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블데이트-453화 (453/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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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미의 준비는 착착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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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미의 준비는 착착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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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미의 준비는 착착 진행되었다. 그러는 동안, 한석 일행이 귀국했다. 그들은 박 회장과 한석 모친을 차례로 뵙고 나서 그들의 신혼집이 될 저택으로 들어갔다. 거기에는 선미를 비롯한 일단의 메이드들과 하영, 태근이 기다리고 있었다. 태근이 한석을 향해 두 팔을 벌리며 환영하는 의미로 헤드락을 걸었다.

"어서 와라. 크루즈 여행은 재미있었어?"

미리 움직임을 예상한 한석은 피하며 대답했다.

"꽤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형... 아니, 형님."

"으허허허. 형님이라니. 야, 인마. 낯 간지럽다. 그냥 전처럼 형이라고 불러. 나도 그냥 이름 부른다고 했잖아."

태근은 한석에게 만남의 기쁨을 가득 담은 헤드락을 다시 걸었고 한석은 거기에 휘말려 한참을 고생했다. 자기 남편이 그러거나 말거나 효진은 하영, 선미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저 없는 동안 두 분이서 결혼 준비랑 집 준비 하느라 여념 없다고 들었어요. 정말 고마워요, 언니, 그리고 선미 씨."

하영과 선미는 각각 대답했다.

"알면 잘해."

"별말씀을요."

효진은 자신의 옆에 쭈뼛거리며 서 있는 지혜를 데려다가 하영의 앞에 세웠다.

"공공연한 비밀이 되겠지만, 여기 지혜는 일단 제 부인이자 한석이의 부인이에요. 어떻게 법으로 지혜의 지위를 보장받을 수 있나요?"

하영은 눈썹을 꿈틀거렸다. 안 그래도 요 며칠 그것 때문에 머리가 하얗게 셀 지경에 처한 그녀였다.

"우리나라 민법에 의하면, 아무리 사실혼이라도 중혼은 허락되지 않아."

"그럴 줄 알았어요. 그래서 중혼 되는 나라로 나랑 한석이, 그리고 지혜까지 국적을 옮길까도 생각해봤는데 그건 어때요? 이슬람 문화권에서 되는 나라 있다고 하던데."

하영은 한숨을 푹푹 내쉬며 말했다.

"그런 번거로운 짓을 하지 말고 그냥 별도의 계약을 맺도록 해. 내가 공증을 설 테니까."

"무슨 계약이요?"

"한석과 너는 혼인신고를 함으로써 부부의 지위를 누리겠지. 재산 공유는 물론이고 훗날 있을 아이에 대한 양육권도 그렇고. 그렇지만 여기 지혜 씨는 그게 안 되니까 앞으로 예상되는 권리에 대해서 어느 정도의 비율로 분할할 것인가에 대해 문서화시키란 이야기야. 계약서 초안은 내가 잡아놨으니 나중에 보고 지혜 씨와 함께 검토해 봐. 사실... 그걸로 뭐가 되겠냐 싶겠지만, 그래도 아무 것도 아닌 사이보다는 낫지 않겠어?"

하영의 이야기를 들은 효진은 반색하며 지혜를 와락 끌어안았다. 그리고 하영을 향해 외쳤다.

"역시 언니가 짱이에요! 고마워요!"

".....이런 걸로 칭찬 들어도 전혀 고맙지 않아. 휴우. 넌 대체 얼마나 황당한 짓을 나에게 더 시킬 생각이니."

하영이 한숨을 내쉬는 것과는 별개로 효진은 지혜에게 "들었지?"라는 말을 연발하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이제 막 태근의 헤드락에서 풀려난 한석을 향해 선미가 다가갔다.

"주택과 인원, 한석 님이 지시하신대로 모두 완비되었습니다."

"아, 선미 씨."

"이 집은 한석 님이 말씀하신대로 건축되었습니다. 직접 둘러보시겠습니까?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수고했어요. 선미 씨. 중간중간 보내준 도면이랑 사진을 다 봤으니까요. 괜찮아요. 제가 혼자 둘러볼게요. 정말 수고 많이 했어요."

"수고는요. 제 할 일이었습니다."

이 대화를 들으면서 하영은 움찔했다. 그동안 선미가 자신을 거치지 않고 한석에게 직보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왜 선미가 자신에게 보고하지 않았는지도 알게 되었다. 그녀는 날카로운 눈으로 선미를 쳐다보았지만, 그녀는 이쪽을 향해 눈길도 주지 않았다.

