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화 (9/18)

# 8부에서 이어집니다.

댓글에 대해 피드백을 하자면,

1.스토리 상의 의견을 주시는 분들이 있는데, 물론 제가 생각했던 부분도 있고, 이미 준비가 된 부분도 

있습니다. 애초에 계획을 하면서 다 생각했던 부분들이지만, 글에 다 표현을 할 수는 없습니다. 이것저

것 이야기를 다 넣으면 '짬뽕' 글이 될 것 같고, 결국에는 막장 드라마처럼 진부하게 늘어 질 것 같아서

감당이 힘들 것 같네요.

스토리를 다 짜여 있는 상태지만, 이 글을 쓰면서 가장 중요시 했던 것은 '과유불급'이었습니다.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함과 같은 것처럼, 차라리 아쉬운 만큼 여운을 주는 글이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공감하듯이 어린 시절의 '추억'으로부터 시작하는 글이기에, 과거에 대한 향수를 훼손시키

지 않는 범위내에서 우리가 꿈꿨던 것을 현실화 하여 그려보고 싶은 것이 제 생각이고, 완결까지도 그렇

게 달려 갈 겁니다.

2.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더해서 약 15-18부 정도 예상이 되는데, 완결까지 쓰여진 상태가 아니기 때문

에 아직까지는 확답을 주지는 못하겠습니다. 당장 7부만 하더라도 평소보다는 20% 정도 분량이 늘어난

상태라... 

그러나 분명한 것은 빠른 시간 내에 완결을 짓는 것이 목표입니다. 여러분이 제게 주신 힘을 받아 틈이

날때마다 열심히 손가락을 움직여 자판을 내려 찍고 있습니다.

항상 많은 관심 부탁드리며, 이 글을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나는 술을 늦게 배운 편이었다. 10대 시절 호기심으로라도 한 번 정도는 술을 입에 대보는 경우가 많았지만, 내가 처음으로 술을 마셨던 것은 대학에 진학을 한 후였다. 새내기 배움터에서 대학 과 선배들에게 술잔을 받아 마시게 되었는데, 여타의 사람들이 술에 익숙하지 않을 때 한 번쯤 겪는 것처럼, 그날 구토와 함께 머리 어지럼증에 시달려야 했다.

처음 술을 마시고 숙취에 고생을 했던 나는 도대체 사람들은 어떤 이유로 술을 마실까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많이 마시면 속도 안 좋고, 머리도 아프고, 때론 신물이 나올 때까지 구토를 하게 되는데, 도대체 사람들이 술을 원하는 이유가 뭘까?.

사람들이 술에 마시는 이유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은 생각보다 쉽게 해결 되었다. 숙취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지만, 자주 술을 접하게 되면서 술의 필요성에 대해 인정을 하게 되었다. 사람들이 술을 찾는 이유, 사람들에게 술이 필요한 이유는 간단한 한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었다.

술은 취하기 위해 마시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술에 취하지 않기 위해서 술자리에 앞서 숙취 해소제를 미리 마시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은 술의 존재에 대해 부정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왜 취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거지?. 취하지 않는 방법은 술을 마시지 않으면 되는 것인데...

물론, 술을 마셔도 정신을 놓아서는 안 된다. 그것은 술에 취한 것이 아니라, 술에 잡아먹힌 꼴이 되는 것이니. 사람들이 기분 좋으라고 만들어 낸 술에 잡아먹히는 것은 주객이 전도가 된 경우라고 생각했다.

적당한 취기, 적당한 이성의 풀림, 이것은 자유였다. 아주 사소한 행동 하나라도 남들 눈을 신경 쓰면서 살아야 하는 현대인들에게, 술은 그런 긴장감속에서 일시적으로나마 벗어날 수 있는 자유를 줬다. 물론, 술이 주는 지나친 자유방임주의는 주정이라는 폐단을 낳기도 했지만, 풋.

대학을 다니면서 술을 자주 접하게 되면서, 나는 술을 즐길 수가 있었다.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술을 마셨고, 이것은 졸업 후에도 이어졌다. 퇴근을 하고 집에서도 홀로 혼자 홀짝홀짝 거리며 술을 마시는 경우가 많았고, 이런 습관 때문인지 남들보다 술에 강한 편이었다.

술에 강한 것, 딱히 자랑 거리는 아니지만, 인생을 살면서 술에 약한 것보다는 분명 나았다. 최소한 남들 앞에서 색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주정이라는 막장의 끝은 절대 보여주지 않았으니... 

어찌 됐든, 술은 취하기 위해 마시는 것이었다. 그러나 세상은 얼마 지나지 않아 술이 존재해야 할 이유를 하나 더 내게 알려줬다. 여자였다. 술은 여자를 유혹하기 위해서라도 존재를 해야 했다.

이름이 영민이었던가?. 생각났다. 최영민이다. 

대학 시절 문학 관련 동아리에서 알게 된 친구였는데, 나랑 동갑내기였다. 비록 영민이는 나랑 과가 달랐지만, 한동안은 가깝게 지냈다. 우리가 가깝게 지낼 수 있었던 이유는 문학 관련 과와는 무관했다. 술이었다.

