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 멈추고 나서야, 그제서야 나는 제대로 숨을 쉴 수 있었다. 그때까지는 숨도 제대로 못 쉬었다는 뜻이다. 몇 번 타보지 않았건만 앞으로는 다시는 타고 싶지 않는 차다.
후아...후아....
들어가시죠.
.......예에.....
죽다 살아난 사람에게 마의 소굴로 다시 들어가라니! 너무 가혹하잖아! ... 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어쩔 도리가 없다. 난 선영의 방으로 들어갔다. 여기까지 끌려왔는데 별 수 있나.
거기 앉으세요.
선영이 시키는 대로 늘 앉던 자리에 잠자코 앉았다. 마음 같아서는 냉장고에서 당장 생수통이라도 꺼내들고 벌컥벌컥 병나발을 불고 싶지만 선영의 분위기가 무거워서 그냥 참기로 했다. 그녀는 걸치고 있던 코트를 걸어두고 찬장으로 다가갔다.
술 잘 드시죠?
네? 술이요?
그녀가 부엌 찬장에서 꺼내온 것은 투명하고 길죽하게 생긴 큰 병이었다. 영어도 아닌 이상한 글자가, 그것도 필기체로 휘갈겨 써져 있는 걸 보고 있노라니 안 그래도 어지러운 머리가 더 어지럽다. 하단에 있는 글씨 중에 알파벳이 있기에 간신히 한 단어를 읽어낸다. 거기에는 이렇게 씌여있었다. VODKA
대학생들의 무분별한 음주 행태가 뉴스에 간혹 보도되더군요. 이 정도는 거뜬하시겠지요?
아니, 아무리 대학생들이라고 해도 이런 독주는.....
나이도 젊으실텐데 뭐가 문제인가요?
나이가 술이랑 무슨 상관이야. 아니, 상관있나. 어린 놈들은 못 마시지.... 그러고 보니 뭔가 생각나는게 하나 있다.
그러고보니 선영 씨는 나이가 대체....?
잔을 꺼내던 그녀의 손이 우뚝 멈춘다. 손에 들고 있던 작은 잔을 내려놓고 큰 잔을 대신 들어올린다. 망했군. 이 놈의 입이 방정이야.
일단 한 잔 받으세요.
내 앞에 놓인 커다란 잔. 아니, 이건 잔이 아니라 컵이라고 해야 맞다. 전문용어로는 글라스. 거기에 맑고 투명하면서 알콜 냄새 찐하게 올라오는 액체가 찰랑찰랑 담긴다. 공평하게도 선영의 앞에도 같은 크기의 잔이 놓여져 있다. 그것도 채워진다.
자, 잠깐만요. 선영 씨. 다짜고짜 끌고와서는 술부터 멕이는 겁니까? 마셔야 하는 이유나 좀 듣죠.
잔 비우시면 말씀해드리죠.
이...이걸 비우라구요...?
나름 술에 강하다고 생각해왔는데.... 그건 소주나 맥주 한정이지 이런 독주는 처음이다. 듣기로 고량주도 이 정도 도수 한다고 했던데 예전에 동기들이랑 고량주 먹으러 갔을 때 내가 어떻게 되었더라. 돌아오는 길바닥에 뻗어서 아침을 맞이했던가. 아니였던가. 기억도 희미하군. 그러나 목도 마르고 열도 받고 하는 참이라 앞뒤 가릴 것 없었다. 잔을 든다. 술 냄새, 아니, 알코올 냄새가 코를 찌른다. 숨을 참고 단숨에 입에 털어넣는다. 목구멍 안쪽과 식도, 위장에서 불이 난다. 이쯤되면 이판사판 합이 육판이다.
후아!
내 입에서 고지라처럼 불이라도 뿜어나가는게 아닐까 걱정했지만 그렇지는 않은 모양이다. 나를 지켜보던 선영이 짧게 평한다.
잘 드시네요.
선영도 자기 잔을 비웠다. 표정 변화가 하나도 없다. 난 적어도 콧잔등은 찡그렸는데 말이다. 빈 잔이 다시 채워졌다. 그리고 선영이 입을 열었다.
제가 낮에 말씀 드렸죠. 유진이 과외 갈 때는 얼굴 피고 가시라고.
.....그랬죠.
제 말을 안 들으니까 이렇게 되는 거 아닌가요.
.......예....
이젠 나에게 권하지도 않고 혼자 먼저 마신다. 따라 마신다. 다시 속에서 불이 난다. 내가 잔을 비우기를 기다려 선영이 묻는다.