한석이 박 회장의 총애를 받고 있고, 그가 회사를 물려받아 모든 것을 쥔 자리로 올라서리란 것은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하영은 선미가 그런 것까지 모두 안배해 둔 것일까 궁금했다.

"수행할 인원을 소개하겠습니다. 이쪽으로..."

선미는 한석을 데리고 거실 한쪽에 서 있는 메이드들에게 다가갔다. 메이드들의 얼굴에 긴장감이 역력했다. 선미는 검은 드레스에 흰색 앞치마를 두른 메이드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소개했다.

"저는 기존과 같이 효진 아가씨를 전속으로 모시면서 이 집의 메이드 장을 담당합니다. 이쪽이 한석 님 전속의 나영 양. 그리고 지혜 님 전속의 수영 양입니다. 이쪽이 의상을 담당하는 보영 양, 정영 양, 주방을 담당할 준희 양, 건우 양, 청소와 총무를 담당할 미라 양과 연희 양입니다. 모두 주인님께 인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선영의 신호에 맞추어 메이드 전부가 허리를 굽혀 한석에게 인사했다. 절도 있는 인사를 받으며 그는 조금 난처한 얼굴이 되었다.

"이 ... 사람들이 집안일을 하고 나와 효진이, 그리고 지혜를 보필한다는 건가요?"

"지금은 1진이고, 후에 아카데미에서 파견된 2진이 보강될 겁니다."

"아니, 지금 이 정도 사람들이 부족해서 사람이 더 와야한다고요?"

"저택의 규모와 5조 3교대로 돌아야할 걸 생각하면 많이 모자란 겁니다. 주인님의 생활에 불편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한석은 난감한 표정이 되었다.

"선미 씨가 한석 님이라고 부르는 것만 해도 낯 간지러운데요. 그 주인님이라는 호칭은 꼭 써야 하나요?"

"네."

"그냥 이름을 부르거나 ... 왜, 효진이는 그냥 아가씨라고도 부르잖아요."

"효진 님은 주인님이 아니니까요. 한석 님이 이 집의 주인님이니 주인님으로 호칭되는 건 당연합니다."

"거참..."

한석은 뒤통수를 긁적였다. 그렇지만 선미는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 집의 모든 것, 집에 있는 모든 여자까지 주인님의 것입니다. 그걸 잊지 말아 주세요."

"알겠어요. 알겠어..."

한석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몸을 돌리던 그는 뒤에 서 있던 하영을 보았다. 한석과 눈이 마주친 하영은 순간적으로 움찔하고 말았다. 그녀는 두 팔로 자신의 몸을 가리는 자세를 취하며 외쳤다.

"전 아닙니다!"

".....아니라뇨?"

"방금 선미 씨가 말한... 이 집에 있는 여자들이 한석 씨의 것이라는 소리요. 난 아니라고요."

"그야 당연히 알고 있죠. 그렇게 적극적으로 강조할 필요까지야."

"알면 됐어요."

하영은 몸을 돌려 한석보다 먼저 자리를 떴다. 선미가 한석에게 메이드를 소개시키는 것을 왜 자신이 지켜보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그녀의 뇌리에는 한석에게 허리 숙여 인사하던 메이드들의 가슴이 선보이던 출렁거림이 자리 잡고 있었다. 원래 그렇지만, 메이드복은 가슴 부분이 많이 파여있어서 가슴이 클수록 가슴 윗부분이 상당히 도드라지게 디자인되어 있었다.

하영은 자기도 모르게 자신의 가슴을 내려다보고 만다. 여태까지 살면서 작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내가 작은 게 아냐. 쟤네들이 비정상적으로 큰 거지!'

하영이 애써 자신을 달래며 밖으로 나가는 동안, 선미는 전속 메이드들에게 지시를 내려 여행 짐을 옮기고 효진과 지혜를 방으로 안내하도록 했다. 그런 동시에 다른 메이드들은 2층 홀에 차려진 테이블에 음식과 술을 날랐다. 손님맞이 준비가 한창일 동안 선미는 메이드 하나를 선발해서 손님들 마중을 보냈다. 온 집안이 떠들썩했다.