영민이는 애주가였다. 그리고 동시에 술을 통해서 여자를 유혹하는 것을 즐기는 친구이기도 했다. 클럽이나 나이트에 가서 부킹을 통해서 처음 본 여자와 술을 마시고 원나잇을 하는 경우, 대학가 선후배와 술을 마신 후 이성을 있고 사고를 치는 경우는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었다.

결국에는 이러한 것들은 남자들이 여자에게 이성 판단이 되지 않을 만큼의 술을 먹인 후, 그 빈틈을 이용하는 경우였는데, 언젠가 영민이는 나에게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

“꼭 여자를 취하게 만들어야 해?.”

영민이의 질문이 당시에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여자의 빈틈을 노려서 잠자리를 같이 하려면 반드시 그 여자를 취하게 해야 하는 것이 정상이었다. 취하지 않는 여자를 어떻게 모텔로 데려갈 수 있단 말인가?.

“내가 널 좋아하는 이유는 술을 좋아하기 때문이야. 술을 그냥 마시는 사람과 좋아서 마시는 사람은 다르지.”

물론, 영민이와 나는 정말 술을 좋아했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술을 마실 기회와 이 시대의 미녀인 김태희와의 하룻밤 중에서 택일을 하게 되는 경우가 생기면 어떤 것을 선택할까라는 질문을 한 적이 있었는데, 영민이는 지체 없이 전자를 선택했다. 물론, 나도 전자를 선택했다. 잠시 고민을 하긴 했지만...

“여자에게 술을 먹이려면 그것에 신경이 쓰이면서 술을 즐기지 못하게 돼. 그냥 기계적으로 술잔을 비워나갈 뿐이지. 당연한 것 아니겠어?. 술맛을 음미할 수 없지, 이미 여자를 어떻게 눕힐까, 이 여자를 어디로 데려갈까, 어떤 자세로 섹스를 할까, 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을 테니...”

당시에 영민이는 전혀 틀리지 않았다. 생각해 보면 영민이와 갖는 술자리와 여자와 갖는 술자리의 나도 달랐다. 똑같은 술을 마시지만, 여자와 술자리를 가졌을 때는 술을 잘 느끼지 못했다. 술에 점점 취하는 여자를 마주보며, 어떻게 하면 한 건 올릴 수 있을지라는 생각만 했을 뿐...

“네가 그랬지. 술은 즐기는 것이라고... 그런 의미에서 술은 어느 상황에서든지 즐길 수 있어야 해. 여자와 섹스를 하고 싶어도, 술자리에서는 술을 즐겨. 술을 즐기면서도 여자와 섹스는 할 수 있을 테니... 그런데도 남자들은 억지로 여자에게 술을 먹인단 말이야. 참 멍청한 짓이지.”

마치 선문답을 하듯이 영민이의 두루뭉술한 말이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래서 당시에 영민이를 재촉했지만, 한편으로는 영민이가 말한 의도를 전혀 눈치 채지 못해서 약간은 씁쓸하기도 했다. 나도 영민이 말대로 멍청한 놈이었던 걸까?. 영민이는 입가에 미소를 띠며 소주 한 잔을 들이켰다. 그리고 다시 입을 열기 시작했다.

“민수야. 우리 한 번 생각해 보자. 너랑 어떤 여자가 술을 같이 마시게 됐어. 여기서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최소한 그 여자가 너에게 인간적 호감은 있다는 사실이야. 왜냐하면 여자들은 싫어하는 남자와 단둘이 술자리를 갖지 않거든.”

충분히 공감이 가는 말이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영민이의 말에 동조함을 알렸다. 생각해보면, 남자인 나도 마음에 들지 않는 여자와 술자리를 갖는 것은 싫었으니.

“그렇다면 생각해 보자. 그 여자가 너랑 섹스를 하는 것과 술, 관계가 있을까?. 음... 그러니까 말이야. 내 말은 그 여자가 이 남자, 저 남자에게 보지를 벌려주는 걸레 같은 년, 아니 네 표현대로 자유 섹스 주의자가 아닌 이상, 술을 마셨다고 너랑 섹스를 하는 것이 더 이상하지 않을까?.”

영민이의 말은 알 듯 했지만, 잘 이해가 가지는 않았다. 의아해 하는 내 표정을 보고 영민이가 빙긋 웃으며 이야기를 다시 이어갔다.

“내 말은 결국 섹스와 술은 상관이 없다는 것이지. 최소한 그 여자가 너에게 마음이 있으니 섹스를 하는 것이지, 단순히 술에 취했기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니란 말이야. 아참, 하나 정정하자면 네 표현대료 자유 섹스주의를 가진 여자도 술 때문에 섹스를 하지는 않겠지. 섹스를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니... 차라리 그런 여자에게는 술과 상관없이 ‘당신에 대한 나의 발기 된 욕망을 당신이 끊임없이 내뿜는 샘물 속에 담가 식히고 싶어’라고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좋겠지. 시간적으로든, 경제적으로든 오히려 효율적이지 않을까?. 크크.”

영민이는 괴괴한 웃음소리를 내며 다시 한 번 술잔을 들이켰다. 