딱히 궁금하지는 않습니다만... 유진이가 궁금해하니 물어봅니다. 대체 왜 그랬죠?
내가 뭘 어쨌다구요.
왜 그렇게 똥 씹은 얼굴 하고 있었냐 이 말이에요.
.......똥이라니.....
선영이 다시 잔을 채우며 재차 묻는다.
자지 달린 놈들에게 문제라고 해봐야 대개는 돈 문제 아니면 계집 문제죠. 어차피 댁도 자지 달린 놈이니 대략 그런 문제겠죠. 말해보세요. 어서.
그 놈의 자지 타령은...... 이젠 태클 걸 기력도 없다. 이 여자는 입만 열었다 하면 이 소리다. 만약 나중에 이 여자가 애를 낳게 되면 산부인과 의사에게 물어볼꺼다. 의사선생님, 제가 낳은 게 자지인가요, 보지인가요....... 막 이래. 어휴. 그리고 유진이가 하는 사고방식 중에 몇 가지는 이 여자에게 이어받은 게 확실하군. 돈과 계집이 문제라니. 확실히 그 중에 하나가 내게 가장 큰 문제인게 맞기는 한데 듣고 있자니 기분이 좀 나쁘다.
대답 안 할 건가요?
........예. 문제가 있다는 건 맞지만 그건 제 사생활이라고 생각합니다. 굳이 선영 씨나 유진이에게까지 털어놓을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럼 좋을대로 하세요.
의외로 선영은 쿨하게 물러났다. 유진이에 관련된 일이라면 기를 쓰고 달려들 여자인데 왜 그럴까 싶기도 하다. 선영은 자리에서 일어나 찬장에서 뭔가를 꺼내와 그릇에 덜어왔다. 육포였다. 마른 육포를 질겅질겅 씹으며 보드카를 비워나갔다. 그녀가 별다른 말이 없었기에 나도 할 말이 없어 그냥 조용히 술을 마셨다. 처음에는 독주라고만 생각했던 술맛이 점차 입에 붙기 시작한다. 쓰지도 않고 달지도 않으면서 입안에 꽉 차는 느낌이 뭔가 무게가 있는 술이다. 한가지 궁금한 게 있어서 묻는다.
근데 우리가 왜 이렇게 마주 앉아서 술을 마시고 있는 거죠?
선영은 고개를 들어 나를 힐끔 보곤 다시 고개를 숙였다.
일단은 내 말을 듣지 않은 그쪽에게 내리는 벌주.
.......나는 그렇다 치고 선영 씨는 왜 마시는 건데요?
같이 마셨으니 다음 과외 숙제는 빼주는 걸로 하죠. 숙제 하다가 유진이 콜 받고 나간거니까요.
.......그건 별개로 치고 싶은데요.
그로부터 한참 후, 술병이 절반 이상 비었을 무렵, 선영이 천천히 말을 꺼냈다.
혹시나 싶어서 묻는데 설마 저와 맺은 계약 때문에 그런 표정을 하고 있던 건 아니겠죠? 그러니까 돈 ??문에요.
그건 아닙니다만....
선영은 가슴을 쓸어내린다. 몹시 안도하는 눈치다. 설마 자기가 나한테 그렇게 뒤집어 씌워놓고는 ( 물론 내 잘못이 제법 많기는 하다만 ) 그거에 대해서 걱정하고 있었단 거야?
유진에게는.... 그냥 별 문제 없고 그냥 컨디션이 안 좋았다고만 이야기 해둘테니 그쪽도 그렇게 이야기를 맞춰주세요.
네.
내 이야기를 들은 우리 착한 유진이는 내가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았다는 생각에 여전히 당신에 대한 걱정으로 마음을 졸이겠죠. 또 그런 유진이를 보고 있노라면 내 마음도 울적해질테고.... 지금 이 술은 울적해질 나를 위해 미리 마시는 거예요. 위로주죠.
참 이상하다.
참 이상해요.
내 입은 마음 속에 있는 말을 가두어두질 못 하는 녀석이다. 게다가 술까지 마셨으니 더욱 그러하다.
선영 씨는 대체 왜 그렇게 유진에게 집착하죠? 보아하니 친언니도 아닌 것 같은데....
새삼 고개를 돌려 선영의 책상에 주욱 놓인 액자들을 살핀다. 모두 한 사람, 유진이만 가득한 그 액자들을 보고 있노라면 선영은 정말이지 자기 자신보다 유진을 더 아끼는 것 같다.
그러게요. 왜 그럴까요?
