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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사는 새로운 작전을 세워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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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사는 새로운 작전을 세워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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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95화 직후에 일어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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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이 끌려갔다.
닫힌 방문을 보며 리사는 창백한 표정이 되었다. 침대에 기대앉아있는 리사를 두고 예린과 태호는 침통한 표정을 짓고 서 있었다. 예린은 고개를 숙였다.
"면목이 없습니다. 제가 있었는데도...."
리사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작전을 잘못 짠 제 잘못이에요. 언니는 고개 숙이지 마세요."
리사는 송 부장이 찾아오리라 예상했고, 그는 그녀의 예상대로 움직였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그의 목표는 리사가 아니었다.
그때 부하 중 한 명이 들어와 한석이 끌려간 최종 위치를 파악했다고 전해왔다. 사실 장소는 중요하지 않았다. 어차피 원래 그들이 관리하던 지역 중의 한곳이었으니 말이다. 문제는 언제, 어떻게 돌입하느냐였다. 태호는 조심스럽게 의견을 냈다.
"아직 취임식까지는 시간이 있습니다. 좀 더 애들을 규합한 후에 천천히 상황을 봐가며...."
"그렇게 시간 끌다가 오빠가 다치면 어떡하라구요?"
신경질적인 리사의 반응에 태호는 입을 다물었다. 거기다 그 뒤에 이어지는 예린의 말까지 듣고나니 태호는 완전히 할 말을 잃고 만다.
"오빠를 빨리 구하려면 정면으로 치고 가는 수밖에 없을 것 같군요. 무리를 해서라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수적으로 밀리니 정면은 절대 불가하다고 주장하던 예린이었다. 그런데 이런 무모한 의견을 거침없이 개진하다니. 태호는 이게 다 끌려간 한석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키만 멀대같이 커가지고 뺀질뺀질하기 그지없는 그 자식. 어쩐지 처음 볼 때부터 재수가 없었다. 저런 녀석한테 대체 왜 리사 아가씨나 예린 누님이 빠져들었는지 그로서는 미스터리 중의 미스터리였다.
"역시 그 수밖에 없어요. 가능한 한 빠르게, 그리고 신속하게 쳐야겠죠."
리사는 공감을 표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아까부터 은은하게 아파오는 배에 대해 애써 무시하려고 애썼다. 설마 진통인가 싶었지만, 아직 예정일까지 시간도 남아있던 터라 괜찮겠지 하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통증이 찾아오는 간격이 조금씩 짧아지고 있었다.
리사는 육아 잡지에서 보았던 출산 직전의 진통에 대해 생각했다. 속으로 그 간격을 재보았다. 출산에 가까워질수록 진통 간격은 더 짧아지고, 고통은 더 커진다. 리사는 이를 악물었다.
'아직은 시간이 있어. 오빠를 돌려받을 때까지 이 아이를 낳을 수는 없어.'
그녀는 그렇게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다시피 하고 있었다. 리사의 이런 사정을 알 리 없는 예린이 의견을 내놓았다.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사실 송 부장이 그만한 지분을 확보할 수 있었던 이유도 리사 아가씨의 부재 때문이었습니다. 정면으로 치고 들어가면서 리사 아가씨가 우리 쪽에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줄 수만 있다면 그쪽에 붙은 이들도 마음이 꽤 복잡해질 겁니다. 이번에 송 부장이 다른 이들을 시키지 않고 직접 온 데에도 다른 이들에게 아가씨를 보여주지 않기 위한 측면도 분명 있을 것입니다."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 있던 태호도 그 의견에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아닌게 아니라 리사가 이쪽에 있다는 걸 보여주면서 나갈 수 있다면 일이 훨씬 쉬워진다. 그러나 리사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 몸 속에서 들불처럼 일어나고 있는 거대한 통증을 막으려고 애쓰는 중이라 남이 말하는 걸 듣지 못하고 있었다. 무너지는 둑을 손바닥으로 막으려드는 것과 같았다.
예린과 태호는 그제야 리사 상태를 알아차렸다.
