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시뻘개진 눈을 하고 지혜의 집 앞을 쏘아본다. 남편이 나와 출근하는 걸 확인한 후, 옆에서 자고 있는 효진을 흔들어 깨웠다. 울다 지쳐 새벽녘에 간신히 잠든 효진은 퉁퉁 부운 눈을 하고 차에서 내렸다. 시계를 보니 대략 일곱시 정도 되었다. 오가는 사람을 보고 있다가 사람이 뜸해졌을 무렵 지혜의 집으로 다가갔다. 대문 앞에 달린 인터폰을 누른다. 전자음으로 된 짧은 시그널이 흐르고 곧 이어 지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시죠?
나야. 효진이.
효진이 대답했다. 다소 지지직거리는, 소리 품질이 영 좋지 않은 인터폰 너머로 지혜의 침묵이 느껴졌다. 한참만에 그녀가 말문을 연다.
이런 아침에 어쩐.... 일이야?
할 말이 있어. 어제 니가 다시 오라면서.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갑작스럽게....
지혜로서는 당황스러울 법도 했다. 아무리 친한 친구 사이라고 하나 남의 집에 찾아오기에는 너무 이른 시각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나는 끼어들지 않을 수 없었다.
어제 너네 집에 있던.... 임 전무인가 뭔가 하는 놈, 그놈에 관해서야.
....한석이?
그래. 나도 같이 있어.
지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그러나 곧 이어 들려온 찌잉- 소리는 분명 대문이 열리는 소리였다. 안으로 들어갔다. 작은 마당을 가로질러 현관에 이르자 지혜가 문을 열고 나온다. 전에 비해 핼쑥해진 얼굴이 몹시 안쓰럽다.
어떻게.... 알고 있지?
그러자 효진이 볼멘소리를 냈다.
우리 일단 들어가서 이야기하면 안될까?
맞다. 내 정신 좀 봐.
지혜를 따라 그녀의 집 안으로 들어갔다. 거실 한편에 걸린 웨딩사진이 이 곳이 신혼부부의 집임을 새삼 상기시킨다. 거실을 지나가다가 소파를 본다. 어제 그 놈이 벌이던 추잡스러운 짓이 생각나 눈을 질끈 감는다.
커피 줄까?
응.
부엌 테이블에 앉아 커피를 타고 있는 지혜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문득 예전 자취방 맞은 편 그녀의 방이 생각난다. 거기서도 테이블에 앉아 그녀가 끓여주는 커피를 맛보곤 했었다. 커피물이 끓는 동안 우리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지혜가 타준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그 향이 조금 식을 때가 되어서 효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
너....어제 왜 그랬어?
자신이 찾아왔음에도 불구하고 문조차 열어주지 않은 것에 대한 이야기겠지. 지혜는 창백한 얼굴로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이미.... 알고 있는 거 아냐?
가슴이 메어진다. 체념이 가득한 그 대답은 지혜의 현재 상태를 너무도 명확하게 드러내고, 또 보여주고 있었다. 지혜는 고개를 들어 날 바라보았다.
아까.... 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지?
내가 언급한 임 전무를 말하는 거겠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넌 그 사람을 본 적이 있겠구나. 그 때 술집에서 내가 그 사람을.......
아니. 그때가 전부가 아냐.
뭐?
지혜가 눈을 동그랗게 뜬다. 얼굴에 핏기가 없는게 몹시 안쓰러웠다.
하아. 어디부터 이야기해야 할까.
한참을 망설이던 나는 지혜에게 모든 걸 털어놓기로 마음먹었다.
네 결혼식 날, 그 날 아주 잠깐이지만 그 자식을 보았어.
그 날.....?
지혜가 고개를 떨구었다. 그날은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러나 내 이야기는 이제 시작이다.
그리고 어제는... 저기 저 창문 밖에서 그 새끼가 너네 집에서 벌이는 일을 보고 있었어.
뭐?!
그녀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고 만다. 입을 가린 손이 부들부들 떨리며 그녀의 심정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난 최대한 차분하게, 그리고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울분을 억누르며 이야기를 이어간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뛰쳐들어가 놈을 작살내고 싶었지만... 네 남편도 있고... 그래서 겨우 생각해낸 일이 그 자식의 차를 부숴놓은 거야.
그렇다면,
지혜는 테이블에 올려진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며 뜨문뜨문 말을 꺼냈다.
다..... 봐...봤어? 그....그걸?
