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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 부도덕한 여교사
"제가 열어 볼게요."
"어? 그...그래 줄래요?"
병을 한석에게 내밀었다. 다행히도 손은 서로 닿지 않았다. 만약 닿았다면 한껏 달아오른 내 손가락의 온도를 한석에게 들켰으리라. 한석은 그 커다란 손으로 뚜껑 전체를 잡더니 쉽게 열어버렸다.
"여기 접시에 부어 담으면 되나요?"
"그래요."
좌르르- 하는 소리와 함께 믹스너트와 육포조각이 접시에 담겼다. 한석이 병을 다시 닫아 테이블 옆에 놓는 것을 물끄러미 보았다. 그는 캔 맥주 두 개도 나란히 따서 자신의 앞과 내 앞에 놓아주었다. 상대를 배려하는 동작이 몸에 배어있다. 문득 지난번에 보았던 중형차를 몰고 온 여자가 생각났다.
"여자 친구 있다고 했던가요?"
"에.... 그게 미묘한데요. 있다고 하면 있고 없다고 하면 없는 거라...."
한석의 주저 섞인 말을 들으면서 기분이 묘했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럼 그녀는 여자 친구가 아닌 모양이었다. 나도 모르게 가슴을 쓸어내렸다.
"후후. 뭐예요. 그게. 완전히 작업 멘트 분위기인데?"
학교에서는 아무래도 체면을 차리느라 이렇게 쉽게 이야기하진 못하겠지. 나도 모르게 쉽게 웃고, 또 쉽게 말하고 있다. 내 안에 잔뜩 뭉쳐있던 긴장이라는 덩어리가 조금씩 풀리고 있다. 한석은 겸연쩍어 하며 대답했다.
"저도 설명을 잘은 못하겠는데요. 친하게 지내고 있는 애는 분명 있지만, 딱히 고백을 했다거나 사귀고 있는 사이는 아니라서요. 그게 그러니까......"
고민하는 표정이라니. 아마도 그 여자와는 그렇게까지 깊은 사이가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니까-로 말을 끝낸 한석이지만 뒷말이 쉬이 나오지 않았다. 그걸 보고 있자니 역시 내 짐작은 맞는 것 같다.
역시 두 사람은....
"생각이 길어지네요? 생각을 오래 하면서 정리할 만큼 여자가 많은가 봐요? 최 선생, 아니, 한석 씨는."
"아, 아뇨. 그런 게 아니라요. 송 선생님. 제 말은..."
"밖에서는 선생님이라고 부르지 말아요."
"네? 아, 네...."
얼떨떨한 한석의 표정을 보면서,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새삼 물어 보았다.
"올해 몇 살이라고 했죠?"
"스물세 살입니다."
"똑같네. 그럼 밖에서는 그냥 누나라고 불러요."
"네?"
지훈이와 같은 나이.
"왜 그렇게 놀래요. 난 아직 서른 셋 밖에 안 된 미스인데 누나라고 부르는 게 싫어요?"
"아뇨, 부르겠습니다. 근데... 결혼... 아직 안 하셨어요?"
"왜요? 이 나이면 꼭 해야 하나요? 그리고 이 집을 봐서 어디가 유부녀의 집으로 보이죠?"
"그건 그렇지만...."
한석의 시선이 내 왼손에 머물렀다. 왼손 약지에 끼워진 반지를 보고 있겠지. 나도 모르게 오른손으로 왼손을 덮어버렸다.
"이건, 사연이 좀 있어요. 구질구질한 거라 따로 설명하긴 좀 곤란하지만."
"그러시군요."
한석은 캐묻지 않았다. 나에게 관심이 없는 걸까. 아니면 원래 무심한 사내일까. 기왕 이렇게 된 거 좀 더 세게 나가기로 했다.
"그럼 나는 말 놔도 되겠죠?"
"그러세요. 누나."
"후후. 그래. 고마워."
한석은 한결 더 지훈이처럼 느껴졌다. 은은하게 오르는 취기와 고양된 기분이 나를 점점 더 나른하게 만들고 있었다. 서로 마주치는 법도 없이 알아서 따라주고 들어 마시곤 했다. 한참을 그렇게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한석이 물었다.
"저기, 누나."
"응?"
"누나는 남자 친구 없어요?"
"나?"
