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부
“요즘 이하늬와 잘 지내고 있겠지요?”
철민이를 찾아 온 박영선 변호사는 회사 사장실 소파에 조심스럽게 앉으며 물었다.
“아 네 변호사님께서 시키시는 대로 잘 하고 있습니다.”
검은 정장을 세련되게 입은 박영선 변호사를 보면서 철민이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오늘 나는 저녁때에 시간이 있는데 사장님께서도 시간이 있겠지요?”
미희가 가져 온 건설현장 지상권 권리자의 소송서류를 받아들면서 박영선 변호사가 물었다.
“아 네 시간이 있기는 있습니다만 무슨 볼일로?”
박영선 변호사의 물음에 철민이는 영문을 몰라 물었다.
“사장님 회사의 건축공사 현장에서 지상권을 주장하는 사람이 소송을 걸어 온 사건에 관해서 우리 의논을 해야 되잖아요”
철민이의 물음에 박영선 변호사는 사장실을 나가지 않고 철민이 앞에 서 있는 미희를 의식하면서 말했다.
“아 그렇지요 어떻게 처리를 해야 할지 참 난감합니다.”
비로소 박영선 변호사의 하는 말의 뜻을 알게 된 철민이는 얼마 전에 시작한 동아 아파트 건축 현장에서 일어난 일들을 떠 올리며 대답했다.
“변호사님께서 서류를 살펴보시면 잘 아시겠지만 이번 소송 사건은 완전하게 저희 회사에서는 아무런 하자가 없는 땅에다가 아파트 건축 공사를 하고 있는데 난데없이 그 전에 그곳에서 돼지를 기르다가 옮겨 간 사람이 갑자기 나타나 포크레인으로 밀어버린 자기 돼지우리 축사를 허락도 없이 철거를 했다고 터무니가 없는 고발을 했지 뭐예요 이건 뭐 완전히 무슨 떼돈을 노리고 달라붙은 것 같아요”
미희가 박영선 변호사를 보면서 지금 건축 현장의 상황을 자세히 설명을 하면서 말했다.
“정비서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법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이게 보통일이 아니지요 공사현장에 돼지우리 축사가 있거든 일단은 포크레인으로 밀기 전에 나에게 전화라도 한번 해서 물어보고 나서 하든지 해야지 왜 그냥 무턱대고 밀어서 철거를 했어요? 이런 답답한 일이 있나?”
박영선 변호사는 자기를 향해 자세하게 보고를 하듯이 말을 하는 정미희를 보면서 답답한 듯이 말했다.
“그게 그렇게 곤란한 일입니까?”
가만히 옆에서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철민이가 박영선 변호사를 보고 물었다.
“그렇지요 아무리 돼지들이 살던 축사라고 하지만 그 소유주에게 허락을 받지 않고 포크레인으로 밀어버렸는데 잘못하면 그곳에 새 축사를 지어준다는 말이 나오겠어요.”
“공사장 인부들이 돼지가 한 마리도 없는 오랫동안 방치를 해 둔 축사라 그냥 밀어 버렸지요 그리고 사실 그 땅은 돼지를 키우던 사람의 땅이 아니고 그 사람에게 잠시 임대를 해 주었던 땅 주인이 계약 기간도 끝났다고 하고 지금 돼지를 키우던 축사도 비어있어서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하기에”
“우리나라는 엄연히 민주주의 국가에요 아무리 남의 땅에 지은 돼지우리 축사지만 엄연히 건물 소유자가 있다면 일단은 먼저 철거 허락을 받고 하는 것이 법이에요 그러니 하루 속히 아파트 건축 공사를 하려면 소송을 걸어 온 그 돼지우리 축사 주인을 한 번 찾아가서 서로가 좋도록 합의를 보아야 하겠어요.”
“네엣? 그 돼지우리 축사 주인과 합의를 해요?”
박영선 변호사의 말에 철민이는 너무나 황당하여 반문을 했다.
“그래요 합의를 보아야지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지금 우리 땅인데 왜 그 돼지우리 주인하고 합의를 보아요? 오히려 그 돼지우리 주인이 우리 요구대로 빨리 철거를 해야 되는 것 아닌가요?”
박영선 변호사의 말에 정미희가 불쑥 나서며 항의를 하듯이 말했다.
