 기어코 뿜고 말았다. 간신히 식탁을 수습한 후, 녀석에게 사과했다. 그리고 송화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이야기해 주었다. 혼란 와중에 스치듯 보았던 첫 번째 만남. 그리고 커피숍 화장실에서의 급작스러운 두 번째 만남부터, 그리고 나중에 불려가 듣게 된 그녀의 특수한 상황까지..... 물론 약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진 않았고 그녀의 체질 때문이라고 둘러대었다.

그걸 돕기 위해... 난 그저 몸만 그녀와 함께 해왔다고 생각했지만 그녀는 달랐던 모양이야. 지난 번 마지막으로 볼 때는... 다음에 볼 때까지 대답을 준비해달라고 했어. 날 좋아한다고 이야기하며....

기분이 묘했다. 아직 누구에게도 털어놓은 적이 없는 이야기를... 그것도 나보다 어린 여자애한테... 그것도 날 좋아한다고 대놓고 말하는 여자애에게 말하고 있었다. 누가 보면 미친 놈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유진은 진지한 표정으로 내 이야기를 모두 들어주었고 이런 조언도 해주었다.

결국 아저씨는 선택하게 될 거예요. 그 선택은, 누구도 비난할 수 없어요.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녀석은 내 팔을 붙들었다. 그 전까지는 바로 옆에서만 걸을 뿐 이런 식으로 매달리지는 않았는데 의외였다. 놀라서 돌아보니 녀석이 살짝 웃으면서 말했다.

솔직하게 말해준 보답으로 팔짱 껴줄게요.

 아, 예.

내가 이렇게 시큰둥하게 답하자 녀석이 뭐가 그리 웃긴지 혼자 쿡쿡거리며 웃다가 다시 날 사~알짝 올려다 본다. 조금 불안했다. 이런 표정, 이런 눈웃음에서 이런 입가 모양. 어째 누군가에게서 많이 보던 표정인데.... 유진의 작고 도톰한 입술이 살짝 벌려진다. 그리고 말한다.

그리고 이제 관리 좀 해야겠다 싶어서 말이죠. 어때요, 제가 아저씨 말고 오빠라고 불러주면 그 여자한테 안 가고 저한테 올래요?

 뭐?

어째 말투가 살살 간지러운 게 온몸이 근질근질하다. 나쁜 의미로가 아니라... 전에도 한번 느껴본 적이 있는... 녀석의 색기와 교태가 말끝에서 듬뿍 묻어 나온다. 녀석이 볼따구를 내 팔뚝에 비비면서 말했다.

왜 그렇게 놀래, 오빠~

으악!! .... 진짜.... 남자라는 동물은... 여자의 목소리만으로도, 이런 사소한 행동만으로도 흥분하고 발기할 수 있는 거구나.... 하아.... 바로 그 순간, 유진이는 붙들고 있던 내 팔을 놓고 앞으로 몇 발자국 뛰어갔다. 뒤를 돌아보더니 혀를 쑥 내민다.

아, 역시 안되겠다. 아저씨는 그냥 아저씨야.

......좋다 말았네. 

그렇게 그 날 하루는 통으로 녀석에게 붙들려 쇼핑으로 소일하게 되었고 저녁에 ROSE에 출근도 못하고 말았었다. 그게 나흘 전 일이다. 기억의 탐색을 끝내고 지금으로 돌아와 조수석에 앉은 유진을 돌아본다. 여행지도를 들여다보며 여전히 여행일정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녀석을 보며 씩 웃었다. 시선을 느꼈는지 녀석도 고개를 들고 날 마주 보았다. 김포공항에 거의 다 도착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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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으로 2화를 잡아먹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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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밤 되세요.

 공항에 도착하고 나서 티켓발매와 출국심사 등 이런저런 절차를 마치느라 정신이 없었다. 공항은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이하여 해외여행을 떠나려는 사람으로 붐비고 있었고 심사니 뭐니 하는 것들은 전부다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가까스로 모든 절차를 마치고 출국자 대기실에 자리했을 때는 이미 저녁 시간이 다 되어 가고 있었다. 일찍 출발하기를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다.

면세점 구경 안 가요?