한석의 질문에 반문하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잔을 들어 맥주를 한 모금 마시고 살짝 웃어주었다.
"왜? 없다고 하면 누구 소개라도 시켜주게?"
"아... 아뇨. 그런 사람은 없는데요."
"없으면 한석이가 한 번 해봐도 괜찮고."
이런. 기분이 풀어져도 너무 풀어져버린 걸까. 이런 소리까지 꺼내다니. 나도 참 주책이다. 한석은 예상대로 깜짝 놀란 토끼눈이 되었다. 저 반응을 보고 있자니 당연하다 생각하면서도 어째 좀 서운했다.
"에엑?"
한석의 반응이 너무도 우스워서 일부러 크게 웃었다.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는데, 몸이 휘청거렸다. 다리에 힘이 풀렸던 걸까. 아니, 어쩌면 일부러 그런 걸지도 몰랐다. 한석을 향해 쓰러졌다. 놀란 그가 날 받아냈고, 날 붙잡는 단단한 팔을 느낄 수 있었다.
한석을 올려다보았다.
"난... 사실...."
무슨 말이 하고픈 걸까. 어떤 짓을 하고픈 걸까. 나 자신에게 물어도 답이 나오지 않는 걸 그에게 물어봐서 어쩔 셈이지.
눈을 감았다. 내게 다가오는 한석을 느끼며, 그대로 몸에 힘을 뺐다. 정신을 잃은 게 먼저인지, 눈을 감은 게 먼저인지 생각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날 붙들고 있는 한석의 단단한 손.
그 느낌이 날 먼 옛날로 데려갔다.
그 날도 비가 왔었다. 장마도 아닌데 비가 연거푸 내리고 또 내렸다. 창밖을 때리는 빗소리 하나하나 생생히 기억나는 밤이었다. 불 꺼진 방안은 어두웠고 지훈이의 울음소리는 쉬이 멈출 것 같지 않았다. 내가 팔을 뻗어 녀석을 안아주자 녀석은 내 가슴을 적시며 계속 울었다.
달래주어야만 했다. 울음을 멈추게 해야 했다.
처음에는 손으로 등을 토닥여 주었다. 등을 쓸어내려 주었다. 내 손에 닿은 녀석의 등에서 온기가 피어나길 바랐지만 소용없었다. 녀석의 상처는 깊었다. 다른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상처이지만 오직 나만이 그 상처를 이해할 수 있었다. 상처 입은 새끼의 상처를 핥듯이 나 역시 혀를 내어 지훈의 눈가를 핥았다. 귀에 대고 속삭여주었다.
"남자는, 눈물을 흘리면 안 된다고 하잖아. 그렇지만... 내 앞에서는 흘려도 괜찮아. 네 눈물은 내가 다 마셔줄게."
눈물은 쓰고도 달콤했다. 짭짤하면서도 상큼했다. 목이 마른 이가 바닷물을 마시면 기갈에 허덕이다 죽게 된다고 했다. 지훈의 눈물을 계속 핥고 있노라면 나 역시 그런 끝을 맞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계속 눈을 감고 있던 지훈. 나의 핥기가 멈추자 눈을 떴다. 어둠 속이라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을 텐데, 지훈과 난 눈을 마주쳤다.
녀석은 나를 핥았다. 내 입술을 핥고, 내 혀를 핥았다. 비집고 들어오는 지훈을 막지 못했다. 아니, 정말 막으려 했을까? 도리어 두 팔과 두 손으로 녀석을 내게 더 끌어당기지 않았을까?
겹치고 겹친 입술과 혀. 그 안에서 녹아든 나는 내 옷깃에 와 닿는 지훈의 손가락을 모른 척했다. 지훈의 손가락은 살짝 떨리고 있었고, 목소리 역시 그러했다.
"누나....난 정말... 잘하려고...애쓰고...."
"지훈아....."
"이젠... 이젠 아무것도 싫어... 다 싫어...."
"그러는 거 아냐. 힘을 내야지."
"싫어...싫다고..."
지훈은 모든 게 싫다고 했다. 그러나 이 아이는 날 좋아했다. 내 몸을 좋아했다. 한 번씩 내 침대에 들어와 내 손을 잡고 조막거리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가슴이 벅차 터질 것만 같았다. 두근거리는 심장이 옆에 누운 이 아이에게 들킬까 봐 조마조마했다.