“어허! 정비서는 법률에 대하여 잘 모르면서 그래요? 처음 그대로 돼지우리를 보존해 두었으면 몰라도 지금 우리가 포크레인으로 그 건물을 다 부셔버리고 난 뒤라 저쪽에서 허락이 없이 남의 건물을 부수어버렸다고 소송을 걸어서 왔는데 그런 말은 안 통한다는 것이지 그러니 제일 좋은 방법은 돼지우리 건물 주인과 합의를 보는 게 제일 좋은 방법 이예요”
정미희를 보면서 박영선 변호사는 잘 모르면서 왜 나서냐는 듯이 말을 했다.
“변호사님 말씀대로 제가 시간을 내어서 그 돼지우리 주인과 만나 합의를 보도록 하겠습니다.”
괜히 정미희와 박영선 변호사가 이 문제로 서로 감정이 부딪칠 것 같은 마음에 철민이가 얼른 중간에서 마무리를 했다
정미희가 사장실을 나가자 박영선 변호사가 철민이를 물끄러미 쳐다보면서 물었다.
“혹시? 저 아가씨도 사장님하고 그렇고 그런 관계는 아니겠지요?”
“네엣? 그렇고 그런 관계라니요?”
박영선 변호사의 물음에 철민이는 언뜻 그 말뜻을 몰라 반문했다.
“아니 그런 사이가 아니라면 되었어요.”
박영선 변호사는 자기를 향해 묻는 철민이의 말에 아리송한 말을 하면서 뒤돌아섰다.
검은색 바지를 입은 박영선 변호사의 탐스런 엉덩이와 늘씬한 두 다리가 철민이의 눈에 들어왔다.
“오늘 저녁 7시에 신라호텔에서 우리 만나요”
이 말을 일방적으로 하고 난 박영선 변호사는 소송서류를 들고서 나갔다.
철민이는 박영선 변호사를 배웅하고 난 뒤에 해성이 영호 성호 승우 동민이를 불러서 승합차에 태우고 동아 아파트 공사장으로 갔다.
회사 사장님이 오신다는 연락을 받은 아파트 공사현장의 소장과 직원들이 미리 입구로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사장님! 일단은 외곽 조경공사부터 시작하고 있습니다. 돼지우리 축사 건물이 있던 자리는 공사를 지금 중단하고 소송결과가 나오면 시작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곧 소송을 제기한 사람과 합의를 보아서 공사에 차질이 없도록 할 터이니 출입구와 아파트 놀이터 공사부터 차근차근하게 진행하도록 합시다.”
“네 사장님! 그렇게 하겠습니다.”
철민이의 말에 아파트 건축현장 소장은 머리를 숙이며 대답했다.
“영호야! 아파트 공사장에 있던 돼지우리 축사 건물 주인에게 가 보자!”
“네? 돼지 축사 건물을 포크레인으로 밀었다고 고발한 그 사람한테요?”
철민이의 말에 영호가 깜짝 놀라며 물었다.
“그래 그 사람에게 가서 일단 합의를 보아야지”
“형님은 그냥 편안하게 계십시오! 우리가 가서 그 놈의 새끼를 완전하게 버릇을 고쳐서 놓겠습니다. 저번에 공사 현장에 찾아와서 난동을 부리기에 그냥 개를 패듯이 혼을 내주려고 하다가 하도 수혁이 형님이 말리는 바람에 참았습니다만 오늘은 찾아가서 다시는 그런 짓을 못하도록 해 놓겠습니다.”
철민이의 말에 동민이가 씩씩거리며 말했다.
“어허! 그러면 안 되지 동민이 너는 그 사람이 살고 있는 집만 안내해 주면 된다. 그리고 너희들 모두에게 미리 일러서 두는데 박영선 변호사가 합의를 보는 것이 제일 좋다고 하니까 모두들 그렇게 알고 있어”
“박영선 변호사님은 자기가 알아서 잘 좀 하지 왜 우리 형님에게 합의를 보라고 이렇게 귀찮게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철민이의 말에 해성이가 불쑥 박영선 변호사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자 마치 이 말이 나오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승우 동민이 해성이 영호 성호가 질타를 했다.
“그러게 말이야! 그 누님은 심심하면 회사에 와서 서류만 들고 왔다갔다가 하면서 돈만 받아서 가고 좀 너무 심한 것 아닙니까?”