“정리해볼까?. 왜 내가 보통의 남자들을 멍청하다고 한 줄 알아?. 자, 생각해보자. 민수 네가 섹스를 하고 싶어서 여자를 술 먹였다고 하자. 그 여자가 정신을 놓았어. 그래서 유유히 그 여자를 데리고 모텔에 들어가서, 옷을 벗긴 후 섹스를 했다고 하자. 그러면 너는 옷을 벗기는 시점에서 강제 추행 죄, 삽입을 함과 동시에 준강간 죄가 되는 것이야. 설령 여자가 정신을 완전히 잃지 않았음에도 이건 변함없는 사실이지...”

나는 영민이의 술잔을 채워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즉, 여자의 의사를 물어보지도 않고 관계를 맺게 되면 법적인 위험성을 갖게 되지. 내가 처음에 네게 했던 질문 기억나지?. 내 질문은 여기서 출발 한 거야. 꼭 여자를 취하게 할 필요는 없어. 그냥 넌 술을 즐기면 돼. 그리고 네가 취하면 되는 것이고....”

여자와 하룻밤을 가지기 위해서 만난 술자리에서 오히려 남자가 취한다?. 영민이의 생각은 기타의 남자들과는 다른 역발상이었다.

“남자가 취해도 충분히 잘 수 있지. 아니, 취하지 않아도 취한 척 하면 돼. 어차피 술을 마셔서 너에게 다리를 벌려줄 의향이 있는 여자라면, 널 그냥 놔두고 가지는 않을 거야. 너를 그 자리에서 놔두고 갈 정도의 여자라면, 애초에 다리를 벌려 줄 여자가 아니란 말이지...”

영민이의 말은 들을수록 묘하게 설득력이 있었다.

“이제 그 여자가 취한 너, 아니, 취한 척하는 너를 모텔이나 집에 데려다 준다고 하자. 여기서는 모텔로 가정을 하고... 모텔에 들어선 여자는 너를 침대에 힘들게 눕히겠지. 여기서 여자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고민이 되겠지. 너를 그냥 모텔에 두고 가느냐, 아니면 옆에 있어야 하느냐. 이때, 드라마에서 보는 것처럼 취해서 침대에 누운 네가 그 여자의 손목을 잡고 잡아당긴다. 그러면 게임은 끝. 여자의 의사도 분명하게 물었기 때문에, 넌 법적인 책임에는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어.”

영민이의 말을 듣고 난 녀석이 정말 대단함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반면에 한 가지 의문점이 들어서 질문을 했다.

“손목을 잡아당겼는데, 여자가 거부를 하면 어떻게 행동해야 하냐고?. 그러면 섹스를 하기 힘들지. 아무 여자 이름이나 불러. ‘민정아.’하고 말이야. 술에 취해서 옛 여자 이름이라도 부른 줄 알겠지. 단순히 술주정으로 끝날 수 있지. 물론, 이때는 섹스에 실패했지만, 크게 아쉬워 하지는 마. 어차피 네가 그 여자를 술을 먹여서 섹스를 하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그런 여자면 다음날 고소를 할 확률이 높으니까... 한 가지 예외가 있다면 만약에 너보다 세상 경험이 있는 여자라면, 정확히 나이가 좀 많은 여자라면, 다른 여자의 이름을 들었더라도 다시 한 번 기회가 올 거야. 첫사랑에 아파하는 남자의 모습은 너에게 마음 가 있는 여자라면 같이 아파하면서 널 다독거려주고 싶을 테니깐. ”

영민이의 말은 치밀했다.

“그리고 마지막 팁을 주자면, 술에 취한 나를 모텔로 데려간 여자의 열에 아홉은 내가 손목을 잡아당기니, 내 품으로 들어왔어. 어차피 인생에 100%가 없다면, 법적인 책임의 가능성이 전혀 없는 이 방법이 낫지 않아?. 0%의 위험률에 80-90%의 확률로 여자와 섹스를 할 수 있고, 100%로 술을 즐길 수 있으니깐. 네가 나처럼 술을 즐길 수 있으니까, 이런 이야기를 해주는 거야. 전에 너마저 ‘김태희’를 골랐다면, 역시 나도 널 멍청한 놈이라 생각하며, 이런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겠지.”

***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해?.”

여자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내 앞에는 다운이 엄마가 소주 한 병을 들고 서 있었다.

“아뇨. 그냥....”

“괜찮겠어?. 내일 출근하는 데 지장 받지 않겠니?.”

얼핏 시간을 보니 이미 자정이 넘어 있었다. 어느새 다운이 엄마와 단 둘이 두 시간 가까이 술을 마셨고,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다운이 엄마는 맥주만 한 모금씩 홀짝홀짝 마셨고, 난 거의 혼자 소주만 들이켰다. 지금 다운이 엄마가 들고 있는 소주 한 병도, 내가 더 마시고 싶다고 해서 그녀가 가져온 것이었다.

“괜찮아요. 하하. 이런 날도 흔치 않은데...”