난 좀 자리에 앉아 쉬고 싶었는데 여전히 팔팔한 유진이가 내 팔을 잡아끈다. 유미를 돌아보자 그녀도 웃으면서 우리를 따라왔다. 유진은 양쪽 팔에 나와 유미를 하나씩 끼고 면세점을 정벌하기 위해 꺄꺄 거리면서 끌고 갔다. 신이 나서 이것저것 골라보는 두 모녀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들어 느끼는 건데... 정말이지... 여자란 생물은 쇼핑을 하면서 자신의 존재 의의를 찾는 게 아닐까 싶었다.

왜 그렇게 쳐다봐?

 아, 아니. 그냥. 뭐.

선글라스를 골라보던 유미가 그 중 하나를 들어 내 얼굴에 씌워주었다.

이거 잘 어울린다. 자기 이거 해봐.

난 황급히 주변을 둘러본다. 다행히도 유진이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화장품 같은 걸 보고 있어서 방금 유미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은 모양이다. 난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유진이 앞에서는 경칭 하기로 했잖아.

 그랬나? 언제 그랬지?

 바로 어제 그랬거든요, 이 아줌씨야!

살짝 투덜거려보지만 사실 속으로는 반쯤 포기하고 있었다. 이 모녀가 내 말을 듣는 건 멸종된 맘모스가 살아 돌아와도 불가능하리라... 어제만 해도 그렇다.

오늘은 나 출근 안 할래.

오후에 ROSE에 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 내게 전화가 오더니 유미가 다짜고짜 파업을 선언했다. 안 그래도 요새 무단결근을 밥먹듯이 하고 근무태도가 영 불성실한 진사장님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최사장님은 고민중이다. 거기다 대고 이런 막무가내 파업이라니... 이쪽이 제아무리 성인군자라도 성질이 안 날래야 안 날 수가 없었다.

내일 출국하면 당분간 못 나갈텐데 오늘 나가서 정리를 좀 해두어야지. 출근 좀 하시죠? 네?

 그거야 자기가 며칠 전부터 열심히 하고 있지 않았어?

 것두 그렇지만....

하긴... 앞으로 일주일 가까이 자리를 비울 것을 대비하여 지나에게 시작한 집중 강습을 막 마친 시기이기도 했다. 다소 한가로운 성격을 가진 지나였지만 시킨 일은 그럭저럭 잘 하는 편이었다. 처음에는 회계 일만 시작했던 가게 일이었는데 본격적으로 일을 떠맡고 나니 이것저것 하나하나 신경 쓸 게 적잖이 있어 머리가 많이 아프다. 아가씨들 관리가 그 중에서도 가장 큰 고역이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요구하는 게 왜 그리 많은지. 이 점에 있어서 지나가 내게 도움을 많이 주었다. 돈 계산은 가끔 틀리는 부분이 있어 유미가 나한테 맡긴 것처럼 통째로 못 맡기는 게 좀 불만이긴 했지만.... 그래도 내가 구축해놓은 나름의 회계장부 시스템에 대한 입력을 틀림없이 해내는 편이라 믿고 맡기는 중이었다. 유미는 출근 거부를 하는 데에 나까지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물귀신 작전인가...

그러니까 기왕 이렇게 된거 자기도 출근하지 말고 그냥 우리 집에 놀러와. 어차피 내일 출발할 건데 우리 집에서 자고 같이 출발하면 되잖아.

 이야기의 흐름이 어떻게 그러니까가 되는 건데? 그리고 멀쩡한 우리집 두고 내가 왜 거기 가서 자?

 그야 우리는 외로운 사람들이니까 그러지.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전화를 끊으려고 했지만 유미는 꽤 고집을 부렸다. 전화기 너머 유진이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결국 그녀들을 이기지 못한 나는 지나에게 전화를 걸어 가게 일에 대한 전반적인 것을 지시했다. 유미가 출근 거부를 선언하고 있다고 했더니 그녀는 깔깔 웃으면서 자기가 알아서 하겠으니 여행 잘 다녀오란 대답을 해주었다. 

전화를 끊고 짐을 꾸렸다. 사실 새로 장만한 옷이나 짐 같은 건 이미 유진이네 다 있기 때문에 내가 꾸릴 짐은 읽을 책 몇 권과 전화기 뿐이었다. 해외 로밍을 신청할까 하다가 이 전화로 급한 전화 오는 곳은 단 한 곳 뿐인데 뭐하러 그렇게까지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번 대전에 내려간다고 검찰청 앞에 내려다 준 이후로 그녀에게서 전화는 오지 않고 있었다. 한 번 걸어볼까 하다가 어차피 내가 여행 가는 거 모르는 사람도 아니니 그냥 두기로 했다. 전화기를 두고 집을 나섰다.