지금 그녀를 데리고 전면에 나서기는 불가능하다..... 예린의 시선도 태호와 마찬가지로 리사의 배에 머물러 있었다. 사실 그녀가 리사를 데리러 간 이유 중 하나가 그것이었다. 그녀를 부산에 데려올 수만 있다면 반대편 세력의 분화를 쉽게 이끌어 낼 수 있다.
그러나 지금 보다시피 만삭인 그녀를 부산으로 데려가는 건 위험부담이 너무 컸다. 그래서 송 부장을 끌어들이자며 리사가 내놓은 작전을 받아들였다. 그렇지만 상황은 이렇게 되고 말았다. 이제 다른 방법이 없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한석이 잡혀가고 말았다. 예린은 초조했다. 그녀에게 리사가 더없이 소중한 사람이긴 하지만, 한석 역시 그에 못지 않았다.
'위험을 감수해야 하나.'
예린은 리사를 보며 고민에 빠졌다. 어제 만졌던 리사의 배에서 느껴지던 태동을 떠올렸다. 생경하지 짝이 없는 그 감촉에 예린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아직 눈에 보이지도 않는 녀석이 그렇게 강렬하게 자신을 증거하고 있다는 게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오랫동안 사람을 해치는 일을 해왔던 그녀는 그 작은 움직임에 마음 한구석이 짠하니 울려왔다.
'그랬는데, 그랬는데... 그 작은 생명을 품고 있는 리사를 적지로 몰아넣어야 하나.'
예린은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의 생각을 눈치챘는지 리사가 굳은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
"좋아요. 예린 언니가 제시한 의견 대로 하겠어요. 지금 가능한 인원을 전부 끌어모아 송 부장을 칩니다. 제가 전면에 나서서 바람을 잡겠어요. 저 쪽에서 어떻게 나올지는 미지수지만.... 그래도 해볼 만한 도박이에요."
리사는 다리를 들어 침대에서 내려왔다. 아니, 내려오려고 하였다. 그러나 그 순간 그녀의 배에서 강렬한 진통이 느껴졌다. 감히 몸을 움직일 수조차 없는 엄청난 충격이었다. 리사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몸을 휘청거렸다. 옆에 있던 예린이 재빨리 잡아주지 않았더라면 바닥에 나뒹굴 수도 있었다.
"아가씨!"
휘청하는 리사를 부축한 예린은 그제야 리사의 상태를 눈치챘다. 출산 경험이 없는 그녀였던지라 파악이 늦었다. 그녀는 리사의 어깨를 잡고 다시 침대에 눕혔다.
"이 상태로는 안 됩니다. 간호사를 불러오겠습니다."
"아, 안 돼!"
예린의 팔뚝을 잡은 리사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지만, 리사는 죽을 힘을 다해 예린을 잡아당겼다. 식은 땀이 흐르고 있는 그녀의 얼굴에는 결연한 빛이 흘렀다.
"나...난, 오빠를 데려오겠어.... 오빠가 오기 전까지는.... 이 아이를 낳을 수 없어....."
"아가씨...."
방 안에는 리사의 거친 숨소리 외에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리사는 고통 때문에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었고 예린은 목이 메어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었다. 태호는 그저 입 다물고 속으로 이 모든 게 그 새끼 때문이라고 저주를 퍼붓고 있었다. 이런 어색한 침묵을 깨버린 건 난데없는 비명소리였다.
"아야야야야! 대체.... 대체... 이게 뭔 느낌인 거야!"
병실 문이 벌컥 열렸다. 거기에는 리사와 똑같이 인상을 쓰고 있는 이가 서 있었다. 그녀의 얼굴을 확인한 예린은 눈을 크게 떴다. 물론 선글라스를 쓰고 있는 그녀가 그렇게 눈을 크게 떴다는 것을 눈치챈 사람은 없었지만, 뛸 듯이 기뻐하는 건 감출 수 없었다. 그녀는 리사의 손을 와락 잡았다. 리사는 예린의 생각을 알아차렸다.
"되겠어요, 언니?"
"해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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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후기 ============================
여기까지가 Route 3입니다.
당분간 쉬고, 외전과 효진 루트로 돌아오겠습니다.