나의 웃는 모습을 보고 다운이 엄마가 내 앞에 앉았다. 그리고 소주 뚜껑을 열어, 내 술잔에 술을 채우기 시작했다. 거의 4시간 넘게 술을 마시면서 나도 점점 취함이 느껴졌다. 더구나 생각지도 못하게, 과거 대학시절에 알았던 영민이의 말도 떠올랐고... 그런데 다운이 엄마랑 어떤 이야기를 나눴었지. 

“그런데 아줌마는 따로 관리를 하세요?.”

“뭘?.”

“10여 년 전과 지금이랑 거의 달라진 게 없는 것 같아요.”

“칭찬이지?.”

“네. 마치 20대의 아가씨 같은데....”

“호호호.”

만고불변의 진리라면, 여자는 칭찬에 약하다. 설령 그것이 뻔히 보이는 수작임을 알아도 여자란 동물은 칭찬 듣는 것을 좋아했다. 특히, 외모에 관한 칭찬은 그 어떤 여자에게도 100% 통하는 뻔한 수작이었다.

“사실은 예전에는 아줌마가 왕조현 같다는 생각도 했어요.”

“그래?. 호호호. 그런데 에이 그건 좀 아니다...”

사실 과거의 다운이 엄마는 왕조현과 비슷했다. 큰 키에, 긴 생머리, 하얀 피부, 얼굴은 그림 같이 예쁜 왕조현이 더 낫긴 했지만... 가슴만큼은 다운이 엄마가 더 나았다. 물론, 왕조현이 얼굴이 너무나 뛰어나서 그렇지, 다운이 엄마의 얼굴도 상당히 예쁜 편이었다.

“진짜인데... 왕조현도 농구선수 출신이라 키가 크잖아요. 아줌마도 배구 선수 출신이라 키도 크고... 같은 운동선수 출신에 체형도 비슷하니... 느껴지는 것이 좀 비슷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일종의 이미지가....”

“호호호. 말이라도 고맙다.”

나의 연속된 칭찬에 다운이 엄마의 입가에서는 웃음이 끊이지를 않았다. 물론, 어느 여자나 웃는 모습이 아름답기는 했지만, 다운이 엄마의 웃는 얼굴은 매력이라는 말로 표현을 하기에도 부족할 정도로 사람을 끄는 무언가가 있었다.

“아줌마는 웃는 모습이 참 좋아요. 생각해 보면, 예전에도 참 잘 웃으시고 그러시고, 지금도 그렇고....”

“그만 비행기 태워... 떨어지면 죽겠다. 호호호.”

“잘 웃는 비결이 뭔가요?.”

“비결?. 글쎄.... 웃으면 행복해 보이지 않니?.”

웃으면 행복해 보인다?. 사실, 웃으면 행복하다라는 말은 많이 들어봤지만, 행복해 보인다라는 들어보지를 못해서 그런지, 약간은 낯설고 어색하게 느껴졌다. 내 표정을 느꼈는지, 다운이 엄마가 나를 보고 생글생글 웃었다.

“암튼. 웃으면 좋죠. 아참. 궁금한 것이 있었는데...”

“궁금한 것?.”

“아줌마 나이랑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10여 년 전에도 다운이 엄마의 나이를 추측만 할 뿐, 알지는 않았다. 또한 이름도 여태까지 알지 못했다. 당시의 동네 사람들은 다운이 엄마를 두고 다운이 엄마라고 불렀으니깐. 생각해 보면, 우리 어머니도 동네 사람들에게는 민수 엄마였다.

“숙녀에게 나이를 물어보는 것은 실례야. 그런데 이름은 왜 알고 싶은데?.”

“합리적은 이유를 말하자면, 나이의 경우는 아줌마가 너무나 젊어 보여서 동안에 대한 호기심이 저를 자극했다고 생각하시면 되고요. 이름의 경우에는 제 핸드폰에 저장된 아줌마 번호의 이름 란에 ‘다운이 엄마’라고 하는 것보다는 이름을 넣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서요.”

“호호호호.”

다운이 엄마의 외모에 대한 칭찬도 곁들이면서 설명을 하자, 다운이 엄마가 기분이 좋은지 또 다시 크게 웃기 시작했다.

“특별히 민수에게는 알려주지...”

“넵.”

“내 이름은 이명희야. 그리고 나이는 46세.”

“명희씨 였군요. 이름도 예쁘시다.”

“민수. 자꾸 늙은 아줌마 놀릴래?.”

“하하하. 아뇨. 아뇨. 아?. 그런데 아줌마가 아저씨보다 연상이셨어요?.”

다운이 아빠의 경우는 전직 프로야구 선수 출신이라 포탈 싸이트에서 검색을 하면 프로필을 볼 수 있었다. 내 기억이 맞다면 다운이 아빠의 나이가 45세였는데, 다운이 엄마가 한 살이 더 많았다니, 약간은 충격이었다. 외모만 봐서는 다운이 엄마가 다운이 아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데...

“아... 그게. 그래.”

다운이 엄마는 자신이 연상이라는 사실을 밝혀서 부끄러웠는지, 약간은 쑥스러워하는 듯했다. 연상연하 커플도 많은 시대에 더구나 한 살 정도의 연상은 거의 동갑이라 볼 수 있는데... 어찌됐든, 다운이 엄마의 그런 모습도 보기는 좋았다.

