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물,, 물좀줘"
아르바이트를 위해 아침일찍 밥을 먹고 있는데, 하늘이 방에서 좀피처럼 걸어나왔다.
동현은 어젯밤일이 생각나서 괜히 벌쭘함에 평소같으면 머라고 한마디라도 했을텐데,
아무말 없이 물을 갔다준다.
하늘은 물컵을 받아들고 벌컥벌컥 들으키기시작했다.
"하아.. 살겠다 . . .나 어제 몇시에 들어왔냐?"
"3시 넘어서"
동현은 밥그릇만 쳐다보고 대답했다.
"아우,, 죽겠다.. 더 자야겠다."
뒤돌아 다시 방으로 들어가는 하늘의 뒷모습을 동현이 힐끔힐끔 쳐다본다.
여전히 어제 차림 그대로인 하늘의 뒷모습은 정말 섹시했다.
동현은 어제 눈앞에 펼쳐진 누나의 꽃잎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동현은 두손으로 양볼을 '찰싹'하고 내리친뒤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누나를 여자로 보면 안되지... '
*
이미 한국땅에 도착한지 몇시간이 지났지만 영미는 집앞 공원 벤치에 앉아서 움직이질 않았다.
남편의 일이 여전히 실감이 나지 않는 영미였다.
그저 멍하니 앞만바라본체 굳어있었다.
영미는 몇년전부터 입에대지도 않았던 소주가 생각이 났다.
영미는 힘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집근처 포장마차로 향했다.
국수와 함께 소주한병을 시켰다.
소주잔 가득히 소주를 따른뒤 잔을 들어 한입에 소주를 들이켰다.
영미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으~~"
오랜만에 마시는 소주는 쓰디썻다.
이게 인생일까.
영미는 남편의 생각을 떨쳐내기 위해 멈추지않고 술잔을 기울였다.
얼마나 마셨을까, 영미의 몸이 기우뚱 기우뚱 흔들리기 시작했다.
"으음... "
눈도 반쯤 풀렸고, 앞이 어질어질해지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저기요?"
굵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영미는 고개를 돌려 목소리가 들려온쪽을 쳐다봤다.
턱수염이 수북하게 나있는 한 남자가 느끼하게 웃고 서있었다.
"하, 거 혼자 무슨맛으로 술을 마십니까? 같이 한잔합시다."
남자가 영미에게 말했다.
영미는 그런남자에게서 고개를 돌려버린뒤 비어있는 술잔에 술을 따랐다.
그때 남자가 영미의 손에서 술병을 뺃어버린뒤 말했다.
"에이~ 자작하지 마시고, 자. 제가 한잔 드립죠 "
남자가 영미 앞에 앉아 능글맞게 웃으며 말했다.
"... 내놔요"
영미가 반쯤 풀린눈으로 남자를 노려보며 말했다.
"에이~ 거 무섭게 왜그러세요. 자자 그러지 말고 한잔합시다."
남자는 영미 말은 무시한체 술잔을 움켜쥐고 있는 영미의 손을 감싸쥐고 잔을 들어올려,
술을 따르려했다.
"이, 이손 치워!"
영미는 남자의 손을 뿌리쳐냈다.
그러다 균형을 잃어 아차하면 바닥에 그대로 넘어질뻔했다.
"너무 튕기시네~ 하하. 저기, 저랑 다른데 가서 한잔하시죠?"
남자가 이제 강제로 하다시피 영미의 어깨를 감싸안고 일으키려 했다.
"아,, 놔아!"
영미가 어깨를 뒤틀며 빠져나오려했지만, 남자는 더 힘을줘 영미의 어깨를 꽉 움켜쥐었다.
남자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지며 눈이 번쩍였다.
"왜이래! .. 놔.. 놓으란 마랴!"
영미가 이리저리 피하려해도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남자는 이제 강제로 영미를 끌고가다시피 하면서 테이블위에 돈을 던져놓고 포장마차 밖으로 나섰다.
"아퍼! 이러지마.. 놓으라고!"
영미가 소리쳐봤지만 남자는 영미를 계속 어디론가 끌고가기 시작했다.
*
"동현아"
소연이 가게문을 닫기위해 마감준비를 하는 동현을 불러세웠다.
"네?"
"아줌마가 동현이 옷 챙겨온다는걸 깜박했네~ 갈때 집에 들러~ 태워다 줄께"
"아니에요 ~ 내일 주시면 되죠"
"또 깜박할까봐~"
동현은 별생각없이 알았다고 대답한뒤 마감준비를 서둘렀다.
소연은 그런 동현의 뒷모습을 말없이 힐끔힐끔 쳐다보며 얼굴을 붉혔다.
"사장님 청소랑 다했어요"
소연도 정산을 마치고 핸드백을 챙겨들었다.
