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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ute 6
유미가 자리에서 일어나 안방으로 들어가는 걸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 오길 정말 잘 한 건가 싶은 의심이 자꾸 들었다.
계속 고민했다. 지혜를 위한 방법이 뭐가 있을까. 어떻게 하면 그놈을 떼어놓을 수 있을까. 그러나 암만 생각해봐도 합법적인 방법으로는 도저히 그놈을 떼어놓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뭔가 비합법적이고 불법적인 방법이 동원되어야 하는데....
그쪽 방면으로는 내가 아는 사람이 있을 리가 없었다.
예전에 은애를 멋지게 엿 먹이는 방식을 생중계 해 준 태근이 형에게 가볼까 싶기도 했지만, 막상 그걸 해놓고도 표정이 좋지 않던 형의 얼굴이 떠올라 주저되었다. 그렇다면 남은 사람은 얼마 없었다. 겨우 생각해낸 사람이 유미였다.
그녀가 아주 불법적인 일을 하고 있거나 하는 건 아니었지만, - 물론 주류반입신고를 좀 적게 하거나 소득을 약간 탈루하기는 하지만 사업하는 사람들은 대개 하는 범위 내에서, 그것도 내가 동참하고 있으니 뭐라 못 하겠다 - 그래도 조언이라도 구할까 싶었다. 말 그대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곳에 온 것인데... 유미는 저렇게 태평하게....교복을 입고.....
"푸?!!!"
마시던 주스를 뿜어버렸다.
"어머, 왜 그러세요. 선생님. 제 옷이 마음에 안 드세요?"
"아...아니, 대체 그 옷은 어디서...."
"혹시 나중에 쓸 곳이 있을까 싶어서 유진이 맞출 때 저도 하나 맞춰두었죠. 어때요. 어울리나요?"
아예 화보 모델처럼 포즈까지 취해주셨다. 아까도 그랬지만 얼른 칭찬을 하지 않으면 칭찬을 받을 때까지 저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어울리십니다."
"어머, 입기를 잘했네요. 후후후."
유진이네 학교 교복을 입은 유미, 그러니까 올해로 서른 중반쯤 되었고 열일곱 살짜리 딸을 둔, 유미는 내 옆으로 와서 앉았다.
그녀가 입고 있는 옷은 분명 K대부속고등학교 여학생 교복이고, 내가 교생을 할 때나 학교에서 다닐 때 늘 보던 차림이긴 한데 어쩐지 전혀 평범하진 않았다.
블라우스는 몸의 라인을 따라 딱 들어맞게 재단을 해서 그녀의 가슴선과 잘록한 허리를 더욱 돋보이게 하고 있었고 치마 역시 그러했다. 길이는 또 어찌나 짧은지 소파에 앉을 때 그녀의 팬티가 보이지 않을까 염려되는 정도의 길이였다.
노출도에 있어서는 아까의 슬립이 더 심했지만, 노골적인 유혹의 분위기는 이쪽이 훨씬 더 강렬했다. 아까는 차라리 자다가 나온 거라 치면 되지만 이쪽은 뭐랄까. 아예 대놓고 서비스를 하겠다고 작정하고 나온 포스가 풀풀 풍겼다. 봉긋하다 못해 불룩한 그녀의 가슴 가운데 부분의 블라우스는 팽팽하기 그지없었고 그 첨단부에 위태롭게 자리매김한 단추가 언제 튀어 나가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요. 이젠 말씀해보세요. 이 시간에 어쩐 일인지."
그녀의 자태를 감상하던 눈을 거두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아, 저... 그게....."
서두를 어떻게 꺼낼까 한참을 망설였다. 그렇지만 이미 마음은 먹고 왔기에 더 이상 주저할 겨를이 없었다.
"전에... 저한테 하신 말씀이 있죠."
"어떤 이야기요?"
"제 가능성을 열어버렸다고.... 어떤 사람이...."
가능성이었나, 매력이었나. 암튼 그런 게 있었다. 난 그 사람이 지혜라고 생각했다.
"아, 그랬죠. 왜요? 그 이야기가 거짓말 같나요?"