오~ 한석 씨. 오셨군요.

 ......이게 뭐하자는 시츄에이션입니까? 유진이 어머님.

 딱딱하게 굴지 말고...응?

유진이네 도착했더니... 하아. 한숨이 나온다. 뭐야, 이거. 술집에 출근 안 하겠다고 한 사람이 집에서 술판을 벌이고 있다니. 게다가 그녀의 술 상대는 다름 아닌 그녀의 딸, 유진이였다.

얘는 미성년자인데 술을 마시게 하면 어떻게 해요?

 미성년자는 뭐, 입이 없나?

 으으...

 그리고 괜찮아. 와인은 술이 아니니까.

거실에 놓인 테이블에는 이미 깔끔하게 비워진 와인 병 서너개가 놓여 있었다. 저걸 둘이서 다 마셨단 말이야? 이제 겨우 저녁시간인데? 어쩐지 아까 목소리가 뭔가 이상하긴 했다. 기가 막혔다. 나는 빈 와인 병 하나를 들고 유미에게 물었다.

술이 아니고 뭔데? 이게 물이야?

 와인은 신이 인간에게 내린 선물이래.

 선물 좋아하시네....

유진은 소파 한쪽에 몸을 비스듬히 하고 딸꾹거리고 있었다. 많이 취한 것 같지는 않았지만 눈은 살짝 풀려있었다. 녀석의 뺨을 두어번 두드리며 묻는다.

어이, 유진. 괜찮아?

그러자 녀석이 눈을 몇 번 깜빡이더니 이내 날 알아보고 손을 들어 인사한다.

어? 아저씨, 진짜 왔네. 그럼요. 엄마랑 술마시는 건 처음인데... 히히. 재미있네요.

살짝 애잔한 생각이 들면서도 흐뭇한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녀석에게 본의 아니게 술을 먹인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이 녀석이 이야기했던 게 생각난 까닭이다. 그 때만 해도 녀석은 자기 엄마나 선영이가 술마시는 괴로워 보인다고 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몹시 즐거워 하며 웃고 있...

이히히힛.

....안되겠다. 웃음소리를 들어보니 이 녀석의 상태도 영 메롱이다. 그나마 제정신에 가까운 사람은 유미였는데 그녀는 자리에서 비척거리며 일어나더니 찬장에서 또 다른 양주 병을 꺼내온다. 뭔가 꼬부랑 글씨가 잔뜩 적혀 있어서 난 도무지 뭐가 뭔지 모르겠는데 그녀는 그걸 들어올리고 외쳤다.

마지막 남은 94년도산 포트와인! 개시하겠습니다!

 하지 마!

내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와인을 따기 위해 낑낑거렸다. 보다 못한 내가 오프너를 들고 대신 따주자 그녀는 내 몫이라며 글라스 가득 따라주었다. 그리고 자기 딸에게 가더니 아직까지 정신을 못 차리는 녀석에게도 잔을 들려준다.

이 맛을 기억해둬, 유진아.

 음....응?

 엄마가 좋아하는 와인이야.

 어...

치즈와 크래커를 두고 다시 한번 술판이 이어진다. 나도 처음에는 자제를 하려고 했지만 어느새 분위기에 휩쓸려 여행이야기는 물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왁자하게 마셔버리고 말았다. 난생 처음 가보는 해외여행을 앞두고 있으니 설레지 않았다면 그건 거짓말이겠지. 유미가 개시한 포트와인을 출발로 해서 또 다른 와인과 양주가 줄지어 나온다. 그걸 마시며 여행 가서 언어는 괜찮을까 하는 염려를 꺼냈더니 유미가 깔깔 웃으면서 내 등을 팡팡 내리쳤다.

하하하. 그래서 자기는 그게 문제야. 매사에 다 너무 고민해. 가면 어떻게든 되겠지.

 그쪽은 너무 고민이 없어 탈이 아닐까요?

 음... 그런가? 뭐, 내 고민은 자기가 대신 해주면 되잖아, 뭐. 호호호호.

그러면서 그녀는 연신 웃었다. 그때 유진이가 테이블을 통통 두드리더니 말했다. 표정이 불만으로 가득 차 있었다.

