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요 ,, 여기까지.."
영미가 단지앞까지 자신을 데려다준 창후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술은 좀 깨셨나요?"
"네,, 근데 어려보이는데.."
"아, 전 23살이에요~ 군대다녀오고 재수하고있어요"
창후가 멋적은듯 웃어보였다.
"아까 그 남자가 덤비기라도 했으면,,, 큰일날뻔했어요"
"사실 저도 좀 무서웠어요"
창후가 웃자 영미도 웃어보인다.
"근데 왜 혼자 술을 ..."
"아,, 그냥요 ,, "
"네...나이가..?"
"아,, 전 39이에요"
창후는 믿기지 않았다.
기껏해야 20대 후반일줄 알았던것이다.
"아,, 되게 젊어보이세요.. 그건그렇고 어서 들어가세요"
"뭘요.. 고마워요.. 뭐라고 고맙다고 해야할지.."
"아니에요~ 그럼 저도 이만.."
창후는 영미를 뒤로하고 단지밖으로 빠져나갔다.
영미는 그런 창후가 사라질때까지 멀뚱하게 바라보다 아파트 안으로 들어섰다.
열쇠로 문을 따고 집안으로 들어서자 하늘이 소파에 앉아 있는게 보였다.
"어! 엄마!?"
영미가 하늘을 향해 환하게 웃어보였다.
하늘은 소파에 일어나 영미에게 다가왔다.
"엄마!? 갑자기 머야~ 말도 없이!"
하늘은 연락도 없이 중국에서 돌아온 영미에게 물었다.
"그렇게 됐어.. 오랜만이야 우리딸~ "
영미는 하늘을 덥석 껴안으며 말했다.
"뭐야 엄마~ 갑자기"
하늘은 여전히 멀뚱멀뚱하게 서있었다.
영미는 그런 하늘을 품안에 더 꽉 안았다.
영미의 눈에서 눈물 한줄기가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왜이러실까 우리 엄마~"
하늘은 두팔을 영미의 허리에 둘러 손바닥으로 등을 몇번 토닥여주곤,
영미의 얼굴을 보려 두손으로 허리춤을 밀어내며 말했다.
영미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보자 하늘은 당황해하면서 물었다.
"왜그래엄마?? 무슨일 있었어??"
하늘이 묻자 영미는 한손으로 이마를 감쌓다.
그리곤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고개를 떨구고 울기 시작했다.
"... 엄마.."
하늘은 영미의 태도에 놀랐다.
이윽코 영미는 그자리에 주저앉아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여리디 여린 영미에게 남편의 일은 믿을 수 없는 현실이었고,
딸을 보자 서러움이 복받쳐 올라왔기 때문이다.
*
"하... 좋은데요."
동현과 소연은 어느새 식사를 마치고 거실소파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밥은 맛있었니?"
"그럼요 . 최고였어요~"
동현의 말에 소연은 기분이 좋아졌다.
커피를 마시는 소연의 모습을 동현이 힐끔힐끔 쳐다본다.
그때 또 다시 동현과 소연의 눈이 마주쳤다.
동현은 어쩔줄 몰라 재빨리 커피잔으로 시선을 돌렸다.
".. 머라도 묻었니?"
소연이 조심스래 물었다.
"아, 아니에요"
동현의 얼굴이 살짝 붉어지며 대답했다.
".. 그래? 근데 왜 계속 쳐다봐"
소연이 입가에 살짝 옅은 미소를 띄며 물었다.
동현의 얼굴은 더 붉게 타올랐다.
"아,, 제가 그랬나요 ,, 죄송해요"
"아니야, 난 또 내 얼굴에 머라도 묻었나해서.."
".. 그게아니고.. 이쁘셔서요.."
동현이 큰 용기를 내서 대답했다.
소연의 볼도 살짝 홍조를 띄기시작했다.
분위기가 묘했다.
"얘는, 동현이 너 또래의 여자애들이랑 비교나 할 수 있겠어~ 난 아줌만데 .."
소연이 커피잔에 입술을 가져가며 말했다.
"아니에요~ 제 주위에 아주머니같이 이쁜사람은 못봤어요 .. "
"못하는 소리가 없네... 그래도 기분은 좋네 "
소연의 입가에 미소가 짙어졌다.
"동현이도 굉장히 남자답고 잘생겼어~ 인기많지?"
소연이 물었다.
"아니에요 .. 인기같은거 전혀 없어요, 오히려 진우가 인기가 많죠"
"그래? 왜~ 진우가 내 아들이긴 하지만,, 동현이가 더 여자들이 호감가질만한 스타일인데"
동현이 멋적은듯 웃어보였다.