"아뇨. 믿습니다. 믿기 때문에... 그렇기 때문에.... 바로 다른 사람도 아니고 지금 그 사람이 곤경에 처해있는데, 제가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어요."
"곤경이요?"
"자세한 말씀은 드릴 수 없어요. 그 녀석의 민감한 사정이 있기 때문에. 그렇지만 도움이 필요합니다. 이런 요청을 어디다 할지 몰라 유미 씨를 찾아왔어요. 좀 말도 안 되는 것 같지만, 그래도요."
내가 생각해도 얼토당토 않는 이야기였지만, 늘 웃고 있던 유미의 얼굴에서 웃음이 옅어지고 진지해지는 걸로 보아 어느 정도 뜻이 전달된 것 같았다. 유미는 골똘히 뭔가 생각하더니 내게 물었다.
"그 사람이, 선생님에게 소중한 사람인가요? 정말로?"
쉽게 대답할 성질의 질문은 아니다. 그러나 나는 내 마음을 다해 대답했다.
"소중하다면, 소중해요. 그녀는... 제 첫 여자이기도 하니까요. 비록 절 차고 다른 남자랑 결혼하긴 했지만요."
그리고 지금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는 효진이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기도 하고... 그러나 이 말은 생략했다. 이야기가 너무 복잡해질 것 같아서였다. 대답을 들은 유미는 턱을 쓰다듬으며 낮은 신음 같은 걸 흘렸다.
"흐음... 역시 남자들은 첫 여자를 못 잊나 보죠? 그 사람도 그러더니..."
"네?"
"아뇨. 중요한 이야기는 아니에요. 암튼 잘 오셨어요. 힘든 건 서로 돕고 살아야죠. 그렇지만 전제조건이 있어요."
살짝, 아주 살짝 불안해졌다. 이 여자가 조건 같은 걸 걸면 어쩐지 무섭단 말야.
"뭔데요?"
"얼마나 힘든지, 사정이 어떤지 알아야 도울 수 있지 않겠어요? 돈이 문제인가요, 아님 사람이 문제인가요?"
늘 편한 표정을 짓고 있는 유미였기에 이런 식의 날카로운 찌르기에는 익숙하지 않았다. 조금 더듬었다. 창피하지만, 그녀의 직설적인 화법은 문제의 정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문제의 핵심에 너무도 근접해 있었다.
"사람이요."
그러자 그녀가 한숨을 푹 내쉰다.
"그럼 좀 힘들겠네요. 쉽지 않아요. 차라리 돈이 쉽지."
"....."
내가 아무런 대답도 못하고 있자 그녀는 빠르게 말을 이었다.
"친구 사정이니 직접 말하고 싶진 않으시겠죠? 제가 보기를 말할 테니 선생님은 그냥 번호만 말하세요. 자, 1번. 친구가 결혼에 적응을 못 하고 날 찾아왔다. 2번. 친구가 결혼생활에 고난을 느끼고 있다. 3번. 친구가 전에 사귀던 남자가 있는데, 그가 어떤 약점을 잡아 친구에게 찾아와 괴롭히고 있고, 선생님이 이걸 직접 알게 되었다."
3번이 지나치게 정확하잖아....? 입을 딱 벌리고 유미를 보고 있자니 그녀는 겸연쩍게 웃었다.
"저는 사람을 많이 만나는 일을 하고 있잖아요. 이 정도는 기본이에요. 그리고 선생님은 특히 더 표정 읽기가 수월하기도 하구요. 특별히 제 능력을 쓰고 자시고 할 것도 없어요."
"그런가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하긴 예전에 들었던 교양수업에서도 그런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났다. 사람이 겪을 수 있는 이야기의 패턴은 많은 것 같지만, 사실은 몇 종류로 한정되어 있다고. 유미가 그 이론을 아는지 모르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체감하고 있는 것만은 확실했다.
"선생님 의견을 들어 보죠. 선생님은 그 친구에 대해 어떻게 하고 싶으세요."
"어떻게 하다니요?"
"저한테 조언을 구하러 오셨다면서요. 그렇다면 선생님도 무슨 생각이 있으셨을 거 아니에요."
"저는.... 저는......"