잠시 후, 저녁식사 시간이 되었다. 초대받은 이들은 한석의 저택 2층에 이르렀다. 커다랗고 둥근 테이블에 다양한 음식이 산처럼 쌓여있었고 고급 크리스털 잔에 붉은 포도주가 채워져 있었다. 그런 테이블이 여덟 개였다. 손님들이 올 동안 한석과 태근은 턱시도를 차려입고 있었고 효진과 지혜는 기품 있으면서도 노출도가 상당한 벨벳 드레스로 갈아입었다.

"자아, 집들이 겸 신혼여행 뒤풀이 파티를 시작하도록 하자."

글라스를 높이든 태근이 외치자 효진이 깔깔거리며 웃었다.

"신혼여행 아니라니깐. 결혼식은 다음 주라고."

"아, 정정하지. 그렇다면 신혼 전 여행을 다녀온 너희들을 환영한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내 매제가 될 한석의 불행한 결혼생활을 위로하는 총각파티를 시작합니다. 자, 건배!"

"건배!"

태근의 선창에 따라 홀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잔을 들었다. 태근이 있는 테이블에는 한석과 효진, 지혜는 물론, 하영, 송화, 현아, 비키, 지애도 있었다. 다른 테이블에는 효진의 지인들과 한석의 친한 친구들이 모두 모여 북적거리고 있었다.

선미를 위시한 메이드들은 벽에 주르르 늘어서 대기하고 있다가 필요한 음식과 잔을 나르고 있었다. 남들은 한 모금 정도 마시는 와인을 가볍게 원샷해버린 태근은 한석에게 말했다.

"술도 들어갔겠다. 집주인이 한 말씀 해야지."

"그럴까요?"

한석이 조금 앞으로 나섰다. 그는 옆에 있는 효진을 가리키며 말했다.

"다들 아시다시피 저는 여기 있는 효진이와 다음 주에 결혼합니다. 이렇게 미리 참석하여 축하해주시니 더 열심히 살겠습니다."

고개를 꾸벅이는 한석을 향해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한석은 고개를 들고 목소리를 조금 가다듬었다.

"그리고 굳이 결혼식 전에 여러분을 모이게 한 건.... 한 가지 고백할 게 있기 때문입니다."

한석은 옆에 있는 효진에게 눈짓을 보냈다. 효진은 고개를 끄덕이곤 그녀의 옆에 있는 지혜의 팔을 살짝 잡았다. 에스코트 하듯이 앞으로 나선 그녀는 지혜를 끌어다 한석과 자신의 사이에 두었다. 지혜는 퍽 긴장한 표정이 되었다. 한석 대신 효진이 말하기 시작했다.

"여기 있는 지혜는 저와 오래된 친구인 동시에... 제 애인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제 남편이 될 한석 군의 애인이기도 하구요."

홀에 있는 사람들 눈이 휘둥그레졌다. 안 그래도 지혜에 대해서 다들 궁금해 하는 눈치였지만 이런 터무니없는 설명이 나올 거라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표면적으로 한석 군은 저와 결혼하지만 그런 동시에 지혜와도 결혼하는 거예요. 왜냐하면 제가 지혜와 평생을 함께 할 거고, 한석이 역시 그에 동의했습니다."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동안 선미가 벽에 붙은 스위치를 눌렀다. 화이트 스크린이 천장에서 내려왔고 거기에 어떤 영상이 비춰졌다. 프랑스 교회에서 이뤄졌던 결혼식을 찍은 사진 슬라이드였다. 거기에는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지혜와 연미복을 입은 한석과 효진의 모습이 담겨있었다.

한석이 설명했다.

"처음에는 세상 사람들 모르게 우리끼리만 살아가려고 했어요. 그렇지만 그렇게 하는 건 지혜에게 너무 모질다고 생각이 들어서요. 우선은 우리의 친구들에게 만이라도 이 사실을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이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어떤 사람은 의아해했고, 또 어떤 사람은 환호했다. 한석은 어차피 모든 사람에게 인정받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다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리고.... 좀 이르긴 한데요. 이미 박 회장님에게도 말씀드렸지만, 두 사람 다 벌써 제 애를 가지고 있습니다. 저희 여행이 좀 길고, 즐거웠거든요."

이번에는 모두 환호했다. 그중에서 태근이 제일 크게 환호하며 기쁘게 웃었고, 하영은 약간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한숨 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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