“아줌마. 되게 동안이시네요.”

“민수야. 이제 그만.....호호.”

다시 한 번 칭찬을 하자, 다운이 엄마가 손을 내저으며 그만하라며 웃는다. 많이 마시지는 않았지만, 다운이 엄마 역시 술을 마셔서 그런지, 양 볼이 발그레 졌다. 누가 다운이 엄마를 46세의 아줌마라 생각할 수 있을까?. 마치 20살에 대학에 가서 처음 술을 접하는 새내기의 여학생과 비슷했다. 그런 다운이 엄마와 술을 마시니, 술 맛도 더욱 좋게 느껴졌다.

“나 화장실 좀 다녀올게...”

한동안 다운이 엄마와 즐겁게 대화를 나누며 술을 마셨다. 어느새 다운이 엄마가 가져온 소주 한 병을 다 비운 나는 이제 조금씩 힘이 들었다. 다운이 엄마가 화장실에 간 사이 시간을 확인해 보니, 이미 1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이제, 술자리를 끝내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내가 취해야 할 것 같았다. 물론, 취기가 올라와 있지만, 이것보다 좀 더 취해야 했다. 과거 영민이의 말대로 취하지 않아도, 취한 척은 해야할 타이밍... 나는 마지막 소주 한 잔을 들이 키고, 그대로 고개를 숙였다. 

“민수야. 민수야. 자니?.”

잠시 후, 화장실에 다녀온 아줌마가 나를 부른다. 하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내가 꿈쩍도 하지 않자, 다운이 엄마가 나를 어깨를 잡고 흔들어 깨웠다. 

“민수야... 민수야... 일어나야지.”

“으아....음. 네.”

난 고개를 양 옆으로 흔들며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눈을 깜빡이며 마치 술에 취한 것처럼 연기를 시작했다. 술에 취한 연기를 할 때는 눈동자가 가장 중요했다. 상대방과 시선을 마주치지 않는 것이 핵심이었다. 최대한 눈동자가 흐려지는 모습을 보여야 했다.

“아.... 아... 저.. .저... 괜찮아요...괜찮아요.”

두 번째 방법은 같은 말을 반복하면서 최대한 발음을 어눌하게 하는 것이었다. 

“민수야.... 여기서 자고 가. 아침에 깨워줄게...”

“아...니요... 아니요...”

다운이 엄마가 자고 가라고 했지만, 이 곳에서 벗어나야 했다. 난 자리에서 일어나면 연신 고개를 흔들었다. 어떻게든 다운이 엄마를 데리고 우리 집으로 가야했다. 술에 취했지만 안방에서 다운이 아빠가 자고 있었기 때문에, 다운이 엄마에게 수작을 걸 수도 없었고, 효과도 없을 듯 했다.

설령 당장 다운이 엄마와 내가 연인 사이라고 하더라도 다운이 아빠가 자고 있는 집에서의 섹스는 다운이 엄마든, 나든 절대 꿈꾸지 않았을 테니깐.

“괜찮겠어?.”

“집에.... 가야.... 해...요.”

마지막 방법은 자리에서 일어나 비틀 대는 것이었다. 내가 비틀거리며 현관문 쪽으로 가자 다운이 엄마가 뒤따랐다. 여기서 좀 더 극적인 상황을 연출하기 위해서 비틀거리는 척 벽에 내 몸을 부딪혔다.

“아이...”

“민수야. 괜찮니?. 괜찮아?.”

벽에 부딪힌 나를 두고 다운이 엄마가 걱정스럽듯이 물었고, 어느새 내 옆으로 다가온 그녀가 내 팔을 잡으며 부축을 시도했다. 

“집에... 가야.... 해요....”

집에 가야하는 것을 강조했다. 역시나 다운이 엄마에게 반응이 곧바로 왔다.

“아줌마가 데려다 줄게.... 천천히... 천천히... 가자.... 조심하고....”

다운이 엄마가 내 오른쪽 품으로 들어와 나를 부축하기 시작했다. 마치 내가 오른팔로 다운이 엄마의 어깨를 감싸 쥔 모습처럼 됐다. 다운이 엄마가 내 품에 들어오자, 난 그녀의 체취를 느낄 수 있었다. 당장이라도 다운이 엄마를 눕혀서 올라 타고 싶을 정도로 자극적이었다.

“조심... 조심....”

아주 천천히 현관문을 나섰다. 난 일부러 몸을 휘청거리며 다운이 엄마를 힘들게 했다. 다운이 엄마는 나를 쓰러뜨리지 않기 위해서 온 힘을 다하는 듯 했다. 조금은 미안한 감이 있었지만, 내가 몸을 휘청거릴수록 다운이 엄마의 몸을 더 많이 느낄 수 있었기 때문에, 그 행동을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아아.... 앙......”

“천천히.... 민수야... 조심해야지.”