선영은 오히려 내게 반문했다. 그리고 내 잔이 비어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마저 채워준다. 가득 차 있던 술병은 이제 전체의 2할도 채 남지 않게 되었다. 술병을 내려놓는 선영의 손이 살포시 떨린다. 그녀는 흐느끼듯 말을 이어갔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날 때가 있었어요. 나라는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싶을 때였어요. 그대로 죽어버려도 상관없다고 생각했을 때였어요. 그럴때 손을 내밀어주고 나를 이끌어준게... 그게 유진이었다고 한다면 당신은 이해하겠어요?
고개를 흔든다. 그녀의 목소리, 그녀의 이야기는 쉽게 대답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늘 당당하기 그지 없던 그녀에게서 이런 이야기가 나오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잠시 후, 그녀의 자세가 무너졌다. 등받이나 손잡이가 없는 의자에 앉아있던 터라 그녀를 잡아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대로 바닥에 쓰러지기 전에 내가 가까스로 안아올린다. 내 품안에 안긴 선영은 내게 파고들며 속삭였다.
침대로.
내 몸 균형 잡는 일도 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간신히 선영을 떨어뜨리지 않고 침대까지 운반하는데 성공했다. 그녀를 침대에 놓고 몸을 일으키려고 하였지만 그녀는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키스하세요.
청유형과 명령형의 중간 쯤. 어쩐지 거부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술 때문일까. 아니면 평소와는 전혀 다른 선영의 표정 때문일까. 이도저도 아니라면 그저 여자라면 환장하는 남자라는 어리석은 짐승의 슬픈 숙명 때문이려나. 고개를 숙여 그녀에게 키스한다. 방금 전까지 같은 술을 나눠마시고 있었는데도 전혀 다른 느낌, 전혀 색다른 맛이 난다. 혀가 엉키고 입술이 겹치고 타액이 교환된다. 독한 술에 취한 뇌는 지금의 감촉을 무어라고 인식하고 있을까. 도무지 한 번만으로는 알 수가 없어 몇 번이고 입맞춤을 나눈다. 수십번 혀를 섞는다.
벗겨요.
이번에도 반쯤 청유형. 반쯤 명령형. 마찬가지로 거부할 마음이 없기 때문에 그녀의 옷을 하나씩 벗겨낸다. 검은 색 블라우스의 단추를 하나하나 끌러낸다. 프론트 후크로 채워져있던 검정색 레이스 가득한 브래지어를 풀어낸다. 뽀얗고 탄력넘치는 가슴이 도드라지게 튀어나온다. 보기 좋은 윤곽을 자랑하는 살언덕의 끝에는 옅은 갈색의 유두가 꼿꼿하게 세워져 있다. 그녀의 협조를 얻어 검은색 면바지를 벗겨낸다. 정말 어울리지 않게도 검은색 리본이 앙증맞게 가운데 자리한 레이스 팬티가 나타난다. 얇은 끈으로 둘러진 그것을 벗길 때는 나도 모르게 숨이 거칠어졌다. 삽시간에 선영은 나체가 되었다. 알몸이 된 그녀 앞에서 나 역시 서둘러 알몸이 된다. 아직 시키지도 않았는데 침대에 올라가 그녀의 몸에 혀를 댄다.
하으윽......
침으로 젖은, 아니 엄밀히 말하면 침보다 더 많은 술로 적셔져 취해버린 혀가 매끄러운 살 위에서 춤을 춘다. 유두를 물고 흡입한다. 목덜미를 살짝 문다. 두 손은 혀가 미치지 못한 곳들을 주무른다. 얼음보다 차가운 그녀라고 생각해왔건만 속살은 뜨겁기 그지 없다. 목덜미와 귀 뒤를 핥을 때 선영은 손을 뻗어 나를 끌어안았다. 온 몸 구석구석을 핥아나가는 동안 자신을 아낌없이 열어주었다. 늘 검은 옷에 감싸였던 그녀의 몸은 이제 아무것도 거칠 것 없이 오로지 나에게 열려있었다.
넣을께요.
손가락을 넣어 만져본 그녀의 다리 사이는 이미 충분히 준비가 되어있었다. 나 역시 마찬가지. 자지가 너무 커져서 빨리 어딜 들어가고 싶다고 성화다. 내 속삼임에 선영은 눈을 꼭 감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부풀어 오를대로 오른 자지를 붙잡고 그녀의 다리 사이를 조준한다. 무성한 털이 숲을 이루고 있다. 내 목표는 그 안에서 자리잡고 있는 옹달샘. 미끄러지듯, 전혀 거칠 것 없이 그녀의 안으로 내가 들어간다. 뿌리까지 깊숙히 박아넣으며 선영의 거친 숨소리를 즐긴다.