“자기 사무실 직원을 시켜서 합의도 좀 보러 다니고 하면 될 텐데 저번에는 공사장에 일이 터져서 전화를 하니까 대뜸 화를 내면서 하는 말이 야! 성호야! 너 대가리 아이큐가 몇이야? 아무리 우리가 산 땅이라도 그렇지 다른 사람이 심어놓은 감나무를 왜 허락도 없이 베어가지고 시끄럽게 만들어? 응? 하면서 한참이나 야단만 치다가 전화를 뚝 끊더라고”
“아 그랬어? 나도 저번에 우리 회사가 관공서 건물을 짓는데 근처에 사는 사람이 방호벽을 안 만들어 준다고 고발을 하는 바람에 그 변호사 누님에게 전화를 했더니 대뜸 반말로 야! 해성이 너는 해병대를 나왔다면서 그런 일도 제대로 못하니? 야! 그게 우리가 할 일이야! 잔소리 말고 지금 빨리 시청에 들어가서 담당자에게 이런 민원이 들어왔으니 알아서 처리를 하라고 말만하고 나와! 괜히 엉뚱한 소리는 절대로 하지를 말고 알았어? 왜 대답이 없어? 빨리 시청에 들어가 봐! 이러더니 전화를 떽 끊는 거야”
“아우! 그 변호사 누님! 성질 굉장히 급하고 더럽다! 자기 남편하고 밤에 그 짓을 하다가 자기 남편이 제대로 하지를 못하고 끌쩍거리니까 그만 자기 남편을 밀쳐 내면서 온갖 욕설을 다하며 큰 소리를 질렀다고 그러던데 자기 변호사 사무실 직원들이 말이야!”
“그 변호사 누님이 자기 남편과 이혼을 할 때 일방적으로 이혼을 당한 그 남편이 판사 앞에서 울먹울먹하며 온갖 하소연을 다했다는 소문이야! 심지어 온갖 집안 청소며 빨래며 설거지까지 다 시키고 밤에 겨우 사정사정을 해서 한 번 그 짓을 하려면 목욕부터 하고 와라 좆이 더러우니 반드시 콘돔을 껴라 왜 남자 새끼가 그렇게나 힘이 없냐? 내 얼굴에 입을 대지도 말아라! 온갖 구박을 다 당했다고 변호사 사무실 직원들이 저희들끼리 쑥덕거리는 것을 내가 똑똑히 다 들었다니까”
“그 변호사 누님은 얼굴은 빤빤하게 예쁘게 생겼는데 성질머리 하나는 정말 무섭고 더럽다 저번에 나도 회사일로 전화를 걸었더니 전화를 받자마자 화를 내면서 이름이 뭐냐고 묻는 거야 그래서 승우입니다 그랬더니 대뜸 하는 말이 가관이었지 야! 승우야! 너 내 성질을 몰라서 그래? 야! 나에게 전화를 하면 반드시 자기 이름부터 밝히고 무슨 일로 전화를 했습니다. 하고 말을 해야지 대진건설 사무실인데요. 이런 말로 전화를 하면 뭐하냐? 아니 내 동생 철민이 는 도대체 자기 밑에 애들을 어떻게 가르쳤기에 하나같이 이 모양이야! 아 이러더라니까 나 원 참”
“아니? 하늘같이 높으신 우리 사장님을 보고 자기 동생이라고? 그 것 참 그 누님도 입이 참 걸레네”
모두들 박영선 변호사에 대하여 엄청난 불평과 불만이 쏟아졌다.
그러나 철민이는 아무런 반응도 없이 그냥 이들의 말만 듣고 있었다.
철민이도 해성이 영호 성호 승우 동민이의 이런 말을 들으면서 지난 일을 엄청나게 후회를 하고 있었다.
처음에 대진건설 자문위원 변호사로 두 여자 변호사가 신청을 했는데 한 여자는 정미홍이라고 얼굴도 반반하게 예쁘게 생기고 순해 보이는 여자로 말씨도 사근사근하고 철민이의 마음에 쏙 들었다. 그래서 철민이는 정미홍이에게 상당히 호감을 가지고 합격을 시키려는데 옆에 있던 박신혜가 손으로 대뜸 철민이의 허벅지를 누르며 신호를 보내더니 퇴짜를 놓았다.
다음에 만난 박영선 변호사는 만나자마자 박신혜가 합격을 시켰다. 그러나 철민이는 마음에 별로 들지를 않았다. 말씨도 거칠고 하는 행동도 남자처럼 우악스러웠다. 키도 크고 몸매도 좋고 힘도 세고 얼굴도 예쁘고 모든 것이 좋아는 보이는데 그러나 여자로서의 정감이라고는 도무지 어디 한군데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런데 박신혜는 이 여자를 무엇이 좋다고 합격을 시키는지 이해가 가지를 않았지만 그 당시에는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가끔씩 정미홍이는 철민이에게 전화를 걸어오고는 한다.