몸을 휘청거리며 난 오른팔을 내렸다. 다운이 엄마의 허리를 감싸 쥐듯이 안아 들었고, 다운이 엄마의 몸이 내 가슴으로 깊숙이 들어왔다. 오른손에는 다운이 엄마의 매끄러운 허리가 잡혔고, 내 가슴에는 다운이 엄마의 풍만한 가슴이 느껴졌다. 그리고 내 바지 안의 자지는 슬슥 기지개를 펴려고 했다.

딩동.

엘리베이터가 도착을 했다. 다운이 엄마는 나를 부축하고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고, 4층 버튼을 눌렀다. 한층 차이였기 때문에 엘리베이터는 곧 도착을 했다. 그리고 다운이 엄마는 힘겹게 나를 데리고 엘리베이터를 내렸다.

그때까지 나는 몸을 휘청거리며 다운이 엄마 몸을 느끼고 있었지만, 다운이 엄마는 눈치를 채지 못했다. 아무래도 당장 나만 부축하는 것 자체가 힘들어서, 그것만 신경을 쓰는 것 같기도 했고...

“민수야. 열쇠는....”

우리 집 현관문 앞에 도착을 하자 다운이 엄마가 집 열쇠를 찾았다. 열쇠는 내 바지 주머니에 있었는데, 문제는 내 자지가 이미 반쯤 발기했다는 것이었다.

“주우.....머니....”

“주머니에 있다고?.”

다운이 엄마의 말에 고개를 살짝 끄덕거렸다. 다운이 엄마는 내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타이트했기 때문에, 다운이 엄마는 꽤 힘겨워 했다. 그에 반면에 다운이 엄마가 내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자 마치 그녀의 손이 내 허벅지를 쓰다듬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동시에 바지 안의 자지는 완전히 발기가 되었다.

“휴우....”

내 주머니 속에 손을 넣어 꼼지락 거리던 다운이 엄마는 열쇠를 찾은 듯 했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손을 빼면서 이미 발기한 내 자지를 살짝 건들었는데, 나에게는 찰나의 그 순간이 무엇보다 짜릿했다. 다운이 엄마의 손이 빳빳해진 내 자지를 느꼈는지 모르겠지만, 그녀가 내 자지에 준 감촉은 내 온 몸을 휘감았다.

찰칵.

현관문이 열리고, 다운이 엄마의 부축을 받아 내 방으로 들어갔다. 방에 도착하자마자 다운이 엄마는 힘겨웠던지 나를 던지듯이 침대에 눕히려고 했는데, 난 그 순간 몸을 비틀어 오히려 다운이 엄마가 침대에 눕게 만들었다. 그리고 침대에 누워버린 다운이 엄마 위로 내 몸을 맡겼다.

“꺄아아.....”

다운이 엄마가 소리를 쳤다. 다운이 엄마의 가슴이 내 몸에 느껴졌고, 다운이 엄마의 허벅지 안쪽으로 내 자지가 비벼지는 것도 느껴졌다.

“민수야... 잠시만.... 잠시만.... 아줌마 좀 나가자...”

다운이 엄마는 내 몸에서 빠져나오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쉽지가 않았다. 거의 클럽에서 부비부비를 하는 것처럼 다운이 엄마는 내 몸과 마찰을 했다. 물론, 그만큼 나는 다운이 엄마의 몸을 마음껏 느꼈다.

“휴우....”

결국에 내 몸에서 빠져나온 다운이 엄마는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그리고 침대에 누운 나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집으로 돌아가려는 듯 했다. 그 순간, 나는 다운이 엄마의 손목을 잡았다. 그리고 내 품으로 당겼다.

“민수. 너 진짜... 왜 이러니....”

다운이 엄마가 약간은 화가 난 듯 했다. 술에 취한 척 하고 있던 나는 ‘아차’ 싶었다. 역시나 아직은 무리였다. 그렇다면 그 옛날 영민이가 알려준 매뉴얼대로 행할 수 밖 에...

“민....정아....민정아....가지마.”

나는 알지도 못하는 ‘민정’이라는 이름을 중얼거렸다. 그래. 다운이 엄마를 침대에 이끌려고 한 것은 단순히 옛 여자를 잊지 못하는 나의 술주정이었을 뿐이었다. 

“어휴. 민수야... 아줌마는 민정이가 아니야.....”

“가지마.....가지마.........민정.......아....... 가지마...”

민정아 가지마를 혼자 중얼거리면서, 나는 다운이 엄마의 손목을 잡았던 손의 힘을 풀고 잠이 드는 척을 했다. 눈을 떠서 다운이 엄마의 표정을 보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눈을 뜸과 동시에 모든 것이 다 들킬 것이니...

한동안 조용했다. 다운이 엄마가 나가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이내 곧 다운이 엄마가 잠시 흐트러진 이불을 잡고 나를 덮어주는 듯 했다. 그 순간 마음속으로 절반쯤 성공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불을 덮어 준 다운이 엄마는 불을 끄고 방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잠시 후, 현관문이 열리고 닫는 소리가 내 귀에 들려왔다.

“영민이 이 새끼.... 하하.”

영민이 생각과 함께 웃음이 나왔다. 비록 오늘은 실패를 했지만, 영민이가 예전에 말한 그대로 행동이 되었다. 그 녀석의 말대로라면 다시 한 번 나에게 기회가 올 것이었다. 난 방금 전에 다운이 엄마의 몸을 생각하며 자위를 시작했다. 