하아아아악...... 흡.......
아랫입술을 깨물며 숨을 참는 그녀의 얼굴이 미치도록 사랑스럽다. 나지막히 그녀의 이름을 불러본다. 아래쪽에서 내 물건을 사정없이 조여대는 보지 주인의 이름을.
선영 씨.....
몸을 밀어넣으며 그녀의 이름을 부르자 그녀는 실눈을 뜨고 팔을 뻗어 내 목을 끌어안으며 속삭였다.
나를 그 이름으로 부르지 마요.
네?
다른 이름으로 불러보세요.
조금 뜬금없는 주문이었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를 깨고 싶지는 않았다. 다른 이름? 다른 이름이 뭐가 있지..... 고민을 했지만 그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내 입에서 한 여자의 이름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명희 씨.....
선영은 눈을 감고 있었다. 잠들은 걸까 싶기도 하지만 아래쪽의 조임이 장난이 아니었다. 선영이 눈을 감은 채 말했다.
편하게 불러요,
이번에는 나도 주저하지 않는다,.
명희야....
정말 명희에게 말을 놨다가는 반쯤 죽었겠지. 그러나 지금은 선영이 명희를 대신 하고 있었기에 죽을 염려는 없다. 마음껏 명희의 이름을 불러본다.
명희야... 명희야.... 흐윽....
살결의 마찰이 가져다주는 흥분을 만끽하며, 또한 평소에 제대로 불러보지 못한 이름을 마음껏 불러본다. 허리를 흔들며 몸을 부딪힌다. 치골과 치골이 미친듯이 충돌하며 쾌락을 이끌어 낸다. 자지를 감싸고 있는 것은 정말 미칠듯한 흡입력의 동굴이었다. 내 자지를 조여댄다. 나를 빨아댄다.
명희야.... 니 보지가.... 흐으.....
박아줘, 한석 씨. 내 보지를.....
명희야! 흐윽.......
핏치를 점점 올린다. 피스토닝의 극한으로 치닫는다. 결코 눈을 뜨지 않는 선영, 아니 명희의 얼굴을 어루만진다. 손가락이 입술에 닿자 그 붉은 입술이 살짝 벌려지더니 매끈하고 끈적한 혀가 나와 손가락을 핥는다. 빤다. 살짝 깨문다. 손가락을 넣을락 말락 하자 마치 보지에서 이뤄지고 있는 피스톤질처럼 거기서도 흡입을 해댄다. 허락한다면 이따 자지를 뽑아들고 이 붉은 입술에 다시 한번 박아넣고 싶다.
명희야... 명희야.... 나 지금....... 더 이상은.......
싸줘요..... 하악.... 괜찮아.... 싸요......
하악..!!
그 안으로 나를 쏘아낸다. 그 이름을 가득 끌어안고 거친 숨을 헐떡인다. 숨을 고르며 선영을 끌어안고 있으려니 선영이 손을 가만히 뻗어 내 등을 도닥여 주는게 느껴졌다. 얼마나 그렇게 한참을 있었을까. 두 사람의 숨소리가 다소간 평온해졌을 무렵, 그녀가 내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여자 문제군요.
내 얼굴은 분명 놀란 표정을 짓고 있겠지. 지금 내가 무척 놀랐으니까. 놀란 내가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자니 선영의 목소리가 이어진다.
여자 이름은 명희. 그렇지요?
서...설마, 그 이름을 알아내려고 당신은....
선영의 다리 사이에 박힌 채 쪼그라들고 있는 자지에 서늘한 느낌이 다가온다. 이 여자는 정말 대책없구나 싶었다. 그러나 선영의 손은 놀란 나를 의식하지 않고 천천히 움직여 다가온다. 나긋나긋하게 움직이는 그 손은 내 자지를 천천히 감싸쥔다. 선영은 내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그거 알아요?
손목의 스냅을 십분 활용하여 위아래로 부드럽게 움직이면서 마찬가지로 부드러운 목소리로 선영이 물어온다.
네? 뭘요?
남자들 급소가 여기라는 거?
여전히 목소리는 나긋나긋했지만 어쩐지 불길한 느낌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확 올라버린 술기운과 알듯 모를듯한 분위기에 이끌려 침대로 들어가 온몸으로 행하는 대화를 나눈 직후라고는 하나 내 귓가에 와 닿는 이야기는 그렇게 행복한 이야기만은 아니었다.
물론 자지 자체가 민감한 부위니까 충격에 약하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건 바로 여기, 이거죠.