잠깐, 엄마는 왜 자꾸 아저씨한테 자기라고 하는 거야?

 왜? 듣기 싫어?

 ......싫어. 하지마.

그러자 유미가 두 팔을 벌리더니 자기 딸의 머리를 꼬옥 끌어안았다. 그녀의 풍만한 가슴골 사이에 유진의 얼굴이 폭 파묻힌다. 그녀는 딸의 등을 토닥이며 이마에 입을 맞춰준다. 보기에 흐뭇한 모녀상을 연출하며 유미가 말했다.

꼬우면 너도 해.

....저게 정말이지 딸 가진 엄마가 자기 딸에게 할 소리인가 싶기는 한데, 더 웃긴 건 유진이의 반응이었다. 녀석은 그 말을 듣고 자기 엄마를 밀어내며 벌떡 일어나더니 앉아있던 날 내려다 본다.

자.....자......

마치 이제 막 말을 배워가는 아이의 입을 쳐다보는 것처럼 나와 유미는 유진이의 입만 쳐다보고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반쯤 벌린 입을 하고 굳어있던 유진이는 이씽!이라고 외치고는 화장실로 가버렸다. 유미는 깔깔거리며 웃기 시작했고 난 씁쓸히 웃었다. 오빠는 가끔 해도, 자기는 아직 무리인가. 

너무 놀리지 마. 명색이 자기 딸인데 너무 그러는 거 아냐?

 내가 뭘 어쨌다고.

 암튼 전부터 말했지만 유진이 있는 데서는 호칭 좀 조심해 줘. 되도록이면 반말 대신 경칭 쓰고.. 나도 조심할테니까.

 예, 예. 알겠습니다요.

그녀는 만세를 부르는 것처럼 팔을 번쩍 들어올리더니 그대로 상체를 소파에 뉘였다. 소파 끝에 앉아있던 내 허벅지에 머리를 턱 올린다. 난 그걸 밀어내며 말했다.

왜 이래? 안 이러기로 했잖아.

그러나 그녀는 머리에 힘을 주어 버틴다.

가운데 다리는 안 된다고 해도 이 다리는 괜찮은 거 아냐?

 .....말을 맙시다.

좀 있다 유진이가 나오면 또 무슨 소리를 해댈지 걱정이 안 되는 건 아니었지만... 온 몸 가득 퍼진 술기운은 나로 하여금 만사가 다 귀찮게 만들었다. 그녀가 꺼내온 술은 꽤 달달하면서도 맛이 있었다. 술맛이라기 보단 마치 감미로운 음료수를 마시는 기분이었다. 그렇지만 도수 자체는 꽤 높은 술이었다. 입에서 단내와 동시에 술냄새가 난다.

자기야.

 응?

내 허벅지에 뒤통수를 대고 누워있는 유미가 날 올려다본다. 그녀의 셔츠는 네크라인이 상당히 깊게 파인 옷이었고 그런 자세로 있는 덕분에 살색 언덕의 7부 능선까지 여지없이 드러나 있었다.

키스해줘.

 .....안해.

 왜? 유진이 나올까봐?

그녀는 빙긋 웃으며 말했지만 말투에는 꽤 뼈가 있었다. 그 점을 살짝 지적해본다.

질투해?

이런 식으로 말하면 그녀가 당황할 줄 알았다. 그런데 웬걸.

당연하지.

라고 대답한 그녀가 내 손 하나를 잡더니 자기 셔츠 목 사이로 쑤욱 집어넣는다. 기겁하여 도로 빼려고 했지만 그녀의 팔힘도 만만치 않았다. 손바닥 가득 그녀의 풍만한 가슴이 만져진다. 그녀는 낮은 신음을 흘리며 말했다.

하아.... 좋다.... 이런 자세....

 유...유미!

 왜 자꾸 빼려고 해. 그대로 있어. 어차피 유진이는 좀 있다 나올거야. 내가 알아.

유진이가 들어간 화장실 쪽을 계속 돌아보며 안절부절한 날 보고 그녀가 말한다.

이렇게 내 머리를 쿡쿡 찌르는 녀석은 대체 누구지?

안 그래도 허벅지를 베고 누운 데다가 그런 가슴 뭉클한... 아니, 손끝에서 뭉클하게 만져지는 자극까지 선사하고 있으니 당연히 내 다리 사이에서는 팽창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녀는 몸을 반쯤 빙글 돌리더니 내 지퍼를 내리기 시작했다.

