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5화 (15/65)

한강에서의 뜨거운 시간을 뒤로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선영이 집 앞까지 태워다 주었다. 그녀 얼굴을 어떻게 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저 고개만 끄덕여 인사를 하고 차에서 내린다. 그녀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그대로 차를 출발시켰다.

집으로 돌아오니 아무도 없었다. 맞은 편 집도 조용했다. 엄마랑 리사는 신나게 잘 놀고 있으려나. 분명 예린도 같이 있을테니 휴대전화로 걸어보면 알 수 있을 것 같기는 한데 괜히 잘 노는 사람들 방해할까 싶어서 관뒀다. 방에 자리를 깔고 앉아 이번 학기 스케쥴을 가늠해보고 급하지 않은 레포트들부터 미리 쓰기로 한다. 한참 적어내려가고 있으려니 배가 고팠다. 벌써 저녁 시간이다. 밖에 나가 늘 가던 식당에서 끼니를 때웠다. 다시 집에 돌아오니 전화벨이 울리고 있었다.

여보세요?

 왜 이렇게 전화를 늦게 받아요?

유진이었다. 대화를 시작하자마자 틱틱거리는 걸 봐서 이제 다 나은 모양이었다. 목소리도 괜찮았다.

밥 좀 먹고 오느라구. 넌 이제 괜찮아?

 네. 저녁도 방금 먹었어요.

 그래. 몸조리 잘 하구 푹 쉬어. 내일은 학교 가야지.

 아저씨는요?

 나말야?

 예. 학교 안 가요?

 대학생은 토요일에 수업 없어.

 쳇. 날라리 대학생 같으니라구.

 누가 날라리야?

 수업 땡땡이 치고 다니는 아저씨 같은 사람이요.

 임마! 내가 누구땜에.....

 알아요.

 ......

약간 우물쭈물하는 목소리. 잠깐의 침묵 후에 유진이가 말한다. 

고마워요.

하아. 이 녀석에게 이런 말을 들으니 왠지 기분이 묘한데?

뭐... 알면 됐어. 그거 땜에 전화한거야?

 그렇기도 한데.....

 그럼?

 한 가지 물어볼게 있어서요.

 니 또 가슴이니 뭐니 이상한 소리 하면 전화 끊는다?

 그건 아니고.... 다른 거에요.

 말해봐.

녀석이 잠시 뜸을 들인다. 가슴 이야기 또 하려는 거 맞구만 하는 생각에 이번에 또 물어보면 그래, 니꺼 엄청 작다! 라고 말해주리라 맘 먹고 있었다. 그러나 유진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선영이 언니가 왜 아저씨 시간표를 알고 있죠?

 뭐?

 그렇잖아요. 아까 언니가 아저씨보고 한 지금 수업 있는거 아니냐고 물어본 게... 아저씨 시간표를 알고 있으니까 물어본 거 아닌가요? 제 말이 틀렸어요?

 헙.....

예리한 기집애 같으니라고. 게다가 잠든 것도 아니고 밖에서 들리는 대화에 귀기울고 있었단 거냐.

그...그게... 전에 너 과외하는 거 시간 정하는 거 땜에 시간표를 보여드린 적이 있거든. 그래서 기억하시나 보지.

 정말이에요?

 그..으..럼.

 알았어요. 안녕히 주무세요.

 어. 그래.

안녕히 주무시기에는 시간이 아직 많이 이르다만 암튼 그렇게 전화가 끊어졌다. 공부가 손에 잡히질 않는다. 아우. 이 눈치 날카롭기가 동네 횟집 사장님 전용 사시미보다도 날카로운 기집애라니. 아무래도 유진에게는 어설픈 거짓말 같은 건 씨알도 안 먹힐 것 같다는 불안감이 무럭무럭 자라난다. 그런데 어찌하랴. 녀석에게는 내가 선영이를 과외시키고 있다는 것도 들켜선 안되고 오늘처럼 그렇고 그런 관계라는 것도 들켜선 안된다.

다시 떠오른다.

유진의 몸 대신 자신의 몸을 주겠다는 선영의 모습. 무르익은 그녀의 육체가 가져다 준 쾌감이 아직까지 내 몸 구석구석에서 넘실대고 있다. 눈을 감아도 아까의 광경이 떠오른다. 내 시야를 덮어버린 선영의 몸. 그녀의 흐트러진 옷가지. 거친 숨소리. 좁은 공간을 가득 채운 신음. 그대로 내 얼굴을 짓누르던 탐스런 유방의 움직임. 생각만 하는 건데도 다시 꼴릴 정도다. 