다음 기회에는 절대 자위로 끝내지 않기를 맹세하며...

다음날 출근을 한 나는 하루 종일 다운이 엄마 생각을 했다. 술주정을 했으니, 분명 사과를 해야 했다. 점심 시간대가 낫지 않을까 싶어서, 점심을 먹고 다운이 엄마에게 전화를 하기 위해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전화번호부에서 ‘이명희’를 찾았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다운이 엄마의 폰 번호 이름을 ‘그녀’에서 ‘이명희’로 바꾸었다.

다운이 엄마의 폰 번호를 찾은 나는 바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운이 엄마가 전화를 받았다.

“안녕하세요. 아줌마. 민수에요.”

- 아. 그래. 웬 전화야?.

“제가 어제 실수를 한 것 같아서... 사과를 드리려고요. 죄송했습니다.”

- 민수가 어제 술을 너무 많이 마셨나 봐....

“솔직히, 제가 어떻게 집에 왔는지 기억도 안 나네요. 일어나 보니까, 제 방에 있길래.....”

- 너 아줌마 엄청 고생 시킨 거 알아?. 아줌마도 너 부축하느라, 온 몸이 쑤셔...

“죄송합니다.”

- 그건 그렇고 속은 괜찮니?.

“네.. 조금 쓰리긴 하네요.”

다운이 엄마의 말투에는 뼈가 있긴 했지만, 다행히도 보통 때와 다를 바가 없었다.

- 그래서 술은 적당히 마셔야 하는데.... 아저씨도 오늘 속이 안 좋아서... 힘들어 하셨거든. 음... 그러면 퇴근하고 저녁에 우리 집으로 와. 해장국 끓여줄게...

“제가 어떻게.... 해장국까지.....”

- 괜찮아. 어차피 아저씨 땜에라도 끓여야 하거든. 아저씨도 오늘 어떻게 애들 교육 시키려는지 모르겠다만... 7시쯤에 올래?.

“네. 고맙습니다.”

- 대신. 오늘은 절대 술 마시면 안돼!.

“넵.”

- 그럼 열심히 일하고 좀 있다가 봐.

다운이 엄마와 기분 좋게 통화를 마쳤다. 더구나 해장국까지 얻어먹게 생겼으니... 비록 나‘만’을 위해서 해장국을 끓이는 것은 아니었지만, 나에 대해 신경을 써주는 다운이 엄마의 마음 씀씀이가 좋았다.

시간이 갈수록 옛 감정에 더해진 다운이 엄마가 더욱 더 좋아지는 것을 느꼈다. 

그녀가 내 여자였더라면...

저녁이 되어서 다운이 집을 방문했다. 다운이 아빠도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서로 헛웃음을 지으며 해장국을 먹었다. 해장국을 먹으면서 다운이 아빠가 ‘소주 한 잔’이라는 말을 했다가, 다운이 엄마에게 한 소리를 듣는 것을 제외하고는 유쾌한 저녁식사였다.

시간이 흘러 한 달이 지났고, 난 다운이 집을 자주 방문했다. 다운이 엄마가 혼자 사는 나를 많이 신경써줬는데, 대부분은 함께 저녁식사를 하는 것이었다. 다운이 아빠가 있는 날이 많았지만, 다운이 엄마를 자주 볼 수 있다는 것 하나라도 좋았다.

물론, 그 사건 이후로는 술을 마시지는 못해서 기회를 잡는 게 힘들었지만, 지금 이대로도 좋았다. 다운이 아빠가 없는 날에는 다운이 엄마와 저녁 식사 후, 차 한 잔을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것도 즐거운 일이었다. 대화를 나누면서 다운이 엄마와 더욱 가까워 질 수 있고, 그녀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다운이 엄마가 블랙커피를 즐김을 알게 된 것도 이 무렵이었다.

6월 중순이 되었고, 난 다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대학생들의 기말고사가 끝나면서 엄청난 양의 책들이 반납이 되기 시작한 것이었다. 물론, 에어컨이 빵빵하게 나오는 실내에서 일하는 것이었지만, 평소보다 수 배 많은 책들을 정리하고 관리하는 것은 꽤나 힘들었다.

매일같이 파김치가 되어서 퇴근을 하곤 했는데, 어느새 친구처럼 되어버린 다운이 엄마에게 토로를 했다. 물론, 큰일은 아니었지만, 다운이 엄마랑 나는 소소한 일도 말하는 사이가 되었으니...

어느 날은 내가 지친 모습을 보이자 다운이 엄마는 나에게 특별히 맛있는 음식을 해준다고 했다. 무엇을 좋아하냐고 물어 보기에 마땅한 음식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처음에 만나서 해줬던 돼지고기를 듬뿍 넣은 김치찌개가 먹고 싶다고 했다.

“그래?. 그러면 이번 주 금요일에 퇴근하고 와. 그거 해줄게.”

