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2화 (32/65)

들어가며 ────────────────────

이하 스토리는 더블 데이트 루트와는 전혀 별개의 이야기이며 본편의 등장인물과 시간, 사건만 차용한다는 기분으로 읽어주시면 되겠습니다. 외전에서의 모든 이야기는 본편에 어떠한 영향도 끼치지 않고 진행됩니다.

───────── 더블 데이트 외전 카페 미리내 

아....아무리 그래도 그렇죠! 지금 뭐하고 있는 거에요!

한석이 워낙 당당하게 나오니 유진의 지적이 궁색해졌다. 한석은 빙긋 웃으며 안고 있는 은미의 뺨에 살짝 입을 맞추었다. 경쾌한 쪽 소리에 유진이 그대로 굳어버린다.

애인끼리 이러고 있는게... 왜? 무슨 문제라도?

 누가 무슨 문제라고 그랬어요?!

씩씩거리고 있는 유진의 등 뒤로 어느샌가 초향이 다가왔다. 유진이 인기척을 느끼고 뒤를 돌아보았더니 초향이 자기를 위아래로 한참 훑어보고 있었다.

뭐에요, 아줌마는 또?

 가만 있어봐라. 음.... 음.... 좋은데?

 뭐가 좋아요?

초향은 유진의 어깨를 딱 짚으며 말했다.

너 말야. 혹시 모델 해볼 생각없니?

 모델이요?

 응. 그리 어려운 건 아니고 그냥 예쁜 옷 입고 포즈만 취하고 서 있으면 되는 거야.

 제가 그런 걸 왜 해요?

 왜 한다니... 으음. 예쁜 옷을 입으면 말이다아? 남자를 꼬시는 데 유리하지.

초향의 시선이 은미를 향해 있었다. 그녀의 시선을 따라가 본 유진은 솔깃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초향은 유진의 어깨를 은근히 감싸면서 조용히 속삭였다. 유진의 가슴과 은미의 가슴을 번갈아 가리키며 모종의 음모를 꾸미는 듯한 표정으로 무언가 이야기하자 유진은 대번에 하겠다고 나섰다. 초향은 활짝 웃으며 미소를 향해 외쳤다.

그때 입고된 로리타룩 혹시 지금 있나?

 차에 실려 있어요.

 바로 가져와. 일단 몇 컷만 해보자고!

한석의 선언에 다소 의기소침해 있던 유진은 어느새 다시 자신만만한 얼굴을 하고 그의 옆에 와서 선언했다.

좀만 기다려봐요. 내가 그때까지는 봐줄게요.

 뭘 봐줘?

 암튼 그런 게 있어요. 흥!

유진은 코웃음을 치며 돌아섰다. 초향은 다시 카메라 세팅을 하고 있었고 무슨 영문인지 몰라 어리둥절한 표정의 한석은 은미를 쳐다보았다. 은미 역시 한석을 쳐다보고 있었다. 둘의 입술이 다시 닿는다. 아주 살짝이지만, 감미로웠다.

잠시 후, 조금 야시시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보호본능을 잔뜩 불러일으키는 옷을 입고 촬영에 임하는 유진을 보며 초향은 연방 탄성을 터트렸다. 색기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연신 즐거워 하던 그녀는 이내 은미까지 불러 두 사람을 함께 배치하고 다시 사진을 찍기 시작한다. 유진은 처음에는 은미를 경계했지만 막상 은미를 가까이서 보고 나니 어쩐지 미워하지 못하는 듯 했다. 

그렇게 왁자지껄한 촬영이 모두 끝나고 다들 돌아가고 나서야 카페 미리내에서는 저녁 마감 준비을 시작할 수 있었다. 청소가 다 끝나고 현지가 먼저 돌아갔다. 뒷정리를 마저 하느라 부산하게 왔다갔다 하는 은미를 지켜보고 있던 한석이 넌지시 묻는다.

마감 다 끝난 거야?

 네. 이제 셔터 내리고 가면 되요.

 셔터는 내가 이미 내렸어.

 어머, 그래요? 그럼 전 옷 갈아입고 올테니 그 사이에 커피나 한 잔 하실래요?

머신을 향해 돌아서는 은미를 한석이 다가가 뒤에서 와락 껴안는다.

커피 말고... 다른 거 안돼? 그리고 옷은 왜에? 이대로도 좋은데.

 으음... 메뉴에 있는 것만 시키세요.

 그래? 그럼 메뉴를 좀 볼까....

한석은 은미를 그랬지. 그만 궁시렁 거리고 발 대봐.

벤치 앞에 한쪽 무릎을 대고 앉아 녀석의 발에 반창고를 붙이고 스포츠 양말을 신겨주었다. 운동화까지 신겨주고 나서 올려다보니 녀석이 얼굴을 붉힌 채 딴 데를 보고 있는 게 보였다. 발을 만지는 게 많이 간지러웠나? 아무 말도 않고 있는 녀석을 향해 좀 유세를 부려본다.

임마, 고맙다는 소리도 못 해?

 누가 그렇게까지 해달랬어요? 치잇. 신발 색깔도 이게 뭐야. 완전 구려.

......본전도 못 찾았다. 버럭하는 심정으로 소리질렀다.

그럼 벗어!

 어머, 어디 여자한테 막 벗으라 마라 하고 그래요? 길바닥에서 그러는 건 진짜 변태거든요?

 끄아아아악....

술사주고 뺨맞는다던데 난 양말에 신발까지 사주고 변태 소리를 들었다. 더 이상 말 섞기도 귀찮아서 녀석의 하이힐을 챙겨 쇼핑백에 담았다. 그러는데도 유진이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있었다. 

안 가?

 ......발이 아파서 못 걷겠어요.

 아까는 안 아프다며!

 아저씨가 만지작거리니까 아프잖아요.

말이 되는 소릴 해라. 반창고를 붙여주고 푹신한 양말까지 신겨주었건만... 이 녀석의 억지는 가히 월드클래스 급이다. 억지 부리기 월드컵 나가면 본선 진출은 물론이요, 16강 4강이 문제가 아니라 곧바로 우승이다, 우승.

그럼 여기 이렇게 하루 종일 앉아 있게?

 옷 사러 가야죠.

 그럼 일어나.

 발 아파요.

 으으.... 진짜....

내가 골머리를 썩고 있노라니 녀석이 팔을 뻗는다.

왜?

 업어 줘요.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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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언제 마리 루트라고 말이나 했습니까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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