물론 그럴리는 없겠지만 정말 만약에 선영이 아까 유진과 나 사이에 있었던 일을 알고서 그렇게 한거라면 정말이지 성공한 것이다. 분명 하루도 지나지 않았는데도 벌써 유진의 알몸이 잘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다. 유진... 그리고 선영.... 그녀들은 대체 나에게서 뭘 원하는 걸까.

혼자 이런 저런 생각에 시달리고 있다보니 다시 울린 전화벨 소리에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드러누워있다가 펄떡 일어나 전화기를 든다.

여...여보세요?

 석이 집에 들어왔냐? 니 에미 지금 버스 탄다.

엄마였다. 주변이 시끄러운 걸로 보아 바깥인 모양이다.

여태까지 리사 씨랑 있었던 거야?

 호호호. 그려. 리사 요것이 어찌나 잘 해주는지 몰르겄다. 저녁까지 아주 잘 얻어먹고 내려간다.

 나중에 내가 리사 씨에게 다 갚아야 될 일이야. 공짜 아냐. 엄마.

 뭐든간에, 이 녀석아. 암튼 잘해 줘. 우리 리사한테.

 ........어떻게 우리 리사가 되는 겁니까 싶습니다만...알았어요. 조심해서 내려가세요.

 그려. 알긋다. 예린아. 이거 어떻게 끄는 거냐? 그냥 닫으면 돼?

 제가 끄겠습니다.

휴대전화인 모양이었다.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이내 전화가 끊어졌다. 어제까지만 해도 아들래미 방에 여자 들어와 있다고 못마땅해하더니 단 하루 사이에 우리 리사가 되어버렸다. 그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생면부지 남에게 신세지며 즐거워하는 낯 두꺼운 우리 엄마가 대단한 건지 아니면 그런 엄마의 기분을 완벽하게 맞추고 수행해낸 리사가 대단한 건지 궁금하다.

전화 때문에 미루어둔 레포트를 다시 이어서 쓰기 시작한다. 마리가 집에 왔다가 내가 레포트 쓰느라 바쁘다고 했더니 오늘 있었던 모임 이야기는 다음에 해주겠다고 하며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밤이 늦도록 레포트를 쓰다가 얼풋 잠이 들었다. 꿈 속에서 나는 알몸의 유진이를 품 안에 안고 있었다. 꿈이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누군가 우리집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잠에서 덜 깬 나는 비몽사몽간에 외쳤다.

누구세요!

 저에요, 리사!

그래, 리사구나. 아침부터 듣기에 참 맑고 경쾌하며 아름다운 목소리이긴 하지만... 오늘은 늦잠자도 되는 토요일 아닙니까! 한창 잘 자고 있었는데.... 아침의 꿀맛 같은 단잠에서 깨어나는 게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신세를 많이 진 리사에게 화를 낼 수도 없는 노릇이라 비척비척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현관 밖을 향해 소리친다.

이렇게 이른.... 하암... 아침에.....

 어머, 아직 안 일어나셨어요?

 네에...

 그럼 씻고 옷 입고 나오세요. 저희가 기다릴게요.

저희...라고 하면 리사와 마리와 예린, 셋을 전부 말하는 건가? 세 명이나 나를 기다리고 있다니 이거 참. 나는 최대한 빠르게 세수를 마치고 옷을 입었다. 리사네 집으로 가니 맛있는 냄새가 가득 풍겨온다.

이게 웬 진수성찬입니까?

 선배 생일이라믄서요? 생일상 받으시라구 언니야가 새벽부터 준비했다 아입니꺼.

마리의 대답에 리사가 손을 내저었다.

새벽부터는 아니구요, 조금 미리 준비해두었어요.

그러고보니 미역국이 올려져 있다. 잡채나 다른 것도 그렇고 거참... 다들 손이 많이 음식들인데 아침부터 이렇게나 차려주다니. 몸둘바를 모르겠다.

음... 어제부터 리사 씨에게 너무 신세만 지는 거 아닌가 모르겠는데요.

 자꾸 신세라고 하시니까 좀 서운하네요. 제가 해드리고 싶어서 하는 거에요.

리사가 수저를 내주며 차분하게 말했다. 그 모습이 정말 말 그대로 어여쁜 새색시 같다. 다른 이들의 이목만 없다면 콱 안아주고 싶을 만큼 사랑스럽다. 그녀의 모습을 넋놓고 보고 있으려니까,

선.배.님.요. 배고프네예. 퍼뜩 드시죠.

어쩐지 골이 난 것 같은 마리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온다. 생글거리며 나를 보고 있는 리사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황급히 상 앞으로 가서 앉는다.