"지훈아, 울지 마... 누나가 있잖아. 응?"
"누나...."
꼼지락거리며 점점 내 안으로 파고드는 지훈. 얇은 옷자락 너머 녀석의 살결이 내 살결에 닿고 있음을 느꼈다. 녀석의 아래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알고 있었지만, 몸을 떼어내지 않았다. 내 옷의 단추를 풀어내는 지훈의 손가락을 알았지만.... 막지 않았다.
"지훈아...."
"누나...."
어느새 날 부르는 호칭에는 뜨거운 숨결이 섞여 있었다. 한낱 사람의 숨결인데도 불길처럼 뜨거웠다. 내 살은 서늘한 공간에 노출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내 더 뜨거운 무언가가 내게 와 닿았다. 본능적으로 그것이 남자의 숨결임을 알았다. 내게 와 닿는 작은 숨결 하나하나가 불길이 되고 폭풍우가 되어 날 태우고 휘저었다.
꼿꼿해진 유두가 동생의 입안으로 빨려 들어가 농락당하고 있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나직한 한숨을 쏟아내며 몸 안쪽에서 일렁이는 불꽃에 내 정신을 내맡길 뿐이었다.
이렇게 될 걸 몰랐을까?
아니면 바라고 있었을까.
"흐읍...흐으....흡...."
지훈이는 더 이상 흐느끼지 않았지만, 몸으로 흐느끼고 있었다. 내게 들어오는 길을 찾으려고 발버둥 치고 있었다. 머릿속에 아주 조금이나마 남아있던 이성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지훈이를 밀어내고 소리쳤을 텐데, 내겐 그런 고차원적인 생각이 남아있지 않았다.
다리를 벌렸고, 지훈을 안았다.
녀석이 내 팬티를 내릴 때, 엉덩이를 들어 도와주었다.
내 아랫도리가 벌거숭이가 되고, 지훈의 하체가 나체가 되도록 방조했다.
녀석의 잔뜩 팽창하여 어쩔 줄 모르는 양물을 붙들고 내게 이르는 길을 안내했다. 배덕 행위가 주는 쾌감 따위는 없었다. 그것은 고통이었다. 이미 녹아버려 사라진 이성과는 별개로 몸의 준비는 아직 덜 되어 있었다.
"윽...지...지훈아...살살...."
"누나...누나...."
이미 지훈은 내 목소리를 듣고 있지 않았다. 난생처음 접하는 여체에 지나치게 흥분한 탓일까. 아니면 인간에게 금지된 행위에 도전하는 것이 무서웠을까. 알 수 없다. 전혀 알 수 없다. 몸과 몸을 섞었음에도 마음은 알 수 없는 것이 사람의 모양새다.
그저 나 역시 그러했으니 녀석도 그러했으리라 짐작할 따름이다.
계속해서 지훈은 앞으로만 들이밀며 내 안으로 침식해 들어왔다. 예민한 감각이 집중된 그곳이 거친 동작으로 상처받고 있었다. 등을 쓸어내리며 지훈을 달래보지만, 역부족이다.
"지훈아... 지훈아... 천천히... 응?"
"누나아...."
결국은, 그래, 아주 결국은 아주 깊은 곳까지 지훈이 들어오고 말았다. 도달하고 말았다. 내 안에 내 동생의 몸을 품어내고 말았다. 서서히 몸 안쪽에서 일어나는 감정은 쾌락이라고 할 수 있을지 없을지 분간할 수 없었다. 그저 짐승처럼 숨을 토해내며 내게 달려드는 지훈을 진정시키기도 버거웠다. 문을 열어준 건 나였지만, 그 안에서 날뛰는 짐승을 다독이기는 쉽지 않았다.
"하악...하악....흑....."
쾌감보다는 고통에 겨운 내 신음에도 지훈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나의 더 깊은 곳을 원했고 나의 봉긋한 가슴을 더 높이 원했다. 지훈의 입과 손아래에 내 몸은 철저히 물들어갔다. 내 가슴 사이에 얼굴을 문대던 지훈이 고개를 들었다.
아니, 그건 지훈이가 아니었다. 거기에는 다른 얼굴이 있었다.
"한석...."
그는 날 보며 빙긋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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