이 말을 하기 위해 심호흡을 크게 해야 했다. 어젯밤, 임 전무의 짓거리를 보면서 느꼈던 울분이 스멀스멀 다시 피어올랐다.
그리고 그때 떠올랐던 생각도. 지금 와 생각해보니 그건 한순간의 치기 어린 생각이 아니라 정말 내가 그러고 싶었음을 상기했다.
"....녀석을 이 세상에서 없애버리거나... 최소한 죽여 버리고 싶어요."
"어멋."
유미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선생님도... 그런 표정 지을 줄 아시는군요."
"제 표정이요?"
너무 험악했나? 사람 하나를 죽여 버리고 싶다는 소리를 했으니 결코 좋은 표정으로 한 소리는 아니었겠지. 갑자기 후회되었다. 괜한 소리를 한 걸까? 자못 주저되고 있지만, 유미의 반응은 내 예상을 뛰어넘었다.
"예. 지금, 방금 살짝 두근~ 했어요."
"네?"
두근~ 이라니.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이 여자는. 말투가 또 왜 이러는 거야?
"두근거렸다구요. 선생님도 확실히 남자구나... 싶은 그런 생각이 들던데요? 뭐랄까. 모범적이고 재미없는 그런 평범한 사람 말고, 위험하고 뭔가 감추고 있는 게 분명한 그런 사람의 느낌?"
그랬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구나. 그런데 그렇다고 나한테 이렇게 밀착해오는 까닭은 무엇입니까?
"아니, 유미 씨... 그렇다고 이건.... 좀....."
"왜요? 싫어요?"
이미 그녀의 흉부는 내 가슴께에 바짝, 아주아주 바짝 밀착해있었고 그녀의 숨결은 내 귓가를 간지럽히고 있었다. 밀어서 떼어낼까 싶었지만, 그녀에게 도움을 요청하러 온 마당에 매몰차게 밀어내지는 못 하겠다.
"싫다기보단 좀 놀라서...."
"후후후. 제가 그랬죠? 전 아마 기회만 있다면 선생님을 쓰러뜨리고 올라탔을 거라구요."
그게 어떤 비유나 은유가 아니라 말 그대로, 언어 그대로의 의미였습니까?
"그러셨죠."
유미의 손이 내 어깨를 가볍게 짚고 밀쳐냈다. 앉아있던 소파에 거의 파묻히다시피 한 나는 황망한 표정으로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그녀는 교복 블라우스의 단추를 끌러내며 사근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아요."
그녀는 활짝 웃고 있었다. 날 가볍게 밀어 넘어뜨린 유미는 곧바로 허벅지위로 올라탔다. 정말 짧은 치마인데도 불구하고 팬티가 보이지 않는 이유를 이제 알았다. 그녀는 팬티를 입고 있지 않았다! 브래지어도 하고 있지 않았다! 어쩐지 아까부터 가슴 부분에서 도드라진 그 포도알 같은 윤곽이 유난히 신경이 쓰이더니 아예 안 하고 있었을 줄이야.
풍만한 가슴이 벌려진 블라우스 사이로 가득 보인다. 다리를 벌려 나를 올라타더니 내 손을 자기 엉덩이에 갖다 댔다. 거기에는 맨 살뿐. 아무것도 없었다. 탄력 있는 허벅지가 내 쥬니어를 가볍게 압박하고 있었다.
"전 그렇게 딱딱한 사람도 아니고 복잡한 것도 싫어하는 사람이에요."
내 얼굴 가득히 압박해오는 그녀의 흉부 덕분에 그녀가 딱딱한 사람이 아니라는 건 확실히 알겠다. 아니, 지나치게 부드럽고 몰캉몰캉해서 그 느낌에 오히려 내가 "딱딱"해지고 있었다. 풍만한 살덩이가 얼굴 가득 덮여있어 아무 말도 못 하고 있는 내 귀에 대고 그녀가 조용히 속삭였다.
"이제부터 악당 모의를 시작할 건데... 그러기 위해서는 친밀감을 다져주는 편이 공범의식을 갖기에 적당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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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후기 ============================
판사님.
교복을 입었지만, 애엄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