잘 먹겠습니다.

 많이 드세요. 생일 축하드려요.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데이.

 감사합니다.

생일 날 아침에 이만한 대접이라니. 나는야 정말 행복한 녀석이다. 음식은 정말 맛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어제 엄마가 차려온 음식보다도 더 맛있었다고나 할까. 이래서 아들놈은 키워봐야 다 헛방이라는 건가 보다.

오늘은 일정이 어떻게 되세요?

맛있는 식사를 마치고 후식으로 커피를 끓여온 리사에게서 잔을 받아들었다. 

에... 딱히 없었는데요. 학교 가서 공부나 할까 했는데....

 역시 모범생이시네요. 저희는 어디 놀러갈까 고민하고 있었는데요.

리사가 감탄을 표하며 마리를 돌아보았다. 마리는 딴청을 피우고 있었다.

어떤 녀석은 대학생 되자마자 제일 먼저 앞장서서 뭐하고 놀까 궁리부터 하고 있고 말이죠.

놀자고 주장한 사람이 누군지 대번에 알겠군. 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혹시 산 좋아하세요?

 어머, 등산이요? 좋죠.

좋아라 하는 리사와는 달리 그러나 마리는 투덜거렸다.

땀나겠구로 뭔 등산이랴. 난 별루인데.

오늘따라 이 녀석이 영 비협조적이다.

땀 안 날거야. 케이블카 타고 가자.

 혹시 남산?

 아... 그러고 보니까 넌 전에 다녀와봤겠구나.

입학 전에 서울에 와서 지낼 때 마리는 한번 다녀온 적이 있었다. 그러나 리사나 예린은 가본 적이 없다고 해서 거기로 가기로 했다. 여자들이 외출 준비를 하는 동안 나는 집에 돌아가 있었다. 어떤 옷을 입을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예전에 유진이네서 받아온 정장을 입어본다. 그나마 이게 제일 낫다. 캐쥬얼한 느낌의 단색 남방을 안에 입고 타이를 매지 않으니 그렇게 딱딱한 느낌도 아니었다. 밖으로 나가 기다리고 있으려니 예린이 제일 먼저 나와 차를 가지고 와서 빌라 앞에 댔다. 차문을 열고 먼지털이개를 꺼내더니 차를 닦기 시작한다. 시간이 꽤 흘렀다. 빌라쪽을 한번 돌아보고 예린에게 묻는다.

리사 씨랑 마리는 아직인가 보죠?

 ........여성들의 준비시간은 원래 깁니다.

예린이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예린 씨는요? 예린 씨도 여자잖아요.

 .......저는 일상복이랑 외출복이 차이가 없으니까요.

 아아...

그녀는 대답이 항상 늦었다. 뜸을 들인다라고나 할까, 아니면 자신이 할 말을 천천히 골라서 펼쳐보인다고나 할까.

평상시에도 그렇게 선글라스랑 정장 차림이에요? 항상?

 .......가능하면요.

 안 불편하세요?

 ......십 년 이상 이렇게 살아왔으니까요. 익숙합니다.

십 년이라.... 그럼 대체 몇 살 때부터 이렇게 살아왔다는 거지? 그러고보니 예린이는 대체 몇 살이지? 마리나 리사가 언니라고 부르는 걸 봐서 그들보다는 위인 건 알겠는데 나랑 비슷한 연배려나? 선글라스로 눈을 가리고 있으니 나이를 통 짐작할 수가 없다.

실례지만 예린 씨 나이가....?

 .......여성에게 나이를 묻는 건 실례가 아닐까요.

 아, 죄송합니다.

그렇군. 예린도 여자는 여자란 말이군. 아까는 아니라는 식으로 이야기 하더니 말이야. 흐음. 빌라 입구에 기대어 서서 예린의 동작을 보고 있노라니 참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동작들이다. 급하게 한다거나 그렇다고 느릿느릿하게 하는 것도 아닌 절제된 동작에 절제된 각도로만 움직인다. 저쯤에서 차를 닦는 걸 멈추겠다 싶은 시점에서 딱 멈추고 유리세정제와 걸레를 꺼내든다. 차문을 모두 닫고 유리를 닦아나가기 시작한다. 동작 하나하나가 꽤나 절도있다. 뒤로 한데 모아 묶은 머리카락마저 절도가 있을 정도다.

한석 씨.

 ........네?