거실에서 혼자 텔레비전을 보는 다운이 아빠를 곁눈질로 본 다운이 엄마가 내게 한 쪽 눈을 찡긋 거리며 말을 했다. 금요일과 토요일에는 다운이 아빠가 없는 날이었다.

다운이 엄마의 윙크가 나이에 비해 상당히 귀엽다고 생각하며, 나 역시 한 쪽 눈을 찡그리며 동조를 했다. 그러자 다운이 엄마가 ‘호호호’거리며 크게 웃기 시작했다.

“재밌는 일 있으면, 같이 좀 웃지?. 무슨 일 있어?.”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기 때문에 다운이 엄마가 왜 웃는지 모르는 다운이 아빠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어왔지만, 다운이 엄마와 나는 서로를 보며 빙긋 웃을 뿐이었다.

시간이 흘러 금요일이 되었고, 마침 거의 모든 책정리가 끝나는 날이어서 상당히 상쾌하고 시원한 기분으로 퇴근을 했다. 대학생들의 방학이 시작되었기 때문에 당분간 한가할 수 있다고 생각하자 발걸음마저 가벼운 퇴근길이었다.

물론, 거기에 다운이 엄마가 나를 위해서 저녁식사를 준비하고 있음을 알고 있었으니, 여러모로 참 좋은 금요일 저녁이라고 생각했다.

집에 도착 한 나는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301호로 내려갔다. 보통 때처럼 벨을 누른 후, 마음속으로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어라?. 평소와 같으면 다섯이 될 시점에서 다운이 엄마가 생글생글 웃으며 반갑게 나를 맞아줘야 했다. 그런데 한참이 지나도 현관문은 열릴 생각이 없었다.

“어?. 분명 통화도 했는데...”

약 30분 전, 퇴근하면서 다운이 엄마에게 연락을 했다. 그런데 왜 문을 열지 않는 걸까?. 설마 화장실에 있는 걸까?. 다시 한 번 벨을 눌렀다.

“음....”

그러나 한참을 지나도 현관문은 굳건하게 내 앞을 막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는 걸까?. 갑자기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현관문 손잡이를 잡고 돌려보았다. 다행히 문이 열려 있었다.

“아줌마.”

현관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아줌....마?.”

거실이 내 눈에 들어오자,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다운이 엄마의 모습이 보였다. 그런데 뭔가 심상치 않은 듯 한 모습이었다. 황급히 달려가서 다운이 곁으로 다가갔다. 다운이 엄마는 웃고 있지 않았다. 다운이 엄마의 눈에서는 평소에는 절대 볼 수 없었던,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아줌마. 무슨 일이에요.”

나 역시 다운이 엄마 옆에 주저앉으며 물었다. 그러나 다운이 엄마는 계속 눈물을 흘릴 뿐, 대답을 하지 않았다. 양 손으로 다운이 엄마의 어깨를 잡고 흔들어 보았다.

“아줌마... 무슨 일 있어요?.”

이제야 나의 존재를 감지한 듯, 다운이 엄마가 눈물을 흘리면서 내 얼굴을 쳐다봤다. 그리고 뭐라고 하기도 전에 내 이름을 부르며 품으로 달려 들어왔다. 

“미.....민수야...”

다운이 엄마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난 다운이 엄마를 꼬옥 껴안으며 등을 토닥거렸다. 다운이 엄마가 왜 우는지 알 수 없었지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이것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아줌마. 무슨 일에요.”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 난 조심스럽게 다운이 엄마에게 물어보았다. 다운이 엄마는 여전히 내 품에서 울면서 뭐라고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네?.”

“다..... 다...... 흑흑... 다운....이가..... 흑흑... 전화..... 전화.....”

“다운이?. 전화요?.”

다운이가 집에 전화를 했다는 말 같았다. 그런데 그게 이렇게 다운이 엄마가 오열할 정도로 큰일인가?.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가만, 혹시 캐나다에 있는 다운이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닐까?.

“아줌마. 다운이에게 무슨 일이 생겼대요?.”

“다운이..... 흑흑... 전화..... 전화....”

다운이 엄마는 말을 잘 잇지 못했다. 그렇게 한참을 다운이 엄마를 안고 토닥거렸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다운이 엄마가 조금씩 울음을 그치는 듯 했다.

“다운이에게 무슨 일 있대요?. 캐나다에서?.”

다운이 엄마에게 재차 물었다. 내 품에서 한참을 울었던 다운이 엄마가 고개를 들어 내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다운이 엄마의 눈은 빨갛게 퉁퉁 부어 있었다.

“다운이.... 에게..... 전화가 왔어...”

“네. 무슨 일 있나요?.”

다운이 엄마는 다시 말을 잇지 못했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는 듯 했고, 난 다운이 엄마를 꼬옥 안고 토닥거렸다. 그리고 다운이 엄마에게 조용히 말을 했다.

“말해보세요. 속 시원하게.... 털어놓으면 편할 거예요.”

이 방법이 통했는지 모르겠지만, 한참을 뜸들이던 다운이 엄마가 작게 중얼거렸다.

“..... 다운이에게.... 전화가 왔어.... 3년 만에....”

“이에?. 3년이요?.”

다운이 엄마의 말을 듣고 난 소스라치게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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