"그래, 가자"
소연과 동현은 가게셔터를 내리고 주차장으로 향했다.
"진우는 잘 있데요?"
동현이 어색한 기운이 감돌자 무슨말이라도 해야할것 같아 물었다.
"으응. 잘있다드라, 매일같이 관광하러 다니고,, 돈만 까먹고있지 뭐.."
"부럽네요 .. 나도 놀러가고싶은데"
동현이 아무생각없이 말했다.
"그래? 그럼 휴가 줄까?"
"아, 아니에요 ~ 그냥해본소리에요. 갈때도 없고 같이 갈사람도없어요"
동현이 멋적은듯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여름인데 휴가한번가야하지 않겠어?"
"에이, 그냥 돈이나 벌래요~"
동현이 밝게 웃어보였다.
어느새 주차장에 다와서 둘은 차에 올라탔다.
소연의 집까지 10분도 안걸렸지만 동현은 그 10분이 마치 100분 같았다.
소연도 마찬가지로 전과 같지 않은 어색한 기운때문에 불편함을 느꼈다.
아파트에 도착해 엘레베이터에 올라탈때까지도 둘 사이엔 적막이 흘렀다.
"아, 근데 어제 손님이 주문해논 구두 낼이면 오나요? 급하다던데.."
동현이 어색함을 없애려고 말을 꺼냈다.
"으응? 아, 그 빨간구두? 내일 올꺼야 아마"
"그 구두 인기 많던데 .. "
"응, 젊은 여자들이 좋아하더라구, , 부러워~ 나도 조금만 더 젊으면 그런 구두 신어볼텐데"
소연의 가게에 섹시하게 잘빠진 빨간구두 한켤레가 인기가 많았다.
"에이~ 충분히 젊으신데요? 아주머니가 신으면 정말 이쁠거 같은데요?"
동현의 말에 소연의 얼굴이 붉어졌다.
소연은 지금의 감정이 도대체 무엇인지 자신조차 햇갈렸다.
동현도 말을 해놓고 왠지 더 어색해진것같아 뻘줌하게 서있었다.
어느새 12층에 도착해 둘은 소연의 집안으로 들어섰다.
"꺅!!"
구두를 벗고 막 거실에 발을 들여놓으려던 소연이 소리를 지르며
동현의 품에 안겼다.
현관 바로앞에 바퀴벌레 한마리가 빠르게 거실을 가로질러 작은방으로 들어갔다.
소연은 울상을 하며 동현의 품에 계속 안겨있었다.
바퀴벌레가 눈에 보이지 않자 그제서야 조금 진정이 되었는지 소연은 자신이 지금
어떤 자세로 동현의 품에 안겨있는지 깨닫게 되었다.
"어머! , 동현군 미안해 "
"아,, 아니에요"
둘다 순간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홍당무가 되었다.
소연은 재빠르게 거실을 가로질러 방안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얼마안있어 바지와 손옷을 가지런히 갠상태로 들고 나왔다.
"자, 여기 옷"
소연이 동현에게 바지를 건냈다.
"네, 고마워요~ 안녕히 주무세요"
동현이 인사를하고 돌아서는데 소연이 불러세웠다.
"동현아!,,"
"네?"
"아줌마가 태워준댓잔아~ 같이나가야지"
"아,, 괜찮은데 .. "
"아니야~ 태워다 줄께 나가자"
소연은 구두를 신고 다시 현관밖으로 나설려다 이내 다시 멈춰섰다.
"아니다, 동현아"
동현이 멀뚱멀뚱 소연을 쳐다봤다.
"저기,, "
소연이 뭔가 말하려는듯 망설였다.
"네?"
동현은 이상스래 뭔가 부끄러워하는듯한 얼굴을한 소연의 얼굴을 보고있자니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그게,, 내가 바퀴벌레를 무지 무서워하는데... 좀 잡아주고 가면 안되니?"
"아...네 그럴께요."
동현이 멋적게 웃어보이자 소연도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웃어보였다.
"진짜 왜이래요!!"
남자에게 강제로 끌려가던 영미가 소리쳤지만, 남자는 대답없이 영미 어깨를 세게 끌어안은체
막무가네로 어디론가 끌고 갔다.
영미는 겁에질리기 시작했다.
소리를 지르려 했지만, 이제 남자가 입까지 틀어막은채 영미를 놓아주지않았다.
영미는 발버둥 쳤지만 이미 몸은 술에 취해 말을 듣지않았고, 정신까지 아늑해졌다.
"야!"
그때였다. 영미의 귀에 또 다른 한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 뭐야?"
영미를 붙잡고 있던 남자가 앞을 막고 선 다른남자에게 대꾸했다.
창후는 언제나처럼 밤늦게까지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다가 밤늦게서야 집에가기위해 도서관을 나왔다.