그녀가 말하는 그것이란 놈의 추태를 말하는 것이겠지. 그리고 그 추태의 이면까지도. 난 시선을 떨군 채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지혜는 한참동안 얼굴을 싸맨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울음을 터트린 것은 효진이었다. 그녀는 엉엉 울면서 지혜를 끌어안았다.
왜... 왜 나한테 아무 말도 없었어! 왜! 왜냐구!
효진아....
난 슬퍼. 니가 그런 일을 당하고 있었다는 사실도 슬프고... 니가 그런 일을 당하고 있으면서 나한테 내색조차 하지 않았던 게 더 슬퍼. 어떻게 네가 그럴 수 있니!
그렇다고... 그렇다고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아....
지혜의 떨리는 목소리를 들으며 고개를 떨구었다. 결국 그녀 역시 효진을 끌어안고 둘이서 펑펑 울고 만다. 두 여자의 울음을 지켜보며 나 역시 울고 싶었지만 어쩐지 나까지 울었다가는 상황을 걷잡을 수 없을 것 같아 겨우 참아낸다. 한참만에, 정말정말 한참만에 울음을 그친 두 사람은 겨우 진정이 된다. 효진은 여전히 물기가 남아있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미안.... 내가 알았더라면 반드시 그냥 가만 있지는 않았을텐데.
왜 니가 미안해... 미안해 하지마.
지혜야...
다시 또 울음을 터트리려는 효진을 간신히 달랜다. 이 녀석이 이 정도로 울보인줄 몰랐는데.. 정말이지 지혜 일만 연관이 되면 애가 정신을 못 차리는 구나 싶었다. 두 사람을 다시 간신히 달래고 이야기를 이어간다.
지금 이대로 살 순 없잖아. 어떻게든 할 수 없을까?
모르겠어. 난 정말....
어떻게든 떼어놓을 방법이 없는 거야?
이미 우리집은 물론 남편까지도 다 알고 지내는 사이가 되어버렸어. 무슨 수를 쓴건지 모르겠지만... 우리 남편은 임필복 전화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두 손으로 받을 지경이라고.
그 정도야?
하아....
정말 답이 없다. 숨는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고 연락을 끊는다고 풀릴 일도 아니었다. 차라리 근원을 없애버린다면 모를까. 나도 모르게 이런 소리가 불쑥 튀어나온다.
어딘가에 살인청부라도 하면....
제 정신이야? 지금 농담이 나와?
지혜가 쏘아붙이기에 머쓱해졌다. 난 결코 농담으로 한 말이 아니었는데.... 여태 가만히 있던 효진이 말문을 연다.
남편한테는... 이야기 한거야?
지혜는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걸 남편한테 어떻게 이야기하니. 하아. 절대 그럴 수 없어.
놈이 바라는 게 뭔데? 돈이야? 뭐야?
그런 게 있을리가... 필복이 그 자식은 나를 엿먹이는 게 목적일 뿐이야. 나랑 몰래 만나던 그 때도 결코 날 사랑하거나 그런 게 아니었어. 내가 그런 착각을 하고 있다가 겨우 눈을 떴지만....
지혜의 목소리가 조금씩 격앙되었다.
지혜야.
하아. 정말 모르겠어. 난 내 모든 과거와 결별하고 결혼으로 새 삶을 시작했다고 생각했는데... 왜 그런 자식이 내 발목을 잡는 건지..... 그 자식 일 때문에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아. 뭐부터 해야할지 모르겠어.
결혼하고 나서... 나한테 계속 못 오게 한 것도 그 이유 때문이었어?
어느 정도는...
두 여자의 대화를 보고 있자니 속에서 열불이 난다. 목소리가 높아져 소리를 지르다시피 한다.
그렇다고 계속 참고 살 거야? 어제 그 새끼가 하던 짓을 보면... 앞으로 더한 짓을 하고도 남을 텐데!
그러나 지혜는 날 빤히 보더니 오히려 차분하게 말했다.
보았으니 잘 알겠네.
지혜야.
나 말이지. 그 놈이 불러내면 불러내는대로 나가서 가랑이를 벌려야 돼. 안 그러면 남편에게 말해버린다고 하니까. 하지만 몇 번 그러고 나니 이젠 그 사실까지도 남편에게 말할 빌미가 되어버리고 말았어. 해결 방법은 없어. 그러니... 한석이, 그리고 효진이 너희들은 이제 여기서 돌아가줘. 너희가 이 사실을 알아버렸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더 미쳐버릴 것 같아.
효진은 고개를 저었다.
어떻게 내가 널 그냥 두고 가겠어.