“사장님! 잘 계셔요? 저 정미홍이에요 언제라도 시간이 나시면 저에게 연락 하세요 그러면 곧 바로 달려 갈 게요”
그저 마음에 쏙 드는 정미홍이의 말에 철민이는 당장에 박영선이는 사퇴시키고 정미홍이를 불러오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박신혜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것 같아서 차마 그러지를 못하고 있다.
“형님! 이 집인데요”
동민이가 생각에 잠겨서 있던 철민이에게 말했다.
철민이가 차에서 내려 초라한 단층집 대문 앞으로 가서 사람을 찾으니 잠시 후에 나이가 드신 할아버지가 나오며 물었다.
“누구를 찾아오셨습니까?”
“아 네 저는 대진건설 사장 김철민이라고 합니다. 저희 아파트 건축 공사장에 있었던 돼지우리 축사 건물 주인을 찾아서 왔습니다.”
“아 그러십니까? 누추하지만 잠시 안으로 들어오시지요.”
“네 감사합니다.”
나이가 드신 할아버지의 친절한 말에 철민이는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면서 안으로 따라 들어갔다.
동민이 해성이 성호 영호 승우는 작은 슬래브 집 마당가에 서 있고 철민이만 방안으로 들어갔다.
방안에 들어서자 이제 세 살쯤 되어 보이는 어린 딸아이가 우유병을 물고는 자기 할머니 곁에서 철민이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이렇게 사장님께서 직접 저희 집에 찾아오시니 너무나 송구스럽습니다.”
나이 드신 할아버지가 무척이나 송구스러워 하면서 말했다.
“아닙니다. 제가 미리 찾아와서 인사를 드리고 일을 진행했으면 아무 문제도 일어나지를 않았을 텐데 이렇게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아닙니다. 사장님이 얼마나 바쁘신 분이신데 이런 일에까지 다 돌아보겠습니까? 이제라도 오셨으니 원만하게 잘 해결해 주실 것이라고 믿겠습니다.”
막 여기까지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바깥에서 왁자지껄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얼른 방문을 열고 철민이가 밖으로 나오니 해성이가 보고를 하듯이 말했다.
“형님! 이 놈의 새끼가 또 행패를 부리고 있습니다.”
“뭣이? 행패를 부려? 어디?”
철민이가 지금 좋게 합의를 이끌어내며 마무리를 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웬 놈이 나타나서 훼방을 한다고 생각을 하니 기분이 영 좋지를 않아서 언성을 높이며 물었다.
“바로 이 새끼가 그래요”
동민이 하고 해성이가 웬 젊은 남자의 멱살을 잡아서 일으키며 말했다.
“그래? 지금 좋게 합의를 보려고 이곳 까지 왔는데 왜 그러십니까?”
그전 같으면 십 원짜리 욕설이 대번에 나왔겠지만 지금은 어엿한 대진건설 사장이요 대원전기 사장이요 삼원종합목재 사장이요 우신철강 사장이요 현직 국회의원이며 서울 봉천동 지역발전 위원장이며 전역 해병대 서울지역 지부장이며 현재 바르게살기 실천위원장으로 있는 몸이라 철민이는 근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힘이 없는 서민들은 죽이고 돈만 많으면 다야? 그래 합의를 보려고 이제야 사장이 직접 이곳으로 왔다고 하는데 도대체 얼마를 주고서 입막음을 하려고 그래?”
남자는 해성이 동민이에게 멱살을 잡힌 채 반말로 마구 소리를 질렀다.
“뭐? 돈이 많으면 다야? 얼마를 주고 입막음을 하려고 그래? 아니? 이놈의 새끼가 어디서 행패야? 너 이 새끼! 내가 좋게 합의를 보려고 왔는데 갑자기 네가 왜 나서? 이 놈의 새끼는 아직도 세상 물정도 모르고 자기 마음대로 지랄을 다하고 있어? 너 이 새끼! 오늘 합의고 뭐고 너 때문에 다 물 건너갔다. 야! 너희들 이 새끼 그대로 꼭 잡고 있어!”
행패를 부리는 젊은 남자의 말에 그만 화가 치민 철민이가 입고 있던 양복 윗옷을 벗어서 영호에게 주며 손에 차고 있던 시계도 끌러서 주었다.