"그럼머해요, 여자한번도 못사겨봤는데 "
"동현이가 눈이 너무 높은거 아니야??"
"에이~ 아니에요"
어느새 둘 사이의 어색함이 조금씩 사라졌다.
동현은 커피를 모두 마시고 소파에서 일어났다.
"늦었는데, 그럼 전 이만 가볼께요"
"그럴래?"
소연도 소파에 일어나며 대답했다.
동현은 현관문을 나서며 가볍게 머리를 숙이고 엘레에비터에 올라탔다.
소연은 그런 동현을 바라보며 가볍게 손을 흔들어주곤 집안으로 들어갔다.
*
"정말이야...? 아빠가?"
하늘은 영미의 말이 믿기지 않는다는듯 되물었다.
영미의 눈가는 아직도 촉촉하게 젖어있었다.
영미는 말없기 고개만 끄덕였다.
하늘은 입술을 깨물고 아무말없이 바닥만 응시하고 있었다.
".. 어떻게 할꺼야 이제?"
하늘이 잠깐의 침묵을 깨고 영미에게 물었다.
".. 이혼할꺼야"
영미의 눈시울이 또한번 붉어지기 시작했다.
하늘은 그런 엄마를 말없이 끌어안으며 어깨를 토닥였다.
엄마가 얼마나 상처받았을지 짐작이 가는 하늘이었다.
평소에 정말 착하고, 마음여린 엄마가 이렇게까지 마음먹은걸 보면,
말려봤자 헛수고일것 같았다, 말리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 찰칵
그때 동현이 집에 돌아왔다.
동현은 거실소파에 앉아 눈시울이 붉어진체 손으로 눈물을 닦아내고 있는
엄마를 보자 당황하며 물었다.
"뭐..뭐야? 왜들 그래,, 엄마는 언제온거야?"
영미와 하늘은 아무 말이 없었다.
집안에 적막한 공기가 흘렀다.
"... 정말이야 ? "
동현의 표정이 침울하다 .
엄마 영미에게서 믿지못할 말을 전해 듣고나서부터다.
엄마가 아빠랑 헤어질꺼라고 하니, 자신의 가정은 다른 가정과는 다르게
굉장히 화목하고 문제 없는 집이라고 생각했던 동현에게는 충격적이었다.
영미, 하늘, 동현,,
셋은 아무말없이 침묵했다.
몇분이나 흘렀을까..
동현이 갑자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그날 밤 은 그렇게 지나가버렸다.
*
하루종일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동현을 보자 소연이 물었다.
"동현아, 무슨 일 있니?"
멍하니 바닥만 응시하던 동현이 소연의 갑작스런 물음에 깜짝놀랬다.
"아, 아니에요 .. "
"아닌것같은데 ~ 오늘 하루종일 우울해 보여"
"그랬나요 .. ? 죄송해요"
"죄송할건 없고,, 무슨일인지 몰라도 힘내"
소연이 웃어보였다.
동현은 그런 소연을 보니 기분이 조금 풀리는 것도 같았다.
"동현이 기분도 풀어줄겸 시원한 커피 한잔 쏴야겠네~"
소연이 만원짜리 한장을 동현에게 건내주면서 마시고싶으 커피와 자신이 마실 커피를 한잔씩 사오라고 말한다.
동현은 돈을 받아들고 가게를 막 나서는데 동시에 어떤 여자가 가게안으로 들어섰다.
동현은 손님은 소연에게 맡기고 그냥 그대로 가게를 나서 커피를 사러 나갔다.
잠시 뒤 커피를 양손에 사들고 가게로 돌아온 동현은 금방, 심상치않은 가게의 분위기를 파악했다.
"왜 안되요! 아 이가게 짜증나네"
동현이 나갈때 들어왔던 여자 손님이 소연에게 윽박지르고 있는게 보였다.
"손님,, 보니까 이거 몇번 신은 흔적이 있고 ,,, 발 불편하다고 막무간에 환불해달라고 하시면..."
"신발이 편해야죠! 발가락이 아프단 말이에요, 환불해줘요"
"손님,, 이렇게 구두굽이랑도 닳아지고,, 주름도 가고 해서,, 환불은 어렵겠는데요"
여자 손님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는듯 했다.
동현은 우선 옆에서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았다.
"아 뭐야 진짜, 짜증나네. 왜 안되요. 한두 번밖에 신지도 않았어요. 당장 환불해줘요"
소연은 그런 여자에게 계속해서 차분한 말투로 대꾸했다.
계속해서 실랑이가 이어졌다.
소연도 점점 화가 나기 시작했다.