가라면 가줘. 그게 날 돕는 거야.
나도 효진을 거든다.
무슨 방법이 있겠지. 우리 같이 그 방법을 찾아보자.
그러나 돌아온 건 싸늘하기 그지 없는 지혜의 눈빛.
그러면. 너가 날 책임이라도 지겠다는 거야? 이 모든 사슬을 끊고... 날 구해줄 수 있어?
지혜야... 나는....
하아. 방금 한 소리는 잊어줘. 그리고 여기서의 일, 여기서의 대화, 모두 잊어주길 바라. 오랜만에 봐서 반가웠지만, 그런 만큼 내 가슴은 더 찢어질 것 같아. 도저히 예전 같은 마음으로 너희를 바라볼 수 없는 날 이해해줄래?
효진과 나는 집을 나왔다. 쫓겨났다고 하는 편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굳게 닫힌 문은 지혜의 마음을 대변해 주는 것 같다. 그녀는 모든 덧문과 창문을 닫아걸고 자신의 안으로 침착해 들어가고 있었다. 연인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절친했던 친구도, 한 때 그녀에게 고백을 했던 남자도.... 모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니, 차라리 이런 지경이라면 아예 보지 않는게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력감과 패배감에 굴복하고 마는 걸까. 그러나 효진의 목소리는 나와 좀 달랐다.
돌아가자.
효진아....
그녀는 뭔가 결심한 듯 보였다.
여기 이대로 있어봐야, 죽도 밥도 안 돼. 돌아가서 방법을 생각해볼거야. 아까 한석이 네가 말한대로 사람을 고용해서라도 그 새끼를 죽여버리거나... 그게 아니라면 남편에게 이 사실을 알려서라도 막아야 겠어.
지혜가 남편에게는 알리지 말아달라고 했잖아.
그러면 저 미친 꼴을 그냥 두고 보자는 거야? 지금 법적으로는, 그 자식이 지혜를 책임지는 사람이야. 지혜의 남자라고! 다른 미친 새끼가 자기 마누라를 겁탈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 남편이 가만 있겠어? 걱정만 하고 아무것도 못하고 있는 우리보다는 훨씬 더 제대로 나설 수 있겠지.
그래도....
아냐. 다른 방법은 없어.
지혜를 더 슬프게 할 수도 있어. 일을 더 크게 만들 수도 있다고.
내 말을 듣고 효진은 잠시 침묵했다.
좋아. 이렇게 하자.
효진은 날 쳐다보았다. 그 눈빛은 평소와 전혀 달랐다.
난 남편에게 알리러 가겠어. 물론... 지금 당장은 아냐. 나도 뭔가 준비를 하고 생각을 해볼테니. 그리고 넌 네가 생각하기에 지혜에게 가장 이득이 될만한 일을 하도록 해. 비용이나 뭐 이런 건 내가 도와줄테니 전혀 생각하지 말고. 네가 나한테 찬성하지 않으니, 우리 그렇게 하도록 하자.
효진아. 넌 지금 억지를 부리고 있어. 지혜가 원치 않는 행동을 하려 하고 있다고.
지금 지혜가 너무 코너에 몰려 있어서 제대로 생각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야. 난 틀리지 않아.
거듭 말려보았지만 그녀는 생각을 돌리지 않았다. 의외로 효진은 완강했다. 차를 타고 서울로 돌아오면서 우리 둘은 더 이상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라디오도 켜지 않아 조용한 차내에서 효진은 효진대로 생각에 골몰했고 나는 나대로 생각에 빠져있었다. 이런 일에 대해서 대체 누구랑 어떤 이야기를 나누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서울에 도착하자 효진은 하영을 전화로 불러내었다. 나는 시내에서 내렸다. 제대로 잠을 자기는 커녕 운전석에서 꼬박 보낸 어젯밤의 피로가 물밀듯이 밀려왔지만 어디 한군데 드러누워 쉬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았다. 발걸음을 재게 놀려 생각해둔 곳으로 향한다. 도움을 받을만한 다른 사람이 생각나질 않았다. 근거는 없지만 내가 기댈 사람은 이 사람 뿐이다. 문 앞에 도착하여 인터폰을 누른다. 역시 한번에 답이 오질 않는다. 여러번 눌러서야 겨우 답이 왔다.
누구세요....오.....
해가 중천에 떴는데도 아직까지 잠이 잔뜩 묻어나오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저예요. 한석.
그러자 잠시 후, 그쪽에서 조금 놀란듯이 되물었다.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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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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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조사?