그녀의 움직임을 넋놓고 보고 있느라 대답 타이밍이 좀 늦었다. 예린이 하던 일을 멈추고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물론 그녀의 얼굴이 내 쪽을 향하고 있었다는 거지 그렇다고 그녀가 나를 쳐다보고 있는지 어떤지는 저 새까만 안경 덕분에 전혀 알 수 없다.

그렇게 빤히 보고 계시니 좀 그렇습니다만...

 아, 예. 죄송해요. 하던 일 계속 하세요.

내 시선이 너무 부담스러웠나? 딱히 음흉한 생각이나 이상한 생각을 하면서 보고 있던건 아니었는데 말이다. 움직임이 보기 좋아서 그랬던 것 뿐인데.... 일단 그 자리를 벗어났다. 예린의 청소가 모두 끝나고 내가 빌라 앞을 십수번 왔다갔다 하고 나서야 리사와 마리가 나왔다.

오래 기다리셨죠?

 오래 기다린 보람이 있습니다. 리사 씨. 아름다우시네요.

 어머. 감사합니다.

레이스가 화려하게, 그러나 결코 과도하거나 난잡하게 드러나지 않는 플레어 스커트에 옅은 자주 빛의 블라우스는 무척이나 여성스러웠다. 귀여우면서도 섹시하고, 섹시하면서도 아름다웠다. 계단을 내려오고 있는 그녀를 향해 나도 모르게 손을 내밀어 에스코트하게 된다. 내 손에 화답하듯 가볍게 손을 얹은 리사는 사뿐사뿐 걸어내려와 예린이 문을 열어둔 차에 올라탔다. 반면에 캐쥬얼한 차림을 하고 빌라 입구에 서서 어이없다는 표정을 하고 있는 마리가 결국 한 마디 한다.

아주 그냥 둘이서 영화를 찍으셔여.....

예린과 나, 리사와 마리가 올라탄 차는 남산을 향해 출발했다. 남산에서 이런 저런 구경과 식사를 마치고 내려와 대학로에 들려 연극 한 편을 관람했다. 수녀님들이 나와 춤과 노래, 개그를 펼치는 공연이었는데 리사와 마리는 아주 박장대소를 하며 즐거워했다. 나 역시 박수를 치고 웃으면서 예린을 돌아보았는데.... 그녀는 늘 그렇듯이 무표정하게 앉아있었다. 배우들에게 왠지 내가 다 미안하다. 게다가 이 어두운 곳에서도 선글라스라니... 그녀는 대체 언제 선글라스를 벗는 걸까. 자거나 씻을 때도 안 벗는 게 아닐까 모르겠다. 관람을 마치고 나와 마로니에 공원을 거닐면서 이런 저런 담소를 나눈다. 주로 나와 리사가 나란히 걸으며 이야기를 하는 편이었고 뒤에서는 마리와 예린이 따라오고 있었다. 

선배님예! 우리 하드나 하나 먹져?!

마리의 제안에 다같이 벤치에 앉아 아이스크림 하나씩을 먹게 되었다. 공원 한 쪽에 있는 농구코트에서 고등학생 쯤 되어보이는 애들이 꽤나 시끌거리며 농구를 하고 있었다. 아이스크림을 다 먹어갈 때쯤 농구공이 우리 쪽으로 굴러왔다. 데구르르 구르더니 예린의 발 앞에 와 닿는다.

공 좀 던져주세요!

짜슥들이. 그렇게 멀지도 않건만 와서 가져가야지. 내가 속으로 불평을 하고 있는 사이에 예린은 허리를 굽혀 공을 집어들었다. 공을 들고 한참을 가만히 서 있다가 천천히 슛자세를 취하더니.... 어라라?

우와아아아!

예린이 던진 공이 링 안으로 정확하게 들어간다. 그물에 걸리는 ?- 소리마저 일품이다. 고등학생 녀석들이 환호를 지르며 예린에게 손을 흔들었다. 이런 엄청난 슈터가 실력을 숨기고 있었다니. 여기는 3점 슛 라인에서도 4~5미터 더 떨어진 곳인데도 말이다. 은근히 승부사 기질이 발동한다. 내가 슬램덩크를 보면서 농구를 시작한 이래 이토록 격렬한 승부욕을 느껴본 적이 없다. 굳이 표현하자면 마지막 승부에서 손지창이 장동건에게 느꼈던 감정이랑 비슷하다고나 할까. 예린에게 다가가 물어본다.

어때요, 예린 씨. 한 게임 뛰어보시겠어요?

싫은 눈치는 아니다. 예린은 대답 대신 리사 쪽을 한번 쳐다본다. 아직 아이스크림을 다 먹지 못한 리사는 입을 가리고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재미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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