유....유미, 지금 뭐하는....

 가만 있어. 갑자기 움직이면 지퍼에 물건 찡겨.

아아... 난 한 손으로 그녀의 가슴을 움켜잡은 채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다른 한손으로 그녀의 머리를 떼어내려고도 해보았지만 그녀 말마따나 지금 함부로 움직였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질 지도 몰랐다.

역시... 얘는 정말 잘 생겼단 말야?

난처하기 이를 데 없는 주인의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지는 곧장 튀어나와 그녀의 얼굴 앞에 드리워진다. 있는대로 힘이 들어가 기둥의 한편에는 살짝 힘줄까지 드리워진 상태다. 그녀는 코 앞에 놓인 그것을 유심히 들여다보다가 손가락으로 스르륵 감아 쥐었다. 살짝 차가운 듯 하면서 보드라운 감촉이 자지의 겉면을 훑는다. 나도 모르게 신음을 흘린다.

우움.....

자지의 아래부터 핥아 올라가던 그녀는 이내 끄트머리를 혀로 희롱한다. 기둥의 앞부분에 움푹 패인 부분을 입술로 살짝 물더니 그녀의 입안에 들어간 부분을 혀로 살살 굴렸다. 그녀의 테크닉도 테크닉이지만 지금 바로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다른 누군가가 있는 이 상황이 나를 더욱더 미치게 만들었다. 게다가 그 사람은...

크윽... 유미...유미.. 유진이가 나오면.....

 후룹-

깊숙히 한번 삼켰다가 도로 뱉어낸 그녀가 침으로 번들거리는 자지를 문지르며 내게 말했다.

왜? 같이 먹자고 해볼까?

 뭐...뭐라고?

 흐음. 물론 유진이 성격상 그건 힘들 것 같고....

그녀는 몸을 마저 굴려 아예 엎드린 자세를 취했다. 한 손으로 내 불알을 쓰다듬고 다른 한 손으로는 육봉의 둘레를 손가락으로 잰다. 입으로는 자지를 머금더니 본격적인 스트로크에 돌입한다.

쑤웁- 쑤우우웁-

 큭.. .유... 유미....

그녀의 애무는 난폭하면서도 빠르고 신속했다. 남자가 성기를 통해 어떻게 느끼고 어디를 어떤식으로 자극해야 사정에 이르는 최단 시간이 되는지 매우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의 움직임이었다. 

아아....나...나온다....

그러나 내 말을 듣고도 유미는 머리를 떼지 않았다. 오히려 육봉을 말아쥐고 있는 손가락에 지그시 힘을 더했을 뿐이다. 마지막 자극에 난 결국 참지 못하고 만다.

크윽... ...유..유...미....

그녀의 입 안에 담긴 자지가 폭발한다. 꿀럭이는 자지의 용트림이 몇 번이고 이어진다. 보이지 않아도 느낄 수 있다. 내 정액이 그녀의 입천장을 향해 쏘아진다는 것을...

하아...하아....

탈진감을 느끼며 몸을 축 늘어뜨렸다. 내 자지를 한번 쑤욱 훑어낸 유미는 이제 다시 말랑해진 자지를 바지 안에 넣고 지퍼를 도로 채워주었다. 와인이 담긴 잔을 가져다 입에 대더니 한 모금 삼킨다. 그리고 날 보며 말했다.

역시 맛있어.

......손에 들린 와인을 말하는 건지 아니면 방금 전에 잡수신 그걸 말하는 건지는 도무지 모르겠다..... 그녀는 나에게 손짓을 하며 말했다. 

좀 더 천천히 즐기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네. 우리 애기 감기 걸릴 수도 있으니까 말야. 얼른 가봐.

 가보라니?

 이럴 일이 있으니까 남자를 불렀지.

당최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하는 유미를 뒤로 하고 화장실로 향했다. 그러고 보니 유진이가 아까 들어가서 소식이 없다. 조심스럽게 노크를 해보았지만 답이 없다. 귀를 기울여보니 물소리는 들리고 있었다. 뒤따라 온 유미가 날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럴 때는 남자답게 문을 벌컥벌컥 열어야지.

그러면서 그녀가 문을 확 열었다. 남자다운 거랑 여자가 들어가 있는 욕실 문을 벌컥 여는 것과 대체 무슨 상관인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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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 남자답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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