어린 여자에게서 무시당하는듯한 말투와, 당치도 않는 이유로 환불을 해달라는게 어의없었다.
"손님, 드릴말씀은 다 드렸구요, 이제 그만 가주시겠어요?"
"무슨 장사를 이따위로 하는거야!?"
이제 여자는 소연에게 삿대질까지 해가며 막말을 했다.
소연은 그런 여자의 태도에 화가나 얼굴이 붉어졌다.
더이상 참지 못하고 머라고 한마디 하려고 입을열려고 하던차에, 동현이 중재에 나섰다.
"손님, 이건 말 했듯이 환불은 안됩니다. 더이상 여기서 이러지 마시고 나가주시죠."
동현의 딱 부러진 말투에 여자는 조금 당황하는듯 했다.
하지만, 다시 막무간에로 환불을 요구했지만, 동현도 완강하게 버텼다.
결국 여자는 씩씩거리면서 가게를 나섰다.
"후우...."
소연의 미간이 심하게 찌푸려져 있었다.
한손으로 얼굴을 부채질 하며 열을 식히고 있었다.
"괜찮으세요?"
"후.. 열받아 진짜 . . "
동현은 평소 밝은 모습만 봐왔던 터라, 소연이 조금 걱정되기 시작했다.
"동현아, 가게문 닫자"
소연은 뒤돌아 정산을 위해 돈을 꺼내들며 말했다.
평소 마감시간보다 1시간이나 빠른 시간이었다.
동현은 눈치를 보며 마감준비를 서둘렀다.
"동현아, 오늘 약속있니?"
"아니요"
걸레질을 하고 있는 동현을 향해 소연이 물었다.
"그럼 아줌마랑 간단하게 맥주한잔 안할래?"
".. 그래요"
가끔 이런 진상 손님이 있기마련이었다.
소연은 방금 여자때문에 혈압이 올라 시원한 매주라도 한잔해서 기분을 풀 계획이었다.
"준비 다됐니?"
소연이 물었다.
"네, 가요 사장님"
동현과 소연은 가게를 나왔다.
마침 주말이라 시내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어디 아는곳 있니? 조용한곳으로 "
"글쎄요.. 오늘 주말이라 자리나 있을라나... 그리고 여기있는 술집들은 다 시끄러운데.."
동현이 주위를 둘러보며 대답했다.
"그럼 우리집으로 갈까?"
소연의 말에 동현은 약간 당황하는 기색이었다.
".. 그러죠 뭐"
소연과 동현은 근처 편의점에 들러 맥주몇캔을 사들고 소연의 집으로 향했다.
*
"엄마, 아빠한테는 연락왔어?"
하늘이 영미에게 물었다.
"응, 끝내자고도 말했어,,"
"... 후.. 우리집에 이런일이 생기다니.. "
"엄마가 미안하구나..."
영미가 작게 속삭였다.
"엄마! 엄마가 왜 미안해! 그런생각하지마, 우린 괜찮아! , 하여간,, 남자들은 다 똑같아!"
하늘이 소리쳤다.
엄마가 이번일로 크게 상처받는건 보기 싫은 하늘이었다.
"엄마, 우리 기분이나 풀로 갈까?"
"응?"
"가자가자, 오랜만에 모녀끼리 술이나 한잔하게!!"
".. 그럴까?"
영미가 망설이더니 이내 기분이라도 풀기 위해 그러자고 하며 벌떡 일어났다.
"아싸~"
하늘은 신이나서 방으로 뛰어들어가 나갈 채비를 했다.
"후아~ 좋다 ."
두 모녀는 사이좋게 팔짱을 끼고 아파트 단지를 나서고있었다.
누가 보면 영락없이 언니동생 아니냐고 할정도로 영미는 나이에 비해 동안이면서 청순했고,
하늘은 잘빠진 몸매에 섹시함이 물씬풍겼다.
지나가는 남자들이 그런 모녀를 힐끔힐끔 쳐다봤다.
"우리엄마 아직 죽지않았네~"
하늘이 재미있다는듯이 영미에게 속삭였다.
"얘는~"
영미는 그래도 싫지않은지 입가에 옅은미소가 번졌다.
"저기 들어가자 엄마"
영미가 집앞의 작은 호프집을 가르켰다.
둘은 호프집에 들어가자마자 시원한 맥주부터 주문했다.
"캬~~하! 이거야이거"
하늘이 말했다.
영미도 맥주 한 모금을 시원하게 들이켰다.
속에 쌓인것들이 뻥~ 뚫릴정도로 시원했다.
"하~ 좋다!"
영미도 맥주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두 모녀는 신이나서 맥주잔을 계속해서 들이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