아니, 뒷조사까지라고 하면 너무 거창하니까.... 그냥 대체 지혜 남편이 뭐하는 사람이고 어떤 사람인지만 알면 돼요. 그리고 그 사람의 거래 상대인 임필복이라는 자와.
그게 뒷조사 맞아.
하아. 언니. 지금 말꼬리 잡기 놀이할 생각 없어요.
효진의 짜증 섞인 대답을 들으며 하영은 빨대를 휘저어 생과일 주스의 바닥에 가라앉은 딸기 덩어리를 툭툭 건드려본다.
넌 대체 변호사가 뭐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야. 너네 집과의 계약에 따라 운전은 물론이고 잡심부름까지 해주는 거야 그렇다고 쳐. 이젠 남 뒷조사까지 시켜? 내가 무슨 흥신소야?
언니. 그러니까 부탁한다고 했잖아요.
못 해준다는 게 아냐. 기분이 좀 그렇다는 거지.
그제서야 효진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하영은 그녀와 계약관계의 사람이지 아랫사람이나 친구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미안해요. 상황이 많이 안 좋아서 그래요. 언니말고는 기댈 곳이 없기도 하고.
간곡한 효진의 말투에 하영은 마음을 조금 풀었다.
그래. 알았다. 나만큼 위대한 변호사가 또 없지.
위대한 걸 알아주는 사람이 나말고는 또 없죠?
그래, 에휴,
얼마나 걸려요?
이름이랑 주소, 아니면 회사만 알면 반나절 정도면...
그렇게나 빨리요?
나보고 위대한 변호사라면서. 위대한 변호사는 어둠의 세계에도 끈이 닿아있지.
하영은 휴대전화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수첩에 적힌 상대의 이름을 들여다본다.
양규호.... K자동차회사 영업사원? 영업점이 어딘지는 모르고?
그건 몰라요. 명함을 예전에 받아두었는데 어디있는지 모르겠어.
임필복은?
이름만 알아요. 근데 아마 양규호랑 거래를 꽤 하는 중일테니 조사하면 나오지 않을까요?
요금 추가야. 알았지?
얼마든지요.
하이고.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내가 이런 짓까지 하는 구나.
깊은 한숨을 내쉰 하영은 툴툴거리며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맞은 편의 효진을 힐끔 보더니 전화기를 든 채로 자리에서 일어나 카페 밖으로 나간다. 효진이 유리창을 통해 내다보고 있자니 하영의 통화는 그리 길지 않았다. 정말 이름과 직장 정도만 알려주면 나머지는 일사천리인 모양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하영이 원래 자리로 돌아온다.
됐어. 이제 한 세 시간 정도면 어지간한 서류항목은 다 캐올 거야. 일주일을 주면 여자관계, 불륜상대까지 다 파악할 수 있고.
불륜...까지요?
친구 남편이라면서? 그런 거 때문에 조사해달라고 한 거 아니었어?
......뭐. 비슷해요.
불륜이라... 굳이 따지자면 그걸 저지르고 있는 건 친구 남편이 아니라 정작 친구였다. 아니, 그런 걸 불륜이라고 할 수 있는가. 효진은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한석에게 그렇게 말을 하고 헤어지긴 했지만 사실 그녀도 두려웠다. 자신이 지혜의 남편에게 이 사실을 고발할 경우 대체 어떤 파장이 일어날지에 대해서 상상하기도 어려웠다. 어쩌면 지혜의 결혼생활 자체가 파탄날 수도 있다. 그렇게되면 자기는 평생 지혜 얼굴을 못 보게 되리라..... 그렇게 고민에 빠져있는데 하영의 목소리가 들렸다.
일단은 집에 돌아가.
네?
그러면 여기서 죽치고 앉아 마냥 계속 기다릴 거야? 나도 이 일만 하는 게 아니라서 바쁘다고.
아아. 그랬죠. 사무실로 돌아가게요?
그래. 연락 들어오면 바로 연락할게. 자료가 들어오면 집으로 팩스 보내던가.
효진은 고개를 저었다.
팩스는 안돼요. 남이 볼 수도 있으니까. 연락 주시면 제가 바로 받으러 갈게요.
그러든가.
하영이 먼저 일어났다. 효진은 일어날 생각도 못 하고 계속 생각했다. 내가 대체 왜 남편의 뒤를 캐는 걸까. 그에게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할 것인가. 과연 할 수나 있을까. 효진은 고민하고 또 고민했지만 답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울고 있는 지혜의 모습이, 번번히 그녀의 생각을 가로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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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