육봉을 쓰다듬던 손가락은 점점 아래로 내려가 바짝 쫄아 붙어 있는 고환을 쓰다듬기 시작한다. 음모의 까칠함을 헤집으며 고환의 주름 하나하나를 손가락으로 쓰다듬는다.
이걸 말이에요. 손 안에 쥐고 팍! 그렇게 하면 남자들이 기절을 하더라구요. 그런 이야기가 있어요.
예에?
이오공감이 부릅니다. 한 사람을 위한 마음.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제가 직접 한 건 아니지만 들어본 적이 있죠. 사정을 하고 난 직후의 남자 물건에 대고 심하게 하면 아예 못쓰게 될 수도 있는 방법이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이야기를 듣고 정말 그럴까 몹시 궁금하긴 했지만, 딱히 시험해볼 일도 없고 해서 그러고 있었는데......
알몸으로 나에게 바짝 안겨 있던 선영은 잠시 말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내 얼굴을 가만히 응시했다. 항상 무표정하거나 퉁명스러운 표정의 그녀가 모처럼 웃는다. 아아. 이게 말로만 듣던 살인미소구나. 그녀의 손안에서 내 자지와 불알은 열심히 주물러지고 있었고 그 손길은 부드럽고 나긋나긋하기가 마치 천국 같았다. 그러나 천국의 바로 아래에는 지옥이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너무 모르고 있다.
그냥 문득 지금 생각이 나네요.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에요. 후후.
.....마....말씀드리겠습니다.
어머, 뭘요?
전부 다요.
딱히 궁금하지도 않은데.... 지금은 다른 게 궁금한데 말이에요.
....제가 말씀드리고 싶어요. 꼭 들어주세요.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뭐....
너무도 소중하고 연약한 인질(?)을 잡힌 채, 나는 명희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만나지도 못했던 그녀와의 첫 소개팅과 그녀의 노예가 되었던 일, 그리고 그 후에 있었던 일 들..... 아무래도 지혜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어서 함께 하게 되었다. 선영은 가만히 듣고 있으면서 중간 중간 보충질문을 한다. 지난 나의 행적들을 거의 모두 말하고 바로 어제 명희네 집을 찾아갔던 이야기까지 모두 털어놓는다. 비록 협박에 못 이겨 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런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하고 나니 의외로 나쁘지 않은 기분이 들었다. 오히려 좋았다. 후련했다.
그래서, 그 명희라는 분께 또 찾아갈 건가요?
네. 제대로 사과하고 싶어요.
선영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나저나 기분이 좀 묘했다. 처음에는 인질이 잡혀서 줄줄이 실토했다고는 하나 그녀의 손길은 여전히 부드럽게 육봉을 쓰다듬고 있었고 가끔 손가락으로 귀두 아래쪽을 훑어주고 있었다. 딱히 공격적이라든가 위협적이라거나 하지 않았다. 또 그렇다고 막 심하게 비비고 이런 것도 아니라서 사정을 마치고 눅진눅진 해진 자지에 대한 배려가 가득한 손놀림이었다. 더군다나 서서히 회복되기 까지 하고 있다.
주제넘는 참견일지는 모르겠지만...
손놀림을 멈추지 않은 채, 선영은 천천히 말문을 떼었다.
그쪽이 제게 해준 이야기대로라면..... 명희라는 그 분은 더 이상 만나지 않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어요. 아니, 왠지 보지 말아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드는군요.
무슨 소리죠, 그게?
전에 당신에게 해줬던 이야기 있죠? 유미 언니가 해준 이야기....
잘 휘둘린다는 그 이야기 말인가요?
그래요.
선영은 손을 떼고 몸을 일으켰다. 벗어두었던 속옷을 찾아 입기 시작했다. 어쩐지 아쉬워 그녀의 몸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언니가 말한 것 중에는 다소 좋지 않은 이야기도 있었어요. 그 정도로 기가 센 분에게 자꾸 얽힌다면.... 별로 그 끝이 좋지 못할 것 같군요.
기가 센 분이라.... 명희도 세긴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 당신이 말할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아.
다시 한번 말할게요. 그 분을 만나지 마세요.
선영은 내 눈을 똑바로 들여다보며 말했다. 그러나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있을 무렵 이미 나는 절반 정도 졸고 있었다. 사정 후의 노곤함과 독주의 피로에 의해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나서 꿈을 꾸기 시작했다. 꿈 속에서 선영은 나의 자지를 입에 물고 애무해주었다. 나는 그녀의 입에 사정했고 그녀는 그것을 삼켰다. 꿈인가? 정말? 그것도 모르겠다. 보드카는 너무 독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