“형씨! 어서 우리 사장님께 잘못했다고 말해! 우리 사장님은 해병대 교관을 하신 분이시고 그 무서운 연쇄살인범도 때려잡은 분이야”
승우가 동민이 해성이에게 멱살을 잡혀서 있는 젊은 남자를 보고 말했다.
“뭐 그까짓 해병대 교관은 나도 했다. 그래 너 네 사장님은 해병대 몇 기냐?”
“네엣? 형씨가 정말 해병대 교관을 했어? 우리도 다 해병대 출신인데”
젊은 남자의 말에 성호가 깜짝 놀라며 반문했다.
철민이도 젊은 남자의 말에 불끈 주먹을 쥐고 두들겨 패려고 하다가 멈추었다.
해성이가 잡고 있던 남자의 멱살을 놓자 동민이도 자기가 잡고 있던 남자의 멱살을 놓으며 물었다.
“우리 사장님은 해병대 972기인데 형씨는 몇 기세요?”
“나는 해병대 979기인데 미안합니다! 필승!”
젊은 남자는 철민이를 보면서 거수경례를 하며 필승하고 큰 소리를 질렀다.
“응 그래? 그럼 네가 해병대 있을 때 연대장 이름 말해 봐!”
요즘 하도 가짜가 많아서 철민이가 남자의 거수경례를 받으며 물었다.
“네! 손병호 연대장님이었습니다.”
“우리 연대장님을 아는 것 보니까 틀림이 없네!”
철민이는 비로소 이 남자가 해병대 출신인 것을 알았다.
“조금 전에 잘 모르고 무례를 저질렀습니다. 필승!”
동민이 해성이 성호 영호 승우가 젊은 남자에게 거수경례를 하며 말했다.
“필승!”
젊은 남자가 동민이 해성이 성호 영호 승우의 거수경례를 받으며 “필승!” 하는 말로 대답했다.
이리하여 해병대 출신인 이 남자와 좋게 철민이는 합의를 이끌어나갔다.
“임대를 한 그 땅에 돼지우리를 지어놓고 돼지를 키우던 우리 형님은 올 봄에 갑자기 돌아가시고 현재 형수님과 세 살배기 어린 조카 딸 아이 이렇게 한 집에서 함께 살고 있습니다.”
“그래? 그럼 너의 형수님을 내가 지금 만나 보아야 하겠는데 어디 계시냐?”
“우리 형수님이 지금 어린 조카 딸 아이 우유 값이라도 번다고 시장 안에 있는 음식점에 일을 하러 갔습니다.”
“그래? 그럼 내가 여기서 기다릴 테니 네가 지금 어서 가서 네 형수님을 이리로 모셔 와! 앞으로 음식점에서 힘든 고생을 하지 않도록 내가 잘 돌보아 줄 테니까 말이야”
“그럼 여기서 잠시만 기다리고 계십시오! 곧 바로 우리 형수님을 모시고 오겠습니다.”
해병대 출신 젊은 남자는 철민이를 보고 자기 집에서 잠시 기다리고 있으라는 말을 하고는 동네 시장으로 달려갔다.
“형님! 의외로 이번 동아 아파트 공사 현장 소송문제는 잘 풀릴 것 같습니다.”
동민이가 무척이나 다행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해병대 출신 남자가 자기 형수를 데리고 오는 동안 철민이와 동민이 해성이 성호 영호 승우가 마당가에서 기다리고 서 있는데 기저귀를 차고 우유병을 물고 있는 세 살짜리 어린 딸아이가 열려있는 방문턱에서 이들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그것 참 형님! 저 애가 정말 불쌍하네요!”
영호가 자기들을 바라보는 세 살짜리 어린 딸아이를 보면서 말했다.
“정말 안타깝네요! 저 어린 것이 고생을 하고 있네요!”
승우도 세 살짜리 딸아이를 보면서 말했다.
바로 그때였다.
대문 안으로 젊은 여자가 들어서며 물었다.
“사장님! 어디 계세요?”
“아 여기 있습니다.”
철민이가 동민이 해성이 성호 영호 승우와 함께 있다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그러자 앞으로 나서는 철민이의 얼굴을 보던 젊은 여자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
“아니? 너 철민이 아니니?”
“응? 미숙이 누나!”
두 사람은 잠시 동안 서로가 놀라면서 둘이 얼굴을 마주보며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이 그대로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