평소에 가던 지름길로 가기위해 골목어귀로 들어설때였다.
저기 멀리선가 이상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한 남자가 어떤 여자를 어디론가 질질 끌고가는 모습이었다.
' 뭐지...? '
처음에 창후는 별 생각없이 지나쳐 가던길을 가려고했다.
막 고개를 돌려 골목을 지나 나오려는데 남자가 여자의 입을 틀어막고 있는게 보였다.
뭔가 불길한 느낌이 들어 조심스레 조금더 가까이 그들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 뭐야 저거! '
그제서야 창후는 상황이 심각하단걸 깨닫고 그들에게 달려갔다.
"야!!"
창후는 남자를 향해 소리쳤다.
"뭐.. 뭐야!?"
영미의 입을 틀어막고 어디론가 끌고가던 남자는 순간 당황하는듯 머뭇거렸다.
"너 이새끼 뭐하는 짓이야!?"
창후는 마침 옆에 널브러져있던 짧은 각목하나를 집어들었다.
창후가 각목을 치켜들고 남자에게 다가갔다.
"자,, 잠깐!"
남잔 겁에 질려 뒷걸음질을 쳤다.
영미는 그런 남자에게서 벗어나 비틀거리며 창후에 뒤에 숨었다.
"도와주세요!!"
영미는 창후에게 말했다.
창후는 남자에게 빠르게 다가가 각목을 더 높이 치켜들었다.
그러자 남자는 겁에질려 도망가기 시작했다.
"후... "
창후는 남자의 모습이 저 멀리 사라지자 안심하며 한숨을 내셨다.
"괜찮으세요?"
"... 휴...네.. 괜찮아요, 고마워요 정말"
영미는 살짝 풀린눈으로 창후를 올려다봤다.
'... 이쁘다..'
창후는 그런 여자를 내려다보며 생각했다.
"보니까 술좀 하신것같은데 .. 이런데선 조심하셔야되요 .. "
"정말 무서웠어요.."
조금 진정이 되었는지 영미가 가슴을 쓰러내리며 말했다.
"집이어디세요?"
"저기 a아파트요 .. "
"가요, 데려다드리죠"
창후가 영미에게 말했다.
영미는 얼떨결에 창후를 따라 나섰다.
*
"후~ 무슨 바퀴벌레가 이렇게 재빠르죠?"
동현이 바퀴벌레를 잡고 휴지로 싸서 쓰레기통에 버리며 말했다.
"벌레때문에 오늘 잠 못잘뻔했는데 고맙네~~ "
소연이 환한얼굴로 말하자 동현은 괜시리 우쭐했다.
' 벌레 하나 잡아줬는데 이렇게 좋아하시네 ..'
"그럼 저 가볼께요"
동현이 현관으로 향했다.
"동현아"
그때 소연이 동현을 불러세웠다.
동현은 몸을돌려 소연을 바라보았다.
"너, 아까 바뻐서 저녁도 못먹었잔아, 배고프지?"
오늘 일이 너무 바뻐서 저녁밥을 먹지 못했던 동현이었다.
"뭐.. 집에가서 먹어야죠"
"그러지말고 먹고가"
내심 허기가져서 가는길에 편의점에라도 들릴참이었다.
"괜찮은데 .. "
"그러지말고 ~ 밥있으니까 먹고가, 아줌마도 먹어야되고"
"그러죠뭐,,,"
"그럼 우선 저기 소파에 앉아서 tv라도 보고있어"
동현은 소파에 앉아 tv를 켰고, 소연은 방으로 향해 옷을 갈아입고 나온뒤 부엌으로 향했다.
얼마안있어 구수한 된장국 냄새가 집안가득히 퍼졌다.
동현은 부엌으로 시선을 돌렸다.
반바지를 입고 부엌에서 찌개를 끓이는 소연의 뒷모습이 동현의 시선에 들어왔다.
짧은 반바지 아래로 길고 잘빠진 두 다리가 드러나있었다.
나이답지 않게 히프도 쳐지지않고 탄탄하게 업 되있었다.
동현은 어느새 그런 소연의 몸을 찬찬히 하나하나 뜯어보며 감상하고 있었다.
"동현아, 밥다됐어"
그때 소연이 갑작스래 뒤돌아 보며 동현을 향해 말했다.
순간 둘의 눈이 마주쳤고 잠시동안 정적이 흘렀다.
"아... 예"
동현은 어색하게 대답하며 소파에서 일어나 식탁으로 향했다.
찌개와 반찬들이 맛스럽게 차려져있었다.
"음,, 정말 맛있는데요?"
동현이 어색한 분위기를 없애려 찌개를 한수저 떠먹으며 말했다.
"그래? 다행이네"
소연도 식탁에 앉았다.
둘은 어색한 분위기에서 밥을 먹기 시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